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38
38화
38.
오랜만에 만나는 동네 선배였다.
한동안 연락을 하지 못하던 사이였기에 평소 근황을 물어보며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릴 흥겨운 시간을 보낼 것이었다.
“영호 형!”
“오! 왔냐! 철호야!”
시간이 조금 지났지만 얼굴은 그대로여서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이야! 요즘 잘 나가던데.”
“에이! 잘 나가긴요. 경기에서도 졌는데요.”
“아이야! 진짜 아슬아슬했어. 나는 니가 이긴 줄 알았다.”
“아니에요. 진짜 수준 차이 많이 났어요.”
철호는 역시나 자신의 경기를 보고서는 연락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메이저한 스포츠 경기는 아니었지만 현준의 홍보 덕분인지 제법 유명해진 철호였다.
가끔 길거리에서 팬이라며 사인과 사진을 요청받기도 했다.
자신에게 그런 관심을 보여주는 사람들에 쑥스러우면서도 뿌듯한 느낌의 철호였다.
“야! 들어가자!”
“아! 예!”
그냥 평범한 삼겹살집이었다.
그렇게 자리에 앉은 철호에 영호라는 남자는 잠시 자신이 실수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입을 열었다.
“아! 혹시 삼겹살 먹으면 안 되나? 그 경기.”
“아이구! 아니에요! 괜찮아요. 아직 경기 일정 한참 남아있기도 하고 한 끼 정도는 괜찮습니다.”
“아! 그래? 술은 안 되지?”
“뭐 한두 잔 정도는 괜찮아요.”
민지영과 술을 안 마실 것이라는 약속을 했지만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동네 형과 회포를 푸는데 전혀 안 마실 수는 없었다.
그렇게 한 두 잔은 괜찮다는 철호의 말에 영호는 미소를 지으며 식당 이모에게 외쳤다.
“이모! 여기 소주 한 병 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소주잔과 소주병이 나오고 영호는 철호의 소주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이야! 이게 몇 년 만이냐.”
“그러게요.”
철호는 소주병을 받아서는 영호의 소주잔에 따라줬다.
“형님은 요즘 뭐 하세요? 예전에 무슨 사업 하신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아! 사업 하다가 아는 형님 밑에서 일 돕고 있어. 사회생활이 이게 쉽지가 않더라고.”
철호와는 나이 차이가 조금 있었다.
물론 그래 봐야 대여섯 살 정도밖에는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철호에게는 한참 형으로 느껴졌다.
“다음 경기가 잡혀 있는 거냐?”
“아! 예! 올해 가기 전에 하나 있어요.”
“그래? 경기가 꽤나 띄엄띄엄 있네. 경기 한지 꽤 되었잖아.”
“일정이라는 것이 있기도 하고 선수들 부상이나 컨디션 등 고려하는 것이 많기도 하거든요.”
“아! 그래? 그것도 쉽지가 않네.”
“뭐 세상일 쉬운 것이 어디 있겠어요.”
“아! 그럼 월급? 아니면 파이트 머니? 그런 것도 받지?”
“예. 뭐 있기는 한데. 아직은 그다지 많지는 않아요.”
“너희 집 좀 잘 살잖아. 아! 미안하다.”
영호는 철호의 사정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지 철호에게 사과를 했다.
“아니에요. 성인도 되었는데 집에 의지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일단 독립해서 성공한 뒤에 효도해야죠.”
“그래! 열심히 하다 보면 다 길이 열리는 법이야. 너는 내가 어릴 때부터 딱 성공을 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정겨운 선후배의 대화였다.
“야! 고기 익는다! 어서 먹어! 먹어!”
“아! 예! 형도 드세요!”
“아이구! 나는 맨날 먹는데! 야! 나 너 격투기 경기 딱 나오는 거 보고서는 아! 우리 철호! 딱 이 생각이 나더라니까! 내가 아는 형님하고 동생들한테 쟤가 내 친한 동생이라고 얼마나 자랑했는데!”
“하하하하! 아니에요!”
“아니야! 야! 갈 때 나 사인 좀 해 줘라! 나 회사 사람들한테 자랑 좀 하게!”
“뭐 그런 게 자랑이에요!”
“아니라니까! 얼마나 부러워하던데! 이럴 때 형 어깨에 힘 좀 세워주고 그러는 거야! 너! 나중에 세계 챔피언 되었다고 형 모른 척하면 안 된다!”
“에이! 제가 형을 왜 모른 척해요! 저 그런 놈 아닙니다!”
“알지! 알아!”
철호도 살짝 걱정이 되기는 했다.
현준이 충고를 한 것처럼 자신의 유명세에 달라붙는 날파리들이 제법 있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평소에는 연락이 없다가 유명해지자 연락을 하는 사람들.
정말 좋은 인연도 있겠지만 뭔가 나쁜 의도로 접근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었다.
‘돈 빌려 달라는 건 아닌가 보네. 정말 반가워서 연락한 건가?’
철호는 자신이 괜한 걱정을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창 시절에 아버지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삐뚤어진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러면서 만난 사람들이 질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건 철호도 알고 있었다.
‘문젠 현준이 놈도 그때 만난 인연이니.’
크게 사고를 치진 않았다지만 현준도 재벌가 망나니였다.
그러다가 이제는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살고 있었지만 가끔 현준이 뭔 생각을 하고 사는지 알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렇게 영호라는 남자는 철호에게 이상한 부탁을 하는 것은 아니고 정말로 반가워하며 철호가 잘되기를 바라는 듯했다.
그런 영호에 철호도 처음의 경계심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
“야! 철호야! 이제 그만 마셔! 너 운동하는데. 너무 많이 마시다 보면 안 되는 거 아니냐.”
“에이! 괜찮아요. 형. 이 정도 마시는 것 정도는.”
“하! 그래도. 내가 조금만 더 잘 벌면 너한테 정말 좋은 거 사주는 건데.”
아쉬워하는 영호에 철호는 그런 말 하지 말라고 손을 내저었다.
“아니에요! 형! 나 진짜! 정말 고마워요.”
“고마우면 나중에 너 성공해서 한 턱 쏴라!”
“당연하죠! 제가 성공해서 진짜 좋은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하하하! 그래! 그래! 그 전에는 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나한테 연락해! 부담 가지지 말고.”
허세 가득한 동네 형에 철호는 자신이 그래도 사람 복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준도 그렇고 영호 형도 너무 좋은 사람들이라며 이런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지영이도 있었지.’
철호는 민지영이 떠올라서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얼큰하게 취할 때쯤 영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아! 여보세요. 아! 형님! 아! 예! 제가 전에 말했던 친한 동생. 철호 아시잖아요. 예! 챔피언이요! 예! 그 친구 만나서 술 한 잔 마시고 있습니다. 예! 헤헤헤!”
기분 좋은 듯이 전화를 받는 영호였다.
“아! 예? 아! 잠시만요. 형님!”
영호는 통화를 하다 말고 조금은 난처한 표정으로 철호를 바라보았다.
“저기 철호야.”
“아! 예! 형.”
“저기 내가 아까 말했던 아는 친한 형님 일 도와주고 있다고 했잖아.”
“예.”
“그 친한 형님이 너 잠깐 보면 안 되겠냐고 하셔서. 너 경기하는 거 보고 팬이 되었다는데.”
철호는 영호의 말에 잠깐 당황했지만 영호의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괜히 자신이 거절했다가 영호가 도움을 받는 친한 형님에게 밉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조금 부담스럽지?”
“아니에요. 뭐 잠깐 보는 건데요.”
“그래? 아! 그러면! 아! 형님! 철호가 괜찮다네요. 아! 여기요! 여기가 어디냐면.”
영호는 자신과 철호가 있는 삼겹살집의 위치를 알려 주었다.
그렇게 소주 한 병을 더 까서는 마시고 있을 때 삼겹살집 안으로 상당히 덩치가 큰 남자가 들어왔다.
“어! 형님! 여깁니다! 여기!”
영호가 남자를 알아보고서는 손을 들고 흔들자 덩치 큰 남자는 영호와 철호가 있는 테이블로 다가왔다.
“아이고! 만나서 반갑습니다! 경기 잘 봤습니다. 팬입니다!”
남자는 제법 호탕한 목소리로 철호에게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박철호라고 합니다.”
“저는 임고석이라고 합니다. 박철호 선수 직접 뵙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생김새와는 달리 사람 좋아 보이는 성격의 남자였다.
임고석은 초라한 테이블을 보고서는 영호에게 웃으면서 한마디 했다.
“하! 영호야! 박철호 선수 몸 상하면 어쩌려면 이런 곳에서 대접을 하냐! 형님한테 말을 하고 가야지! 기왕이면 좋은 곳으로 가야지. 이게 뭐야! 이게!”
한소리를 하고는 있었지만 장난을 치는 듯한 가벼운 분위기였다.
“아이고! 아닙니다. 이 정도만 해도 엄청 잘 먹었는데요.”
철호가 영호의 잘못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삼겹살집이 이상한 것도 아니었고 철호도 충분히 즐겁게 잘 먹은 식사였다.
“아이! 그래도 그렇죠. 제가 다음에 기회가 되면 영호한테 잘 모시라고 하겠습니다.”
“아이고! 안 그래도 제가 좋은 곳으로 데리고 가려고 했습니다. 형님!”
“좀 더 드시겠습니까? 불판 갈까?”
임고석은 혹시나 부족하지는 않냐며 철호에게 물었다.
“아닙니다. 저 정말 잘 먹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먹으면 몸이 무거워져서요. 이제 슬슬 다음 경기 준비를 해야 해서 말입니다.”
“아이고! 그럼요. 선수가 몸이 생명인데. 와! 정말 경기 잘 봤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철호야. 형님한테 사인 한 장만 부탁할게.”
영호가 철호에게 사인을 부탁하자 임고석은 화들짝 놀라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박 선수님 부담스러우시게 왜 그러냐. 이놈이 좀 취했나 봅니다. 제가 괜히 부담스럽게 왔나 봅니다.”
“아닙니다. 제 팬이시라면서요.”
“아! 그럼요! 실은 제가 왕년에 격투기를 했었거든요.”
“아! 그러세요? 어쩐지 몸이 좋으세요.”
“하하하! 아닙니다. 이제는 술이고 뭐고 해서 몸 다 망가졌는데요. 더욱이 부상 때문에 제가 은퇴를 했거든요. 그래서 몸 중요한 거 정말 잘 알아요.”
“아! 그러시구나.”
철호는 임고석도 과거 운동을 하다가 부상으로 은퇴를 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체육관의 선배들 중에서도 부상으로 은퇴를 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다행히 현준이 그들을 경호회사의 직원으로 받아줘서 다행이지 이대로 은퇴를 하면 먹고 살길이 힘들어지는 것이다.
“시간도 많이 늦었고 보내 드려야지.”
“안 그래도 이만 끝내려고 했습니다.”
“그래. 잘 생각했다. 계산 아직 안 했지?”
“아이고! 형님! 계산은 제가 하겠습니다!”
계산해주러 온 것 같은 임고석에 영호는 그러지 말라며 손을 내저었다.
“야! 형이 동생들 밥 먹는데 어찌 그냥 있냐! 이걸로 가서 계산해. 그리고 다음에 같이 밥 먹거나 한잔할 때도 내가 카드 줄 테니까 그걸로 계산해!”
임고석은 영호에게 자신의 카드를 내밀며 계산을 하라고 했다.
“감사합니다. 형님.”
“야! 이거 가지고 뭔 감사냐! 사람 무안하게 시리.”
임고석의 카드를 들고 계산대로 가는 영호였다.
“아! 잘 먹었습니다.”
“아이고! 뭘 이거 가지고. 제가 이거 다 미안하네요. 저놈이 박철호 선수하고 진짜 친한 형 동생 사이라고 했을 때 저는 거짓말인 줄 알았습니다.”
“하하! 동네에서 어렸을 때 친한 형이었습니다.”
“저놈이 실은 조금 질이 안 좋은 녀석인데.”
“예?”
“아니. 그러다가 정신 차리고 정말 성실하게 일 잘하는 놈이거든요.”
“아! 예!”
임고석의 말에 철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박철호 선수같이 반듯한 친구가 있을 놈이 아닌데!”
“아! 형님! 또 그러신다!”
임고석이 영호의 험담을 하고 있을 때 계산을 마치고 돌아온 영호가 임고석에게 짜증을 냈다.
“내가 뭘! 너 진짜 성실하게 일 잘한다고 칭찬하고 있는데! 그쵸?”
“예? 아! 하하하! 예! 영호 형 그래도 의리 하나는 있는 형이었어요.”
“야! 철호야! 의리만 있냐. 내가 조금 부족하긴 해도. 어! 이젠 정신 차리고 얼마나 열심히 살려고 그러는데!”
영호의 말에 철호는 피식 웃었다.
자신이 개과천선을 한 것처럼 영호도 변한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그렇게 철호는 임고석과 영호와 별일 없이 헤어져 자신의 옥탑방으로 향했다.
“아! 좋은 사람들 같다.”
알딸딸하게 취한 철호는 세상이 생각보다는 따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