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237
237화
237.
다음 날 반드시 자신에게 찾아오라는 약속을 하고서는 장은주를 밤늦게 놔준 서현준은 서대영 회장의 저택으로 걸음을 옮겼다.
왠지 현준의 집에 윤미래가 있을 것 같았다.
윤미래를 없애 버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리 서현준이 재벌 3세라고 해도 사람을 함부로 납치하고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더욱이 만에 하나 현준이 깨어나게 된다면 서현준 자신도 살아도 살지 못하는 상태가 될 위험도 있었다.
“제길! 빌어먹을! 약속이 다르잖아! 서로 간섭하지 않기로 했잖아!”
시간은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윤미래의 등장으로 시간은 의미가 없어졌다.
물론 장은주가 자신을 유지하게 해 주는 히든카드였으니 지금 상태로는 자신이 더 유리했다.
어떻게든 윤미래와 만나서는 안 되었다.
그녀와 만나지만 않는다면 될 것이었기에 서현준은 서대영 회장의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
“밥은 먹었니?”
“예. 먹었어요. 장원문 의원님 딸하고요.”
“뭐?”
“장은주하고 먹었다구요.”
잠시 만났던 장은주와 저녁을 먹고 들어왔다는 서현준에 이연수 여사는 불안한 듯이 서현준을 바라보았다.
자기 발로 저택에 온 것으로 봐서는 과거의 인격으로 바뀐 상태인 듯했다.
현준은 웬만하면 자기 집에 있으려고 했지 저택으로 오려고 하지 않았다.
현관에서의 서현준과 이연수 여사의 대화를 거실에서 들은 서대영 회장의 입이 열렸다.
“무슨 일 있냐?”
“아버지. 저 왔어요.”
“그래. 앉아 봐라.”
“예.”
미래교 문제로 김무연 회장과 일본 야쿠자들의 투자가 이루어진 기업들을 공격하고 있는 서대영 회장이었다.
장원문 의원이 완강히 부정하고 있었지만 그가 미래교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은 서대영 회장도 알고 있었다.
물론 서대영 회장이 장원문 의원과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현재로서는 꽤 껄끄러운 대상이었다.
그런 장원문 의원의 딸인 장은주와 저녁을 먹고 왔다는 말에 걱정이 되는 것이다.
물론 서대영 회장도 세영이 아직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오진호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유산기가 있다는 말도 들었지만 설령 유산이 되더라도 더 이상은 자기 아들과 결혼을 시킬 생각은 없었다.
“장은주하고 결혼을 할까 합니다.”
“뭐?”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고. 머리도 나쁘지 않고 아버지도 대권 주자로 영향력이 있으니까 그리 나쁘진 않을 것 같아요. 듣자 하니 전에 결혼 이야기도 나왔다고 하던데. 이 기회에 결혼하도록 하죠.”
“현준아. 너 지금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알고 하는 말이냐?”
“왜요? 뭐 문제 있습니까?”
서현준이 대뜸 장은주와 결혼을 하겠다고 말을 하자 서대영 회장과 이연수 여사는 놀란 눈으로 서현준을 바라보았다.
“이제 저도 어린 나이도 아니고 결혼해서 손주도 보여 줘야 할 나이지 않습니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서현준도 이제는 결혼 적령기의 나이였고 충분히 일등 신랑감이었다.
“장 의원님이 미래교와…….”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어차피 미래교 교주는 평생 감옥에서 썩을 테고. 뭐 나와 봐야 다 늙어 빠져서 얼마나 더 살지 모르고 아들놈이라고는 개망나니 같은 놈이라 미래교의 앞날도 별 볼 일 없는데. 아니 미래교 따위 지금이라도 짓밟아 버리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장 의원님이 설령 미래교와 연관이 있다고 해도 이쯤이면 손절을 하실 테고. 지금 지지율 보면 다음 대 대통령이 될 것 같은데. 대통령 사위라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막무가내인 아들에 서대영 회장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대…… 대체 왜?’
무언가에 쫓기고 있는 듯이 급해 보이는 서현준이었다.
왠지 모르게 당장이라도 결혼식을 올리고 장은주하고 함께 살고 싶어 하는 듯했다.
“아무튼 그리 알고 계십시오. 내일도 장은주하고 만나기로 했으니까. 조만간에 결판을 내겠습니다.”
서현준은 자리에서 일어서서는 자신의 방으로 가 버렸다.
그런 서현준에 서대영 회장과 이연수 여사는 놀란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다.
“여보. 대체 무슨 일이래요?”
“…….”
서현준이 결혼을 해서 손주를 안겨 준다면 딱히 마다할 일은 아니었다.
장은주 또한 며느릿감으로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서현준은 다른 목적으로 장은주와의 결혼을 서두르고 있는 듯한 눈치였다.
“흐음!”
서대영 회장은 거실의 소파에서 일어났다.
“여보.”
“잠시 기다려 봐. 저놈이 왜 저러는지 알아봐야 하니까.”
“어…… 어떻게 하시려구요?”
“…….”
아픈 손가락이었다.
서현준이 어떤 사고를 치든 감싸 안을 수밖에 없는 서대영 회장이었다.
“김 실장. 현준이한테 오늘 무슨 일 있었는지. 알아내서 당장 보고해.”
서현준을 감싸 안겠지만 서현준이 자기 멋대로 날뛰도록 놔둘 생각은 없었다.
서대영은 그냥 아버지가 아닌 독불장군인 재벌 회장이었다.
30분 뒤 서대영 회장은 김 실장의 방문을 받았다.
“보고드리겠습니다.”
“해 봐.”
“인격이 바뀌었습니다.”
“그건 알고 있어.”
“장은주 양이 방문을 하고 난 뒤에 바뀌었습니다.”
“은주와 만나고 나서?”
“예. 바뀌신 뒤에 장은주 양과 점심 식사 후 백화점에서 선물을 사 줬고 저녁 식사까지 함께했습니다. 호텔까지도 같이 가려고 하셨던 것 같습니다만 그것까지는 하지 못하신 듯합니다.”
“그건 다행이구만.”
유흥업소에서 아무렇게나 건들 수 있는 여자가 아니었으니 완전히 건드렸다면 서대영 회장도 별수 없었다.
“그리고 보고드릴 것이 하나 있습니다.”
“말해 봐.”
“도련님 아파트에 윤미래 양이 있습니다.”
“윤미래? 그 옛날에 현준이 불났던 공장에서 구해 줬던 아가씨?”
“예. 도련님께서 불면증이 있으실 때마다 찾아갔던 그 아가씨입니다. 이지 플랜 코리아에서 미국 유학을 보내서 미국에 있다가 잠시 한국에 온 모양입니다. 도련님과 만난 이후 계속 도련님의 아파트에 머물고 있습니다.”
“계속? 언제까지?”
“그게. 2주 정도 된 것 같습니다.”
“2주라.”
서대영 회장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서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현준이가 인격이 바뀌고 난 뒤로구만.”
“…….”
“장은주라는 아가씨하고 만나고서 다시 옛날의 현준이로 인격이 뒤바뀌었고.”
“과학적이지는 않습니다.”
“그딴 것이 뭔 상관이야!”
“죄송합니다.”
판단은 서대영 회장이 하는 것이었다.
“윤미래라는 아가씨한테 내일 나 좀 보자고 이야기해.”
“알겠습니다. 회장님.”
“혹시라도 현준이가 그 아가씨 빼돌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예. 알겠습니다.”
아직 확실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고려를 해야 했다.
그렇게 김 실장이 서대영 회장의 서재를 나가자 서대영 회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두 개의 인격.
둘 다 제 아들이었다.
현준의 인격이 오진호의 환생임은 짐작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났었던 사고의 영향 때문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서대영 회장이었다.
“가장 좋은 것은 둘이 합쳐지는 것인데.”
주치의로부터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들었다.
결국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고 현재로서는 사고 전의 인격이 주 인격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들었다.
문제는 두 인격 중에 사고 이후의 인격이 더 마음에 드는 서대영 회장이었다.
‘만에 하나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자식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법이라지만 부모는 항상 자식을 컨트롤하고 싶어 하는 법이다.
더욱이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서대영 회장의 경우는 자식도 때로는 자신의 장기짝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과거의 인격은 호탕하기는 하지만 멍청했고 불안했다.
그에 반해 사고 이후의 인격은 서대영 회장의 자랑이었다.
자신의 가문에서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한국대 입학과 졸업은 서대영 회장에게 있어서 최고의 자랑 중 하나였다.
그것도 눈치작전도 아니고 당당히 한국대 상위 학과에 합격을 한 것이다.
더욱이 인격이 바뀌고 십여 년이 넘도록 현준을 보아 왔던 서대영 회장으로서는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은 과거의 인격은 영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 * *
다음날 서대영 회장은 안절부절못하는 윤미래와 마주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회장님.”
“허허허! 만나서 반가워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윤미래를 반갑게 맞이하는 서대영 회장에 윤미래는 조금은 안심했다.
어제 현준이 서현준으로 인격이 바뀐 것을 확인하고서는 불안해서 한숨도 자지 못한 그녀였다.
그러다가 서대영 회장으로부터 만나고 싶다는 연락에 정신이 없었다.
“저를 만나고 싶으시다고?”
“아. 너무 부담을 가지지는 말아요. 일단 뭐라고 이야기를 해야 할지 참 난감하기는 한데. 내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할게요.”
“예. 말씀하십시오.”
“후우! 현준이한테 인격 장애가 있다는 사실은 혹시 알고 있나요?”
“예. 알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게 혹시나 해서 그러는데 아가씨와 있을 때 현준이의 인격이 그러니까 좀 진중하고 차분한 인격이었던가요?”
“예?”
“의학적으로 조금 말이 안 되기는 하지만 어제 현준이가 한 아가씨를 만났어요.”
“…….”
“그 아가씨를 만났더니 현준이의 인격이 바뀌었답니다.”
“그…… 그래서?”
뭔가를 알고 있는 듯한 표정 변화를 보이는 윤미래에 서대영 회장은 확신을 하게 되었다.
“아가씨와 만나면 현준이의 인격이 다시 돌아오는 겁니까?”
“아! 그게. 현준 씨가 비밀로 해 달라고…….”
“그렇군요. 그래요. 그랬어요.”
윤미래의 말에 서대영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확실해졌다.
눈앞의 윤미래를 현준이 왜 그리도 가까이에 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애가 많이 무서웠나 봅니다.”
“예?”
“현준이의 지금 인격이 점차 사라지고 나중에 가면 없어질 수도 있다고 그러더군요.”
“…….”
“그런데 아가씨와 함께 있다면 현준이의 인격이 그대로 유지 될 수 있었나 봅니다.”
서대영 회장의 말에 윤미래는 대답은 하지 못한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시간만 늦추는 일이 될 수도 있었다.
그리고 다른 인격이라지만 본래의 아들을 버리는 격이 될 수도 있었다.
서대영 회장은 서현준보다 현준의 인격을 더 원하고 있었다.
“우리 아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예? 그게?”
“강요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현준이의 옆에 있어 주면 안 될까요?”
이미 현준으로부터 1년, 어쩌면 그보다 짧은 시간 동안 함께 있어 주면 안 되겠냐는 말을 들었던 그녀였다.
문제는 윤미래가 본 현준은 결국에는 사라져 버릴 것 같다는 것이었다.
가까운 미래에는 현준과 함께 할 수 있겠지만 멀고 먼 미래는 결코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미래를 포기하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웠다.
“아! 당장 결정을 해 달라는 것은 아닙니다. 천천히 생각을 해 봐 주세요.”
서대영 회장은 윤미래에게 자신의 명함을 건네주었다.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 주세요. 그동안 우리 아이가 아가씨 덕분에 많이 좋아진 것만으로도 참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현준 씨 덕분에 제가 살 수…….”
윤미래는 자신이 현준에게 생명을 빚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현준이 아니었다고 해도 윤미래가 죽었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준은 그녀의 생명의 은인이었다.
윤미래의 모습에 서대영 회장은 미소를 지었다.
윤미래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 것인지 깨달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