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44
44화
44.
만곡동 재개발 사업을 아중 그룹에 빼앗기면서 호성 그룹의 건설사 사장인 서영수는 꽤나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자신의 친구이기도 한 아중 이노베이션의 김자성과 달리 서영수는 둘째 동생인 서정대와 아직 후계자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
물론 만곡동 재개발 사업으로 아중 건설의 김정수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내면서 아중 그룹의 후계자 결정도 오리무중이 되기는 했다.
그렇게 서영수는 상처 난 자존심과 함께 자신의 능력을 보여줘야만 했다.
하지만 건설 경기 침체와 함께 아파트 분양 시장 또한 상황이 마냥 좋은 상태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소규모 단지 아파트 신축 건설이나 하고 있기에는 대단지인 만곡동 재개발 사업의 타격이 너무 컸다.
그렇게 서영수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을 때 현준이 방문했다.
“큰 형.”
“응? 어! 현준이 왔냐? 학교는?”
“수업 끝났어.”
“왜? 용돈 필요해서 왔냐?”
딱히 살가운 막냇동생은 아니었다.
물론 여동생도 아닌 사내였으니 남자 형제들에게 살가울 리는 없었다.
그래도 나이 차이가 조금 있었기에 큰 형인 서영수는 현준을 꽤나 귀여워했다.
“용돈은. 나도 회사에서 월급 받아.”
돈이라면 서영수보다 현준이 더 많을 터였다.
물론 그 사실을 밝힐 수는 없었다.
“용돈 때문이 아닌데 무슨 이유로 찾아온 거야?”
“아! 전에 형한테 쓸만한 거 하나 준다고 했잖아.”
서정대와 치열한 후계자 경쟁을 하지만 결국 둘째인 서정대를 밀어내고 호성 그룹의 회장이 되는 서영수였다.
‘물론 아중 그룹에 당하면서 호성 그룹이 크게 꺾이긴 하지만.’
아중 그룹과 대등하거나 일부에서는 더 나을 정도인 호성 그룹이었다.
하지만 몇 년 뒤의 사건으로 인해 호성 그룹은 아중 그룹에 큰 피해를 보고 재계 순위가 떨어지게 된다.
대등한 관계였다가 아우 그룹이나 부하 그룹 정도로 바뀌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는 것에 크게 일조를 한 것이 바로 전생의 현준이었다.
그런 미안함도 있었지만 호성 그룹이 아중 그룹에 잡아먹히도록 놔둘 수도 없었다.
‘호성 그룹의 힘으로 아중 그룹을 분해해 버리는 것도 필요하니까.’
현준은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서영수에 하나의 서류를 내밀었다.
“이게 뭐냐?”
“이지 플랜의 한국 신축 빌딩 기획서.”
“이지 플랜?”
처음 들어 보는 회사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서영수였다.
“이지 네버라고 미국의 투자 기업이 하나 있어.”
“이지 네버. 아! 들어 봤어. 그런데?”
“이지 네버에 이지 에버라고 하는 기업이 하나 있거든. 산업 유통 기업인데. 그 기업이 한국에 진출해서 이런저런 사업을 하는 것 같아. 그러다가 이번에 본격적으로 한국 진출을 하면서 이지 플랜이라는 기업을 만들 생각인가 보더라고. 그러면서 사옥 빌딩을 한국 내에서 신축하려나 보던데.”
“너 그걸 어떻게 안 거야?”
서영수는 긴장했다.
이지 네버는 서영수도 대충 들었다.
아니 특히나 이지 에버는 자신의 친구인 아중 그룹의 김자성의 가장 큰 고객사였다.
현준이 이제는 이지 그룹이라 칭해야 할 기업의 기밀 사항을 알고 있는 것이 의아스러웠던 것이다.
“그게. 후우! 이지 에버의 중역이 한국에 오면서 우리 회사에 경호를 맡겼거든.”
“경호?”
“어. 그 양반이 꽤나 칠칠치 못한 모양이더라고.”
몰래 경호원이 자료를 훔쳐왔다는 소리였다.
“너 그러다가 문제 생기면 어쩌려고 그러는 거야!”
“에이! 걱정 마. 문제 안 생기게 조심했으니까. 아무튼 7,000억짜리 건물이야. 일정까지 다 나와 있고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필수적인 요구 사항도 있으니까 형이 입찰해.”
현준은 마치 선심 쓰듯이 서영수에게 말을 하고서는 미소를 지었다.
서영수는 그런 현준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이 이마에 손을 대고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는 정신 차렸다 싶었더니 본성은 역시나 달라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너 앞으로 한 번만 이런 짓 하면 형이 가만 안 둘 거다.”
“에이! 알았어! 나도 몰랐다니까! 우리 직원이 너무 충성심을 발휘해서 이거 가져왔을 때 얼마나 놀랐는데.”
경호원이 사고 친 것이라고 하니 서영수도 할 말이 없었다.
그렇게 이미 사고는 쳐 버린 것을 수습할 수도 없었기에 현준과 서영수만의 비밀로 해야 했다.
“잠시 기다려 봐.”
서영수는 현준에게 기다리라고 말을 하고서는 현준이 가지고 온 서류를 살펴보았다.
지하 5층 지상 42층짜리 초대형 빌딩이었다.
건설비만 해도 엄청난 규모의 빌딩이 한국에 세워진다는 것에 수주만 따면 대박이었다.
요구 사항이 조금 까다로운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못할 것은 없었다.
서영수의 표정에서 미소가 지어졌다.
그런 서영수를 보며 현준은 다과를 집어 먹으며 못 본 척을 했다.
“이거 비밀로 해야 한다.”
“에이! 당연하지. 아! 우리 직원 입막음하게 용돈 좀 챙겨 줘.”
“…….”
현준과 자신만의 비밀이었지만 직원 하나가 더 알고 있었으니 서영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냐?”
“어? 왜? 죽이려고?”
현준이 놀란 표정으로 서영수를 바라보자 서영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내가 조폭 두목이냐! 죽이게!”
“에이! 나는 또 놀랐네. 다정한 우리 큰 형이 그런 사람인 줄 알았네. 걱정 마. 믿을 수 있는 사람이야. 나 체육관 형이니까. 그 사람들이 의리 하나는 믿을 수 있거든. 이번에 이지 에버 중역을 어찌나 잘 구워삶았는지. 앞으로 이지 플랜의 경호 및 경비 업무를 우리 회사에서 할 거 같아.”
“그래? 잘 되었네.”
서영수는 현준이 꽤나 운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멍가게 같은 현준의 회사였지만 제법 쏠쏠하게 운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형도 긴장해. 그러다가 내가 아빠 눈에 띄어서 호성 그룹 회장님 되면 어쩔 거야.”
현준의 농담에 서영수는 피식 웃었다.
경쟁을 하는 서정대와는 달리 현준은 서영수에게 말썽을 부리긴 해도 귀여운 동생이었다.
“그래. 긴장 좀 해야겠다. 너 군대 언제 간다고 했지?”
“다음 달에 철호 경기 있고 그다음 달 말쯤에 들어갈 것 같아.”
“얼마 안 남았네.”
“그러니까. 하아! 가기 전에 좀 놀아야 하는데 이거 일이 너무 많네.”
놀 생각으로 가득 찬 현준이었다.
서영수도 곧 군대에 가면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다.
“걱정 마라. 편한 곳으로 빼 줄 테니까.”
“에? 에이! 뭐하러. 그냥 빡센 곳 가고 말지. 나 특전병 지원해 볼까?”
“특전병 같은 소리 하네! 그러다가 다치면 어머니 쓰러지신다. 그리고 너 고등학교 때 쓰러져서 아직도 기억 다 못하고 있잖아.”
“헤헤! 그렇긴 하지. 형이 나 때린 거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안 나네.”
현준의 말에 서영수는 기가 찼다.
“기억 안 난다더니 기억 다 하고 있네! 이놈의 자식이.”
“아니야! 정말 기억 안 나!”
“시끄럽고 놀더라도 사고 치지 말고! 사고 쳐도 바로 형한테 전화해. 괜히 아버지 걱정 시키지 말고.”
“알았어. 그럼 저는 가 보겠습니다.”
현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영수는 현준이 걱정이 되었지만 걱정을 할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이지 플랜도 현준의 회사였기 때문이다.
그룹을 만들 생각은 없었지만 이지 네버에서부터 시작해 이지 에버와 이지 플랜에 이르기까지 현준은 오직 아중 그룹을 무너트리기 위해 회사를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투자 성과가 너무 좋은데. 왜 이리 쉬운 거지?’
비트코인으로 싸움에 사용할 군자금을 마련하고 있었지만 이지 네버의 투자 수익이 상당히 좋을 뿐만 아니라 아중 그룹과 해외 바이어들을 연결해 주는 이지 에버의 수익이 예상 밖으로 좋았다.
이지 에버의 돈을 현준이 마음대로 끌어 쓸 수는 없었지만 정상적인 투자 행위로 투자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이지 플랜은 한국에 사옥 빌딩을 짓기로 한 것이다.
‘대충 군대 갔다 오면 끝나 있겠지.’
아직 실체도 확인하지 못한 골드스틱이 신경 쓰이기는 했지만 아중 그룹에 대한 복수는 차근차근 이루어지고 있었다.
* * *
현준의 약점을 잃어버린 세영은 사진과 필름을 한참 찾았지만 결국 포기를 해야만 했다.
집 안의 CCTV를 돌려 보았지만 언제 잃어버린 것인지도 알 수 없었고 자신의 방을 비추지도 않았다.
가족과 오랜 시간 자신의 집에서 일을 해 왔던 사람들 외에 들어온 이는 없었다.
있다고는 해도 전에 저택에서 열었던 파티였고 호성 그룹의 사람들이었다.
현준이 화장실을 가겠다며 저택 안으로 들어가는 영상이 있었지만 현준이 훔쳐 갔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긴 어려웠다.
그렇게 결국 찾다가 포기를 해야만 했다.
사진의 주인공인 장우원이 입원해 있는 병원에 가 보았지만 장우원은 여전히 일어날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세영도 장우원이 일어나 현준이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는 그런 말을 하는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검은 뽑히기 전이 무서운 것이지 뽑히고 나면 효과가 떨어진다.
더욱이 세영은 현준이 아닌 다른 남자에게 빠져 있었다.
남자 따위는 자신의 발아래에 깔린 인간이라 생각했던 세영이었다.
하지만 그냥 가지고 놀려고만 생각했던 오진호를 만나고부터 설렘을 느꼈다.
현준과는 왠지 비슷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다른 느낌이었다.
현준만큼 부자는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나도 평범했다.
하지만 만나면 만날수록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졌다.
자신의 정체를 알고 나서부터인지 오진호가 자신을 멀리하려는 것을 느꼈다.
세영이 생각해도 충분히 부담을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는 일반 서민층의 평범남이었고 여자인 자신은 재벌가의 막내딸이었다.
물론 평범남이라고는 하지만 키도 적당히 컸고 외모도 연예인급은 아니지만 준수했다.
성격도 무난하면서도 몸에서 좋은 냄새가 났다.
자신이 틱틱거려도 부드럽게 웃어주며 잘 받아주었다.
좋아해야 할 이유를 뽑기는 어렵지만 싫어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는 남자였다.
세영은 굳이 현준이 없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런 자신의 남자친구가 지금 자신을 매우 화나게 하고 있었다.
“그래서 군대에 간다고?”
“그래.”
“…….”
한국 남자는 사지 멀쩡하면 가야 하는 곳이 있다.
물론 요즘에는 사지 멀쩡하지 않아도 가는 듯했지만 재벌가의 아들도 끌려가는 마당에 일반 서민 가정의 남자가 안 가겠다고 버틸 수는 없었다.
세영은 현준도 군대 간다더니 오진호도 군대 간다는 말에 군대가 자신에게 무슨 원한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현준이 군대 가든 말든 지금의 세영은 관심도 없었다.
여자는 연애를 하면 다른 남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법이었다.
물론 아주 잘 생긴 매력적인 남자가 지나가면 눈길이 가는 건 부정하지 않았다.
예쁘고 똑똑하며 부자인 여자 친구였다.
공주 같은 그녀였으니 고집이 강한 건 충분히 이해가 갔다.
헤어지자는 말에도 두 눈 깜빡하지 않는 세영에 오진호는 자신이 능력으로는 세영에게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세영의 어머니까지 와서 세영을 위해 헤어져 달라는 부탁을 했다.
결국 헤어지려고 했지만 그게 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오진호는 군대로 피하기로 했다.
몸이 멀어지면 자연히 마음도 멀어진다고 군대 간 남자를 세영이 결코 기다려 주진 않을 것임을 확신했다.
‘내가 군대 가면 다 끝나는 일이야. 처음부터 나에게는 과분한 여자였어.’
어쩌면 이때가 현준에게도 찾아왔던 인생의 마지막 기회였을지도 몰랐다.
“기다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입을 여는 오진호에 세영은 대답했다.
“줄 것 같아?”
“음. 아니.”
“알면서 왜 물어.”
역시나 세영은 군대 간 자신을 기다려 주는 여자는 결코 아닌 듯했다.
‘하아! 군대 가기 전에 술이나 퍼마셔야겠다.’
가긴 가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는 있었지만 여자 친구하고 헤어지려고 군대에 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오진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