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9
69화
69.
서대영과 김무연.
어린 시절부터 친구 사이였다.
그 때문에 다른 이들에게는 공유할 수 없는 비밀을 서로 공유하고 있기도 했다.
물론 절친이라고 해도 어느 순간 관계가 틀어져 원수보다 못한 사이가 되기도 하는 법이었다.
“사업은 승승장구인데. 그놈의 인간관계는 우리도 마음 먹은 대로 되질 않아.”
“그건 그렇지. 당장 자식 놈들 문제만 해도 마음대로 되질 않으니.”
서대영과 김무연은 술잔을 기울이며 고민을 토로했다.
재벌 회장이라고 해서 인생이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었다.
남들이 알 수 없는 고민과 고통이 밀려오고 밀려 나갔다.
“문채영 어떻게 할 건가?”
“모르겠어. 이제 와서 다시 찾는다고 뭔 의미가 있을까?”
김무연 회장의 말에 서대영은 쓴웃음을 지었다.
“딸이지?”
“아마 그럴 거야.”
“알고 있었나?”
“알고 있었으면 내가 그냥 놔뒀으려고.”
“하긴 그렇겠지. 막내아들 놈하고는 문제없지?”
김무연은 서대영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자신과도 전혀 연관이 없는 건 아니었다.
“막내 말로는 아무 관계도 아니라고 하더군. 혹시나 해서 남자 좋아하냐고 물었더니 그것도 아니래.”
“아무 관계 아니라면 다행이긴 한데. 현준이 녀석이 알면 꽤나 놀랄 일이겠네.”
“그러게 말이야. 피가 끌리는 건 어쩔 수 없는 건가.”
김무연도 서대영이 과거 문채영이라는 여자와 사랑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남들은 그걸 사랑이라기보다는 더러운 불륜으로 보겠지만 서대영과 한평생을 친구로 보낸 김무연은 친구를 마냥 비난할 수는 없었다.
자신 또한 사랑보다는 아버지의 결정에 따른 정략결혼이었다.
김무연이나 서대영의 시기에는 다들 그러했다.
아니 그 시절이 사랑보다는 부모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 당연한 시대였다.
“현준이 녀석이 전역하고 세영이 한국 오면 약혼을 하겠다고 하네.”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그래. 사랑하지 않는데 억지로 해서 좋을 것도 없으니까.”
김무연은 서대영의 말에 오히려 무리하지 말라고 말을 했다.
김무연으로서도 서대영과 가문으로서 맺어지는 것이 훨씬 좋은 일이었다.
최근 들어 아중 그룹이 승승장구를 하고 호성 그룹은 다소 주춤하고 있었다.
첫째인 김자성의 아중 이노베이션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정부의 지원금도 받아서는 공장 증축을 계속하고 있었다.
반도체와 함께 탄소 섬유를 제2의 수출품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 시책에 따라 아중 그룹도 기업의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그에 따라 미국의 이지 그룹도 한국에 이지 플랜이라는 기업을 세우며 아중 그룹에 화답을 해주고 있었다.
이대로만 간다면 아중 그룹의 미래는 무척이나 밝을 것이었다.
그에 반해 호성 그룹의 미래는 마냥 밝다고 할 수는 없었다.
뚜렷한 미래 먹거리 사업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막내아들인 현준이 작은 사업을 하고 있었지만 그건 작은 사업일 뿐 그룹에 별반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왜? 사위로 들이기에 이제 부족해 보이나.”
“부족은 무슨. 차라리 내 생각해 주지 말고 제네스코와 손을 잡지 그랬나.”
“됐어. 이미 지나간 일. 다시 생각해 봐야 뭣 하겠나.”
서대영이 고개를 내젓자 김무연은 쓴웃음을 지었다.
제네스코와 손을 잡았다면 호성 그룹에도 큰 도움이 되었을 터였다.
물론 그렇게 된다면 현준은 세영이 아니라 제시카라는 외국 여자와 합쳐져야 할 터였다.
“세영이가 유학 끝나려면 1년 더 있어야 한다고 했나?”
“그러긴 해. 뭔 쓸데없는 유학을 간다는 건지.”
“배워서 나쁠 것은 없으니까.”
“그래. 세영이 돌아오면 약혼이 아니라 결혼을 시키는 건 어떤가?”
“결혼?”
서대영은 김무연의 말에 들어 올렸던 술잔을 내려놓았다.
“그래. 요즘 세상에 조금 빠르다지만 우리 때하고 비교하면 오히려 느리지 않나. 현준이가 군대도 갔다 왔고 한 일이 년이면 대학 졸업도 하는데. 뭐 일 이년 늦게 한다고 다를 것도 없고 말이야.”
어차피 시킬 결혼이었다.
굳이 약혼을 시키고 나중에 결혼을 시킬 이유는 없었다.
“애들이 하고 싶다고 해야 하는 거지.”
“그러긴 하지만 현준이도 약혼을 하겠다고 하고 세영이도 현준이 마음에 들어 하니 뭐 결혼 못 시킬 것 있나.”
“흐음!”
서대영은 김무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문채영 아니 문채원과의 문제부터 해결을 해야 할 것 같네. 공민지라는 애가 정말 내 딸이 맞는지부터 확인을 해야 하니까.”
“딸이 맞으면 어떻게 하려고?”
“후우! 그러게 이제 와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구만.”
지금의 아내에게 큰 상처를 주는 일일 터였다.
자식들 볼 낯도 없었다.
그냥 인정을 안 하고 숨길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문채영이 눈앞에 나타났다.
‘복수인가? 아니면 뭘 원하는 거냐?’
서대영 회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아무런 말도 없이 자신의 앞에서 사라져 버렸던 문채영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거기다가 자신도 모르게 만든 딸까지 나타났으니 서대영은 자신의 업보가 늘그막에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친구인 김무연과 각자의 고민을 토로한 서대영은 막내아들의 회사인 베스트 프랜드를 찾았다.
베스트 프랜드나 굿 프랜드가 호성 그룹의 계열사는 아니었지만 서대영 회장이 나타나자 두 회사의 임원들이 회사 건물 입구까지 찾아와서는 허리를 반으로 접으며 방문을 환영했다.
“뭘 이렇게 나와 있어. 들어가지.”
“예. 회장님!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호성 그룹의 비서실에서 서대영 회장이 방문을 할 것이라는 연락이 갔었다.
사장인 현준은 아직 군대에 있었지만 두 회사의 경영은 호성 그룹의 임원이었던 이가 맡아 운영하고 있었다.
회사 현관으로 들어간 서대영은 회사 로비에 걸려 있는 철호의 사진과 트로피를 보았다.
막내아들의 절친이었다.
자신의 막내아들과 학창시절에는 말썽을 꽤나 부렸지만 지금은 번듯하게 잘 커서는 한 사람 몫을 하고 있었다.
철호뿐만 아니라 회사 소속 운동선수의 사진과 트로피 및 메달이 장식되어 있었다.
“광고 하나 찍어야 하지 않겠나?”
“예! 회장님. 준비해 놓겠습니다.”
서대영의 비서는 서대영의 말에 바로 조치를 취하겠다고 대답을 했다.
아들 회사 도와주는 일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운동선수들의 사진과 진열대를 지나쳐 연예인 사진들이 걸려 있는 것이 보였다.
“공민지.”
자신의 딸일지도 모를 아이였다.
참으로 운명이라는 것이 짓궂었다.
“예! 사장님! 작년에 연기대상 여자 신인상을 받은 아이입니다. 올해도 여우조연상이 유력합니다.”
“그래. 이 아이도 광고 한번 찍어야지.”
“안 그래도 제네스코 코리아에서 광고 계약을 맺었습니다.”
“제네스코 코리아?”
“예. 회장님.”
자신처럼 문채영도 자신의 딸에게 뭐 하나 챙겨 주려는 것이라 생각이 드는 서대영이었다.
“거기 사장하고 만났나?”
“아! 대표님께서 함께 제네스코 코리아에 갔었는데 그쪽 대표하고는 만나진 못했습니다. 담당자하고만 만났다고 합니다.”
“그런가.”
서대영은 아직 문채영이 자신의 딸과 만나진 않았다는 것에 쓴웃음을 지었다.
‘참 모질다. 모질어. 어찌 어미가 돼서 그리 모진지.’
서대영은 고개를 내젓고서는 베스트 프랜드의 현 대표에게 물었다.
“이 친구 지금 한번 볼 수 있나?”
“예? 아! 예! 오늘 스케줄이 없으니 바로 시간 잡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저녁 시간에?”
“저녁은 무슨. 그냥 지금 시간 되면 여기서 보도록 하지.”
“조금 기다리셔야 할 텐데.”
“뭐 조금 기다리지.”
서대영은 마음 같아서는 저녁이라도 근사한 곳에서 먹이고 싶기는 했지만 그랬다가는 구설에 오를 수도 있었기에 모두가 보는 앞에서 회사 광고나 하나 더 챙겨 줄 생각이었다.
표면적으로는 공민지는 현준의 여자 중 하나였다.
둘이 문제가 생기기 전에 진실을 털어놓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지 않은 서대영이었다.
그렇기에 현준을 하루빨리 세영에게 장가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서대영이 사장실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자 철호가 먼저 달려왔다.
회사에서 체육관이 그다지 멀지 않았기에 운동 중이던 철호를 부른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어! 철호냐. 친구 아빠한테 뭔 회장님이야. 편하게 아버님이라고 불러.”
“예! 아버님!”
서대영 회장과는 두어 번 얼굴을 본 사이이기는 했지만 편하게 생각할 수는 없었다.
“그래. 운동은 잘하고?”
“예! 아버님 덕분에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내 덕분은 다 니가 열심히 해서 그런 거지. 다음 경기는 언제라고?”
“올해 가을에 있습니다. 국내 대회가 얼마 전에 끝나서 국제 경기 일정이 가을쯤에 잡혔습니다.”
“그래. 이제 세계 챔피언이 되는 건가?”
서대영의 말에 철호는 쑥스러워하며 대답을 했다.
“아직 한참 부족합니다. 국제무대는 국내 무대하고 또 다르더라구요. 차근차근 준비해 나갈까 합니다.”
“그래.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잘 될 거다.”
“감사합니다.”
서대영은 든든한 철호의 어깨를 두드려 줬다.
그렇게 철호와 잡담을 나누던 도중에 황급히 미용실에서 메이크업을 마친 공민지가 달려왔다.
갑자기 현준의 아버지인 서대영 회장이 자신을 보자는 연락에 허겁지겁 달려온 것이다.
서대영과는 처음 보는 공민지였다.
현준이 자신에게는 여자로서 관심이 전혀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현준의 아버지라는 것에 잔뜩 긴장을 했다.
그렇게 사장실 입구에서 회사 대표와 팀장이 긴장을 한 채로 공민지를 맞았다.
“실수하지 말고. 회장님께서 그룹 광고에 너 쓸려고 하는 것 같더라.”
“하아! 하아! 호성 그룹 광고요? 전에도 했잖아요.”
“그거야 개별 광고였고 이번에는 그룹 이미지 광고일 수도 있어. 지금 철호도 들어갔으니까. 아무튼 입 조심하고.”
“알았어요! 하아! 현준이는요?”
현준이하고 친구다 보니 공민지를 대하는 것이 현 대표도 다소 어려웠다.
지금 대표는 자신이었지만 실제 회사 주인은 현준이었다.
“군대에 있지.”
“아! 언제 전역하는 거야.”
아무래도 현준 없이 서대영을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운 공민지였다.
그렇게 사장실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가자 현준을 닮은 듯한 서대영 회장과 덩치에 맞지 않게 잔뜩 긴장을 하고 있는 철호가 보였다.
특히나 허세 끼가 조금 있는 철호가 자라가 등껍질 속으로 대가리를 집어넣은 듯이 움츠리고 있는 모습에 공민지는 웃음이 나오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 자리에서 웃을 수는 없었기에 조심스럽게 서대영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회장님. 공민지라고 합니다.”
“…….”
공민지가 사장실로 들어오며 인사를 하자 서대영은 잠시 할 말을 잊어야만 했다.
젊은 시절로 다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문채영의 젊은 시절과 너무나도 닮았다.
거기에 더해 서대영은 공민지가 자신의 딸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다른 이들은 알 수 없었지만 서대영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회장님?”
“어! 그래. 만나서 반가워요. 서대영이라고 합니다.”
서대영 회장은 정신을 차리고서는 최대한 태연하게 공민지에게 손을 내밀었다.
공민지도 눈앞의 서대영이 자신의 아버지인 줄은 꿈에도 모른 채로 악수를 했다.
“반갑습니다. 회장님.”
“현준이 친구로 알고 있는데. 딱딱하게 회장님이라 부르지 말고 아버님이라고 불러요.”
“예? 그…… 그래도 되나요?”
“하하하! 괜찮아요. 둘 다 우리 현준이 친구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미남 미녀가 현준이 일을 도와주고 있으니까 참 좋네요.”
“오히려 현준이 아니 대표님이 저희를 도와주시고 계신 거죠.”
“아! 예! 민지 말이 맞습니다.”
사장실 안에서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