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240
240화
240.
두 여인이 마주 앉았다.
서로 무언가 말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로 한참을 바라보기만 했다.
하지만 결국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현준 씨. 어떻게 된 거죠?”
“이중인격 장애라고 해요.”
“이중인격 장애?”
“예. 어릴 때 사고를 당했었대요. 죽을 뻔할 정도로 큰 사고였다는데. 그때 이후로 성격이 조금 달라졌다고 해요.”
윤미래의 말에 장은주는 왜 현준이 달라 보였는지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그럼 지금 인격이 어렸을 때의 인격이라는 건가요?”
“그런 듯해요.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과거의 인격이 다시 나오나 보더라구요.”
“그런데 왜?”
장은주의 말에 윤미래는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 상황이었다.
“저와 같이 있으면 저나 그쪽이나 알고 있는 현준 씨의 인격으로 있을 수 있나 보더라구요.”
“현준 오빠의 인격이요?”
“예.”
“그럼 저하고 있을 때는 그 어린 시절의 인격이 된다는 건가요?”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
서현준이 장은주와 계속 붙어 있으려는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를 알게 된 장은주는 혼란스러웠다.
“그럼 전 현준 오빠를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건가요?”
현준의 겉껍질은 같았지만 자신이 알던 현준은 아니었다.
대학 캠퍼스의 벤치에 앉아 햇살 받는 것을 좋아하던 현준과 그런 현준에 가슴 설레던 추억을 공유할 수 없는 것이다.
그냥 맞선이라고 생각하면 상관없기는 했다.
결혼은 현실이고 서현준은 내용물이 어떠하든 일등 신랑감으로 충분했다.
더욱이 자신만이 지금의 인격을 유지해 줄 수 있다면 서현준에 대한 약점을 꽉 쥐고 있을 수 있었다.
평생 자신만 보고 살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왜 당신이죠?”
“예?”
“왜 당신이 현준 오빠를 차지하는 거냐구요.”
장은주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자신은 현준을 결코 가질 수 없다는 원망과 질투심에 휩싸인 장은주였다.
질투가 큰 만큼 사랑도 컸다.
현준을 위해서라면 현모양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럴 기회조차 가질 수 없게 되었다.
윤미래는 장은주가 현준을 정말로 좋아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현준이 장은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없다지만 눈앞의 장은주의 마음은 진심이었다.
“미안해요.”
윤미래도 차라리 자신이 아닌 장은주가 현준을 붙잡아 줄 수 있었다면 좋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준 오빠는 그럼 저와 있으면 영원히 못 깨어나는 건가요?”
“그건 모르겠어요.”
“왜 이런 이야기를 저에게 해주시는 거죠? 그냥 현준 오빠를 빼앗아 가면 될 텐데.”
장은주의 말에 씁쓸한 미소를 짓는 윤미래였다.
“저 또한 현준 씨하고 이어질 수 없으니까요.”
“뭐라구요?”
현준과 윤미래가 사랑하는 사이라고만 생각하고 있던 장은주였다.
장은주는 서글픈 미소를 짓고 있는 윤미래를 보며 의아해했다.
“일 년.”
“예?”
“일 년만 저하고 같이 있어 달라고 하더라구요. 그러면 충분하다고.”
서대영 회장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였다.
“현준 씨는 자신이 결국 사라지게 될 것으로 생각하는 듯했어요.”
“미래 씨가 같이 있음에도 말이에요? 같이 있어도 사라질 거라고?”
결국 서현준의 인격으로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장은주는 놀란 눈으로 윤미래를 바라보았다.
“그것까지는 모르겠어요. 사실 현준 씨하고 저하고는 아무런 관계도 아니에요. 좋은 직장 동료. 내 목숨을 구해준 은인. 현준 씨가 제집에서 지냈던 것은 현준 씨가 가진 지독한 불면증 때문이에요.”
“불면증이요?”
“예. 깨어나려고 하던 현준 씨의 옛날 인격 때문인지 현준 씨는 밤에 잠을 이루지 못했어요. 그런데 저하고 있으면 세상 모르게 잠이 들고는 했거든요. 제가 연인이라기보다는 엄마 같았나 봐요.”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장은주는 그녀가 꽤 서글픈 듯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일 년이 지나면 장은주가 알고 있던 현준도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였다.
“현준 씨와 잘해보겠다면 저는 미국으로 떠날까 해요. 이달 말 미국 대학원으로 돌아가야 하거든요.”
선택을 장은주에게 떠넘기는 윤미래였다.
그것이 꽤나 비겁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차피 사라지게 될 현준이라면 현준을 그토록 사랑하는 장은주에게 기회를 주려는 것이다.
비록 장은주가 사랑했던 그 현준이 아닐지라도 그녀가 원한다면 기회를 주려는 것이다.
장은주는 윤미래의 말에 멍해졌다.
윤미래가 현준을 차지하겠다고 한다면 자신도 오기가 생겨서는 덤벼들 생각이었지만 자신이 원하는 현준이 아닌 이상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비겁하시네요.”
“어차피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이니까요.”
“그러니 둘 다 가지지 말자는 건가요?”
“훗! 그쪽은 가질 수 있어요. 비록 반쪽짜리겠지만요.”
반쪽짜리라는 말에 장은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욕심 많은 여자예요. 반쪽짜리로는 성이 차지 않네요.”
장은주가 카페를 나가자 윤미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장은주는 포기를 한 것이다.
* * *
하혈을 했던 세영은 안정을 되찾은 뒤로 멍하니 병원 창문 밖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오진호를 살리기 위해 현준을 죽게 해야 한다는 사실에 더 이상은 부탁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나도 참 나쁜 X이네.”
세영은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결심이 섰다가도 다시 머뭇거리게 되는 그녀였다.
그렇게 몇 번이고 결심을 했다가 고개를 내젓고 있을 때 병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식사는 됐어요.”
딱히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기에 식사는 되었다는 말을 했지만 문은 그대로 열렸다.
“그래도 뭘 좀 먹어야 기운을 차리지.”
“오빠.”
김정수였다.
커다란 과일 바구니에 이것저것 음식을 싸 온 김정수는 입을 열었다.
“네 올케가 가져다주라고 하더라. 조금만 먹어라.”
“새언니가?”
“그래.”
김정수가 가지고 온 도시락을 열자 꽤 정갈하게 음식이 담겨 있었다.
딱히 입맛은 없었지만 마음을 써 준 새언니의 정성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조금 음식을 먹으면서 세영은 서러움에 눈물을 쏟았다.
“흐으윽! 흑!”
“세영아! 괜찮다. 괜찮아. 니 잘못이 아니야.”
울음을 터트리는 여동생에 김정수는 안타까운 듯이 세영을 다독였다.
다 가졌다고 여겨지는 재벌이라고 해서 인생의 굴곡이 없을 수는 없었다.
“다 잘 될 거야. 어. 다 잘 되게 될 거야.”
“흐으윽! 오빠. 나 나쁜 X인 거 아는데.”
“니가 왜 나쁜 여자야! 누가 그딴 소리를 해!”
남에게는 어쩔지 모르겠지만 김정수에게는 하나뿐인 소중한 여동생이었다.
그렇게 자신을 편들어주는 정수에 세영은 가슴이 북받쳐서는 답답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미친 소리인지 아는데! 진호 씨 살리려면 흐윽! 현준이 인격이 필요하대! 오빠.”
“무…… 무슨 소리야? 그게 현준이가 오 서방하고 무슨 상관인데?”
“흐윽! 진호 씨 영혼의 반이 현준이래. 현준이 인격이 두 개인데. 두 개의 인격 중에 흐윽! 옛날 인격인 상태로 진호 씨를 만져야 진호 씨가 깨어날 수 있대!”
확실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세영은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세영아.”
“오빠. 현준이 이중인격이야. 그중에 하나의 인격이 진호 씨 영혼의 반쪽이야!”
“그게 무슨! 너!”
“오빠. 다른 현준이한테 진호 씨 한 번만 만져 보게 부탁 좀 해주면 안 돼? 어? 내가 했다는 말 하지 말고. 오빠.”
터무니없는 말이었지만 김정수는 세영의 애절한 부탁에 고개를 끄덕였다.
세영이 너무 힘든 마음에 정신이 이상해졌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다지 어려운 부탁도 아니었기에 세영의 마음이나마 가벼워지게 해주려는 것이다.
“그래. 내가 현준이한테 한번 부탁을 해볼게.”
“정말? 오빠. 고마워. 정말 고마워. 그런데 우리가 아는 현준이가 아니라 다른 현준이일 때여야 해. 옛날 현준이! 어? 반드시 옛날 현준이여야 해.”
옛날 현준이어야 한다는 세영의 말에 정수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렇게 해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현준이 이중인격이라는 사실도 알지 못하고 있던 김정수였다.
물론 요즘 현준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고는 했다.
그렇게 세영을 다독여 주고서는 세영의 병실을 나온 김정수는 현준에 대해서 알아보았고 세영의 말처럼 지금 현준이 이중인격 장애를 겪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현준의 인격 중의 하나가 오진호의 영혼의 반쪽일 것이라는 생각은 하진 못했다.
가끔 자신을 찾아오곤 했던 현준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거의 얼굴 보기도 힘들었기에 김정수는 직접 현준을 찾아가기로 했다.
김정수도 왠지 최대한 빨리 현준을 만나 봐야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왠지 시간이 늦으면 세영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대기업의 총수로 있으면서 생긴 어떤 감과도 같은 것이 김정수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 * *
다음 날 김정수는 오전 일정도 취소하고서는 서현준의 프랜드 컴퍼니를 찾았다.
미리 약속도 정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찾아온 김정수였다.
“누구?”
“아중 건설 그룹의 김정수 회장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정수 형? 정수 형이 왜 나를 찾아와?”
어린 시절 친하게 지내기도 했지만 뜬금없는 김정수의 방문에 서현준은 의아해했다.
과거에는 형제처럼 친하기도 했고 아중 건설 그룹이 대기업이기도 했기에 김정수가 직접 찾아온 것을 되돌아가라고 할 수는 없었다.
“들어오시라고 그래.”
“예! 알겠습니다. 대표님.”
무슨 일인가 싶어 일단 들어오라는 말에 김정수는 서현준의 대표실로 들어왔다.
“아이고! 형님! 어쩌신 일로 오셨어요. 미리 연락을 좀 하시지.”
“아!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일 좀 보고 네 생각이 나서 한 번 들러 봤다.”
그냥 생각나서 별 이유 없이 들렀다는 김정수에 서현준은 상석을 양보하며 말을 했다.
“뭐 커피라도 한 잔 드시겠어요?”
“그래. 내가 자주 마시는 걸로 한 잔 타 줘 봐라.”
“아! 형님이 뭘 좋아하셨더라?”
김정수는 서현준의 모습에서 세영이 말을 했던 것처럼 이중인격 장애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냥 진하게 모카로 한 잔 타 줘.”
“예. 알겠습니다. 아메리카노 하나하고 모카로 하나 타서 가지고 와!”
“예! 대표님!”
전에는 비서에게 안 시키고 직접 대표실 한쪽에 마련해 놓은 커피포트에서 커피를 탔던 현준이었다.
“요즘 사업은 할 만하냐?”
“아이고! 말도 마십시오. 뭐 경기도 안 좋고. 일본 투자 건도 그렇고 힘듭니다. 힘들어. 겨우 아버지한테 투자금 받아서 신사업 추진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형님은요?”
“나도 마찬가지지. 요즘 건설 경기가 영 좋지가 않아.”
“아이고. 형님도 고생이시네요.”
잠깐의 대화로 서현준의 사업 능력이 매우 떨어진다는 것을 김정수는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서는 김정수는 아주 옛날의 서현준을 떠올렸다.
‘철없던 그때의 그 녀석이로군. 사고뭉치였던.’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치밀하던 현준과는 너무나도 큰 차이점이 느껴졌다.
“저번에 세영이 일로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못 했네.”
“세영이 일이요?”
“그래. 너 아니었으면 세영이나 배 속 아기나 많이 위험했을지도 모르니까.”
“아! 그랬지. 아! 세영이는 괜찮대요?”
“많이 좋아졌어. 세영이도 그렇지만 세영이 남편인 오진호가 더 문제지.”
“오진호요.”
“그래. 오진호하고 같은 군대 선후임에다가 친구라고 하지 않았었나?”
“예?”
“같이 군생활하고 같이 친하게 지냈잖아.”
김정수의 말에 서현준은 자신이 아닌 현준의 일임을 떠올리고서는 너스레를 떨며 대답을 했다.
“하하하! 그랬죠! 예!”
“친구가 깨어나게 한번 면회나 와 봐.”
“면회요?”
“그래. 혹시 아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는 사람들 중에 친한 지인의 목소리에 반응을 해서 깨기도 한다고 하던데 말이야. 자네가 와서 매부 손 좀 잡고 깨어나라고 한마디만 해 줘. 세영이도 그러면 자네한테 고마워할 테니까.”
김정수의 말에 서현준은 오진호에 대해서는 전혀 알고 있지 못했지만 내색을 하지는 못했다.
“예. 뭐 제가 지금은 그렇고 시간 내서 한번 찾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내가 병원 위치하고 호실 알려 줄 테니까. 한번 찾아가 봐.”
“예. 형님.”
김정수는 서현준과 약속을 하고서는 되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