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219
219화
219.
“아이고! 속이야. 속 안 좋을 때는 그놈일 때면 좋은데. 하! 일도 밀려놓고 이게 뭐야? 이게.”
서현준은 자신의 책상에 쌓여 있는 일거리와 함께 숙취로 고생을 하고 있었다.
물론 숙취는 자신이 전날 퍼마신 것 때문이었지만 웬만큼 마시고 나면 현준으로 돌아가 있었기에 부담 없이 마셔 왔던 서현준이었다.
그렇게 지끈거리는 머리와 숙취를 숙취 해소 음료로 달래며 자신이 처리해야 할 서류를 대충 뒤적였다.
하지만 역시나 뭘 해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기에 대충 결재 서류에 자신의 사인을 그려 넣기만 했다.
그러던 중에 대표이사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덩치 커다란 남자가 한 명 들어왔다.
“형님!”
다들 대표님이라고 부르는 와중에 유독 한 명만 현준을 형님이라고 불렀다.
“어! 구역이냐?”
“예. 형님. 저 가기 전에 인사드리려고 왔습니다.”
현준이 서대영 회장의 저택에서 지내면서 강구역과 만날 시간이 드물어졌다.
더욱이 강구역도 다음 경기가 있었기에 현준과 만날 시간이 없었다.
“어디 가?”
“예? 어디긴요. 일본으로 경기하러 가죠.”
“어? 아! 아! 맞다! 내 정신 좀 봐. 언제 하지?”
“이번 주 금요일이요.”
지금이 월요일이었으니 모레 일본으로 가서 현지 적응을 하고 금요일 저녁에 경기를 하려는 듯했다.
물론 비행기로 한 시간이면 충분히 도착도 할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여서 시차 적응은 필요치 않았다.
“아! 그래?”
자신의 프랜드 컴퍼니의 주력 사업 중의 하나였지만 격투기 경기를 제대로 본 적은 없는 서현준이었다.
대부분 현준으로 바뀌어 있었기도 했기에 서현준은 강구역을 빤히 바라보았다.
“이길 수 있냐?”
“당연히 이겨야죠. 형님.”
“그치! 일본 놈한테 지면 안 되지!”
서현준도 한국인은 한국인이어서 다른 경기는 몰라도 일본과의 경기는 이겨야 한다고 여기고 있었다.
철호보다 더 기대가 된다는 재능의 소유자인 강구역이었다.
질 것 같지는 않은 강구역에 서현준은 강구역을 빤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너 나중에 영화배우 한번 해 볼래?”
“예? 영화배우요?”
“어. 그 있잖아. 마동수 형님처럼.”
“아! 그 형님. 좋죠. 헤헤! 그런데 제가 될까요?”
“일단 챔피언 되면 가능성이 조금 있지 않겠냐?”
“헤헤! 저야 뭐 형님이 하라고 하면 해야죠.”
흉악한 덩치와 얼굴과는 달리 순박하게 웃는 강구역에 서현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 되면 나도 구경하지.”
“예? 형님께서 오신다구요? 전에 바쁘시다고.”
“바빠도 동생 경기하는데 안 갈 수가 있나. 뭐 일본 가까우니까. 당일에 갔다 하룻밤 보내고 돌아와도 되지.”
“형님 오시면 절대 지면 안 되겠네요.”
“새끼가. 당연하지. 너 지면 가만 안 둘 테니까 무조건 이겨. 알았냐?”
“예! 형님!”
“그래. 이기고 내가 좋은 곳에서 술 한 잔 산다.”
“감사합니다! 형님!”
“아! 참 철호는 요즘 뭐하냐?”
“철호 형님이요? 미국 가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아! 그래? 알았다.”
틈틈이 미국에 가서 민지영을 찾고 있는 철호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민지의 촬영 현장에 가 있었다.
서현준은 철호에게 민지영의 행방을 알려주기로 했던 것을 떠올렸다.
강구역이 대표이사실을 나가고 난 뒤에 서현준은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기억을 더듬어 현준이 사용하는 비밀 메일 사이트로 들어간 서현준은 이내 계정과 비밀번호를 적는 칸을 보았다.
계정은 기억하고 있었다.
“문제는 비밀번호인데. 뭐였더라?”
어렴풋이 떠오르는 비밀번호를 입력해 보는 서현준이었다.
이 비밀 메일만 열면 현준의 비밀에 대해서 알 수 있을 터였다.
서현준은 이지 그룹이 현준의 소유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마디로 서현준 자신의 소유이기도 한 것이다.
다만 그 접근 방법을 서현준이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연결 고리만 찾으면 돼. 연결 고리만.”
키보드 타자 소리와 함께 비밀번호를 적어넣은 서현준은 엔터키를 경쾌하게 눌렀다.
“제길!”
현준이 그렇게 허술할 리는 없었다.
서현준의 인격이 되살아났을 때부터 현준은 비밀 계정의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않았다.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하도록 무작위에 의한 번호로 정하고 해당 번호를 특정 장소에 보관하며 서현준의 능력으로는 열 수 없는 퍼즐을 만들어 봉인했다.
한 번 비밀번호를 사용하고 난 뒤에는 새로운 비밀번호를 만들고 새로운 장소와 퍼즐을 통해 보안을 유지하고 있었다.
물론 서현준이 똑똑한 이를 통해 퍼즐을 풀 수도 있었기에 2중의 잠금장치까지 마련해 뒀다.
꽤나 번거로운 일이었지만 서현준은 자칫 비밀 메일의 계정 자체가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서는 더는 모험을 할 수가 없었다.
현준의 비밀 계정에 접근하려고 한다면 서현준이 가진 모든 것을 빼앗아 가겠다는 경고를 했다.
단순히 엄포로만 끝난다면 모르겠지만 현준이 그냥 엄포로만 끝낼 존재가 아님은 서현준도 알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기에 서현준도 과한 모험을 할 수는 없었다.
“기억이 결국에는 다 떠오를 거다. 다. 기억만 다 떠오르게 되면 전부 내 거야. 전부 다.”
서현준은 미소를 지었다.
호성 그룹은 자신의 것으로 할 수 없었지만 이지 그룹을 손에 넣는다면 더 이상 아쉬울 것도 그리고 두려울 것도 없었다.
“그나저나 오진호라.”
세영의 남편인 오진호가 의식을 차리지 못한 채로 계속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서현준이었다.
아중 그룹의 상황에 대해서는 서현준도 알고 있었다.
“세영이와 결혼을 하면 아중 그룹을 차지할 수 있다.”
일본의 방송 재벌인 아모르 마사카의 손녀인 리리나와도 하룻밤을 보낸 서현준이었다.
술김에 일어난 상황이기도 하고 그 정도로 리리나와 결혼을 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물론 데릴사위 따위는 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뭐 안 되면 차선책으로는 쓸 수 있겠지. 세영이냐 리리나냐.’
서현준은 비밀 메일 사이트를 끄면서 세영과 리리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차선책도 생각을 했다.
한쪽은 확실하게 대기업을 손에 넣을 수 있지만 흠이 있었고 다른 한쪽은 흠은 없지만 확실하게 대기업을 손에 넣기에는 부족한 패였다.
프렌드 컴퍼니가 잘 굴러가고 있었지만 서현준은 그것만으로는 자신에게 매우 부족하고 작다고 생각했다.
최악의 경우 이지 그룹을 손에 넣지 못할 때를 고려해야 했다.
현준이라면 이지 그룹을 서현준 자신에게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 빌어먹을 놈이 뭔 수작을 부려놨을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단 말이지.”
현준의 모든 것을 다 기억해 낼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연신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 * *
김무연 회장은 한 식당에서 누군가를 기다렸다.
“참 세상일이라는 것이 빌어먹게도 잘 안 풀린단 말이지. 사력을 다해 발버둥을 치고 발악을 해야 겨우 원하는 대로 흘러가게 방향을 잡아 줄 수 있지.”
대기업의 재벌 총수조차도 세상사는 쉽지 않았다.
누군가를 기다릴 위치도 아닌 김무연 회장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이내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황급히 식당 방 안으로 들어왔다.
“아버지. 늦어서 죄송합니다. 차가 밀려서요.”
“아니다. 젊은 사람이 일하다 보면 그럴 수 있지.”
“세영이 일은 안타깝게 되었습니다.”
서현준은 김무연 회장의 맞은편에 앉으며 세영의 일에 대해서 안타깝게 여긴다고 말을 했다.
“순리대로 하지 않아서 그런 거지.”
꽤나 의미심장한 말을 하는 김무연 회장이었다.
김무연 회장은 빤히 서현준을 바라보았다.
아중 그룹의 분열에 가장 큰 일조를 한 이 중의 한 명이 서현준이었다.
그것이 서현준이 의도를 한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만일 의도한 것이라면 꽤나 무서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야. 그 정도는 아니야.’
애써 무시하는 김무연 회장은 어릴 때 자식처럼 대했던 서현준과 식사를 시작했다.
“서 회장은 잘 지내시고?”
“예. 아버님은 잘 지내고 계십니다.”
“요즘 집으로 들어갔다며.”
“예. 형님들 다 독립하고 하니 부모님께서도 적적해하시기도 하고 저도 당장은 결혼 생각은 없다 보니 집이 편해서요.”
“아직 여자 친구가 없나?”
“진지하게 만나는 사람은 없습니다.”
서현준이 난봉꾼이라는 것은 김무연 회장도 알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만나는 여자들은 즐기기 위한 여자들이고 결혼까지 생각하는 진지한 만남은 역시나 다른 법이었다.
“세영이는 괜찮습니까?”
“충격이 없을 수는 없겠지. 자네처럼 좋은 남자 만나면. 아! 말이 그렇다는 거네. 그러다 보면 충격도 사라지는 법 아니겠나?”
“뭐 시간이 해결해 줄 일이지요. 과거가 뭐 중요하겠습니까? 현재가 그리고 미래가 중요한 법이지요.”
“그렇지. 미래가 중요하지. 아직 살날이 많이 남았으니 말이야.”
둘 다 제대로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속내를 은근히 드러내며 대화를 이어갔다.
“난 자네를 아들처럼 여겼네.”
“저도 아버지처럼 대했습니다.”
“그럼. 잘 알지. 조만간 서 회장하고는 한번 밥이나 먹어야겠어.”
“제가 말씀을 드려 보겠습니다.”
“허허허! 자네가 그렇게 도와주면 나야 좋지.”
“중요한 것은 세영이 건강 아니겠습니까? 아버지나 어머니도 무척이나 걱정을 하고 계십니다.”
“그래. 서 회장이나 자네 어머니도 세영이를 참 이뻐했는데. 어디서부터 이렇게 잘못된 건지.”
“잘못이야 고쳐나가면 되는 것이죠. 살다 보면 실수를 할 수도 있는 거고. 실수를 했으면 빨리 되돌려야 상처가 빨리 아무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그래. 우리 현준이가 이제 다 컸구만. 아니지. 내가 자네를 너무 어리게 봤었나?”
“하하하! 제 기저귀도 갈아 주신 분 아니십니까. 어른들의 눈에는 자식들이 다 커도 어리게만 보이는 법이지요.”
서현준의 말에 김무연 회장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한 잔 받으시죠.”
“그래. 이리 기분 좋은 날 한 잔 받아야지.”
서현준은 김무연 회장의 잔에 술을 따랐다.
그렇게 믿음직한 서현준을 보며 김무연 회장은 자신이 조금 더 강하게 세영의 결혼을 말렸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세영의 임신은 절대 말을 할 수 없었다.
만에 하나라도 그 사실이 서현준의 귀에 들어가면 완전히 망칠 수 있는 것이다.
‘아니. 너무 무리한 짓인가. 후우!’
과연 숨길 수 있는 일이기는 한가 싶기도 했으니 김무연 회장의 가슴은 답답해져 왔다.
어떻게든 세영을 빠르게 설득해서 매듭을 지어야만 했다.
늦으면 늦을수록 세영의 앞날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다.
김무연 회장은 최대한 입단속을 시키면서 한 달이 가까워지도록 깨어나지 않고 있는 오진호에 그의 부모와도 대화를 나누었다.
오진호의 부모도 세영의 배 속에 있는 아기를 알고 있었지만 때가 되면 유산을 했다고 말하려는 것이었다.
세영을 설득하기 위해 오진호의 부모를 이용하려는 김무연 회장이었다.
처음에는 오진호의 부모도 받아들이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자기 아들이 깨어날 기미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며느리가 마냥 희생을 하게 놔둘 수는 없었다.
그들도 부모였기에 김무연 회장의 심정을 이해 못 하지는 않았다.
비난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비록 제 아들의 운명이 너무나도 비참하고 안타까웠지만 김무연 회장의 부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