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49
49화
49.
한국으로 돌아온 현준은 꽤나 복잡한 표정으로 김만춘의 장부를 바라보았다.
김만춘의 장부에는 대한민국을 뒤흔들만한 것들이 들어 있었다.
정계의 정치인들로부터 해서 재계의 인물들 그리고 각종 사회 지도층들에 대한 뇌물과 마약 등 각종 불법적인 정보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중에 현준이 원하는 아중 그룹의 비리도 일부 들어 있었다.
문제는 너무 방대한 정보다 보니 검찰에 던져줘도 기겁을 할 것 같았다.
“아니 검찰도 어찌 못하겠네. 검찰 쪽도 연루되어 있느니. 하아! 이거 골치 아픈데. 괜히 가져온 것 같아.”
혹시나 GPS 장치라도 달려 있을까 싶어서 X-레이 검사기까지 동원해서 장부를 찍었다.
다행히도 그런 장치는 없었지만 한숨이 절로 나올 지경이었다.
“그래도 하나 건진 건 있네.”
현준은 김만춘의 금고에서 가지고 온 USB를 보며 피식 웃었다.
안에도 외부로 튀어 나가면 골치 아픈 정보들이 가득했지만 그 안에 김만춘이 비자금으로 사용을 하려고 했는지 가상 화폐가 들어 있었다.
대략 몇백억 정도의 가상 화폐였지만 2년 뒤에 보면 열 배 이상 올라갈 것이었기에 그냥 놔둬도 될 것들이었다.
그렇게 김만춘의 장부를 살펴보고 있을 때 대표이사실의 문이 열렸다.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했지만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현준이 무슨 말을 해도 귓등으로도 안 들을 인물이라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야! 서현준!”
현준은 자연스럽게 장부를 자신의 책상 서랍에 넣고서는 열쇠로 서랍을 잠갔다.
“왜?”
“너 나 훈련 중에 민지 씨하고 필리핀 가서 질펀하게 놀았다며!”
“질펀 같은 소리 하네. 체중 감량은 다 했냐?”
혼자 미국 전지훈련 가서 괴물 같은 프로 선수들에게 두들겨 맞아가며 고생을 하고 있는데 대표라는 현준만 팔자 좋게 놀다 왔다는 소식에 억울해진 철호였다.
자신이 고생한다고 현준이 고생을 할 이유는 없었지만 친구로서 왠지 모를 배신감이 드는 것이다.
“나도 이번 경기 이기면 지영 씨하고 필리핀에서…….”
“질펀하게?”
“어?”
경기 이기면 민지영과 필리핀 관광을 보내달라고 요구를 하려던 철호는 현준의 말에 잠시 얼굴이 붉어졌다.
뭔가 즐거운 상상을 하려는 듯했지만 이내 철호는 기겁을 해야 했다.
“질펀하게가 뭔 말이야?”
“히익! 지…… 지영아! 언제 왔어?”
“필리핀 뭐라고 하는 것 같던데. 무슨 소리야?”
철호는 어느 사이엔가 자신의 옆에 서 있는 민지영에 당황했다.
“아! 철호가…….”
“아니야! 아니야! 나 아무 말 안 했어! 나 체중 감량하러 가야 하니까! 나중에 보자! 나중에 봐!”
철호는 손을 흔들며 현준의 대표 이사실에서 도망을 가 버렸다.
“민지하고 일은 잘 보고 왔어?”
철호가 사라지고 민지영은 현준에게 공민지와 잘 다녀왔는지를 물었다.
자세한 일은 알지 못했지만 현준이 공민지의 엄마를 찾아주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물론 김만춘을 고문해서 공민지의 엄마의 정보를 얻을 것이라고는 전혀 알고 있지 않았다.
“소득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찾지는 못했다.”
“그래. 안타깝네.”
“철호 아버지는 뭐라셔?”
현준의 말에 역시나 현준은 알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서는 고개를 끄덕이는 민지영이었다.
“철호 좀 잘 부탁한대. 행동은 거칠어도 심성은 착한 애라고 좋은 친구들 사귀면 좋은 애가 될 거라고 하시네.”
“심성이 착하긴 무슨.”
현준이 기가 차는지 한마디 하자 민지영은 현준이 철호를 친구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호는 고등학교 때는 현준에게 앙심을 품기도 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자신의 목숨도 바칠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라 여기고 있었다.
“철호를 왜 그렇게 도와주는 거야?”
“…….”
현준은 민지영을 빤히 바라보았다.
공민지와는 다른 유형의 미녀였다.
어떤 일에서든 당황하지 않고 차분한 스타일로 고등학교 때나 지금, 대학생 때도 얼음미녀라 불리고 있었다.
더욱이 세화 고등학교에서도 단 한 번도 전교 1등을 놓친 적이 없었고 대한민국 최고 명문대인 한국대의 법학과를 다니고 있었다.
사법고시가 현재도 존재했다면 졸업도 전에 사법고시를 패스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있었다.
소문으로는 이미 행정고시 1차도 합격했다고도 했다.
그렇게 아직 사회 경험은 부족했지만 머리 하나만큼은 특출난 민지영이었다.
머리 쓰는 것보다 몸 쓰는 것을 더 좋아하는 철호와는 달랐다.
현준이 철호를 가장 친한 친구처럼 대한다지만 그 행동에 가식이 있음을 민지영은 눈치챈 듯했다.
“돈이 될 것 같거든.”
“거짓말. 넌 돈 따위는 전혀 가치 있어 하지 않잖아.”
“훗! 왜? 내가 철호를 이용하려는 것이 마음에 안 드나 보네.”
“철호. 아프게 하지 말아줘. 너 때문에 철호 겨우 버티고 서 있는 것이기도 하니까.”
“이거 이러니까 내가 꼭 악역인 것 같네.”
현준은 역시나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다시 되돌아가도 같은 행동을 했을 것 같았기에 어쩔 수는 없었다.
인생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철호에게 너무 빠지지 마라.”
“우리 그런 사이 아니야.”
“지금은 그렇지. 앞으로가 문제인 거지.”
현준을 좋아했던 민지영이었다.
아니 지금도 철호보다 현준에게 더 눈길이 가고 마음이 쓰이며 몸이 다가가고 싶었다.
철호의 마음의 상처가 생채기라면 가끔 눈앞에서 살의에 찬 눈빛을 하고 있는 현준의 마음의 상처는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것 없는 치명상이었다.
의대가 아닌 법대에 간 건 현준을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너무 어린 마음에서였다.
물론 피를 보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민지영의 성격 탓도 있었지만 현준이 파괴적이다 못해 자기까지 파괴해 버릴 것 같은 느낌에 현준을 보호하고 싶었다.
‘내가 할 줄 아는 건 공부밖에 없으니까.’
돈도 많은 것이 아니었고 싸움을 잘하는 것도 아니었다.
성격이 공민지처럼 활달하고 활발한 것도 아니었다.
현준이 커다란 문제를 일으켰을 때 자신의 능력으로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없을까 고민을 한 민지영이었다.
물론 그렇게 현준의 옆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현준은 여유로워 보이는 분위기와는 달리 가시를 바짝 세운 고슴도치처럼 경계를 하고 있었다.
철호보다 더 불안한 것이 현준이었다.
다만 그런 현준의 모습을 다른 이들은 쉽게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민지영은 자신의 마음을 현준에게 전해도 현준의 마음에 도달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철호 그놈이 사고 치지 않게만 해. 나도 그놈 뒤치다꺼리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니까.”
현준은 자신의 의자에 앉아 몸을 돌렸다.
더 이상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으니 그만 나가보라는 행동이었다.
민지영은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대표이사실을 나섰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현준은 잠시 후 인터폰으로 누군가를 불러서는 몇몇 지시를 내렸다.
* * *
다시금 지하철역과 각종 언론 매체들에 철호의 타이틀전이 홍보되었다.
여전히 마이너한 스포츠였지만 대중들에게 조금씩 알려지고 있었다.
“이번에는 박철호 선수가 챔피언 될 수 있으려나?”
“그런데 왜 박철호를 주목하는 거야?”
“글쎄? 분위기가 박철호가 주인공 같이 유도를 해서 그런가?”
선수마다 각자의 인생 스토리가 있었다.
철호가 유독 돋보일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박철호가 강조되고 있었다.
그렇게 화제가 되는 것 덕분인지 종합격투기 경기 날에 관중들이 경기장 안을 가득 채웠다.
철호 외에도 각종 이벤트 경기들과 가수들의 공연이 있었다.
“후우! 후우!”
마지막 경기였다.
철호는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경기 전의 떨림을 진정시키려 애를 썼다.
적당한 흥분은 경기에 도움이 되지만 과도한 흥분은 결코 좋지 않았다.
“평소 연습하던 것처럼 하면 된다.”
“예. 관장님.”
자신을 위해 고생한 수많은 사람들의 기대가 크면 클수록 어깨 위의 중압감은 너무나도 컸다.
경기 전에 민지영으로부터 자신의 아버지가 경기장에 와 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지난번 경기에서도 자신의 아버지를 보았던 철호였다.
저번 경기에서 이겼다면 모르겠지만 하필이면 졌다.
가족과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철호라고 해서 가족의 정이 그립지 않은 건 아니었다.
오히려 미움을 받으면 받을수록 더욱더 정에 굶주리는 것이 인간이었다.
그렇게 패배가 아닌 승리로 인정을 받아야만 했다.
그때에야 당당히 가족들 앞에 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철호였다.
그렇게 가족들에 대한 생각과 함께 철호는 마지막으로 현준의 얼굴이 떠올랐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무표정한 표정을 짓고 있는 현준이었다.
왜 자신에게 이렇게 도움을 주는지 알 수 없었다.
물어봐야 그냥 친구니까 라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그래. 친구니까. 무슨 이유가 필요하냐. 친구니까.’
그냥 우연히 함께 있기 시작해서 어린 시절의 시간을 공유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 무엇보다 큰 이유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을 믿어 주는 친구의 기대를 결코 저버릴 수 없었다.
허풍스러운 자신의 약속처럼 성공을 해서 현준에게 비싼 술 한 잔 사주겠다고 다짐을 하는 철호였다.
공부 머리가 있는 자신도 아니었고 사업을 할 능력도 되지 않았다.
오직 몸 쓰는 일 하나만큼은 남들 못지않다고 여기는 철호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링 위로 향했다.
승자와 패자.
그 둘이 극명하게 갈리는 링 위였다.
승자는 모든 영광을 다 얻지만 패자는 말없이 외로운 통로를 통해 빠져나가야만 했다.
그렇게 철호는 링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공민지?”
“시끄러워. 말 걸지 마. 나도 창피하니까.”
라운드 걸로 공민지가 미소를 지은 채로 링 위에 서 있었다.
공민지는 놀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철호에 이를 악물며 말 걸지 말라고 했다.
클럽에서 수많은 남녀들 앞에서 자신을 뽐내었지만 링 위에서 수많은 관중들 앞에서 이러고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한 공민지였다.
‘현준이하고 계약을 한 것이 문제야!’
필리핀까지 가서 김만춘을 만난 것까지는 좋았지만 어머니를 찾지 못했다.
그나마 잊어버렸던 자신의 어머니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여전히 어떤 상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사창가에 있는 것은 아닌 듯했다.
그때 현준의 말에 공민지는 흔들렸다.
-유명해져. 혹시 알아? 너희 어머니가 유명해진 너를 찾아올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유명해지면 어머니가 자신을 찾아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하지만 고아나 마찬가지인 자신이 연예인과 같은 유명인이 되기란 쉽지 않았다.
다행히 머리도 나쁘지 않았고 외모도 예쁜 편이었다.
김만춘을 찾기 위해 클럽을 드나들었지만 연예인도 마냥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하필 왜 이런 거야.”
공민지는 협회 관계자들과 미소를 지으며 경기 관람 중인 현준을 노려보았다.
공민지의 라운드 걸 데뷔와 함께 철호는 마침내 챔피언 재도전 경기에 들어갔다.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사람들의 환호성과 함께 철호는 만만치 않은 기세의 챔피언과 격돌했다.
그런 철호를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생각 속에서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