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217
217화
217.
현준의 고등학교는 국내에서는 꽤나 명문 고등학교였다.
졸업을 한 지도 10년이 넘어가고 있었고 동창인 철호와의 대화로 현준은 동창회를 열기로 했다.
학교에 연락해서 동창 졸업생들의 연락처를 받은 서현준은 동창회를 열겠다며 연락을 돌렸다.
물론 직접 한 것은 아니고 회사 직원에게 시켰으니 사적인 일로 부려 먹는 것이었다.
비용은 전부 서현준이 내기로 했다.
호텔의 연회장을 통째로 빌리기로 하고 은사까지 초대하는 등 제법 돈을 많이 쓰기는 했지만 돈 걱정을 할 서현준은 아니었다.
“문제는 동창회를 할 때 내가 될지 그놈이 될지 알 수가 없다는 건데.”
서현준은 자신이 힘들게(?) 준비한 동창회를 자신이 아닌 현준이 즐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인상을 찡그렸다.
대체 어떤 계기로 인격이 바뀌는 것인지 정확하게 알 수가 없었다.
당장에라도 자신의 인격이 몸을 완전히 지배하고 다른 인격은 사라지거나 깊은 심연 속으로 잠들지 않을까 했지만 상당 기간 함께 공존해야 할 듯했다.
그나마 서현준에게 다행인 건 현준이 잠드는 시간이 점차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세영과 오진호의 결혼 생활이 무난하게 유지가 되면서 현준의 존재 이유가 점차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으니 현준이 당장 사라질 건 아니었다.
어차피 오진호가 아중 그룹에 이용당하다가 버려지는 시기는 아직 상당히 남아 있었다.
아직 현준이 세영이 오진호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서현준도 세영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었기에 굳이 알아볼 생각도 없었다.
“다들 연락이 갔나 모르겠네.”
연락을 받은 친구들이 연락처가 바뀌어 연락을 받지 못한 친구들에게도 연락해서 동창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리기는 했을 터였다.
그렇게 올 가능성은 없었지만 세영에게도 연락은 갔을 터였다.
“이번에는 내가 진짜 가고 싶은데. 그놈한테 부탁을 해 볼까? 그놈 성격상 아무래도 동창회에는 갈 리가 없는데. 한번 부탁을 해 봐야겠네.”
서현준은 혹시라도 현준으로 바뀌면 동창회 날짜에는 자신으로 바꿔 달라는 부탁을 한 영상과 편지를 써서는 휴대를 하고 다녔다.
물론 현준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인격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었지만 그만큼 서현준은 동창회에 참석하고 싶어 했던 것이다.
그렇게 동창회가 열리는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서현준은 조마조마해졌다.
분명 바뀔 때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준의 인격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하! 미치겠네! 이러다가 내일 바뀌면 안 되는데!”
어찌나 동창회에 가고 싶었던지 한동안 그 좋아하는 클럽도 안 가고 술도 안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분명 현준이 나와야 하는데 안 나오니 불안하기까지 한 것이다.
혹시나 현준의 인격이 완전히 사라졌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서현준은 아직 자기 몸 안에 다른 인격이 잠들어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사고를 치는 순간 서현준 자신의 삶이 끝나게 될 것도 알고 있었다.
아직 이를 드러내기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 컸다.
그렇게 동창회 날짜가 되었고 서현준으로서는 다행스럽게도 서현준인 상태였다.
“좋았어! 동창회 간다!”
자신의 힘(?)으로 일군 자신의 멋진 모습을 동창생들에게 뽐내야만 했다.
재벌 3세였지만 잘난 집에서 태어난 것 말고는 없는 서현준이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전부라고 할 수 있을 만했지만 금수저들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은 기본이고 그 이상의 업적을 가지고자 했다.
서현준은 그런 면에서 지금의 업적이 꽤나 만족스러웠다.
재벌들도 다른 것은 다 가질 수 있지만 학벌은 쉽지 않았고 자기 손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나 같이 금수저들과 은수저들이 모인 세화 고등학교의 동창회에서 서현준은 주인공이 되기에 충분했다.
* * *
“아이고! 이게 누구야? 잘 지냈냐?”
“오! 왔냐? 이거 10년이 넘게 지났는데 똑같네. 하하하!”
“너도 똑같네. 음! 조금 많이 쾌활해진 것 같다.”
“반가운 친구들 만나서 그런 거지. 하하하!”
서현준은 하나둘씩 동창생들이 모이기 시작하자 동창생들을 환대했다.
친한 사이들끼리는 계속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지만 졸업 이후 처음 만났던 이들은 다들 반가운 동창 친구들의 모습에 즐거워했다.
“야! 너는 요즘 뭐 하고 사냐?”
“뭐하긴 그냥 회사 들어가서 살고 있지.”
“결혼은 했고?”
“아직. 너는?”
“아! 다음 달에 결혼해.”
“결혼식 한다고 알리려고 나왔구만.”
“에이! 그건 아니지만 오면 고맙지.”
다들 결혼 적령기였기에 결혼을 한 이도 있었고 결혼을 곧 할 이도 있었다.
그렇게 다들 여느 동창회와 크게 다를 바 없이 현재의 근황 이야기를 하다가 과거의 추억을 꺼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야! 서현준 고생 많이 했다.”
“뭐 이 정도 고생은. 다들 만나서 반갑네. 그래도 바쁜지 다 오진 못했네.”
서현준은 동창생들 전부가 다 모이진 못했다는 것에 이번에는 너무 급하게 하느라 홍보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준이 너는 결혼 언제 하냐?”
“결혼? 여자가 있어야지 결혼을 하지.”
“너한테 여자가 없다는 것이 말이 되냐? 학창 시절 때부터 너 좋다고 쫓아다니던 애들이 한둘이 아니었는데.”
“하하하! 뭐 그러긴 했는데. 지금은 아니야.”
“세영이하고 너하고 본래 결혼하기로 되어 있기도 했잖아.”
“뭐 그렇긴 한데 걔는 웬 놈팡이 같은 놈하고 결혼했잖아.”
서현준은 친구들하고 대화를 나누다가 세영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어머! 니들 그거 못 들었어?”
“뭔 소리?”
“세영이 남편 교통사고 당해서 지금 식물인간이라던데.”
“뭐? 오진호가 지금 식물인간이라고?”
서현준은 여자 동창생 중에 하나의 말에 금시초문이라는 듯이 의아해했다.
“어! 트럭이 세영이 남편 타고 있던 차를 덮쳐서 죽지는 않았지만 식물인간 상태라고 하던데.”
“야! 세영이 어떻게 하냐? 세영이 안 왔지?”
“올 정신이 없을걸.”
다들 세영의 사정을 듣게 되어서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세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지금의 서현준으로서는 오진호에 대해서 아는 바는 거의 없었다.
세영과 결혼을 했고 현준과 어떤 관계가 있다는 사실만을 알고 있었다.
현준의 기억을 흡수한다고는 하지만 아직 완전하지도 않았고 현준 자신이 굳게 지키고 있는 핵심적인 기억은 서현준의 인격과 공유될 성질이 아니었다.
‘멍청한 년. 그러게 그런 놈을 왜 선택해서.’
서현준은 세영의 불행에 혀를 찼다.
잠시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지만 잠시 후 철호가 동창회장 안으로 들어왔다.
“어! 철호야! 왔냐!”
“어! 서…… 서현준?”
“그럼. 나지. 전에 같이 클럽 가서 놀았던.”
“아!”
철호는 과거의 서현준임을 알아보고서는 어정쩡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초대 연락을 받았지만 오는 것은 꽤 고민했었다.
그래도 혹시나 자신과 같은 동창인 민지영도 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 찾아온 것이다.
물론 미국에 있는 민지영이 동창회에 와 있을 가능성은 없었고 꽤나 넓은 동창회장에서도 민지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야! 축하한다. 경기 잘 봤다.”
“어. 고마워.”
철호가 동창회장에 들어오자 동창생들이 그에게 다가왔다.
메이저 스포츠도 아니었고 아직 챔피언도 아니었지만 동창생 중에서 그나마 가장 유명세를 가지고 있는 철호였다.
“철호야. 오랜만이야.”
“어.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너 조금 달라졌다.”
“응? 뭐가?”
“옛날에는 좀 거칠었는데.”
꽤 조심스러운 말에 철호는 황급히 사과했다.
“아. 미안하다. 내가 어릴 때는 많이 괴롭혔었지. 어떻게 사과를 해야 할지 모르겠네. 정말 미안하다.”
“하! 미안한지는 아는 모양이네.”
“야. 진우야.”
“아! 좀 놔 봐!”
동창생 중에 과거 철호에게 당했던 것이 있는 친구가 철호에게 비아냥거렸다.
현준도 철호와 크게 다를 바는 없었지만 현준에게 당한 것이 있는 동창생들은 현준이 주최한 동창회에 아예 참석하지 않았지만 철호에게만 당한 이들 중 몇몇은 참석을 한 것이다.
“요즘 학폭 미투 유행하던데. TV는 나오지 마라.”
친구의 경고에 철호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업보였다.
현준이 아니었다면 종합 격투기는 시작하지도 않았을 터였다.
“미안하다.”
“이제 와서…….”
“에헤이! 그만! 그만. 진우야. 내가 사과할게. 뭐 변명 같이 들리겠지만 철호도 옛날 일은 많이 반성하고 있고 파이트 머니 받으면 기부도 많이 해. 청소년 애들한테 재능 기부도 많이 하고 있고.”
“현준아.”
“가만히 있어 봐라. 철호야.”
서현준은 자신의 회사의 중요 상품이 상처를 입는 것을 원치 않았다.
“뭐 그런 걸로 상처 입은 마음이 해결 안 되는 건 알지. 야! 나도 군대 갔다 음! 그래. 갔다 왔었지. 이게 트라우마가 장난 아니더라고. 진우 너도 군대 갔지?”
“어? 아니. 나는 안 갔지.”
“아? 그래? 뭐 몸이 안 좋으면 그럴 수도 있지. 아무튼 어디까지 이야기했더라? 아! 맞다! 일단 한잔하자. 자! 다들 잔 들어라! 잔 들어!”
서현준은 진우의 어깨를 자신의 팔로 감싸면서 술잔을 들어 올렸다.
그런 서현준에 다들 술잔을 들어 올렸다.
오늘은 반가운 친구들을 만난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렇게 밤늦도록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과하게 즐겼던 것인지 서현준은 매우 만족해하며 잠이 들었다.
* * *
다음 날 아침 지끈거리는 숙취로 현준이 눈을 떴다.
“이 자식. 적당히 하라니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 전부 토할 만큼 술을 많이 마신 서현준이었다.
“엄청나게 즐거웠나 보군.”
무척이나 만족한 듯한 서현준의 기분을 현준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결국 현준은 숙취로 인해 그날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로 가만히 누워 있어야 했다.
그나마 동창회에서 달릴 생각이었던 건지 다음 날이 토요일이어서 그다음 날인 일요일까지 쉴 수는 있었다.
“현준아. 밥 먹어야지?”
“아. 예. 먹을게요.”
속으로 뭐가 안 들어갈 상황이었지만 현준은 해장을 위해 콩나물국이라도 마시며 속을 달래었다.
그리고 이연수 여사에게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현준아. 너 그거 들었니?”
“뭘요? 어머니?”
“어! 말해도 되려나 모르겠는데. 세영이 남편 말이야.”
“오진호요?”
“어! 그래. 세영이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더라.”
“그래요?”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현준이었다.
오진호의 미래를 아는 현준은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해도 목숨과는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그렇게 가벼운 부상 정도일 것으로 생각하며 지끈거리는 머리를 어루만지고 있을 때 이연수 여사로부터 뜻밖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식물인간이 되었대.”
“…….”
현준은 오진호가 식물인간이 되었다는 말에 숟가락을 움직이는 걸 멈추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현준아! 어디 가니?”
“해야 할 일이 생각이 나서요.”
“밥은 다 먹고 가지.”
“속이 안 좋아서요.”
현준은 오진호가 입원해 있는 병원을 알아내고 병실까지도 알아냈지만 오진호의 상태를 직접 보지는 못했다.
김무연 회장이 경호원들을 시켜서 병실을 지키게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