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48
48화
48.
비릿한 냄새가 났다.
그런 비릿한 냄새 사이에 다소 어울리지 않는 장미 향이 나고 있었다.
꽤나 처참해서 눈이 돌아갈 만한 몰골의 남자를 한 여인이 떨리는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었다.
“우…… 우리 엄마 어디에 있어요.”
“큭! 너냐? 저 새끼 고용한…….”
자신의 몸에 들어갔다 나온 금속 실을 하얀 수술용 고무장갑을 낀 채로 잡고 있는 현준을 본 김만춘은 입을 다물었다.
어디서 이런 프로를 고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독하게도 걸렸다는 생각이 드는 김만춘이었다.
현준도 그렇지만 여전히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있는 남자는 김만춘이 죽었다가 깨도 상대가 되지 않을 것 같은 괴물이었다.
그래도 여기서 살아서 나간다면 두 놈을 생으로 씹어 먹어버리겠다고 다짐을 하는 김만춘이었다.
물론 지금은 자신이 죽게 될 판이었으니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우리 엄마 어디 있어요.”
“후후! 어디 섬 사창가라도 찾아봐. 운 좋으면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우려를 했던 것처럼 김만춘이 자신의 어머니를 사창가에 팔았다는 듯한 말을 하자 공민지의 몸이 무너질 듯이 휘청였다.
이미 어느 정도는 예상을 하고 있었고 각오는 되어 있었지만 직접 듣는 것의 충격은 예상보다 훨씬 컸다.
그렇게 더는 김만춘의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금속 실을 만지고 있던 현준이 몸을 일으켜서는 김만춘에게로 다가왔다.
뚜벅거리며 다가오는 현준의 발소리에 김만춘은 마치 사신이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죽는다. 반드시 죽는다.’
단지 죽음뿐이라면 깔끔하게 포기라도 하겠지만 상대는 자신을 그냥 죽이지 않을 것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죽더라도 어떻게 죽느냐에 따라 달랐다.
“잠시만 기다려! 장난이었어! 장난이었다고! 문채영! 그 여자는 특별한 여자였어!”
공민지보다 현준이 더 무서운 김만춘이었다.
“장난이었다라. 너는 내가 너하고 장난을 치려고 이 짓을 하고 있는 걸로 보였나 보군.”
현준은 이 정도면 모르는 것도 술술 불 정도는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한참 부족했다는 생각에 반성했다.
“안 그래도 연습을 좀 더 할까 했는데 잘 되었네.”
“아니야! 아니야! 말할게! 문채영! 루…… 루나틱 셀로브라는 곳에 있다! 거기서 의뢰를 받았어!”
“루나틱 셀로브?”
공민지는 멍하니 김만춘을 바라보았다.
그녀도 그리고 현준도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루나틱 셀로브? 그게 뭐지?”
“그건 나도 몰라. 그냥 그렇게 의뢰가 들어와서 그 여자를 데려다준 것뿐이야! 아…… 아니! 그 여자! 문채영이 자신의 발로 직접 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자신이 납치를 한 것이 아니라 문채영이 직접 자신의 발로 공민지를 놔두고 사라졌다고 말을 하는 김만춘이었다.
현준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김만춘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거짓말은 아닌 듯했다.
“골드스틱과 연관되어 있는 건가?”
“하! 내가 분명 경고했지. 거기에 대해서 알게 되면 네놈의 뒷배가 뭐든 네놈도 결코 무사하기 힘들 거라고.”
현준은 골드스틱이 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지만 과한 호기심은 인생을 피곤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할래? 그 이상은 알아내기 힘들 것 같은데.”
루나틱 셀로브가 뭐 하는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뒷세계의 어딘가쯤이라는 것은 김만춘을 통해서 예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자신의 어머니가 납치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발로 직접 공민지를 버리고 떠났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럴 리가 없어. 엄마가 나를 버리고 떠났을 리가 없어.”
“…….”
버려졌다는 것이 충격인 듯했다.
매일 밤 꿈속에서 자신에게 구해 달라고 간청을 하고 애원을 하는 엄마의 얼굴이 흐릿하게 어른거렸다.
그렇기에 지독한 삶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가야 할 그녀였다.
독해지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악바리가 되어야 했다.
그런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말을 들은 것이다.
“이유가 있겠지.”
“이유?”
“그래. 이유. 왜 너를 떠났는지 그리고 왜 너를 찾으러 오지 못하는지.”
현준은 공민지에게 그런 말을 하면서 세영이 왜 자신을 속였는지 그리고 왜 자신을 버렸는지에 대한 대답은 두 번 다시 듣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씁쓸함이 느껴졌다.
아니 들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자신이 개입을 하지 않는다면 이번에도 세영은 오진호와 결혼을 할지도 몰랐다.
전생에서의 자신인 오진호와 결혼한 세영이 이번 생에서도 오진호를 배신할지 모르는 것이다.
‘세영이 낳은 아이가 서현준의 아이인 걸까.’
운명의 신이 존재한다면 꽤나 고약한 작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야…… 약속대로 날 풀어 줘. 니들에 관한 일은 나도 잊을 테니까.”
김만춘은 자신을 풀어 준다면 아무런 보복도 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당연히 현준이 그런 김만춘의 말을 믿을 리 없었다.
서걱!
현준은 칼로 김만춘의 목을 베어버렸다.
“까아악!”
공민지는 눈앞에서 살인이 일어나자 경악을 하며 현준과 죽어가는 김만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서는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은 채로 한쪽 구석에 앉아 있는 이름 모를 남자를 바라보았다.
“뭐…… 뭐하는 거야?”
“뭐하긴. 이놈 말을 믿었어? 냄새나니까 저기로 가 있어.”
현준은 건물 한쪽에 놓인 통을 가지고 와서는 주변에 기름을 붓기 시작했다.
“뭐하게?”
“뭐하긴 증거 인멸해야지.”
김만춘의 몸 주위까지 기름을 잘 부은 현준은 건물을 나서면서 불을 붙였다.
불이 붙어 타들어 가는 건물 밖으로 나온 현준은 남자에게 두툼한 봉투를 꺼내어서는 쥐여줬다.
“봉투 안에 고서적을 취급하는 서점의 주소가 들어 있습니다. 며칠 쇼핑하시기에 좋을 겁니다.”
필리핀의 고서적 서점의 주소와 함께 달러가 두둑하니 들어가 있는 봉투였다.
남자는 현준이 내민 봉투를 받아들고서는 그대로 사라졌다.
그렇게 남자가 떠나자 공민지는 아직도 진정이 되지 않는지 현준을 붙잡고서는 물었다.
“그냥 보내도 돼?”
“뭘?”
“너 방금 사람 죽였잖아! 그거 본 사람인데 괜찮냐고?”
“안 괜찮으면 어쩔 건데. 나 저 사람 못 이겨.”
죽었다 깨어나도 방금 사라진 남자를 이길 방법이 없었다.
나름 입막음을 위해 남자가 좋아할 만한 것을 주기는 했지만 더 이상은 현준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가자.”
“뭐? 어딜?”
“어디긴. 여기 계속 있다가 걸리면 우리 한국 못 가.”
“아!”
일단 자리를 피해야 했다.
그렇게 현준과 공민지는 자리를 옮겼고 화재가 커지자 소방차들이 달려오는 듯했다.
그나마 외진 곳이기도 했고 그렇게 빠른 일 처리를 하는 국가가 아니었기에 증거로 남을 것들은 대부분 타버리거나 오염이 되었을 것이었다.
“어차피 살아있을 가치 있는 놈이 아니야.”
“그…… 그래도.”
두려움에 떠는 공민지는 현준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무서운 남자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저기, 살인해 봤어?”
“아니. 처음인데.”
“…….”
처음 하는 살인치고 너무 과감한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자신도 죽이려는 것은 아니겠지 하는 생각이 드는 공민지였다.
“그놈 생각보다 쥑일 놈이더라고. 더욱이 그놈 살려두면 너나 나나 위험해졌을 거야.”
공민지를 안심시키기 위해 어차피 죽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을 하는 현준이었다.
“이제 우리 한 배를 탄 사이가 되었고 앞으로의 일은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가자.”
“어딜?”
“알리바이 만들러.”
“알리바이?”
현준은 공민지를 데리고서는 마닐라의 클럽으로 향했다.
“자! 실수할 수도 있으니까 술은 많이 마시지 말고 놀아 보자고.”
현준은 어이없어하는 공민지에 아랑곳하지 않고서는 클럽 안으로 들어갔다.
훤칠한 현준과 화려한 공민지는 클럽 내에서도 단번에 두각을 보였다.
“뭐야? 연예인인가?”
“한국인 같은데.”
“한국인? 그럼 연예인 아니야?”
필리핀 사람들과는 다른 외모의 현준과 공민지는 클럽 안의 수많은 필리핀인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현준의 옷에 살짝 남은 기름 냄새는 술 냄새에 지워졌다.
두려움에 떨던 공민지도 어느덧 클럽 내에서 화려한 춤 실력을 보여주며 현준과 공민지를 향해 환호하게 만들었다.
“야! 너 연예인 해 볼 생각 없냐?”
“왜? 스폰해 주게?”
“스폰이 아니라 매니지 계약이지. 우리 소속사로 들어와.”
“운동 쪽만 하는 거 아니었어?”
“뭐 이 기회에 연예계도 진출하지 뭐.”
“소속사 사장하고 그렇고 그런 관계라는 소문 날까 걱정인데.”
“왜? 나중에 시집 못 갈까 봐?”
“시집 못 가면 너한테 가면 되지!”
“누가 받아준대.”
조금 전의 살인의 기억은 광란의 파티와 함께 사라져 갔다.
공민지도 김만춘이 죽는 것이 꿈이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그날 저녁 기억을 떨쳐 내려는 듯이 클럽에서 논 두 사람은 새벽에 호텔로 들어갔고 몇 시간 뒤에 다시 호텔에서 나와 쇼핑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화재 현장에서 지독한 고문을 받은 시체가 나온 것에 필리핀 현지 경찰이 난리가 났지만 현준과 공민지는 용의 선상에도 오르지 않았다.
재벌가 3세와 그의 애인으로 보이는 여대생이 질 나쁜 뒷세계의 한국인 출신의 남성을 잔인하게 고문해 살해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할 수 없었다.
현지 경찰들뿐만 아니라 소식이 한국에도 전해지자 한국에서 파견된 경찰들도 너무나도 프로스러운 고문과 살인에 원한범이거나 조직 간의 분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일반인이 할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었다.
그렇게 현준과 공민지는 며칠 더 필리핀에서 머물다가 한국으로 되돌아 왔다.
매일 밤 클럽에서 놀다가 필리핀 현지 연예인과도 알게 되면서 현준과 공민지의 알리바이를 인터넷 공간에서까지 완벽하게 만들어 주었다.
* * *
김만춘의 죽음은 한국 내에서는 그냥 한국인이 치안이 좋지 않은 외국에서 끔찍하게 죽은 정도로 받아들여졌다.
필리핀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저질러지는 범죄가 종종 뉴스로 나왔기에 그런 종류의 범죄로 여긴 것이다.
그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잠시 화제가 되었을 뿐 이내 잊어버렸다.
하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이들도 있었다.
“김만춘이가 죽어? 어떤 놈이야?”
“그게. 알 수가 없습니다.”
“일 처리가 뭐 그따위야! 그놈을 죽인 놈이 누군지 당장 알아내! 아니! 그놈이 가지고 있을 장부는? 장부부터 회수해! 당장!”
“알겠습니다!”
김만춘이 죽었다는 것도 믿기 힘들었지만 김만춘이 알고 있는 비밀이 얼마나 외부로 흘러나갔는지가 더 중요했다.
김만춘이 참혹한 고문을 당한 뒤에 죽었다고 했으니 그런 우려는 무척이나 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김만춘의 장부를 회수하려고 했지만 이미 누군가에 의해 장부는 털린 뒤였다.
실버스틱에서는 김만춘을 죽이고 김만춘의 장부를 챙겨간 자를 찾아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물론 그들도 재벌 3세인 현준과 공민지를 의심할 수 없었다.
실버스틱이 난리가 나면서 아이언스틱도 비상사태가 내려졌다.
워낙에 끔찍한 고문의 흔적으로 인해 다른 조직의 짓이라 여겨져서는 언제 다른 조직으로부터의 습격을 받을지 모른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그렇게 미국 전지훈련에서 돌아온 철호에게 임고석이나 영호가 접근을 하지는 못했다.
그럴만한 여력이나 정신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철호는 종합격투기 경기에 참석을 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