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215
215화
215.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 서현준은 거실에 서대영 회장이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일찍 퇴근했네.”
“…….”
서대영 회장은 아직 결혼은 하지 않았다지만 응석 부릴 나이는 한참 지난 자신의 막내아들을 빤히 바라보았다.
장난기 가득한 표정이었다.
“왜요? 내 얼굴에 뭐 묻었나? 혹시 잘생김?”
혼자 농담도 하며 잘 웃는 막내아들이었다.
아내는 살가운 막내아들의 행동에 기뻐하는 듯했지만 서대영 회장은 자신의 막내아들이 뭘 잘못 먹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혹시나 여우 요괴가 자기 아들의 탈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건 서대영 회장이 생각해도 웃기는 일이었다.
“퇴근했냐?”
“아우! 일이 너무 많아서 힘들어 죽겠네요.”
푸념을 하는 서현준에 서대영 회장은 어리광은 적당히 부리라는 말을 하려다가 실제로 서현준이 일을 꽤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만일 서현준이 첫째였다면 호성 그룹을 두 형들이 아니라 현준에게 줘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일을 그렇게 막 벌이니까 그러는 거지.”
“구멍가게처럼 작게만 할 수는 없잖아요. 서대영 회장님 아들인데 아버지 체면은 세워 드려야죠.”
자신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 한다는 서현준의 말에 서대영 회장은 빈말이라도 기분은 좋아졌다.
“지 좋자고 하는 걸 뭘 이 아비 체면 이야기하냐.”
“나만 좋자고 하는 일인가요.”
“뭐 부탁하고 싶은 거 있냐?”
평소 하지도 않는 애교에 막내아들이 뭔가를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자신에게나 아내에게 별다른 부탁을 하지 않았다.
처음 사업을 하겠다고 얼마간 손을 벌리기는 했지만 경험을 위해 없어도 되는 돈이다 생각하고 주었다.
그걸 처음부터 성공시킨 뒤로 알아서 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또다시 손을 벌리려는 것에 서대영 회장은 막내아들이 좀 더 큰 사업을 해 보려는 것으로 생각했다.
막내아들이라 호성 그룹을 물려주지는 않을 생각이었지만 그렇다고 막내아들의 몫이 없는 건 아니었다.
“에이! 뭐 부탁은 아니고. 그냥 사랑한다고.”
“뭐?”
“아우! 피곤하다. 들어가서 자야겠다.”
서대영 회장은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막내아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향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실없는 소리를 하고 그냥 가는 모습에서 서대영 회장은 살짝 혼란스러웠다.
뭔가 자신이 알지 못하는 변화가 있는 듯한데 그것이 정확하게 뭔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서현준은 정말로 피곤했던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잠이 들었다.
하루하루가 너무나도 즐거워서 있는 힘껏 놀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현준이 과로를 할 듯이 일에 매달려 있기도 했으니 현준의 몸은 항상 피로가 가득했다.
이내 곯아떨어지는 서현준의 코 고는 소리가 거실까지 들릴 정도였다.
“현준이 왔어요?”
“어! 그래.”
“이게 엄마한테 왔다는 말도 안 하고!”
“피곤한 애 깨우지 마.”
당장 아들을 깨우려고 아들 방으로 가려는 아내에 서대영 회장은 말렸다.
“밥은 먹고 자야지.”
“애가 온종일 회사 일을 하는 것 같더라.”
“빨리 장가를 보내야 할 것 같은데.”
“맘에도 없는 소리 하네.”
서대영 회장의 말에 이연수 여사는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막내아들이라서인지 자신의 품 안에서 빨리 내보내고 싶어 하지 않았다.
다시 집으로 들어오자 무척이나 좋아하던 그녀였다.
성격까지 다정하게(?) 변해서는 딸이 생긴 것 같다고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녀도 막내아들의 코 고는 소리에 진짜로 깨울 생각은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자다 깨서 배고플까 걱정이 된 그녀는 부엌으로 가려고 했다.
“혹시.”
“응? 뭐요?”
“아니야.”
“아! 말해요! 나 궁금한 거 못 견디는 거 알잖아요!”
서대영 회장은 괜히 말을 꺼냈나 했지만 신경질을 내는 아내에 입을 열었다.
“혹시 현준이 뭐 이상한 거 없어?”
“무슨 이상한 거요?”
“현준이가 조금 변한 거 같아서.”
“왜요? 내 아들 아닌 것 같아서요?”
“누가 내 아들 아니래!”
젊은 시절 자신을 빼다 닮은 아들이었으니 아내의 말의 의미는 절대 아니었다.
“그럼 뭐요? 딱 봐도 어릴 때 성격 그대로구만. 당신 젊을 때도 딱 저 성격이었는데! 아줌마! 갈비찜 할 거니까 핏물 빼놔요!”
이연수 여사는 현준이 좋아하는 음식을 해 놓기 위해 주방 아주머니에게 외쳤다.
그러고는 남편을 바라보았다.
“현준이한테 허튼소리 하지 마요. 분명 경고했어요.”
서대영 회장은 현준의 변화에 대해서 자신보다 자신의 아내가 더 잘 알아채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내 배 아파서 낳은 내 새끼야. 내 새끼 아프게 하면 당신이라고 해도 가만있지 않을 거니까. 알아서 해.”
“누가 내 새끼 아니래. 그냥 좀 아픈 거 같아서 그러지.”
“…….”
이연수 여사는 남편을 무섭게 노려보고서는 그대로 부엌으로 향했다.
현준이 좋아하는 갈비찜 냄새가 집 안에 가득 찼다.
서대영 회장은 다 큰 현준이 좋아했던 것이 아닌 어렸을 때 현준이 좋아했던 음식임을 떠올렸다.
다 크고 나서는 너무 달다며 싫어하던 갈비찜이었다.
서대영 회장은 왠지 모르게 답답하고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아들이 멀어지고 결국에는 사라져 버릴 것 같다는 불안함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신에게서 아들을 빼앗아 가는 자가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막으리라는 것이었다.
서대영 회장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어서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
하지만 생각나는 두 명 중 누구에게 전화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아 고민했다.
그러다가 결국 두 아들 중 한 명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다. 내일 내 사무실로 와라.”
일방적인 통보를 마치고 전화를 끊은 서대영 회장은 결국 잠에서 깨지 않은 서현준 때문에 아내가 만든 갈비찜을 다음 날 아침에 먹게 되었다.
* * *
이제는 익숙한 방의 천장에 현준은 다시 서현준의 인격이 깨어났음을 깨달았다.
꽤 피곤했던지 옷을 입은 채로 침대 위에 잠들어 있었다.
자신의 방에 붙어 있는 샤워실로 들어가 샤워를 마치고서는 옷방에 들어갔다.
자신의 아파트와 똑같이 명품 옷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니 오히려 더 비싸고 좋은 옷들로 채워져 있었다.
이연수 여사가 아들을 위해 백화점에서 수시로 옷을 사서는 채워 넣는 옷방이었다.
적당히 옷을 입고서는 나오자 달달한 갈비찜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현준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갈비찜이었지만 서현준은 꽤나 좋아했다.
특히나 다소 속이 아릴 만큼 설탕이 많이 든 갈비찜이었다.
“아들! 일어났어?”
“어! 어머니. 잘 주무셨어요?”
차분한 느낌의 막내아들에 이연수 여사는 두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지만 이내 미소를 잊지 않았다.
“밥 먹어야지.”
“어! 예. 아버지는요?”
“아버지 서재에.”
본래라면 벌써 출근했을 서대영 회장이었지만 서현준이 집에 들어오는 날에는 아침밥을 같이 먹고는 했다.
이연수 여사는 내일은 현준이 집에 오지 않겠다는 것을 느꼈다.
“밥 먹고 가라. 밥 먹고.”
“예. 그럴게요.”
옷에 냄새가 밸 터였지만 현준은 식탁으로 향했다.
자리에 앉자 이내 푸짐한 갈비찜이 내어져 왔다.
그리고 한 쪽에는 현준이 좋아하는 담백하고 시원한 콩나물국이 놓여 있었다.
서현준은 한 숟가락도 뜨지 않는 콩나물국이었다.
은연중 현준의 변화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들에게 기억되지 않기를 바랐다.’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복수가 끝나고서는 사라지고자 했다.
서현준이 전생에 자신과 어떻게 연관되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호성 그룹과의 다른 이들과는 무관하다고 여겼다.
‘아니. 무관하진 않겠네. 호성가의 몰락을 내가 시작했으니.’
아중 그룹의 성장에 호성 그룹은 꽤나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호성 그룹을 집어삼켜 아중 그룹이 성장을 한 것이다.
오진호는 선두에서 호성 그룹을 집어삼키는 데 공헌을 했으니 현준은 호성 그룹과 호성가에 원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금의 생에서는 일어나지 않은 일이었으니 원죄라고 할 건 없었다.
잊었던 것인지 잊어버리고자 했던 것인지 호성가와 자신의 일을 오랫동안 외면하고 있었다.
호성가의 입장에서 오진호는 원수라고 할 수 있을 터였다.
그 때문에 더욱더 호성가의 사람들과 거리를 두려고 했는지도 몰랐다.
“잘 잤냐?”
“예. 아버지.”
상념에 잠겨 있던 현준은 식당으로 나온 서대영 회장의 말에 황급히 대답했다.
어제와는 다른 분위기를 서대영 회장도 느꼈지만 아내의 잔뜩 힘이 들어간 눈동자에 내색을 하지는 않은 채로 자리에 앉았다.
“자! 먹자. 첫째나 둘째도 한 번씩 집에 와서 밥 좀 먹으라고 그래.”
“알았어요.”
서대영 회장의 말에 이연수 여사가 심통하니 대답을 했다.
그렇게 다소 무거운 식사 시간이 되었고 현준은 콩나물국에 먼저 손이 가려다가 갈비찜을 집어 들었다.
이연수 여사가 무척이나 고생하며 차려줬을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맛있지?”
“그러게. 우리 엄마 갈비찜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네. 우리도 식품 회사 하나 차려서 갈비찜 레토르트 하나 내야 하는 거 아닌가?”
“어머! 호호호! 여보. 어때?”
“큼! 김 실장한테 한번 검토해 보라고 해야겠네.”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아들과 남편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지는 이연수 여사였다.
그렇게 식사가 끝나고 후식이 나왔다.
이미 출근할 시간으로는 다소 늦어졌지만 말없이 현준의 눈치를 보고 있는 서대영 회장과 이연수 여사에 현준은 입을 열었다.
“옛날에 저 아픈 적 있었잖아요.”
“어?”
“큼! 그래. 고등학생 때 말이지?”
“예.”
현준이 과거 죽다 살아났을 때의 이야기를 하자 이연수 여사는 불안해하고 서대영 회장은 괜찮은 듯하면서도 막내아들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신경을 집중했다.
“그때 사람이 바뀐 것 같지 않으셨어요?”
“…….”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
“깜빡깜빡 기억이 끊길 때가 있어요.”
현준의 말에 몸을 떨기 시작하는 이연수 여사였다.
“병원에는 갔다 왔니?”
“아마 죽을 뻔한 상황에 대한 반작용으로 새로운 인격이 생긴 것일지도 모른다고 하더군요.”
“그…… 그럼 지금이 그때 생긴 인격인 거니?”
“예. 그리고 위험 때문에 잠들었던 인격이 이제 다시 깨어나는 듯해요.”
“그런다고 니가 우리 아들이 아니란 건 아니다.”
그것이 중요했다.
새로운 인격이라고 해서 부정될 건 아니었다.
다만 두 개의 인격이 공존하게 될지 아니면 두 개의 인격 중 하나가 사라질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렇게 현준이 어떤 상황이든 서대영 회장과 이연수 여사가 이해 못 할 일은 사라졌다.
어차피 알려지게 될 것이라면 현준이 선수를 치기로 한 것이다.
혹시라도 말도 안 되는 사고를 치면 그건 현준이 아닌 서현준의 인격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어떤 인격이든 호성가로서는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서대영 회장은 이 사실을 자신의 두 아들에게도 알렸다.
서대영 회장의 성화로 뇌 신경학과의 교수에게 진료를 받아야 했지만 교수도 이런 일은 겪어 보지 않았기에 현준의 말과 같은 진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최악의 상황에 두 인격 중 하나가 사라질 것이라는 말에 서대영 회장과 이연수 여사는 신음을 흘려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