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4
4화
4.
모든 것을 다 잊고 새로운 삶을 살 수도 있었다.
더욱이 무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삶이었다.
원하는 삶을 얼마든지 살 수 있었지만 현준은 이미 복수 이외에는 원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사실 재벌가의 사위로 화려한 생활은 충분할 정도로 했다.
직장인 한 달 월급보다 비싼 정장에 연봉보다 비싼 시계, 자동차도 지방 아파트 한 채 값이었고 한 끼 식사도 수십만 원이 넘는 생활을 보낸 것이다.
그러니 금수저를 물었다고 해서 눈에 찰 리가 없었다.
자신의 삶과 몸 그리고 마음을 짓밟은 세영과 아중 그룹의 재벌가에 대한 복수만을 원했다.
“현준아. 다 풀었어.”
현준은 학교 똘마니였던 철호와 희수 그리고 재범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반 교실에 쉬는 시간마다 집합을 하고 있었다.
철호는 3선 국회의원의 손자로 훗날 마약왕이라 불릴 정도로 대한민국에 마약을 유통하는 범죄자가 된다.
그로 인해 다치는 이들이 꽤나 많았지만 철호를 보호해 주는 이들이 상당히 많아 철호는 외국으로 도망을 친다.
그곳에서 제법 잘 먹고 잘살면서 계속 한국에 마약을 유통한다는 소식이 있었다.
그런 철호가 자신의 친구였다는 것이 현준에게도 꽤나 황당했다.
‘복수도 하고 이놈들 인간 만들어야겠지.’
희수와 재범은 자신의 호성 그룹의 계열사 임원 아들들이었다.
회장의 막내아들인 현준이었기에 희수나 재범은 현준의 눈치를 보는 것이다.
철호에 비해서는 그나마 나았지만 희수나 재범 둘 다 자기 멋대로인 인간들이었다.
현준은 희수가 다 풀었다는 문제를 받아 보았다.
“이거 틀렸잖아. 조금 복잡하기는 하지만 이해만 하면 쉽게 풀 수 있는 거야. 여기서 -1을 먼저 곱해.”
현준은 희수가 틀린 문제를 마치 과외 선생님이 되기라도 한 듯이 자세하게 알려주었다.
본래의 현준이었다면 이런 상황 자체가 일어나지도 않겠지만 틀렸다면 윽박질렀을 터였다.
“와! 이 문제는 꽤 어려운 건데. 잘했네. 너 엄청 똑똑하다.”
“어? 어! 내가 요즘 공부를 안 해서 그렇지 중학교 때는 성적 좋았어.”
철호와 희수 그리고 재범은 너무나도 변해 버린 현준에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았다.
무슨 이유인지 병원에 입원해서 기억 상실까지 겪었다고 하는데 그 때문인 듯하지만 하루아침에 바뀐 현준에 자신이 아는 현준이 아닌 듯했다.
물론 철호를 두들겨 패던 현준의 모습과 현준의 뒷배경 때문에 감히 의심하고 물어볼 수 없었다.
그런 세 사람뿐만 아니라 현준의 반 친구들도 당황하고 있었다.
“쟤들 진짜 왜 저래?”
“몰라. 아우. 불안하게 왜 저런대?”
학교 내에서 일진같이 행동하던 불량아들이었다.
그냥 불량스럽기만 하면 모르겠지만 뒷배경도 엄청나서 학교에서도 건들지 못하는 아이들이었다.
그런 아이들이 지금 이상한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아! 배고프다! 야! 가서 빵 좀 사와라!”
현준에게 붙잡혀 마음에도 없는 공부를 하고 있던 재범이 조용히 책상에 앉아 있는 아이에게 빵을 사 오라고 시켰다.
그런 모습에 다들 역시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내가 사올게. 이거 문제 풀고 있어. 내가 사올 때까지 문제 다 못 풀면 뒤진다. 참! 딴 애들한테 시키면 진짜 뒤진다.”
“어?”
현준은 자신이 직접 일어섰다.
‘한순간에 착한 놈으로 돌아올 리가 없지.’
이미 머리가 굵어져서 착한 학생으로 바로 돌아갈 일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현준은 차분히 기다리기로 했다.
“아니야. 괜찮아. 현준아! 얘 시키면 되는데!”
“시키긴 뭘 시켜. 갔다 올 테니까 기다려.”
현준은 매장에서 애들이 먹을 빵과 과자를 잔뜩 샀다.
“돈 많으니까 좋네. 나 학창 시절에는 꿈도 못 꾸던 일인데.”
빵과 음료수를 봉투 가득 산 현준은 다시 교실로 돌아갔다.
역시나 문제는 안 풀고 애들을 괴롭히고 있던 셋을 잠시 노려봐 주었다.
그 눈빛이 워낙에 살기 넘치고 무서웠던 듯이 철호와 희수 그리고 재범은 끽소리도 내지 못하고서는 현준의 책상 주위로 얌전히 앉아 문제를 풀었다.
현준은 셋에게 빵과 음료수를 주고서는 반에 앉아 있는 아이들에게도 하나씩 돌렸다.
“나 주는 거야? 나 돈 없는데.”
“그동안 미안해서 주는 거야. 돈은 필요 없어.”
혹시나 빵과 음료수를 주고 더 많은 돈을 뜯어내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학생들이었다.
돈도 많은 놈이 갈취까지 한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돈은 필요 없다며 강제로 빵과 음료수를 주는 현준에 받고 싶지 않은 아이들도 있었지만 역시나 그러면 후환이 두려웠다.
“고…… 고마워.”
“그래. 맛있게 먹어.”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을 보면 현준도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자신도 아이가 있었을 뻔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
“왜?”
현준은 같은 반인 세영을 잠시 빤히 바라보았다.
잠시 잊고 있었다.
현준은 세영에게 빵 한 조각도 줄 생각이 없었기에 그냥 지나쳐서는 다른 반 애들한테만 나눠 줬다.
“뭐? 뭐야? 서현준!”
“…….”
자신만 빼고 전부에게 빵과 음료수를 나눠 주는 현준에 세영은 기가 막혔다.
세영이 부르는 것도 무시해 버리고서는 다른 친구들에게 빵과 음료수를 나눠 준 현준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너무나도 소심한 복수였다.
그런 소심함에 현준도 어이가 없어서는 얼굴이 붉어질 정도였다.
‘미치겠네.’
철호와 희수 그리고 재범은 얼굴이 붉어진 현준과 홀로 빵과 음료를 받지 못해 멍하니 현준을 바라보고 있는 세영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세 명이 꽤나 악동이라지만 건드려도 되는 애들과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 애들은 구분했다.
그리고 세영은 절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애였다.
더욱이 현준과 세영은 나름 친했다.
아니 아중 그룹과 호성 그룹이 꽤나 친했기에 매우 친한 사이였다.
세영은 고작 빵 쪼가리 하나 못 먹는다고 신경 쓰거나 하지 않았다.
다만 다들 받았는데 자신만 받지 못했다는 것과 그것이 현준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저 새끼 뭐야?”
짜증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한마디 하는 세영에 얼굴색이 돌아온 현준이 사나운 눈빛으로 세영에게 외쳤다.
“시끄러! 공부 좀 하자!”
현준의 외침에 교실에는 이내 적막이 찾아왔다.
다들 현준의 눈치를 보는 것이다.
철호와 희수 그리고 재범도 숨소리 하나 내지 못하며 현준이 내준 문제를 풀었고 쉬는 시간은 끝났다.
‘하! 속 시원하네.’
전생에서 세영과의 연애 때도 그리고 결혼 생활 동안에도 끌려다니기만 했던 현준이었다.
지금처럼 거침없이 큰 소리를 낸 적이 없었다.
그것이 사랑이라 생각을 했지만 지금 돌아서 생각해 보니 그건 사랑이 아니었다.
아주 약한 탄산의 기분이 들었지만 이 정도 따위로 현준의 마음에 응어리진 분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감만이 점차 커지고 있었다.
“오늘 나하고 갈 곳 있으니까 학교 끝나고 기다려.”
“어? 어디?”
“좋은 데니까 기다리고 있어.”
기분이 좋아진 현준은 철호와 희수 그리고 재범에게 학교 끝나고 기다리라는 말을 했다.
셋 모두 현준이 너무나도 불안하기만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반항할 수도 없었으니 울상만 지어야 했다.
그렇게 현준 때문에 잔뜩 자존심만 상해 버린 세영의 식식거리는 모습을 즐겁게 지켜보며 현준은 방과 후에 악동 삼인방을 데리고 이종격투기 체육관을 찾았다.
“여길 왜?”
“왜긴. 몸 좀 풀려고 그러는 거지.”
“몸을 푼다고?”
“어. 따라와.”
인간의 성미는 변하지 않는다.
현준은 그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변하기는 했다.
단지 죽을 것 같이 충격적인 일을 경험했을 때나 변하는 것이다.
‘죽을 것 같이 두들겨 맞다 보면 되겠지. 뭐 안 되면 말고.’
한창 혈기 넘치는 아이들이었으니 현준은 그 혈기를 다른 쪽에서 풀도록 할 생각이었다.
“안녕하세요. 체육관 입관하고 싶은데요.”
“네 명?”
“예.”
“야! 현준아! 너 뭐하는 거야?”
철호가 현준을 막았다.
자신은 운동을 할 생각이 없었다.
현준에게 두들겨 맞아서 잠시 기가 꺾였지만 계속 끌려다닐 생각이 없었다.
“뭐긴. 넘치는 혈기 좀 풀려고 하는 거지.”
“뭐?”
“음! 철호야. 이렇게 하자. 여기서 니가 여기 운동하시는 분들 중에 아무나 때려눕히면 그냥 가.”
현준의 말에 철호도 황당해했지만 체육관의 관장도 어이없어했다.
고삐리 따위가 너무 막 나간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물론 체육관 관장은 이내 얼굴이 밝아졌다.
“이건 입관비에요.”
“아이고!”
현준은 표정이 굳어가는 체육관 관장에게 금융 치료를 해주었다.
아주 많은 입관비는 체육관 관장도 웃게 만드는 것이었다.
“너 진짜?”
“아니면 나한테 매일 두들겨 맞을래?”
현준은 살기가 느껴지는 눈빛으로 철호를 노려보았다.
세영에 대한 분노와 아중 그룹에 대한 증오로 인해 현준은 고등학생 따위가 낼 수 없는 살의에 가득한 눈빛을 낼 수 있었다.
훗날 마약왕이라 불리던 철호였지만 지금은 고작 고등학생에 불과했다.
현준의 살기 어린 눈빛에 자칫 잘못하면 학창 시절이 지옥이 될 수 있음을 철호는 깨달아야만 했다.
“아…… 알았어. 이기면…… 이기면 나 이거 안 해도 되는 거지?”
“그래. 혹시 알아? 니가 여기서 열심히 운동하면 나를 이길 수 있을지.”
한가하게 세 명의 악동들을 인간으로 갱생시키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그렇게 체육관에 떠넘겨 버리려는 현준이었다.
그리고 그 날 철호는 다소 깡마른 남자에게 엉망진창이 되도록 얻어맞았다.
‘하필이면 좀비 파이터에게 덤비냐.’
현준은 이종격투기 체육관에서 훗날 이종격투기 챔피언이 되는 사내에게 덤빈 철호에 혀를 찼다.
과거 시점으로 돌아온 것은 나름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 * *
“역시 비트코인인가?”
자신의 복수를 위해 어느 정도의 자금이나 세력이 필요했다.
호성 그룹의 회장이 되어 세영과 아중 그룹에 복수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지만 자신의 위로 형만 둘이었다.
그리고 그 형들은 이미 장성해서 호성 그룹의 임원으로 있었다.
그런 둘을 재끼고 호성 그룹의 회장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없었다.
물론 미래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현준이었기에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차피 복수만을 원할 뿐 재벌 회장이 될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아중 그룹의 미래와 세영의 앞날을 힘들게 해주기 위해 자신만의 자금과 세력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자금을 빠르게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은 비트코인이었다.
“아버지. 용돈 좀 주시겠어요?”
“뭐 하게?”
“친구들하고 체육관 등록했어요. 건강 좀 챙기려구요.”
“체육관? 그래. 얼마나 필요하냐?”
“뭐 이것저것 필요한 것이 많더라구요. 그리고 혼자 하기 심심해서 애들 것도 제가 내준다고 해서요.”
“알았다. 통장에 입금해 주마.”
역시 금수저라서 그런지 초기 자금 마련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한 번 쓰러졌던 아들이었기에 걱정이 되어서는 어지간한 일은 다 들어 주셨다.
자신의 형들의 성향을 알아보기 위해 다 큰 형들에게 찾아가 용돈을 요구해 보았다.
“큰 형.”
“어! 몸은 괜찮아?”
“요즘 몸이 허한 것 같아. 나 용돈 좀 줘.”
“용돈? 얼마나 필요한데? 아니다. 알았다. 알아서 적당히 넣어 줄게.”
적당히가 현준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라는 사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다.
둘째 형뿐만 아니라 호성 그룹의 재벌가 친척들에게 인사를 하러 가서는 제법 두둑하게 뜯어낼 수 있었다.
“이거 예상보다 너무 많은데. 비트코인하고 주식 좀 사 놔야겠네.”
미래에 어떤 주식이 오르는지 너무나도 잘 아는 현준이었지만 돈이 목적은 아니었기에 아중 그룹이 미래에 인수를 하려고 하는 기업들의 주식들을 사 모으는 현준이었다.
당연히 아중 그룹에는 절대 팔지 않을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