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24
24화
24.
모든 산업이 대부분 그렇듯이 자본의 논리로 이루어진다.
종합 격투기 산업도 자본의 논리대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챔피언전이 열리기 한 달 전부터 막대한 광고를 한 덕분인지 경기장은 만석이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가득 들어찬 경기장에 종합 격투기 협회의 임원과 직원들의 입에서는 함박웃음이 지어졌다.
경기장의 곳곳에는 굴지의 대기업들이 광고 전광판을 걸어 두었다.
정규 방송에 나오지는 못하고 있었지만 케이블 방송이나 인터넷 방송으로 방송 송출을 하고 있었고 기자들도 기자 부스를 가득 채웠다.
물론 투자금에 비해서 이익은 거의 남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관심이 커졌다는 것에 고무되고 있었다.
“아이고! 서현준 대표님!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십니까. 협회장님. 축하드립니다.”
현준이 경기장의 VIP 자리로 들어오자 협회장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현준의 손을 잡았다.
현준의 막대한 지원 덕분에 종합 격투기 활성화가 제대로 이루어진 것이다.
재벌 3세인 현준이었다.
아직 대학생으로 나이는 어렸지만 단숨에 종합 격투기 협회의 주요 인원이 되었다.
경기가 끝나고 협회 차원에서 감사장이라도 수여를 해야 할 듯했다.
“축하는요! 이게 다 서 대표님 덕분입니다! 하하하하!”
작은 체육관에서나 경기를 하던 종합 격투기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꽤나 큰 경기장을 대여했고 걱정을 하긴 했지만 만석이 된 것이다.
오히려 경기장이 만석이라 입장을 하지 못한 채로 되돌아가는 시민들도 있을 지경이었다.
그 때문에 현준은 황급히 경기장 밖에 차량용 대형 스크린을 빌려와 설치했다.
경기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시민들을 위해 무료로 경기를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 정도였으니 협회장은 당장에라도 현준을 위해 협회 위원 자리를 내주고 싶을 정도였다.
“저는 잠시 라커룸에 갔다 오겠습니다.”
“예! 그러십시오! 하하하하!”
협회장과 인사를 나눈 현준은 자신의 회사 소속의 선수들이 있는 라커룸으로 향했다.
챔피언전이라지만 다른 선수들도 경기를 했다.
현준이 세운 베스트 프랜드 일명 베프의 소속 선수 두 명도 이번 경기에 참여하고 있었다.
사장으로 선수들을 격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라커룸으로 가는 복도를 걷고 있을 때 현준은 눈에 익은 한 중년의 남자를 볼 수 있었다.
‘철호 아버님.’
철호의 아버지였다.
아들과 사이가 나빴지만 결국 오긴 온 모양이었다.
선수들이 대기하는 라커룸 쪽의 복도는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기에 일반인들은 들어갈 수 없었다.
선수의 아버지라고는 하지만 사전에 협의가 되지 않아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안녕하세요. 아버님.”
“응? 아! 현준이?”
“예! 철호 보러 오셨나 봐요. 이봐. 비켜 드려.”
“예! 대표님!”
현준은 복도를 막고 있는 안전 요원들에게 철호 아버지가 들어갈 수 있도록 비키라는 지시를 내렸다.
철호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인 철호의 회사 대표가 현준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둘 다 같은 학교 동창이었다.
그렇게 자신을 막고 있던 안전 요원들이 자리를 비켰지만 철호의 아버지는 선뜻 라커룸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아니야. 괜히 부담 주기는 싫네.”
“아버님께서 응원해 주러 오셨는데 부담이라니요.”
“아니야. 그리고 현준아. 고맙다.”
“예?”
현준은 쑥스러워하며 자신의 손을 잡아주는 철호의 아버지에 피식 웃었다.
철호가 가족들 사이에서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는 알고 있었다.
그렇게 버려진 아들이나 다를 바 없는 철호였지만 경기장을 가득 채운 인파들을 보니 다음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할 터였다.
“철호한테는 내가 왔다는 말 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
“철호가 좋아할 텐데요.”
“아니야. 경기 끝나고 내가 직접 말을 할 테니 비밀로 해 줘.”
“예. 알겠습니다.”
현준은 정중하게 철호의 아버지에게 인사를 하고서는 복도를 지나 라커룸으로 향했다.
그런 현준의 뒷모습을 보며 철호 아버지는 숨을 크게 한 번 들이마시고서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동안 철호에게 실망해서 안 좋은 소리를 했던 것이 마음에 걸리는 철호 아버지였다.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자 자신의 아내이자 철호의 어머니와 형제들도 있었다.
“철호 보고 왔어요?”
“아니. 현준이는 봤어.”
“현준이요?”
“그래. 철호가 소속된 회사 대표가 현준인가 봐.”
“아! 철호 고등학교 동창 친구 말이죠? 그 호성 그룹.”
“그래. 철호 보러 들어갈 수 있게 해 줬는데 경기 전에 괜히 부담될까 봐 다음에 본다고 했어.”
“철호 잘할까요?”
“어머니 잘할 겁니다. 그 녀석 어디 가서 맞고 다닐 놈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진짜 사람 많다. 철호가 이렇게 사람 많은 데서 싸울 수나 있나 몰라.”
“야! 걔가 지금 랭킹 2위라잖아. 이번에 이기면 세계 무대로 나간다던데.”
“나이도 어린 게 출세하네.”
철호의 가족들은 사람 인생은 정말 모르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철호 가족들이 경기가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현준은 라커룸 안에서 선수들을 보고 있었다.
“선배님. 컨디션은 어떠세요?”
“아이고! 대표님! 컨디션은 끝내줍니다.”
“그냥 현준이라고 부르세요. 대표님은 무슨.”
자신이 회사 대표였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던 나이 많은 선배들이었다.
“그럼 그럴까?”
한 선수가 편하게 현준을 대하려고 할 때 때마침 라커룸 안으로 들어오는 관장이 두 눈을 부라렸다.
“대표님께 말 함부로 하면 뒤진다고 했지!”
“히익! 관장님!”
사석에서는 친한 형님 동생 관계였지만 공식적으로는 대표와 소속사 선수들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은퇴를 하더라도 현준이 또 다른 대표로 있는 경호 회사로 취직을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선수이자 직원이 대표에게 맞먹으려는 모습을 관장은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
“하하하! 괜찮습니다.”
“대표님께서 괜찮다고 하셔도 그건 아닙니다. 더욱이 공적인 자리입니다.”
관장도 현준에게 깍듯했다.
그러면서도 관장의 현준을 바라보는 눈빛은 따뜻했다.
말썽 많다는 재벌가 자제들과 다르게 현준은 인간적으로 참 올바르다는 생각을 하는 관장이었다.
그렇게 체육관에서도 무서운 관장이 현준에게 깍듯하게 대하니 선수들도 현준을 어리지만 대표로 대했다.
물론 한 명은 예외였다.
“몸 상태는 어때?”
“후우! 후우! 말 걸지 마. 이미지 트레이닝 중이니까.”
“트레이닝은 무슨. 오늘 무조건 이겨라.”
“후우! 당연한 거 아니냐! 오늘 소고기 회식 준비해 둬라.”
“미친놈. 그래. 알았다.”
절친이라 부를 수 있는 철호였다.
“희수하고 재범이는?”
“아마 왔을 거야. 여자 친구하고 온다고 표 두 장씩 달라더라.”
“쌍눔의 시키들!”
대학 가더니 여자 친구가 생긴 친구들이었다.
“그러게 너도 대학 가라고 했잖아.”
“시끄러.”
자신만 여자 친구가 없다고 투덜거렸다.
현준도 여자 친구가 없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공식적으로 약혼녀가 있는 현준이었다.
물론 아직 약혼은 하지 않았지만 여자 친구 없다는 말은 철호 앞에서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선수들을 둘러본 현준은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코치야 체육관에서 할 것이었기에 자신은 이제 그냥 구경만 하면 되는 것이다.
메인 경기인 챔피언전은 마지막이었고 그 전의 경기들이 시작되었다.
선수들도 종합 격투기의 활성화를 위해 화끈한 경기를 사람들 앞에 펼쳐 보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국내에서는 마이너한 스포츠였으니 좀 더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이번 기회를 붙잡아야만 했다.
그렇게 평소보다 훨씬 터프한 경기가 이루어졌다.
“와우!”
“아프겠다!”
“완전 박진감 넘치네.”
“나는 무서워서 못 보겠어! 어우!”
“그러면서 손가락 사이로 다 보고 있냐?”
“선수들 몸매는 좋잖아.”
“어이가 없네.”
과거부터 팬들도 있었고 이번 기회에 처음 보러 온 이들도 있었다.
그런 이들 모두 현장에서 직접 보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들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경기가 하나하나 끝나고 마침내 메인 경기가 시작되었다.
“야! 시작한다!”
“그런데 되게 어려 보인다. 도전자.”
“실제로 어려. 21살인가? 20살인가? 그럴걸.”
“와! 어린 나이에 벌써 도전자야? 엄청나네.”
“그래서 기대 유망주라고 하잖아. 고등학교 때부터 아마추어 경기는 다 씹어먹었다고 하더라.”
“그런데 이길 수 있을까?”
“모르지. 챔피언도 장난 아니거든.”
관록의 챔피언과 도전자이기는 하지만 기대되는 유망주의 경기였다.
* * *
“청코너! 국내 랭킹 2위의 기대되는 젊은 천재 박철호!”
사회자의 호명에 경기장 내에 폭죽이 터지며 가운을 입고 있는 철호가 입구에서 걸어 나왔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그런 철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마약왕 철호가 아닌 격투기 선수 철호로 완전히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 되는 순간이었다.
철호는 바짝 달아오른 몸을 진정시키며 링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서는 사방의 관중들을 향해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그런 철호의 모습을 철호의 가족들도 지켜보고 있었다.
“와! 철호 완전히 달라 보인다.”
“그러게. 이제 확실히 정신 차린 모양인데. 그런데 운동은 쫌.”
의사와 변호사 등 전문직 직업을 가진 집안사람들이었다.
할아버지도 전직 국회의원이었으니 철호는 특이하기는 했다.
“시끄럽다.”
형제들이 투덜거리는 것에 시끄럽다고 입을 다물게 하는 철호의 아버지였다.
못난 아들이었지만 욕을 먹는 건 듣기 싫었다.
“박철호! 박철호! 박철호!”
경기장에서는 박철호의 이름을 연호하고 있었다.
철호가 승리를 할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울리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홍코너! 관록의 챔피언! 이정석!”
마침내 챔피언이 호명되고 한눈에 봐도 강해 보이는 챔피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 정! 석! 이정석! 이정석!”
철호의 이름을 부르는 것보다 훨씬 큰 소리가 경기장에 울렸다.
그런 챔피언의 외침 소리에 철호의 아버지는 철호가 걱정되는 듯이 철호를 바라보았다.
철호도 몸이 꽤나 탄탄해 보였지만 챔피언만큼은 아니었다.
철호의 아버지는 철호의 이름이 외쳐질 때 자신도 조금만 큰 목소리로 외쳐 줄 걸 하는 후회가 되었다.
챔피언인 이정석도 링 위에 올라와서는 자신을 응원해 주는 팬들과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고서는 도전자인 철호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아직 어린 친구였다.
그 친구 덕분에 이런 커다란 경기장에서 관중들이 만석인 상태로 경기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져 줄 수는 없다.’
협회에서는 내심 철호에게 져 주기를 원했지만 이정석도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았다.
이번 경기를 끝으로 세계 무대로 나갈 생각이었다.
국내 챔피언은 반납을 할 예정이었으니 챔피언으로서의 경기는 이번이 마지막이었다.
그렇게 두 선수 모두 각자의 인생의 드라마를 가지고 있었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했다.
간단한 탐색전과 함께 관중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는 둘은 이내 격렬한 경기를 펼쳐야만 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직 철호는 챔피언에게 역부족이라는 것이었다.
몇 차례 다운까지 되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런 다운에 철호의 가족들은 얼굴을 가리며 안타까워했지만 철호의 아버지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철호의 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버틴 철호였다.
결국 심판 판정으로 넘어가게 되면서 협회장이 심판에게 압력을 행사하려고 하자 현준은 그런 협회장을 말렸다.
“협회를 위해서라도 부정 시비는 있어서는 안 됩니다. 철호에게도 좋은 경험일 겁니다.”
현준이 철호의 패배를 받아들이자 협회장도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