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220
220화
220.
오진호는 여전히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세영은 안정을 위해 입원해 있다가 갑갑함과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백화점을 찾았다.
“어머! 정말 잘 어울리세요.”
아직 임신 초기이기에 배가 나오지는 않았다.
아직 처녀 때의 몸매를 유지하고 있었으니 웬만한 옷을 입어도 문제가 없었다.
“이거하고 이거. 그리고 이것도.”
값비싼 명품 옷과 가방들을 손이 닿는 대로 자신을 따라다니는 백화점 직원에게 집어던졌다.
그런 세영의 모습에 명품관의 몇몇 여인들은 질린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뭔 돈이 저리 많아서 그걸 다 사?”
“저래 놓고 나중에 다 환불하겠지.”
“그렇겠지?”
세영이 재벌 3세인지를 모르는 여인들이었으니 세영을 보며 수군거렸지만 그녀들도 세영이 걸치고 있는 옷들이 하나같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부러움 반 질투 반이 섞인 표정으로 세영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세영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 번이나 입어 볼까 싶을 정도로 쇼핑을 한 세영이 다른 명품관으로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그녀의 눈에 한 남녀 커플이 보였다.
‘은희?’
자신의 사촌 동생인 윤은희였다.
오진호에게 꼬리를 치던 은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회사인 아중 물산에서도 퇴사를 했다.
그 뒤로 어머니에게서 사업가 출신의 남자를 만나 약혼을 했다는 말을 들은 것도 같았다.
물론 세영이 더는 신경 쓸 필요 없는 일이었다.
“오빠. 무겁지?”
“무겁긴. 우리 은희 다리 아프지? 잠시 앉아서 뭐라도 마시고 갈까?”
“그럴까? 오빠도 힘들 테니까.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세영을 발견하지는 못했는지 두 남녀는 그대로 사라졌다.
물론 세영이 은희를 발견하고서는 기둥 뒤로 살짝 숨어서이기도 했다.
세영은 숨고 나서야 자신이 숨을 이유도 없음에도 숨었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었다.
행복해야만 했다.
그 누구보다 행복해야 할 자신이었다.
쇼핑 따위로는 아무리 해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에 세영은 비참함마저도 느껴졌다.
오진호가 이대로 깨어나지 않는다면 어머니의 말처럼 자신의 아름다운 인생이 아까울 것 같았다.
순간 세영은 자신이 무서운 생각을 했다는 것을 떠올리고서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야. 그러면 안 돼. 그러면.”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점점 세영은 잔인한 결론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누군가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한 번만 더 설득을 하게 되면 그대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세영은 허전함에 영국에서 같이 유학 생활을 했던 철호의 누나에게 연락을 했다.
기분 전환을 위해 같이 수다나 떨려는 것이었고 세영의 부름에 철호의 누나인 진숙은 곧장 세영에게 달려왔다.
“세영아! 이제 좀 괜찮아?”
잔뜩 걱정을 하는 듯이 세영을 보자마자 괜찮냐는 진숙에 세영은 미소를 지었다.
“언니는 잘 지냈어? 요즘 뭐 했어?”
“나. 뭐 아빠가 시집이나 가라고 해서 요즘 선보러 다녀.”
“어머. 좋은 남자 만났어?”
“좋은 남자는 무슨. 다들 못생겨서. 어디 왕자님 없나.”
“언니 정도면 금방 좋은 남자 나타날 거야.”
“고마워. 그런데 아직 안 깨어나셨지?”
조심스럽게 물어 오는 진숙에 세영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 그러다가 안 깨어나면 어떻게 해?”
“깨어나겠지.”
“그래. 그래야지. 우리 세영이 그만 마음고생시켰으면 좋겠네.”
진숙의 위로에 조금 마음이 편해지는 세영이었다.
물론 진숙도 세영에게 극단적인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카페에 앉아 수다를 떨다가 문득 진숙은 세영에게 뭔가 떠올랐는지 말을 했다.
“우리 거기 가 볼까?”
“어디?”
“아! 내가 정말 용한 점집을 알거든.”
“점?”
“어! 점집. 진짜 용해.”
“아니야. 됐어.”
“아니야. 세영아. 어쩌면 남편분 언제 깨어날지도 알 수도 있어.”
세영은 진숙의 말에 피식 웃었다.
“말도 안 돼.”
“아니라니까. 정말 용한 점집이야.”
정말 용한 점집이라는 진숙의 말에 세영은 호기심이 들었다.
물론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만일 영원히 못 깨어난다고 하면…….’
세영이 관심을 보이는 듯하자 진숙은 세영을 끌고서는 자신이 잘 알고 있다는 점집으로 향했다.
제법 용하다고 유명한 점집이라 예약을 해야 했지만 진숙은 어머니와 몇 번 와 보기도 했고 진숙의 어머니가 점집의 단골이었기에 당일에 예약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차를 타고 점집으로 향한 세영은 잠시 후 점집의 무당을 볼 수 있었다.
무당은 힐끔 진숙과 함께 들어오는 세영을 노려보았다.
세영은 그렇게 자신을 노려보는 무당에 자신이 괜한 짓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후회를 했지만 무당의 말에 화들짝 놀라야만 했다.
“영혼이 없어.”
“예?”
“니 남편! 영혼이 나갔다고!”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영혼이 나갔다니요?”
“영혼이 나간 것을 영혼이 나갔다고 하지! 뭐라고 그래!”
교통사고 후 의식이 되돌아오지 않고 있는 오진호였으니 무당의 말처럼 영혼이 나갔다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닌 터였다.
“언니! 언니가 말했어?”
세영은 진숙을 노려보았다.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를 무당이 이런 말을 하는 것에 미리 입을 맞춰 놓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재벌 3세인 자신에게 무당하고 짜고 돈을 뜯어내겠다는 속셈이라면 세영은 속아 줄 생각이 없었다.
“아니야. 세영아! 나 절대 말한 적 없어! 너하고 올 줄도 몰랐는데! 말 안 했어!”
진숙은 세영의 말에 화들짝 놀라서는 무당을 바라보았다.
몇 번 엄마 따라오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사석에서 말을 놓고 그런 사이도 아니었다.
그렇게 절대 아니라는 진숙에 세영은 완전히 의구심을 풀지 못했지만 곧장 점집을 나가지는 않았다.
더욱이 무당의 말에 세영의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남편하고 아기 버릴 생각이면 이대로 나가고. 남편하고 아기 살릴 생각이라면 앉아.”
“…….”
세영은 무당의 말에 멍하니 무당을 바라보았다.
배 속의 아기는 진숙도 알 리 없는 일이었다.
입단속까지 해서 외부인이 알게 된다면 사실을 알린 이를 가만두지 않을 예정이었다.
영혼이 나갔다는 말에 사실상 오진호에게는 가망이 없다고 생각해 살짝 마음이 편안해지려던 세영이었다.
“언니.”
“어?”
“나가 있어.”
“뭐?”
“나가 있으라고.”
차갑디차가운 세영의 목소리에 진숙은 왜라는 말이 목구멍 위까지 올라갔다가 세영의 싸늘한 눈동자에 뒷걸음을 쳤다.
“단둘이 대화 좀 나눠야 할 것 같으니까. 나가 있어 주지 않겠어.”
그건 부탁이 아니라 명령이었다.
나이는 자신보다 어렸지만 세영은 수많은 사람을 부려 먹던 이였다.
김무연 회장의 피가 세영에게도 흐르고 있었으니 세영도 냉혹한 권력자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진숙이 무당이 있는 방을 나가자 세영은 무당을 내려다보았다.
무당의 기도 만만치 않았지만 세영은 무당을 자기 아랫사람처럼 내려다보고 있었다.
“살릴 수 있다고 했나요.”
“보통 여자는 아니네.”
“두둑하니 복채 받고 싶으시면 살릴 방법 말해 봐요. 굿하면 된다거나 부적 쪼가리 팔 생각이라면 후회할 거예요.”
무당은 세영의 협박에 마주 노려보았지만 세영의 뒤에 보이는 기세가 만만치 않다는 것에 한숨을 내쉬었다.
“앉지그래.”
세영은 무당의 말에 바닥에 앉았다.
무당은 점이라도 보려는지 뭔가를 하고 있었지만 세영에게는 그런 잡술은 관심도 없었다.
“네 남편 영혼이 처음부터 반쪽짜리야.”
“반쪽?”
“그래. 이제는 더 이상 반쪽으로는 살 수 없는 몸이 되었으니 남은 반쪽을 찾아와야 해.”
“그 반쪽이 어디에 있는데요?”
“그리 멀지는 않네. 가까이에 있어. 다만 쉽지는 않을 거야. 반쪽은 불이야. 아주 활활 타오르고 있는 불. 그 불을 꺼트리려면…….”
무당은 세영의 배를 바라보았다.
“물이 있어야 해.”
“물?”
“물속에 있는 아이.”
“지금 내 배 속에 있는 아기를 공개해야 한다는 이야기인가요?”
“더는 몰라. 내가 해줄 이야기는 여기까지야. 남편하고 아기 둘 다 살리려면 다른 방법 없어. 남은 반쪽에게 매달려 봐.”
무당은 더는 세영에게 해줄 말은 없다며 몸을 반쯤 돌려 앉았다.
세영은 그런 무당의 말에 가방에서 수표 한 장을 꺼내어서는 앞의 탁자에 내려놓았다.
1억 원이 적혀 있는 수표였다.
“이 일이 입 밖으로 나가면 후회하게 될 거예요.”
“누굴 사이비로 알아! 당장 꺼져!”
무당은 더는 불쾌하다는 듯이 세영을 향해 꺼지라고 외쳤다.
그렇게 화를 내는 무당에 세영은 몸을 일으켜 세웠다.
무당의 말을 완전히 믿을 수는 없었지만 무당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점집을 나오자 진숙이 걱정스러운 듯이 세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세영아.”
“용하긴 뭘 용해. 하나도 안 맞는데.”
세영은 무당의 말이 하나도 맞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서는 진숙에게 다음에 만나자는 말을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세영은 무당이 했던 말들을 곱씹었다.
“영혼의 반쪽. 가까이에 있다? 그리고 그는 불이고 물인 내 아이로 끌 수 있다?”
수수께끼 같은 말들이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지만 세영은 자신의 배 속 아기를 포기하는 순간 오진호도 되찾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세영은 무당이 한마디 더 해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오진호의 영혼의 반쪽은 불이며 그 불이 너무나도 뜨거워서 자신까지 태워 버릴 것이라는 경고였다.
“영혼의 반쪽. 그게 누구지?”
아직은 짐작도 가지 않았다.
그리고 영혼의 반쪽을 찾는다고 해도 그 영혼의 반쪽을 오진호의 몸 안에 어떻게 집어넣는지 알 수 없었다.
세영은 자신의 배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아직 너무나도 작아서 티도 나지 않았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티가 날 정도로 커질 터였다.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공개한다면 오진호의 영혼 반쪽의 분노를 억제할 수 있을 터라지만 마냥 믿을 수만도 없었다.
최악의 경우는 오진호도 깨어나지 못하고 자신의 아이만 공개되어 애 딸린 미망인이 될 수도 있었다.
낙태를 하고자 해도 시기를 놓치면 끝이었다.
세영으로서도 최대한 빨리 선택을 해야만 했다.
문제는 이 이야기를 무당에게 듣기는 했지만 남들에게 이야기를 해 봐야 아무도 믿지 않을 거란 것이었다.
그날 저녁 세영은 아버지인 김무연 회장이 꽤나 얼큰하게 취해서 집으로 돌아온 것을 볼 수 있었다.
“세영이 너. 다시 현준이하고 잘해 봐라.”
“…….”
화해라도 한 것인지 김무연 회장은 서대영 회장과 만나 술을 마신 것이다.
무슨 말이 오갔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세영과 현준에 관해서 이야기가 오간 듯했다.
“빨리 정리해라. 더 이상 늦어지기 전에.”
“그래. 세영아. 아빠 말 들어.”
김무연 회장은 세영에게 오진호와 배 속 아기를 정리하라고 압박을 했다.
조만간 호성가와 자리를 만들겠다는 김무연 회장에 세영은 무당에게서 들었던 말을 도무지 할 수가 없었다.
‘미쳤다고 하시겠지.’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미친 소리였다.
하지만 세영은 쉽사리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위험 부담이 너무나도 큰 모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