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22
22화
22.
제법 넓은 야외 정원에 사람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
아중 그룹과 호성 그룹.
두 회장은 초등학교 때부터 동창 친구로 젊은 시절 절친이었고 지금도 꽤나 사이가 좋은 편이었다.
그렇게 젊은 날의 치기 어린 약속으로 아들과 딸을 낳으면 결혼을 시키자는 약속까지 했다.
다만 서대영 회장과 김무연 회장 모두 줄줄이 아들만 낳아와서는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렇게 아쉬워하던 중에 약속하기라도 한 것인지 늦둥이의 막내들을 아들과 딸로 낳았다.
두 그룹의 협력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도 좋아서 재계에서는 서로 다른 기업이지만 가족 기업으로 여기고 있기도 했다.
그렇게 두 가문이 혈연으로 이어진다면 정말로 가족 기업이라고 해도 무방할지도 몰랐다.
김무연 회장 저택의 넓은 정원에서는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이 열심히 클래식 연주를 하고 있었고 유명한 호텔 요리사들이 정원 한쪽에서 요리를 하며 파티 참석자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있었다.
술들도 제법 비싼 것이 오늘 저녁, 밤의 파티를 위해 꽤나 많은 지출을 했다.
“하하하하! 현준이가 스포츠 매니지 사업을 시작했다고?”
“아! 그렇다니까! 철호 알지? 박성구 전 의원 손자.”
“아! 알지! 우리 세영이하고 같은 고등학교 나온 애.”
“걔가 다음 달인가? 국내 챔피언 경기 한다더라고. 현준이가 그놈 자질 알아보고서는 투자를 했나 봐.”
“현준이도 운동하지 않았나?”
“하긴 했지. 하긴 했지만 뭐 현준이가 치고받고 싸우는 일을 해야겠나.”
“그건 그렇지.”
무슨 일을 하는 것보다 사업을 시작했다는 것이 중요했다.
설령 실패를 하더라도 실패가 성장을 위한 거름이 되어 준다는 것을 두 회장은 무척이나 잘 알고 있었다.
물론 그 실패의 밑거름은 자신의 가족들이 했을 경우이지 남인 직원들에게 용납되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피 같은 돈을 투자하는데 손해를 보게 만드는 이를 용납할 수 없었다.
결국 전생에서의 현준은 김무연 회장에게는 남이나 다를 바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나저나 군대에 언제 간다고 했지?”
“올해 말에 갈 예정인가 보더라고.”
“그냥 군대 가지 전에 약혼을 시켜 버렸음 싶네.”
“나도 그렇긴 한데.”
서대영 회장은 김무연 회장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준이야 군대 문제를 해결하고 난 뒤에 세영과 약혼을 하겠다지만 두 회장님은 마음이 조금 급한 듯했다.
물론 그렇게 된 것에는 현준이 클럽에서 여자들을 끼고 술을 마시는 행동 때문이기도 했다.
한창 왕성한 시기의 사내가 여자 좀 만날 수 있는 것이라는 건 둘 다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사고를 칠까 걱정이 되는 것이다.
김무연도 그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크게 내색은 하지 않았다.
김무연의 걱정을 서대영도 알기에 군대 가기 전에 약혼을 시켜 버릴까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렇게 두 가문의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서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다들 나잇대가 비슷하고 서열이 비슷한 급끼리 모여서는 공통사를 나누고 있었다.
호성 그룹의 후계자인 서영수와 아중 그룹의 후계자인 김자성이 그렇게 어울리고 있었고 둘째인 서정대와 김정수가 그렇게 어울리고 있었다.
서정대는 왠지 모르게 자신들을 피하는 듯한 김정수에 의아해하고 있었다.
“화장실 가고 싶냐?”
“어? 아니야. 화장실은.”
“요즘도 클럽 다녀? 너 가는 곳이 우리 현준이도 다니는 곳이라며.”
정수가 여자 좋아하고 술 좋아하는 것은 다들 알고 있었다.
현준이도 정수처럼 술과 여자에 빠져서 큰 형인 서영수도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나마 이번에 사업을 해 보겠다고 설치는 모습에서 영 망나니 생활은 안 하겠다는 생각이 들고는 있었다.
“아! 현준이도 오긴 한다고 하더라.”
“그래?”
“어! 나 요즘 일이 바빠서 클럽 안 간 지 제법 되거든. 현준이가 다니는 곳이 빌리언츠래?”
“그런가 보더라고. 옛날에 나도 한번 가 본 적은 있는데. 언제 한 번 내가 술 마시는 법 가르쳐야 하려나?”
“하하! 그래. 친형이 가르쳐 줘야지. 걔 술버릇 좀 있는 것 같더라.”
“뭐? 같이 마셔 본 적 없다며.”
“아! 소문! 소문!”
“그래. 그놈 학교 다닐 때 말썽을 부리긴 했지만.”
지금은 정신 차린 것 같다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 법이었다.
막내라 오냐오냐 키우다 버릇이 나빠지는 경우는 숱하게 볼 수 있었다.
서정대는 나중에 현준을 데리고 제대로 술 마시는 법을 가르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일은 잘되어 가?”
“에이! 뭐 다 그렇지. 요즘 건설 경기 별로잖아.”
“그렇긴 하지. 너도 고생이다.”
“고생은. 뭐.”
아중 그룹의 아중 건설 사장은 아니지만 임원으로 있는 김정수였다.
호성 그룹의 호성 건설 사장은 첫째인 서영수였으니 둘째인 서정대는 김정수와 겹치지는 않는 업계였다.
그렇게 왠지 모르게 눈치를 보는 것 같기는 했지만 크게 이상할 것도 없었기에 서정대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세영이를 보았다.
현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에 서정대는 세영에게 다가갔다.
‘현준이 녀석이 딸이었으면 내가 세영이하고 결혼을 할 뻔했지.’
나이 차이가 조금 있었지만 그 정도 나이 차이는 크게 문제가 될 건 없었다.
정대도 결혼을 한 지는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이구! 공주님. 오늘 우아하게 예쁜데.”
“정대 오빠.”
세영은 사람 좋게 웃으며 다가오는 정대에 미소를 지으며 맞아 주었다.
“왜 이렇게 예쁘게 컸어!”
“이렇게 예쁘게 컸는데 그렇게 나 버리고 장가 가 버렸어요?”
농담을 던지는 정대에 세영도 농담을 하며 입술을 삐쭉였다.
“에이! 우리 세영이를 버리긴 누가 버렸다고! 현준이는 어디 갔어?”
“아까 어머니들한테 혼나고 있던데요.”
“하긴 그놈 혼 좀 나야지. 그놈이 은근히 청개구리 같은 놈이라서 말이야.”
“맞아요.”
남자들에게야 그럴 수 있다고 하겠지만 여자들의 입장에서 현준의 행동은 다소 난봉꾼 같았다.
물론 워낙에 잘나서 주변의 여자들이 가만두지 않으려고 한다고 현준 보다는 주변의 꼬이는 여자들이 잘못이라고 이야기하고는 있었다.
“학교는 다닐 만해?”
“저 벌써 2학년이에요. 너무 늦게 물어보시는 거 아니에요?”
“아! 내 정신 좀 봐.”
서정대와 세영은 잡담을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보였다.
그리고 그런 서정대와 세영의 대화에 어머니들에게 시달리고 있던 현준은 입을 열었다.
“저기 저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어! 그래. 화장실 어딘지 알지?”
“예. 알고 있어요.”
현준은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는 말을 하고서는 김무연 회장의 저택으로 향했다.
김무연 회장의 저택 구조는 잘 알고 있었다.
한 번씩 인테리어를 싹 바꾸기는 하지만 집의 방을 바꾸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세영의 방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구조가 어떠한지는 잘 알고 있었다.
저택의 입구에 두 명의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지만 현준을 보자 고개를 숙이고 옆으로 비켰다.
사실상 김무연의 가족과 다를 바 없는 현준이었다.
‘전생에서는 더디게 비키더니. 지금은 아주 재깍재깍이네.’
집 지키는 개도 주인의 행동대로 행하는 법이었다.
저택 안으로 들어온 현준은 거침없이 세영의 방으로 향했다.
괜히 시간이 늦어지면 의심을 받을 수 있었다.
저택 안에서 일을 하고 있는 가정부 아주머니도 있었지만 현준을 보고서는 의심의 눈초리는 없었다.
“뭐 필요하신 거 있으세요? 도련님?”
“아니요. 화장실 좀 가려구요. 배가 조금 아프네요. 안쪽에 있는 거 써도 되죠?”
“예. 그러세요. 도련님.”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의심을 받지 않을 터였다.
현준은 머뭇거림도 없이 저택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저택의 입구 쪽과 김무연 회장의 서재 앞에는 CCTV가 있었지만 다른 곳에는 없었다.
어차피 김무연 회장의 서재 쪽으로 갈 생각도 없었기에 현준은 세영의 문 앞에 도착했고 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역시 잠겨 있네.”
이미 예상을 하던 일이었기에 현준은 호주머니에서 마스터키를 꺼내어서는 문의 자물쇠 구멍에 넣고 돌렸다.
철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제법 좋은 향기가 나며 고급스러운 방이 보였다.
현준은 전생 때의 기억이 나는 듯했다.
“그때는 좋았었는데 말이야.”
김무연 회장으로부터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세영과 풋풋하며 설레던 사랑을 할 때였다.
물론 지금은 원수도 그런 원수 사이가 아닐 만큼 악화되어 버렸으니 현준은 잠시 쓴웃음을 짓고서는 세영의 책상으로 걸음을 옮겼다.
꽤나 고급스러운 책상이었다.
어린 시절 지금은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사용하던 책상이라고 했다.
거의 문화재 같은 책상이었고 이런저런 비밀의 공간들이 존재했다.
세영은 이 비밀 공간에 자신의 비밀을 숨겨 놓고는 했다.
현준도 손을 댈 수 없는 곳이었지만 어떻게 작동을 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철컥! 철컥!
첫 번째 비밀의 공간을 열자 안에는 잡다한 것들이 있었다.
“두 번째인가?”
두 번째 공간을 열자 이번에는 보석들이 들어 있었다.
꽤나 값나가는 것들이었지만 현준은 보석들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기에 다시 닫았다.
“흐음!”
잠시 기억을 더듬어 세 번째 공간을 떠올려서는 문을 열었다.
그러자 안쪽에 책 하나가 들어 있었다.
“일기장인가?”
현준은 세영의 일기장으로 보이는 것을 꺼내어서는 살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사진이 들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건.”
세영의 어린아이 때의 사진이었다.
다소 빛바래 있었기는 하지만 해맑게 웃고 있는 세영의 아이 때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누구나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현준은 또 다른 사진에 남자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도 볼 수 있었다.
“난가?”
전생의 자신이 아닌 현준의 어린 시절 사진인 듯했다.
두 회장님이 절친이었기에 같이 찍은 사진인 듯했다.
“이런 것이 내 약점이라고 할 수는 없을 텐데.”
아이 때의 결혼 약속 따위로 약점이라고 할 것은 없었다.
현준은 대충 어린아이였을 때의 현준이 세영에게 크면 결혼을 하자는 약속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그만큼 어린아이 때의 세영은 귀여웠다.
현준은 일기장을 좀 더 살폈고 마침내 사진 한 장이 더 끼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사진에 현준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이거였나.”
사진은 꽤나 묘했다.
누군가를 구하는 것일 수도 있었고 누군가를 미는 것 같은 것일 수도 있는 사진이었다.
“서현준이 누군가를 죽인 건가?”
고등학교에서도 일진처럼 친구들을 괴롭히는 학생임은 알고 있었다.
현준은 사진을 품 안에 넣고서는 책상의 비밀 공간을 잠갔다.
두근! 두근! 두근!
자신이 한 짓은 아니었지만 지금의 자신의 몸이 행했을지도 모를 일이 살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심장이 세차게 요동을 쳤다.
그렇게 목표한 것을 얻었기에 그대로 세영의 방에서 나가려던 순간, 현준의 머릿속에 옛 기억이 떠올랐다.
-이 책 꽤 오래됐네.-
-그거 건들지 마!-
-왜?-
-건들지 말라면 건들지 마!-
짜증을 잘 부리는 세영이었지만 결혼 생활 중에 유독 화를 냈던 순간이 있었다.
현준은 세영의 심기를 건들지 않기 위해 건들지 말라던 책을 만지지는 않았다.
물론 의아함은 들었지만 다음 날 세영의 서재에 끼워져 있던 책은 어딘가로 사라져 있었다.
현준은 세영의 방에서 나가려다가 몸을 돌려 세영의 책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빠르게 책장을 훑은 끝에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책을 꺼내어서 펼치자 가운데가 텅 빈 공간이 있었고 그 안에 카메라 필름과 또 다른 사진이 들어가 있었다.
“꽤나 용의주도하시구만.”
현준은 카메라 필름과 또 다른 사진을 품 안에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