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210
210화
210.
“이거 생각보다 괜찮네.”
서현준은 일 처리 하나만큼은 깔끔한 현준에 만족감을 느꼈다.
귀찮고 어려운 업무는 현준에게 맡겨버리고 자신은 인생을 즐기면 된다고 생각하니 현준과의 공존이 마냥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물론 현준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가만있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자! 그러면 오늘은 어떤 즐거운 일을 하면 좋을까?”
술을 진탕 마시고 뻗어버리면 현준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니 첫날부터 술로 신체의 주도권을 빼앗길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회사 일은 때려치우고 놀러 갈 생각을 하던 서현준이었지만 예정되어 있던 일이 있었다.
“대표님! 내일 리리나 팀장과의 저녁 약속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아! 벌써! 그렇게 되었나요?”
바이어와의 약속은 일 잘하는 현준이 해결해 줬으면 했지만 리리나와의 저녁 약속은 자신이 직접 잡은 것이었으니 자신이 직접 해결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어차피 업무적인 부분은 실무진 선에서 거의 처리가 끝나 있었고 리리나 팀장과는 형식적인 자리여서 별다른 일은 없을 것이었다.
“더욱이 내가 그녀의 목숨을 구해줬다고 했나? 콜록!”
한 번씩 기침이 나오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지만 서현준은 목캔디 하나를 까먹고서는 리리나와의 만남을 기다렸다.
“이놈의 기침 때문에 담배를 피우지 못하는 것이 좀 불편하긴 하네.”
청소년기에 서현준도 담배를 피우기는 했다.
다만 현준이 깨어나고 난 뒤부터 지금까지 담배를 피우지 않았기에 서현준은 다시 담배를 피웠다가 거친 기침에 담배를 다시 피우는 걸 포기했다.
무엇보다 허파의 기능이 꽤나 약해져 담배를 피우면 거친 기침이 계속 나오는 것이다.
그렇게 저녁 시간이 되어 한 호텔의 식당에서 리리나와 만나게 되었다.
“오랜만입니다! 리리나 팀장님!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리리나를 보자 서현준은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리리나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리리나는 전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서현준에 살짝 당황을 했지만 자신에게 한껏 호의를 보이는 서현준이 그리 싫지는 않아서는 그의 손을 붙잡았다.
크고 따뜻한 서현준의 손이었다.
“예. 서 대표님. 잘 지내셨나요?”
“잘 못 지냈습니다.”
“예?”
“아! 아름다우신 레이디를 기다리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잤습니다. 하하하! 농담입니다. 농담!”
리리나는 서현준의 말에 얼굴이 붉어졌다.
꽤나 유치하고 황당한 농담이었지만 키도 크고 잘생긴 남자가 해주는 농담이 그리 싫지만은 않았다.
“콜록! 콜록!”
“괜찮으세요? 대표님?”
“아! 예! 괜찮습니다. 리리나 팀장님도 감기 조심하십시오. 요즘 환절기라 그런지 기침이 나오네요.”
더욱이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남자였다.
가벼운 감기라며 괜찮다고 했지만 자신을 구해줄 때 연기를 많이 마셨다는 것을 아는 그녀로서는 미안함과 함께 고마움마저 들었다.
자신이 걱정을 할까 봐 평소 성격과 달리 유쾌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세심한 서현준의 모습에 리리나는 전과는 달리 보이는 모습에서 더 호감을 느꼈다.
“자! 앉으시죠.”
“감사합니다.”
깔끔하고 매너 있는 모습은 그대로였다.
“일본 쪽 피해가 크다고 들었는데. 일단 심심한……. 음!”
일본어를 더듬더듬 하고 있는 서현준이었다.
서현준도 일본어를 어느 정도 할 줄 알았다.
다만 현준보다는 다소 수준이 떨어져서 중간중간 막히기도 하는 것이다.
“위로 말씀하시는 거지요?”
“아! 예. 위로의 말씀 드립니다.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는데 가끔 단어들이 떠오르지 않더라구요.”
“예. 아무래도 외국어이니까요. 사실 저도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답니다.”
“오! 한국어를요? 혹시 저 때문에 배우시는 건?”
“예?”
“아하하하하! 농담입니다. 농담!”
또다시 농담이라며 유쾌하게 웃는 서현준에 리리나는 얼굴을 붉히며 대답을 했다.
“서 대표님 때문 맞아요.”
“예?”
“서 대표님과 한국어로 대화 나눠 보고 싶어서.”
서현준은 잘 익은 복숭아처럼 얼굴이 발그레한 리리나를 보며 그녀가 자신에게 호감이 있음을 알아차렸다.
‘이게 웬 떡이냐?’
회사 사람들은 건들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지만 리리나는 회사 사람은 아니었다.
연예인급 정도는 아니었지만 꽤나 예쁘장한 리리나였다.
옷과 화장도 한껏 꾸미고 나와서는 공주님 같을 정도였다.
아니 그녀의 신분을 생각하면 공주님이나 다를 바 없었다.
리리나와 결혼이라도 하게 된다면 일본의 방송 재벌을 자신의 것으로 할 수도 있을 터였다.
물론 아직 고등학생 때의 인격에서 크게 변하지 않은 서현준에게 결혼은 아직 멀게만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이거 참…….”
“……?”
“기쁘네요.”
“예?”
“저를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고 계신다니까 감동적이라고 할까요.”
“아니 저…… 그게. 그러니까.”
리리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당황해서는 당장에라도 도망을 가고 싶어졌다.
자신을 바라보며 웃고 있는 서현준에 얼굴뿐만 아니라 온몸이 붉어질 만큼 창피함이 밀려드는 것이다.
“언어라는 것이 서로의 생각을 그대로 전하는 것이 어렵기도 해서 외국인 같은 경우는 상대 국가의 언어를 알아 두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하더군요.”
“아. 예. 맞아요.”
“한국어 공부하는 데 제가 도움을 많이 드리겠습니다. 언제든지 연락하세요. 팀장님께서 한국 사업에 아주 관심을 많이 가지고 계신다는 것도 전해 들었습니다. 저도 많은 도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 예. 감사합니다.”
리리나는 서현준이 자기 말을 잘못 이해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서현준은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지만 너무 몰아붙이면 될 것도 안 된다는 걸 서현준은 알고 있었다.
‘외국 여자이니 부담이 없겠지.’
첫눈에 반한다고 하지만 서현준이 리리나에게 첫눈에 반하진 않았다.
지금은 한 여자에게 묶이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배고프실 텐데 드시죠. 여기가 제법 맛이 좋습니다.”
“예. 대표님도 드세요.”
리리나는 무슨 맛인지 느껴지지 않았지만 어느덧 서울의 저녁 야경과 함께 분위기에 취해갔다.
최고의 미식은 잘생기고 멋진 남자였다.
그녀 또한 연예 계열에서 종사하고 있었기에 잘생긴 남자는 많이 보았다.
한국 연예계에서도 잘생긴 남자 배우들도 제법 만나 봤다.
서현준이 그 정도의 미남이라 보긴 어려웠지만 리리나에게 있어서 서현준은 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감정과 느낌으로 다가왔다.
“어떻게 입맛에 맞으시나요?”
“아! 예! 너무 맛있네요!”
“음! 생각보다 별로이신가 보네요.”
“아니요! 정말 맛있어요. 대표님.”
서현준 앞에서 예쁘게 보이면서 먹는 것이 맛없게 느껴진 듯 보였다.
‘한국인들은 잘 먹는 걸 좋아한다고 하던데.’
한국인과 일본인의 문화가 조금 다르다는 것은 리리나도 알고 있었다.
일본에서는 여자력이라고 해서 남자 앞에서 조신한 모습을 보여야 하지만 한국에서는 복스럽게 잘 먹는 여자를 남자들이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그녀였다.
물론 한국도 첫 데이트에서 거침없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마냥 좋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너무 맛없게 먹는 것은 점수가 많이 깎이는 것이었다.
그렇게 서현준의 눈치를 보느라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는 리리나에 서현준이 조용히 속삭였다.
“실은 여기 우리 대머리 부장이 잡아 준 거라서 분위기만 좋지 맛은 별로예요.”
“예?”
“제가 나중에 기회가 되면 진짜 맛있는 곳에서 대접해 드릴게요.”
“아! 저…… 저도 일본 오시면 정말 맛있는 곳으로 안내해 드릴게요.”
“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혹시 저녁에 가보고 싶은 곳 계시나요?”
저녁 식사 이후에 시간이 있느냐는 서현준의 말에 리리나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노래방이요.”
“노래방. 좋네요. 가죠.”
“예? 지금이요?”
“맛없는 음식을 먹고 있는 것만큼 인생의 낭비가 없는 법이죠.”
지금의 리리나는 그 어떤 맛집에서도 제대로 맛을 느끼지 못할 상태였지만 서현준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환상적인 저녁을 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 * *
눈을 뜬 현준은 낯선 곳임을 확인했다.
“호텔인가?”
푹신한 침대와 이불에 자기 집도 서대영 회장의 집도 아님을 안 현준은 일어나기 위해 몸을 일으켜 세우다가 옆에 누군가가 자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자신이 덮고 있는 이불을 들어 올리자 알몸이었다.
사고 치지 말라고 경고를 했음에도 사고를 친 서현준에 인상을 찡그렸지만 서현준의 사생활까지 관여할 건 또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놀다가 원나잇이라도 한 모양이군.’
이미 사고가 났으니 되돌릴 수도 없고 후회를 해 봐도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부스럭거리며 일어서는 현준에 옆에서 곤히 잠들어 있던 여인도 잠이 깼다.
햇살이 비추는 현준의 나신을 본 그녀는 이내 비명을 질렀다.
“꺄아악!”
“…….”
여인의 비명에 담담히 뒤돌아본 현준은 이내 그녀의 사과를 들어야 했다.
“죄…… 죄송해요. 서 대표님!”
“리리나 팀장님?”
현준은 붉어진 얼굴을 한 채로 이불로 몸을 가리고 있는 리리나를 볼 수 있었다.
그제야 현준은 서현준이 누굴 건든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리리나 팀장하고 저녁 회식 있다고 했었지.’
하필이면 여자를 꼬셔도 감당하기 쉽지 않은 여자를 꼬셨다는 생각이 드는 현준이었다.
그냥 서현준의 원나잇이라면 그냥 옷을 입고 나가 버려도 되었지만 그럴 수 없는 상대였다.
“먼저 씻겠습니다.”
“예? 아! 예! 그러세요.”
어제 서현준이 얼마나 마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속이 니글거리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일단 몸을 씻고 난 뒤에야 제대로 머리가 굴러갈 것 같았다.
그렇게 현준이 샤워장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리리나는 어제의 일이 떠올랐는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아! 어떻게!”
서현준과 신나게 논 리리나였다.
너무 신나게 논 덕분인지 호텔까지 와서 치맥 파티를 즐기다가 사고를 쳐 버린 것이다.
“헤헤! 몸매 좋으시다.”
조금 전에 본 현준의 몸매에 리리나는 눈 호강을 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아래만 수건으로 가린 채로 나온 현준에 리리나는 다시 몸이 굳어졌다.
“씻으세요. 밥이나 먹으러 가죠.”
“아! 예!”
어제처럼 텐션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꽤나 듬직한 현준에 리리나는 몸을 옷으로 가린 채로 황급히 샤워실 안으로 들어갔다.
샤워를 마치고 샤워 가운을 입은 채로 나오자 현준은 옷을 갈아입은 채로 리리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옷은 스타일러 안에 있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세탁을 지금 당장 하기는 어려웠기에 호텔 방 안에 있는 스타일러에 리리나의 옷을 넣어 둔 현준이었다.
그렇게 현준의 배려에 옷을 갈아입고서는 거실로 나온 리리나는 현준을 따라 호텔을 나섰다.
“속 많이 쓰리시죠?”
“괜찮아요.”
“나만 쓰린가?”
“저도 조금.”
현준 앞에서 정신이 없어서 그렇지 리리나도 어제 평소 주량보다 훨씬 넘겨서 마셨다.
리리나도 속이 별로 좋지 않아 보이는 것에 현준은 그녀를 데리고서는 가까운 해장국집으로 데리고 갔다.
“어! 여기가 소개해 준다는 맛집인가요?”
“그런 건 아닌데 숙취 해소에 괜찮은 집이어서요. 나중에 더 맛있는 곳 안내해 드릴게요.”
“기대할게요.”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리리나는 현준에게 바짝 다가서서는 미소를 지었다.
실수한 것은 맞았지만 성인 남녀 사이에서 있을 수 있는 실수였다.
다만 이 실수가 특별한 인연이 될지 안 될지는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달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