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208
208화
208.
경고였다.
그것도 매우 험악한 경고로 만에 하나 자신을 방해한다면 살아있는 것이 후회되게끔 해주겠다는 살벌한 경고를 들어야 했다.
“미친놈!”
서현준은 현준의 아킬레스건이었지만 한편으로 현준이 서현준의 아킬레스건이기도 했다.
커다란 TV 화면에서 경고를 하고 있는 현준의 모습은 분명 광기에 가득 찬 악마 그 자체였다.
친절하게도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서 하나하나 알려주는 현준이었다.
-회사 여직원들 연예인들 건들지 마라. 여자를 만나고 싶으면 밖에서 만나. 그리고 술을 마시는 것은 상관 안 하겠지만 약을 한다면 그 즉시 너의 인생은 끝이다. 그리고 나의 비밀을 외부에 알리지 마. 언젠가 너에게 모든 것을 다 넘겨주게 될 거다.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그러니 끝날 때까지 잠잠히 있어. 이건 충고가 아니다.-
무조건 따르라는 현준의 말에 서현준은 이를 악물고 주먹을 움켜쥐었다.
자신이 깨어나고 나면 자신의 몸을 차지한 현준은 겁을 먹고 덜덜 떨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오산이었음을 깨달은 것이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인생이 더 길 수밖에 없는 서현준으로서는 자신의 몸을 함부로 굴릴 수 없었다.
자살을 해서 같이 죽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머릿속을 스쳤지만 자신이 아직 즐기지 못한 삶이 너무나도 아까웠다.
그리고 앞으로도 즐길 수 있는 인생이 아까웠다.
서현준은 신경질을 내며 방 안에서 나가는 방법을 다시 한번 찾았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방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것에 침대에 몸을 누인 채로 있다가 결국 카메라 앞에 앉았다.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
현준에게 전하는 영상을 녹화하려는 서현준이었다.
“큼! 네놈의 협박은 잘 들었다. 이거 녹화 되고 있는 거 맞지? 아무튼 네놈 협박에 굴복할 줄 알았다면 나를 우습게 보는 거다! 뭔 짓을 하려는 건지는 아직 다 파악이 안 되었지만 네놈이 원하는 것을 망치게……. 후우! 뭐 내 일만 방해 하지 않는다면 나도 니놈이 할 짓은 신경 쓰지 않도록 하지. 그러니 한 번만 더 이딴 짓을 하면 나도 가만 안 있을 테니까 그리 알아 둬라.”
서현준은 현준에게 알리는 영상을 찍고서는 살짝 걱정이 되었다.
자신이 막 나가는 양아치이기는 하지만 상대는 미친 살인마였다.
현준이 필리핀에서 김만춘을 잔인하게 고문해서 살인을 저지르는 것은 기억에 남아 있었다.
다른 몸이라면 서현준도 잔인하게 폭행을 하겠지만 하필이면 자신의 몸이었으니 자신만 손해인 것이다.
“큼! 술도 적당히 마실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일단 너도 내 몸 소중히 여겨. 위험한 일에 휩싸이게 하지 말고.”
녹화 완료 버튼을 누르고서는 서현준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했다.
방 안에 식료품이나 식수는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다른 즐길 만한 게 없었다.
그나마 술은 제법 있었지만 안주도 없었고 혼자였기에 혼자서만 마셔야 했다.
혼자 술을 마시는 취미는 없었으니 몇 잔 마시다가 실증을 느껴버린 서현준이었다.
“하아! 바꿀 거면 빨리 바꿔!”
서현준은 자기 능력으로는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할 일도 없는 것에 현준으로 인격이 바뀌길 바랐다.
“잠도 안 오는데.”
이제 막 깬 데다가 그다지 피곤하지도 않아서 잠도 오지 않았다.
“TV도 안 나오네.”
이리저리 뒹굴며 시간만 무료하게 보내는 서현준이었다.
그렇게 멀뚱히 깨어있다가 결국 술로 취해서 잠들자는 생각이 든 서현준은 식료품을 안주 삼아 술을 마셨다.
그리고 마침내 알딸딸하게 취해서는 잠이 들었다.
방 안에서 밖이 보이지도 않았기에 낮인지 밤인지 구분도 되지 않았다.
다음에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 방이 아닌 다른 곳에서 깨어날 것이라 기대를 한 서현준은 눈을 떴다.
“…….”
서현준은 멍하니 깨어나서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서는 이내 안색이 창백해졌다.
“미친. 설마 그놈 안 깨어나는 거야? 이대로 안 깨어난다고?”
현준이 깨어날 것이라고 생각을 했던 서현준이었다.
하지만 현준은 깨어나지 않았고 서현준의 인격이 그대로 다시 깨어난 것이다.
서현준은 황급히 굳게 잠겨 있는 문으로 달려가 문을 주먹으로 치며 외쳤다.
“사람 살려! 사람 살려! 밖에 아무도 없어요! 사람 살려요! 여기 사람 갇혔어요! 미친 사이코 놈이 사람을 가뒀다고!”
아무리 고함을 지르고 문을 두들겨도 밖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대로 현준이 깨어나지 못하고 아무도 찾지 않는 곳에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서현준을 휘감았다.
“흐윽! 형! 제발요! 제발! 말 잘 들을게요! 제발 여기서 나가게 해주세요! 야! 이 새끼야! 나가게 해 달라고!”
아직 식료품과 식수는 충분했지만 서현준은 공포에 질려서는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렇게 울부짖다가 화를 내고 이내 다시 울부짖으며 공포에 떨던 서현준은 결국 지쳐서는 잠이 들어 버렸다.
* * *
“개판을 쳐 놨네.”
현준은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은 방 안에 서현준이 깨어났음을 확인하고서는 몸을 일으켰다.
몸에 술 냄새도 꽤나 나는 것으로 봐서는 술까지 마신 모양이었다.
현준은 화장실에 딸려 있는 샤워장 안으로 들어가서는 샤워를 했다.
차가운 샤워 물에 정신이 점차 또렷해졌다.
입고 있던 옷은 한쪽으로 던져 버리고서는 옷장 안에 있는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서는 카메라를 살펴보았다.
녹화가 되어 있었다.
카메라에 연결된 TV를 통해 서현준을 확인했다.
“허세는.”
꽤나 허세를 부리고 있었지만 눈에서 겁을 먹은 것이 보였다.
일단 자신의 경고가 통했다는 것을 확인한 현준은 카메라에 연결되어 있는 TV와의 연결 케이블을 빼서는 뒤쪽의 벽에 꽂았다.
그러자 방의 위쪽에서 보이는 영상 장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리모컨으로 녹화 시점을 당겨서는 서현준이 깨어난 시점부터 확인을 했다.
“한 번 잤었군. 내가 깨어나지 않고 다시 깨어났던 건가?”
시간이 꽤 오래 지났음을 확인한 현준은 나중에 가면 서현준이 더 오래 깨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결국 지금의 자신의 인격은 완전히 사라지고 서현준의 인격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컸다.
“어차피 돌려줘야 할 몸이었으니 당연한 것이겠지.”
자신의 몸을 소중히 여겨 달라는 서현준의 말에 현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몸을 함부로 굴릴 생각은 없었다.
현준은 엉망이 된 방을 정리하고서는 건물 밖으로 나왔다.
“다음에는 조금 덜 어렵게 해 놔야겠네.”
현준도 건물에서 나오는데 꽤나 시간이 들었으니 서현준이 빠져나오지 못한 것이었지만 너무 어려웠다면 현준도 나오지 못해서 낭패를 볼 뻔했다.
그렇게 현준은 차 안에서 자신의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방전되었네. 얼마나 있었던 거야?”
시동을 걸고 충전을 하면서 서울로 향하는 현준이었다.
중간에 스마트폰을 켜서는 거의 2주가 지났음을 확인하고서는 혀를 찼다.
이곳저곳에서 연락이 계속 와 있던 것도 확인을 할 수 있었다.
길게 휴가를 간다고 해 놓기는 했지만 너무 연락이 되지 않자 걱정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 안에 끝날 줄 알았더니.”
일단 서대영 회장에게 전화한 현준은 불호령을 들어야 했다.
“예! 아버지. 예. 집으로 바로 올라가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뭐 별일 없었습니다.”
경찰에 신고도 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서울로 올라가고 있는 사이에 공민지에게서도 전화가 걸려 왔다.
“왜?”
-살아있네? 아! 너 서현준이야?-
“그래. 지금 바쁘니까 끊어.”
할 말이 있는 듯했지만 현준은 전화를 끊고서는 서울에 도착했다.
서대영 회장과 이연수 여사로부터 꽤 혼이 난 현준은 다음 날 회사로 출근했다.
거의 2주 만에 출근을 한 현준이었지만 회사 일은 미리 대비를 해 뒀기에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물론 현준은 꽤나 당황스러운 기획안을 받아야만 했다.
“대표님께서 준비하라고 하셨던 잡지 창간 기획안입니다.”
“잡지?”
“예. 소속 연예인들과 경호원들을 이용한 잡지를 하나 만들어 보라는 지시에 따라 기획서를 만들었습니다.”
기억에 없는 지시였지만 현준은 서현준이 내린 지시임을 알아차렸다.
당장에라도 폐기처분을 하고 싶었지만 자신에게 협조한다면 서현준의 요구도 웬만하면 들어주겠다는 약속을 했기에 내버릴 수는 없었다.
“한번 살펴보지요.”
“예! 대표님!”
현준은 서현준이 사고 친 부분을 살피기 시작했다.
기획안은 꽤나 그럴듯했다.
그리고 이내 현준은 서현준이 뭘 하고 싶어 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이놈 도색잡지를 만들고 싶었나 보군.”
도색잡지까지는 아니고 꽤 야한 잡지를 원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사업성은 어쩔지 알 수 없었지만 돈이라면 넘치도록 있는 현준이었다.
나중에 망하더라도 서현준이 가지고 놀 만한 놀거리로는 나쁘지 않았다.
현준은 서현준이 하고 싶어 하는 사업을 허락해 주기로 했다.
너무 통제하면 반발하는 법이었다.
그렇게 기획안에 서명하는 현준이었다.
2주 동안 자리를 비우고 있었기에 꽤 처리할 일들이 많았다.
그것이 꽤나 과로가 되었던 것인지 일 처리를 다 끝낸 현준은 잠이 들었고 서현준이 눈을 떴다.
“도…… 돌아왔다.”
분명 갇힌 방이 아닌 집이었다.
잠시 몸서리를 친 서현준은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는 카메라를 볼 수 있었다.
“하아!”
현준이 자신에게 전하는 영상이 있음을 예상한 서현준은 카메라의 영상을 재생했다.
생각보다 긴 영상이었다.
서현준의 인격이 사라지고 난 이후 대략적인 일들을 담담하게 알려주는 내용이었다.
“내가 한국대?”
명문인 세화고등학교 출신이기는 했지만 한국대에 들어갈 능력 따위는 없었다.
딱히 한국대 출신이라는 건 중요하지 않았지만 있어서 나쁘진 않았다.
그렇게 둘째 형인 서정대가 호성 그룹의 후계자가 되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면서 서현준은 고심을 했다.
“일단 엄마 아빠부터 보러 가실까.”
몇 번이나 깨어났지만 부모님을 찾지는 않았던 서현준이었다.
그렇게 서현준은 때마침 시간도 저녁이었기에 집으로 향했다.
“엄마! 나 왔어!”
“…….”
집 안에 있던 이연수 여사는 자신의 막내아들의 낯선 모습에 무척이나 놀라야만 했다.
“엄마. 오랜만에 엄마가 해준 돈카츠가 먹고 싶네.”
“돈카츠?”
“어. 왜? 안 돼?”
“아…… 아니. 안 되는 건 아닌데.”
“아우! 아빠는 언제 오신대?”
며칠 전까지만 해도 깍듯이 어머니라고 하던 막내아들이었다.
아니 고등학교 때부터 어머니라고 했었다.
처음에는 너무 거리감을 두는 것 같아서 서운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죽다 살아난 아들에 서운함은 뒤로 넘겨야만 했다.
그런데 마치 철없던 시절로 되돌아간 듯한 막내아들이었다.
“아! 뭐해! 배고프다니까!”
“어! 그래! 아줌마!”
일단 제 아들임은 분명했다.
힐끔 거실에서 소파에 반쯤 눕다시피 한 채로 TV를 보고 있는 서현준을 보았지만 다른 것을 느낄 수는 없었다.
그렇게 막내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급하게 만드는 이연수 여사였다.
재벌 회장의 사모님이라지만 결국에는 자식 가진 어머니였다.
“자고 갈 거니?”
“어! 내일 출근해야 해. 하여간 내가 회사에 없으면 일이 굴러가질 않는다니까.”
“그래! 우리 아들 없으면 안 되지. 울 아들 능력이 얼마나 좋은데.”
오랜만에 어머니의 인정을 받자 서현준은 어깨가 절로 으쓱해졌다.
그렇게 어머니 앞에서 마음껏 어리광을 부린 서현준은 아버지인 서대영 앞에서도 어리광을 부렸다.
서대영 회장도 당황하기는 했지만 시끌벅적한 식탁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서현준은 현준의 집이 아닌 서대영 회장의 집에서 출퇴근을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