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40
40화
40.
대학교의 평범한 커피숍이었다.
그곳에서 현준은 무척이나 평범한 외모와 수수한 옷차림의 여인과 마주 앉았다.
“뭘 그렇게 빤히 봐. 처음 보는 사이도 아니고.”
“화장 안 했냐?”
“왜? 화장해야 해?”
“아니. 뭐 그런 건 아니지만.”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는 말도 있었지만 변신이 과하다 보면 죄가 되기도 하는 법이다.
화장을 하지 않아도 예쁘장한 얼굴이었다.
옷차림도 청바지에 명품 로고가 들어가 있지 않은 하얀 면티였다.
풋풋한 여대생 같은 외모는 어제까지만 해도 알고 있던 그녀와 너무나도 달랐다.
그런 그녀였지만 주변의 남학생들로부터 꽤나 주목을 받고 있었으니 사람 자체에서 풍겨오는 매력은 화장이나 옷차림으로 가려지진 않는 듯했다.
“실버스틱이라는 놈들에 대해서 묻고 싶어서.”
“관여 하고 싶지 않다며.”
“그러려고 했지. 그런데 그놈들이 내 걸 건드리려고 해서 말이야.”
“니 꺼?”
“철호.”
“철호 씨?”
공민지는 자신은 직접 만나 본 적은 없었지만 민지영으로부터 자주 듣던 철호가 현준의 절친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름 종합격투기 유망주라는 철호였다.
“철호 씨가 왜?”
“이놈 알아?”
현준은 사진 두 장을 공민지에게 내밀었다.
화려한 화장과 옷차림을 하는 것은 꽤나 신경을 많이 써야 하고 시간도 낭비하는 일이었다.
재벌가의 자식인 현준을 통해 재벌가의 마약 유통을 알아내기 위해 접근했던 공민지는 클럽뿐만 아니라 현준을 만날 때도 진하고 화려한 화장을 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으니 평소 집에서 지내던 대로 편한 복장과 간단한 화장만 하고 나온 것이다.
학교에서도 이제는 굳이 남자를 홀리기 위한 듯한 화려한 화장을 할 필요가 없었다.
공민지는 현준이 내민 두 장의 사진을 보았다.
한 장의 사진은 임고석.
그리고 또 다른 한 장의 사진은 철호의 동네 형인 장영호였다.
“그놈들 그쪽이 노리고 있는 조직 놈들이야?”
“얘는 잘 모르겠네.”
공민지는 장영호의 사진을 테이블 위에 대충 던졌다.
피라미였다.
일일이 이름도 기억할 필요가 없는 피라미의 사진은 버려졌다.
“이 사람. 맞아. 얌생이 파의 조직원 중 한 놈이야.”
현준은 공민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했던 말이었다.
“그놈들 왜 잡아넣지 않는 거지? 이름까지 붙였으면 거의 다 파악했을 텐데.”
“뭐 이런저런 어른들의 사정이 있겠지.”
공민지의 말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사회 초년생들이나 미성년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사회의 짙은 그림자가 있다.
정의와 불의가 뒤섞여 쉽사리 손을 대지 못한다.
“알려고 하지 마. 알면 알수록 위험해지는 세상이야. 재벌가의 귀한 도련님이 감당할 수 없는 그런 곳이니까.”
공민지는 현준에게 경고를 했다.
현준이 매우 특이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현준이 재벌가의 막내아들이어서인 것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신과 같은 짙은 회색빛의 인간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재벌가의 귀한 도련님이라. 뭐 틀린 소리는 아니지만 말했잖아. 내 걸 건드리려는 놈들을 가만히 놔둘 만큼 착한 놈은 아니라는 거.”
현준의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21살의 대학생이었다.
외모도 나름 동안이어서 옷차림만 달리하면 아직 앳되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공민지는 순간 눈앞의 현준이 더러운 세상에 닳고 닳은 인간으로 느껴졌다.
‘살의.’
자신이 상대하는 이들과는 다른 의미로 위험한 유형이었다.
무엇 때문에 이토록 지독한 살의를 보여주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대학교의 교정 벤치에 앉아 일광욕을 즐기는 현준이었다.
그때는 세상일에 달관한 듯한 모습이었다.
당장에라도 사라져 버릴 것만 같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인간인 듯했던 현준에게서 지금은 마치 지옥 밑바닥에서 기어 올라온 것 같은 처절함과 살의가 느껴졌다.
“골드스틱.”
“골드스틱?”
“아…… 아니야! 잘못 말했어. 잊어버려.”
공민지는 순간 자신의 입을 손바닥으로 막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말하면 안 되는 것을 말해 버린 것이다.
“촌스럽네. 아이언. 실버. 골드. 양아치 새끼들이 꼴값을 떨고 자빠졌네.”
현준은 비웃음이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유치하기 짝이 없는 조직 구성에 절로 비웃음이 나오는 것이다.
물론 명칭의 촌스러움과는 달리 생각 이상으로 거대한 조직이라는 느낌은 들었다.
어쩌면 국내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노는 그런 조직일 수도 있었다.
‘철호 그놈 이렇게 마약왕이 된 건가?’
철호의 운명을 바꿨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예정된 운명처럼 다가온 인연은 철호를 깊고 깊은 수렁에 빠트리려 하고 있었다.
현준은 자신의 앞에서 몸을 떨고 있는 공민지를 보았다.
그리고 전생의 클럽에서 마지막에 보았던 나이 들고 절망에 빠져 있던 공민지가 겹쳐져 보였다.
‘빌어먹을.’
공민지의 운명도 뻔했다.
공민지의 뒤에 경찰이 있는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있는지는 아직 확인을 할 수 없었지만 공민지는 깊은 늪에 빠져서는 헤어 나오지 못했다.
마지막에 어떤 최후를 마주하게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현준은 마치 미래가 보이기라도 하는 듯이 좋지 않은 결말로 끝날 것 같았다.
“그 골드스틱을 무너트리거나 거기의 높으신 양아치 새끼를 잡아야 네 임무가 끝나는 거야?”
“뭐?”
“엄마 찾아주겠다고 하고 이용당하고 있는 거 아니야. 뭐 뻔히 찾아 줄 생각은 없어 보이고. 생활비하고 유흥비하고 아니지 업무 추진비겠네. 그거 지원받고 있을 거고. 그걸 지원이라고 해야 하나. 참 내. 일 시켰으면 당연히 보상을 해 줘야지. 하! 빌어먹을 새끼들. 일은 X나게 시켜 먹고 마지막에는 냅따 버려버리는 것이 쌩양아치 새끼들 아니야.”
현준은 공민지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자신이 당했던 상황에 대해서 하는 이야기였다.
전생에서도 알고 있었다.
자신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결국에는 이용만 당하다가 버려질 것이라는 사실을.
그나마 자신은 세영의 남편이었으니 간단히 버려지지는 않을 것이라 착각했다.
그렇게 알고 있으면서도 차마 그것을 확인해 보기 두려워 마지막 순간까지 외면하고 또 외면했다.
그리고 그렇게 외면한 결과는 고통스러웠다.
“…….”
“왜? 틀린 소리 한 거 같냐?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 봐야 알 것 같아? 뭐 이해는 해. 인정하고 싶지 않을 거야. 그러다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가서 후회를 하게 되지.”
“니…… 니가 뭘 알아.”
공민지는 화를 내며 고함을 지르고자 했지만 목소리는 기어들어 갔다.
왠지 눈앞의 부잣집 귀한 도련님이 자신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알 리가 없는데. 이토록 비참한 현실을 알 리 없는 사람인데.’
임무 때만 입는 값비싼 명품 옷들을 아무런 고민조차 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지금의 자신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자신보다 더한 삶을 살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것이 연민인지 아니면 호기심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공민지는 가슴이 아파왔다.
‘남자를 믿지 않아. 나를 버린 아버지도 남자고 어머니를 빼앗아 간 것도 남자이고 나를 이용해 먹으려는 이도 남자야.’
눈앞의 현준도 자신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다만 다른 남자들처럼 자신의 몸을 탐하진 않았다.
그로 인해 생긴 문제 때문일까 하는 생각이 들고는 했지만 지금 보면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뭔가 자신과 비슷한 그 어떤 이유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여자. 여자를 믿지 못하는구나.’
공민지 자신이 남자를 믿지 못하는 것처럼 현준의 눈동자에서 여자를 믿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얼마나 가슴 시리도록 당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자를 믿을 수 없다는 감정이 전해지고 있었다.
“뭐하는 거야?”
“아!”
공민지는 자신의 손이 현준의 얼굴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서는 화들짝 놀랐다.
차디찬 현준의 눈동자에서 현준의 상처를 느끼고서는 어루만져 주려던 것이었다.
자신 또한 남자를 믿지 않았음에도 남자인 현준의 상처를 치료해 주고 싶다는 오만한 생각이 든 것이다.
“미안해.”
“뭐 됐고. 골든지 실번지 하는 놈들에 대해서 알려 줬으면 좋겠어. 뭐 오늘은 힘들겠네.”
현준은 공민지가 감시받고 있다는 것에 다음에 천천히 듣기로 했다.
“알려주면. 뭘 줄 건데?”
공민지의 말에 현준은 당연한 듯이 말했다.
“기브 앤 테이크. 걱정하지 마. 나는 받는 것이 있으면 주는 것도 확실하니까. 빠져나가게 해 줄게. 자유롭게. 엄마 찾고 아빠 찾고. 평범한 삶. 짭새 새끼들처럼 야비한 짓은 안 해. 그리고 적어도 나는 음…….”
현준은 평소와는 다른 수수한 공민지의 모습에 자신의 울타리 안에 들어와 있는 공민지를 느끼며 씁쓸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가 또 당할 셈이냐.’
모질어졌다고 생각했지만 아직은 인간의 틀을 벗어나지는 못한 듯했다.
어차피 복수의 대상인 세영과 아중 그룹에만 악마가 되면 되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을 물어뜯는 미친개가 될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현준은 카페의 의자에서 일어섰다.
공민지가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현준은 그것조차 신경 쓰지 않았다.
공민지의 생각은 현준에게 필요치 않았다.
자신이 하겠다면 그냥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공민지의 대답을 듣지도 않은 채로 카페를 나서려다 현준은 뭔가 생각이 난 것이 있는지 다시 몸을 돌려 공민지에게 말했다.
“예쁘네.”
“……!”
공민지가 현준의 말에 잘못 들었나 싶어서 현준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 찬바람 가득하던 현준의 눈동자와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풋풋한 남자가 다정스러운 눈빛을 한 채로 보고 있었다.
“내일 보자.”
현준은 공민지의 가슴만 두근거리게 만들고서는 사라졌다.
“나쁜 새끼.”
자신이 지금까지 만난 남자들 중에서 가장 나쁜 놈이었다.
여자도 그렇지만 남자도 줄 듯하지만 절대 안 주는 놈이 가장 나쁜 놈인 법이다.
그렇게 공민지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형사를 그냥 지나쳐서는 카페를 나가 버렸다.
“야!”
“업무 시간 아니에요!”
형사가 현준과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를 물으려고 했지만 공민지는 일과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 무시해 버리는 것이었다.
어차피 자신도 그들을 필요로 하지만 그들도 자신을 필요로 했다.
당장은 자신을 버릴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고 공민지도 자신의 뒤에 꽤나 든든한 뒷배가 생겼음을 알기에 과거처럼 경찰들에 목을 맬 필요가 없었다.
* * *
애지중지한 막내아들이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귀한 아들이었으니 엄하지만 자식에게만큼은 한없이 다정한 아버지가 아무것도 모른 채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경찰 놈들이 왜 우리 아들을 감시해.”
“정확하게는 모르겠습니다만 약으로 의심을 하는 것 같습니다.”
“약? 현준이가 약을 하나?”
“아니요. 절대 그러진 않습니다.”
호성 그룹의 서대영 회장은 경찰이 자신의 막내아들인 서현준을 마약투약자로 의심했다는 말에 이를 갈았다.
“그런데 어떤 새끼가 감히! 누구 아들에게 그딴 의심을 해!”
“누구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알아보는 것 정도로 끝나지 않을 거야! 감히 내 아들을 건드려? 이 새끼들이 지금 나를 퇴물로 여기는 거야! 뭐야!”
현준이 무슨 일을 하든 상관없었다.
술 마시다가 사람을 때려도 젊은 혈기에 그럴 수 있다고 여겼고 약혼녀가 있음에도 여자 좀 만나는 거야 젊은 사내라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친구인 김무연 회장에게는 미안한 일이었지만 곧 군대도 갈 것이고 나이를 조금 더 먹으면 철이 들 것이기에 그런 건 아무런 흠도 되지 않는다고 여겼다.
하지만 자신의 아들을 건드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혹시라도 현준이가 마시는 술이나 음료에 약을 타고 기획 수사 하려고 했다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니까 그리 알아.”
“알겠습니다. 회장님.”
마약하고는 전혀 연관 없는 현준을 주시했다는 것에 더러운 수작질을 부리려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드는 서대영 회장이었다.
아직은 너무 어린 아들이었기에 자신이 보살펴야 한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