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250
250화
250.
흐릿하던 시야가 점차 밝아온다.
당장은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시간이 얼마나 흐른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다만 몸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꽤 오랫동안 잠이 들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길어야 이 삼일 정도 잠이 들었다가 깬 것으로 여겨졌다.
“으어어어.”
무언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혀가 굳은 것인지 아니면 말을 잃어버린 것인지 제대로 된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인지 몽롱하던 정신이 화들짝 놀랐다.
당장에라도 몸에 힘을 주고 깨어나려고 했지만 그게 되지 않았다.
“으! 으으!”
갑자기 몸에 힘을 줘서인지 온몸에서 통증이 밀려들어 왔다.
순간 정신을 잃을 만큼의 통증에 굳어 있던 얼굴 근육도 움찔하고 놀라는 듯했다.
그렇게 언제 다시 정신을 잃은 것인지 의식이 멀어져 버렸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더 흐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눈을 떴을 때 간호사 복장을 한 여인과 눈이 마주쳤다.
“꺄악!”
간호사는 의식 불명의 환자와 갑작스럽게 눈이 마주친 것에 소스라치게 놀란 듯했다.
이내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는지 황급히 환자의 이름을 부르며 괜찮은지를 물어 왔다.
청각도 아직 감각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은 것인지 간호사의 목소리는 웅웅거리며 울리기만 할 뿐 도무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아듣기 어려웠다.
하지만 점차 간호사의 발음은 제대로 들리고 있었다.
“환자분! 일어나려고 하지 마세요!”
간호사는 환자가 일어나려고 억지로 힘을 쓰는 것에 일어나지 못하게 하려고 환자의 몸을 누르면서 비상벨을 울렸다.
잠시 후 동료 간호사가 달려왔다.
“김태종 과장님 불러와 주세요! 빨리요!”
“깨어나셨어요? 아! 알았어요!”
가망 없다고 생각했지만 기적이 일어났다.
황급히 어디론가로 달려간 간호사는 한참 진료 중이던 의사에게 환자가 깨어났음을 알렸다.
진료 중이었지만 매우 중요한 환자였기에 담당 의사는 환자의 병실로 달려왔다.
“깨어나셨다고요?”
“예! 과장님!”
눈을 말똥거리며 뜨고 있는 환자를 본 담당의는 환자에게 질문을 했다.
“말을 할 수 있으세요?”
“으. 으윽! 여…… 여기 어디.”
“병원입니다. 환자분. 혹시 이름 기억나세요? 환자분 이름이요!”
오랫동안 누워 있던 환자의 정신이 온전한지 확인하기 위해 환자의 이름을 물었다.
환자는 멍하니 자신의 이름을 묻는 의사에 자신의 이름을 떠올리려고 안간힘을 썼다.
“내…… 내 이름은.”
“예. 환자분 이름이요!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잃어버리는 것이 더 어이가 없을 자신의 이름에 환자는 마침내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오진호.”
“예! 오진호 씨. 맞습니다.”
오진호는 깨어났다.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인 아중 그룹의 부회장 김세영의 남편인 오진호가 교통사고가 난 지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깨어나지 못하다가 마침내 깨어난 것이다.
오진호의 아내인 세영에게 황급히 연락이 갔다.
오진호가 깨어나지 못할 것이라 여겼던 세영은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가 오진호가 확실하게 깨어났다는 말에 황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리고서는 병실에서 상체를 일으켜 세워서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오진호를 볼 수 있었다.
“진호 씨?”
“세영아.”
정답게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오진호의 모습에 세영은 꽤나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깨어났구나.”
“그래. 많이 기다렸지?”
자신이 사고가 난 지 일 년이 넘도록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의사에게 들은 오진호였다.
세영이 느꼈을 감정이 충분히 이해되는 것이다.
“진호 씨. 확실히 맞지?”
“뭐?”
“진호 씨 확실히 맞는 거지?”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럼 내가 오진호지 누구야?”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본 세영이었지만 아무래도 오진호가 맞는 듯했다.
긴장이 풀리며 세영은 병실 바닥에 주저앉았다.
“세…… 세영아!”
병실 바닥에 주저앉은 세영에 오진호는 황급히 그녀를 부축해 주려고 했지만 아직 몸 상태가 완전하지는 않았다.
오랫동안 몸을 움직이지 않았으니 정상으로 되돌아오려면 시간이 걸릴 터였다.
* * *
퇴원을 한 오진호는 서현준이 자해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자해? 어째서?”
“서대영 회장님이 이중인격 장애인 현준 씨를 치료한다고 가둬 뒀나 봐. 그래서 현준 씨가 자해를 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혹시?”
“죽지는 않았는데 병원까지 너무 멀어서 조금 늦었나 봐. 피를 너무 많이 흘리기도 해서 진호 씨처럼 의식이 아직도 없나 봐.”
현준이 의식 불명이라는 세영의 말에 오진호는 걱정이 되었다.
현준과는 사이가 그다지 좋다고 보기 힘들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외면하고 있기는 어려웠다.
“한번 찾아가 봐야겠네.”
“아니! 가지 마!”
“뭐?”
“가지 말라고! 절대 가지 마!”
오진호가 현준의 상태를 아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세영은 미리 오진호에게 현준의 상태를 알려 준 것이다.
그리고서는 절대 현준에게 찾아가지 말라고 말하는 그녀였다.
“대체 무슨 소리야? 왜 가지 말라는 거야?”
“현준 씨가 진호 씨의 영혼의 반쪽이니까!”
“뭐?”
“현준 씨의 영혼이 현준 씨의 몸 밖으로 나간 것이 분명해. 그래서 진호 씨가 깨어난 거고!”
세영은 다시 오진호의 영혼이 현준의 몸으로 들어갈 것이라 생각했다.
자칫 오진호가 현준의 몸을 만져서 오진호의 영혼이 현준의 몸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오진호는 다시 의식을 잃고 현준이 깨어날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물론 현준이 오진호의 몸에 손을 대서 오진호가 깨어난 것은 아니었다.
영혼이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세영은 지금의 현준의 몸이 빈껍데기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준의 몸만 살아 있지 영혼은 죽었으며 그 때문에 오진호의 몸으로 되돌아왔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몸이 죽지 않았으니 다시 오진호의 영혼이 현준에게로 돌아갈지 모른다는 걱정이 드는 것이다.
“절대 가지 마!”
과거에도 막무가내인 그녀였기에 오진호는 세영이 고집을 부리는 것이라 생각했다.
‘몰래 한번 찾아가면 되겠지.’
오진호는 영혼의 반쪽이니 뭐니 하는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세영이 오랫동안 자신이 깨어나지 못하면서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것이라고만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안심하지 못한 세영은 마지막 무기를 꺼내었다.
“가지 마! 가면 당신 애는 두 번 다시 보지 못할 거야.”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오진호는 다른 방에서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갓난아기를 안고 들어오는 세영을 보게 되었다.
“어? 그…… 그 아기는?”
“당신 아기야.”
자신이 의식을 잃고 있는 사이에 세영이 아기를 낳았다는 사실에 오진호는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이내 세영에게 미안해졌다.
세영이 자신보다 훨씬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당신 깨우려고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를 거야. 현준이에게 가지 마. 그러면 당신 두 번 다시 우리 아기 볼 수 없어.”
소름 돋을 정도로 무서운 말을 하는 세영에 오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영이 한 말이 미신에 불과할 뿐일지도 몰랐지만 그동안 있었던 일을 차근차근 이야기해주자 오진호도 마냥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현준이 입원해 있는 병실로는 가지 않은 오진호였다.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이었던 오진호와 세영이었지만 오진호가 깨어나면서 상관이 없어졌다.
오진호는 아중 그룹의 본부장으로 승진해서 복귀했다.
아중 그룹의 부회장으로 승진해 있던 세영이었기에 그녀의 남편인 오진호도 본부장으로 승진해 복귀해 있다가 계열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었다.
그렇게 오진호와 세영은 아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 * *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오진호는 완전히 아중가의 가족으로 인정받으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자신이 깨어나지 못하자 세영과 이혼을 시키려고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충분히 이해했으며 오히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세영에 고마움을 느꼈다.
그렇게 오진호는 다시 깨어나서는 의욕적으로 아중 그룹을 성장시키려고 했다.
현준의 방해도 없었기에 몰락하고 있던 아중 그룹은 다시금 오진호의 능력으로 성장을 하는 듯했다.
그렇게 모든 이들의 부러움을 사는 오진호는 누가 보더라도 성공적인 삶이라고 느끼게 해 주었다.
물론 그런 성공적인 삶에 시기 질투를 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 시기 질투를 행동으로 옮기는 이는 없었다.
하지만.
“역시. 네놈만 다 가지는 삶을 용납할 수 있을 거라고 보나!”
오진호와 함께 깨어난 한 남자.
장우원.
기적처럼 그도 깨어났다.
-나는 서현준이다! 서현준이란 말이다!-
그는 자신을 호성 그룹의 막내아들인 서현준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몸은 평범한 아니 오히려 다소 가난한 집안의 자식일 뿐이었다.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다가 빼앗긴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을 재벌 3세라고 이야기해 봐야 다들 비웃을 뿐이었다.
물론 그를 아는 주변인들은 아주 오랫동안 의식 불명 중인 상황이어서 그로 인한 충격 때문이라 생각을 했다.
그렇게 의식을 회복했지만 정신병을 가지게 된 것으로 여겨지는 장우원은 잘 나가는 오진호의 모습에 분노했다.
“죽여 버리겠다.”
기회를 노렸다.
그리고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장우원은 오진호를 향해 달려들었다.
“죽어 버렷!”
오진호는 칼을 든 채로 자신을 향해 달려들고 있는 장우원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피하기에는 너무 늦었고 이런 일에는 대비가 되어 있지 못한 오진호였다.
그렇게 장우원이 오진호의 몸에 칼을 찌르려는 순간 커다란 덩치가 장우원의 몸을 날려 버렸다.
순간 자신을 구한 덩치를 오진호는 멍하니 바라보았다가 덩치가 누구인지를 알아보았다.
“어? 강구역?”
“아! 현준이 형님은 뭔 점쟁이라도 되시나. 오랜만입니다. 진호 형님.”
강구역은 오진호의 비서가 장우원을 제압하고 있는 것을 보고서는 현준의 말이 사실로 이루어진 것에 혀를 찼다.
놀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오진호에 강구역은 품 안에서 편지 한 장을 꺼내어서는 건네주었다.
“이…… 이게.”
“현준이 형님이 전해 달라고 했던 편지입니다. 현준이 형님이 이런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거든요.”
“현준이가?”
“아무튼 나는 이제 할 거 다 했으니 나머지는 알아서 하십시오.”
강구역은 현준이 마지막으로 시킨 일을 끝냈다며 몸을 돌렸다.
“아! 참! 하나 질문을 할 것이 있는데요. 진호 형님.”
“뭐지?”
“행복하십니까?”
“행복?”
“예. 현준이 형님한테 전해 줘야 하거든요.”
현준이 아직 의식 불명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는 오진호였지만 강구역의 질문에 그는 대답을 했다.
“그래. 행복해.”
“알겠습니다. 전해 드리겠습니다.”
강구역은 오진호가 행복하다는 대답에 그대로 사라졌다.
오진호를 습격하려던 장우원은 경찰에 체포되고 결국 정신병원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 * *
오진호를 구한 강구역은 현준이 입원해 있는 병실로 가서는 아직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현준에게 오진호의 말을 전했다.
“형님. 진호 형님이 행복하시답니다. 그러니 이제 그만 마음 놓으시고 일어나십시오.”
강구역의 말에도 현준은 눈을 뜨지는 않았다.
한참을 현준의 병석에서 앉아 있던 강구역은 역시나 깨지 않는 현준에 아쉬운 듯이 몸을 일으켰다.
병실의 한쪽에 강구역의 종합 격투기 우승 트로피가 놓여 있었다.
종합 격투기 챔피언이 된 강구역은 은퇴를 하고서는 현준이 넘겨준 굿 프랜드 컴퍼니의 이사로 재직하고 있었다.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 형님.”
강구역뿐만 아니라 현준과 인연을 맺었던 많은 사람들이 종종 병문안을 오고는 했다.
다들 현준이 깨어나기를 바라왔고 그를 그렇게 기다렸다.
다만 일부는 자신이 알던 현준으로는 깨어나지 못할 것이라 여겼다.
그리고 그런 현준이 깨어나길 가장 기다리는 여인이 하나 있었다.
“현준 씨. 내가 아는 현준 씨가 아니어도 좋으니 제발 일어나 줘요.”
윤미래는 현준이 깨어나길 기다렸다.
그런 윤미래 덕분인지 아니면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끝냈다는 후련함 때문인지 오랜 잠을 자던 현준은 눈을 떴다.
“현준 씨?”
“이제 내 삶을 살 때가 된 모양이네.”
현준의 심연 속에서 잠들어 있던 인격들이 완전히 하나가 되어 깨어났다.
그렇게 모두가 알고 있던 현준이 아니었고 모두가 알고 있던 현준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