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23
23화
23.
김무연 회장의 저택에서의 파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현준은 세영의 방에서 찾아낸 필름을 현상했다.
대부분의 사진은 별것 없었지만 두 장의 사진에서 의아스러운 장면을 볼 수 있었다.
“민 건지 아니면 붙잡으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정황상으로는 민 것 같은데. 그런데 누구지?”
안경을 쓴 남자 청소년이었다.
본래의 현준의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만약 이 아이가 죽는 것이라면 그것도 이 몸에 의해 죽은 것이라면…….”
단지 복수만 할 생각이었는데 계속 복잡해지고 있었다.
그렇게 세영의 방에서 자신을 협박할 증거들을 찾아내어 회수를 했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일렀다.
“세영이가 이 이상으로 치밀할 것 같지는 않지만 혹시 모르니.”
증거 사진이 좀 더 있을 수도 있었기에 안심을 하기는 어려웠다.
만에 하나 현준의 사진이 세상에 공개되고 살인이었다고 알려지게 된다면 현준의 대외적인 이미지는 완전히 망가질 터였다.
“하지만 무슨 상관이지. 어차피 그딴 것은 상관없어. 세영이 너는 나를 너무 쉽게 본 것 같아.”
현준은 자신의 자췻집에 임시로 만든 현상소에서 차갑게 미소를 지었다.
이미 자신의 삶은 끝났다.
복수의 화신과 같이 세영과 아중 그룹의 몰락만이 지금의 현준의 삶의 원동력이었다.
지금의 자신이 망가진다고 해 봐야 더 이상 망가질 것은 없었다.
다만 세영과 아중 그룹 이외의 사람들이 다치는 것은 원치 않았다.
“개망나니 같은 자식. 귀찮은 일을 만드는구나.”
현준은 본래의 자신의 몸에 짜증이 났다.
현준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자신과 안경을 쓴 소년이 같이 찍힌 사진에서 자신의 부분을 가위로 잘랐다.
반으로 잘린 사진에는 안경을 쓴 소년이 남았다.
옷을 갈아입고 안경을 쓴 뒤에 현준은 집 밖을 나섰다.
세차를 하지 않아 흙먼지가 묻은 국산 SUV를 타고서는 차를 출발시켰다.
어차피 한 번 더 가 봐야 했다.
“정말 죽은 건지. 아니면 뭔지 알아나 봐야겠어.”
현준은 사채놀이를 하면서 사람 찾아주는 일을 하는 방혁수를 찾았다.
이번에도 대머리 남자를 보았지만 대머리 남자는 자신의 경고를 무시하고 또 찾아온 현준에 고개만 내저을 뿐이었다.
어차피 이런 바닥에 오는 녀석치고 제정신 박힌 놈들은 없었다.
방혁수의 평화일수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저번에 본 화장이 진한 여자가 어딘가의 사투리 섞인 인사를 해 왔다.
“어서 오세요! 어머!”
전에 한 번 왔던 남자였다.
돈을 빌리러 온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찾는다고 예쁜 여자아이와 함께 왔던 것을 기억하는 여직원이었다.
이런 곳에 들락대는 사람들과 안면을 익혀서 좋을 것은 없었지만 현준은 워낙에 눈에 띄었다.
“사장니임!”
여직원의 애교가 깃든 콧소리에 사장실이 열리고 이번에도 술에 반쯤 취해 있는 방혁수를 볼 수 있었다.
하는 것을 봐서는 제대로 일을 못 할 것 같아 보였지만 방혁수의 실력을 이미 알고 있는 현준이었다.
“아이고! 이게 누구신가? 막내 아드님 아니신가?”
역시나 자신의 정체를 알아낸 모양이었다.
나름 위장했지만 위장이 통할 상대가 아님을 현준도 알고 있었다.
전생에서도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았지만 아중 그룹의 사냥개라는 사실을 방혁수는 알아보았다.
물론 현준의 정체를 알았다고 해서 방혁수가 그것으로 무언가를 할 수는 없었다.
‘실력은 좋지만 싸움은 별로 못해.’
전생에서 김무연 회장과 일가에게 무시를 당하며 착취당하던 현준이었지만 그 때문에 독기를 가지게 되었다.
꽤나 더러운 짓임은 알지만 사람 하나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버릴 수 있었다.
방혁수는 현준이 호성 그룹의 귀한 막내아들이라는 사실을 알아내었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현준의 눈빛에서 오싹함을 느꼈다.
‘미친. 뭐 하는 새끼야?’
이제 대학교 2학년이었다.
학창시절에 꽤나 날라리로 날렸다지만 그래 봐야 어린아이였다.
그렇게 험한 뒷골목에서 구르고 구른 자신이 충분히 가지고 놀 수 있을 것이라 여겼지만 현준의 살기 띤 눈빛에 그 생각이 오만이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사람 하나 더 찾을까 하는데.”
“아! 예. 도련님.”
“아버지나 형님들에게 알리고 싶으면 알려 봐. 나야 혼 좀 나겠지만 네놈은 대한민국에서 살기 꽤나 힘들어질 거야.”
“고객님의 비밀은 무조건 지킵니다. 헤헤!”
자신의 경고에 확실히 기가 죽은 방혁수에 현준은 품 안에서 오만원권 뭉치를 책상 위로 던졌다.
“의뢰비.”
“헤헤! 감사합니다!”
금전 거래는 확실했다.
현준은 오만원권 뭉치를 받아든 방혁수에게 안경을 낀 남학생 사진을 내밀었다.
“이 친구가 누군지 찾아봐. 아마 죽었을지도 몰라.”
“흐음! 살아있다면 도련님과 비슷한 나잇대로 보면 되는 겁니까?”
“그래.”
“알겠습니다.”
왜 현준이 사진 안의 소년을 찾는지는 방혁수가 알 필요 없었다.
물론 알게 된다고 해도 모른 척하는 것이 편안한 삶을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여자 친구분의 어머님은…….”
“말해 봐.”
“국내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방혁수가 국내에 없다고 한다면 없는 것일 터였다.
시체라도 찾아낼 방혁수였으니 시체도 국내에 없다는 의미였다.
“남자는?”
“남자도 흔적을 찾다가 필리핀으로 출국한 것 같습니다.”
확실히 실력은 좋았다.
“남자 정체가 뭐야?”
“아직 확실하진 않습니다만 이름은 김만춘. 얌생이 파의 행동대장 출신인데 인신매매 경력이…….”
현준은 더러운 뒷골목의 이야기에 인상을 찡그렸다.
찾아내기도 힘들겠지만 찾아낸다고 해서 정상적인 상태가 아닐 수가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다행?”
“예. 문신이 아직 김만춘이 행동대장까지 가기 전의 문신이라는 겁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얌생이 파라고. 아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본래 경찰들이 조직 애들한테 이름 붙이는 건데. 이놈들이 일본 쪽하고 연관이 되어 있는 놈들입니다. 그래서 이런 문신을 몸에 새기는데. 이게 서열에 따라 문신이 늘어납니다.”
“그러니까 이 당시에는 아직 인신매매를 하기 전이라는 거야?”
“예. 거의 10년 전이니 얌생이 파도 인신매매를 하기 전입니다. 아니 그 전에 하기는 했지만 1990년대 정부가 범죄와의 전쟁으로 웬만한 강력범죄를 쥐 잡듯이 잡았습니다. 특히나 인신매매는…… 어후! 아무튼 그 때문에 그 당시부터 해서 한동안 인신매매를 조폭들이 할 생각을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김만춘이가 아니 얌생이 파가 다시 인신매매를 하기 시작한 때가 대충 5~6년 전입니다. 뭐 인신매매라고 해도 사실 일본 쪽에 여자를 대주는 물주 역할을 했으니 여자친구분 어머니의 나이를 본다면 조금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잇대가 맞질 않거든요.”
5~6년 전이라면 공민지의 어머니의 나이도 30대가 훌쩍 넘었을 나이였다.
지금은 40대 중후반 정도로 추정되고 있었다.
20대의 젊은 여자들도 많은데 30대 중후반의 나이 많은 여자를 일본 사창가로 팔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물론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기에 그나마 작은 희망일 수도 있었다.
“필리핀으로는 왜 도망간 거야?”
“헤헤! 당연히 인신매매 때문에 경찰의 추적을 받아서죠. 하여튼 필리핀 내에 어디에 있는지는…….”
추가 비용이 더 들어간다는 의미였다.
현준은 품 안에서 오만원권 뭉치 몇 개를 더 꺼내어서는 방혁수에게 던졌다.
“찾아봐.”
“알겠습니다!”
현준은 더 이상 방혁수에게 들을 것은 없다는 생각에 음침한 건물을 나왔다.
“공민지. 어느 정도는 그 남자에 대해서 알고 있었군.”
공민지가 클럽 빌리언츠에 출퇴근을 하는 듯이 온 것이 문신을 한 남자의 정체를 완전히는 몰라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서였다고 생각하는 현준이었다.
남자가 인신매매와 관련이 되어 있고 자신의 어머니가 그와 관련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현준에게는 말을 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게 부끄러워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알기 어려웠지만 현준은 공민지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갔기에 모른 척해주기로 했다.
어차피 현준에게는 크게 의미 있는 일도 아니었다.
“그냥 돈이 넘쳐나니 잠깐의 변덕을 일으킨 것이겠지. 지 엄마 찾는다는데 도와줄 수 있는 거 아닌가.”
현준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 * *
현준이 저택의 파티를 끝내고 돌아간 뒤에 세영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왔다.
문은 잠겨 있었다.
누군가 들어오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그렇게 자신의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간 세영은 별반 다를 것 없는 자신의 방 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매일 가정부 아주머니가 청소를 해 주지만 어질러진 것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것도 건들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문득 세영은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꼈다.
‘뭐지?’
누가 들어오지도 않았으니 뭔가를 건들 이유는 없었지만 알 수 없는 위화감에 세영은 자신의 책상에서 비밀 공간을 열었다.
두 번째 비밀 공간이었다.
첫 번째는 어릴 때부터 자신이 추억으로 모아둔 잡동사니 같은 것이었으니 자신이 아닌 다른 이에게는 가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는 남에게도 매우 가치 있는 것이었으니 세영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열어보는 것이다.
“이상 없네.”
보석들은 그대로였다.
세영은 자신이 괜한 생각을 했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이거 여는 방법 아는 사람이 나하고 아빠뿐인데. 아빠가 건들 이유는 없고.”
한 명이 더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를 세영이었다.
그렇게 세 번째 비밀 장소는 자신의 아빠인 김무연도 몰랐기에 세영은 신경 써서 열어보지는 않았다.
괜히 열어보다가 가정부 아주머니라도 보면 곤란했다.
“나쁜 새끼! 하아! 나도 연애나 해 볼까?”
아직 약혼을 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결혼을 하게 될 사이인 현준이었다.
물론 학창 시절에는 결혼은커녕 약혼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현준이 병원 입원 이후로 제법 쓸만한 남자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중 그룹과 호성 그룹이 점차 친밀해지면 친밀해질수록 현준도 별수 없을 터였다.
자신이 그렇게 누리는 모든 물질적인 것이 자신의 부모님에게서 나오니 부모님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건 세영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세영은 현준처럼 자신을 질투시키려는 것처럼 자신도 남자를 만나고 다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효과가 있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세영은 현준이 자신을 무시하는 듯하면서도 매우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지만 재미 보고. 나는 재미 보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
어차피 적당히 가지고 놀다가 질리면 버리면 그만이라 생각하는 세영이었다.
현준이 그런 모습에 질투심을 보이면 그것대로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세영은 평소에는 거절을 하던 단체 미팅이나 소개팅에 나가 보자는 생각을 했다.
* * *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세영이 소개팅을 하겠다는 말에 그녀의 동기는 남자를 한 명 소개해 줬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오진호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김세영이에요!”
세영은 현준과는 다른 느낌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 드는 남학생에 미소를 지었다.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아 보였다.
어차피 현준의 질투를 유발할 대상이었기에 적당히 가지고 놀다 버릴 생각이었으니 멀끔하게만 생겼다면 상관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