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76
76화
76.
현준은 복학을 했다.
이제는 딱히 대학을 졸업해야 할 이유도 필요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졸업을 하지 않아도 될 이유도 없었다.
재벌 3세에게 학벌이 큰 의미는 없다지만 한국대가 주는 무게감은 생각보다 컸다.
당장 명문대를 나온 임직원들에게 학력으로 무시 받지 않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힘이 되었다.
“내가 한국대 다녀 봐서 아는데.”
마치 조선 시대 태종 이방원이 신하들 앞에서 왕년에 과거 시험 수석 합격을 언급하며 신하들의 학문 능력을 짓눌러버리는 것처럼 현준의 능력을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물론 공부 잘하는 것과 사업을 잘하는 것은 천지 차이였지만 대한민국은 공부를 잘하는 것을 최고로 쳤다.
그렇게 현준이 첫째 아들이었다면 이보다 완벽한 왕의 자질을 가진 이는 없을 거라고 여겼다.
사업의 재능도 어느 정도 보여줬기에 서대영 회장으로서도 아쉬워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너무 설치고 다녔다.
꼬리가 길면 결국 꼬리가 밟히는 법이었기에 현준은 일반 대학생으로 지내기로 했다.
물론 아주 잠깐의 시간일 뿐이었다.
그렇게 전역을 하고서도 자신의 베스트 프랜드와 굿 프랜드라는 회사의 대표 이사직도 받지 않은 채로 상임 이사직만 유지하기로 했다.
대표 이사직은 계속 서대영 회장의 사람을 앉혀 두기로 한 것이다.
물론 현준이 지분을 전부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었기에 경영권은 언제든 회수할 수 있었다.
현준의 지시 사항은 여전히 회사의 최고 결정 사항이었다.
그렇게 복학을 한 현준은 혼자가 되었다.
이제야 군대에 간 동기들도 있었고 군대에 가지 않았다고 해도 졸업 학년이 된 동기들은 학교생활보다는 구직과 졸업 준비로 바빴다.
공민지는 학교생활과 방송 생활로 정신이 없었고 민지영도 학교생활과 박병석의 변호사 사무실 일로 정신이 없었다.
한가하게 현준의 옆에서 시간을 보낼 여유 따위는 없었다.
그렇게 현준은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은 채로 학교 벤치에 앉아 느긋하게 일광욕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여전히 현준에게 눈길을 보내는 여학생들이 있었지만 차가운 얼음 왕자 같은 현준에게 쉽사리 접근을 하는 이는 없었다.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사람의 접근을 막은 이유도 있었다.
‘올해 말쯤 아중 이노베이션에 타격을 가해야겠어. 뭐 손해가 상당하겠지만 손해 따위야 신경 쓸 이유는 없는 거고.’
예상보다 자신의 의도대로 흘러가는 상황에 아중 그룹을 흔들 수 있는 시간이 빨리 다가오고 있었다.
김자성이 타격을 받으면 김정수가 부각이 될 것이었다.
아중 그룹 내에서의 후계자 싸움이 본격화될 터였다.
누가 후계자가 되든 상관은 없었다.
아중 이노베이션이 파산을 할 정도는 아닐 터였지만 크게 휘청이게 되면 아중 그룹은 결국 반으로 쪼개지게 될 것이었다.
그렇게 갈기갈기 찢어대면 복수의 일차 목표는 이루어지는 것이다.
물론 기업들이 갈기갈기 찢어진다고 해서 다 망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룹이 해체되는 것이고 그룹 내의 계열사들은 각자 알아서 살길을 찾아 떠날 뿐이었다.
현준의 복수의 대상은 정확하게는 아중 그룹의 회장가문이었지 아중 그룹의 계열사들과 임직원은 아니었다.
자신도 전생에 그룹 내의 임직원들과 땀을 흘려가며 일을 했으니 모두를 다 원망하는 건 아니었다.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지만 그 안에서도 좋은 인연은 있었다.
그리고 그런 몇몇 좋은 인연의 사람들에게는 살길을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
그렇게 한가하게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지만 현준은 머릿속으로 연신 복수의 방법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현준의 휴식 시간을 방해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서…… 선배님.”
“…….”
꽤나 앳되어 보이는 여학생이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햇빛을 가렸다.
“햇빛 가리지 마라.”
“죄송합니다! 선배님!”
현준의 말에 햇빛이 비치는 곳에서 벗어난 여학생은 다시 눈을 감는 현준에 안절부절못했다.
“무슨 일인데?”
“저기 그게. 학과장님께서 찾으세요.”
“알았다.”
“예.”
학과장이 자신을 찾는다는 말에도 현준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저기 학과장님께서.”
움직일 생각도 하지 않는 현준에 은주라는 이름의 여학생은 다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알았다니까. 그냥 가 봐.”
“아. 예.”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전화기를 무음으로 돌려놓아서 학과장의 전화를 받지 못한 모양이었다.
다른 일반 학생이었다면 연락을 받자마자 달려갔겠지만 현준은 일반 학생이 아니었다.
가고 말고는 자신이 결정할 일이었다.
결국 한참이 되도록 움직이지 않는 현준이었다.
잠시 잠이 들었는지 꾸벅 졸다가 눈을 뜬 현준은 여전히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여학생을 볼 수 있었다.
“…….”
“학과장님께서.”
“너 A형이니?”
“예?”
“하아! 아니다. 얼마나 잔 거야?”
“삼십 분이요.”
삼십 분 동안 자신의 옆에서 계속 있었다는 여학생에 기가 찼지만 현준은 무언가 강한 책임감을 느끼는 듯한 여학생의 눈동자에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학과장을 만나러 가는 것을 확인해야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학과장을 만나러 가지 않으면 계속 귀찮게 할 것 같았다.
“자. 고마우니까 가서 커피나 한 잔 사 마셔.”
“예?”
현준은 자신의 지갑에서 만 원짜리 하나를 꺼내어서는 여학생에게 쥐여주었다.
“어디 가세요?”
“학과장실.”
“아. 꼭 가셔야 해요. 많이 기다리고 계시더라구요.”
“알았다.”
“저기, 커피는 잘 마실게요!”
“그래.”
현준은 학과장실로 가지 않고 수업을 받기 위해 강의실로 향했다.
강의를 다 마치고 강의실을 나오자 다시 동그란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은주를 볼 수 있었다.
“학과장님 뵈러 갔다 오셨어요?”
꽤나 집요한 데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 현준이었다.
학과장실에 가봐야 뭔 말 할지 이미 다 알고 있었고 별일도 없이 커피나 한 잔 얻어먹고 올 뿐이었다.
학과장도 현준이 오든지 말든지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었지만 그런 사실을 모르는 은주는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것이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신경 쓰지 마라.”
현준은 은주를 지나쳐서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수업도 다 끝났으니 집으로 가려는 것이었다.
학점 신경 쓸 필요 없는 현준이었으니 졸업만 하면 되었다.
현준은 오랜만에 체육관으로 향했다.
종합 격투기 대회도 제법 열고 홍보도 하면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물론 그래 봐야 마이너한 운동이라 환경은 여전히 열악했다.
국제 종합 격투기 협회 자체가 문제가 많다 보니 탑급의 선수들도 수익이 크지 않아 힘들게 운동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순위가 낮은 선수들의 처우가 좋지 않은 것은 당연했다.
프로의 세계는 돈이었다.
돈을 많이 주는 곳에 좋은 선수가 몰리는 법이었다.
“오셨습니까! 대표님!”
“운석이 형. 오늘은 그냥 운동하러 왔어요.”
다들 체육관의 최대 스폰서가 현준임을 알기에 현준보다 나이가 많아도 먼저 인사를 하고 있었다.
오늘은 일 때문에 온 것이 아니라 땀 좀 빼러 왔다는 현준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때 현준에게 다가와 꾸벅 인사를 하는 이가 있었다.
“오셨습니까! 서 병장님!”
“너 휴가 나왔냐?”
“헤헤!”
강구역이었다.
휴가 때마다 체육관에 와서는 허드렛일을 하거나 선배들로부터 격투기 기술들을 배우고 있었다.
아이언스틱을 박살 내 버린 것은 아니었지만 사실상 자신의 손아귀에 넣었기에 강구역이 아이언스틱으로 돌아가도 상관은 없어졌다.
물론 임고석이 자신에게 은혜를 입었다지만 그 위와 완전히 끊지는 않았을 터였으니 아이언스틱을 완전히 장악했다고는 보기 어려웠다.
그냥 목줄 하나 채워 놓았다는 정도였다.
‘바퀴벌레 소굴 박살 내 봐야 다른 곳에 소굴을 또 만들 텐데. 적당히 모아 놓고 관리해야지.’
현준은 체육복으로 갈아입고서는 몸을 풀기 시작했다.
“철호는?”
“데이트 갔습니다.”
“망할 놈.”
데이트 갔다는 말에 투덜거리고서는 강구역에게 물었다.
“스파링해 봤냐?”
“예! 형님!”
“그럼 한번 올라와 봐.”
현준은 강구역에게 링 위로 올라오라고 하고서는 강구역을 직접 테스트해 보기로 했다.
피지컬은 자신이나 철호보다 나았다.
아직 제대로 격투기를 배우진 않았기에 경험은 부족했다.
물론 막싸움이라면 어찌 될지 알 수 없었지만 링 위에서의 룰대로 하는 경기라면 아직은 현준이 우세할 것이라 여겼다.
고등학교 이후 운동을 그만뒀다고 했지만 대회에만 나가지 않았을 뿐 몸은 계속 단련하고 있었다.
전생 때의 몸보다 하드웨어는 좋아서 운동을 했어도 제법 성과를 내었을지도 모를 몸이었다.
물론 재벌 3세이기에 절박함은 없어서 일정 수준 이상은 올라가기 어려웠을 터였다.
그렇게 현준은 강구역과 스파링을 했다.
간단한 탐색전과 함께 현준의 공격이 빠르게 강구역의 몸을 쳐대었다.
체육관 선배들로부터 현준의 실력이 상당하다는 것은 들었지만 강구역은 처음으로 현준의 실력을 경험하는 것이었다.
현준의 주먹과 다리는 빠르고 묵직했다.
두꺼운 피부와 근육을 뚫고 뼈까지 충격을 줄 정도였다.
“방어만 하지 말고 공격도 해 봐.”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형님!”
“나한테 처맞으려고 올라왔냐?”
“그…… 그럼 저도 공격하겠습니다!”
“그러든가.”
물 찬 제비였다.
덩치에 걸맞지 않게 빠른 몸놀림은 꽤나 위협적이었다.
기술과 경험만 제대로 쌓게 하면 현준의 실력을 한참 뛰어넘을 것 같았다.
이내 땀이 비 오듯이 흘러내렸다.
적당히 땀 좀 내려고 했는데 아주 제대로 땀을 흘리는 현준이었다.
“후우! 이 정도만 하자.”
“하아! 하아! 하아!”
현준의 그만하자는 말에 강구역은 심장이 터지려는 듯이 링 바닥에 주저앉아서는 숨을 몰아쉬었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현준이 훨씬 강한 것을 확인한 것이다.
“힘드냐?”
“하아! 하아! 아주 죽을 것 같습니다. 형님!”
“그놈의 형님 소리는. 후우! 땀 뺐으니까 씻으러 사우나나 가자.”
“사우나요?”
“왜? 싫어?”
“아이고! 아닙니다. 형님!”
이렇게 땀을 뺐는데 더 뺄 땀이 남았냐며 혀를 내두르는 강구역이었다.
그렇게 체육관을 나와 가까운 건물의 사우나에 들어간 현준과 강구역은 다시 땀을 빼었다.
체중 감량 때문에 체육관에서 자주 오는 사우나였다.
현준이 들어오자 경기가 얼마 남지 않은 선수들 중에 일부가 현준을 알아보고서는 꾸벅 인사를 해 왔다.
개중에는 문신을 한 선수들도 있었다.
그런 선수들이 현준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자 일반 고객들이 힐끔거리며 현준과 강구역에게서 거리를 뒀다.
물론 현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씻고서는 사우나로 들어갔다.
그런 현준의 옆에 강구역이 조심스럽게 앉았다.
재벌 3세로 알고 있는데 무슨 조직 폭력배 두목 같은 느낌이 드는 강구역이었다.
“너는 문신 하지 마라.”
“예?”
“문신하지 말라고.”
“알겠습니다. 형님.”
이미 문신을 해 버린 경우라면 어쩔 수 없었지만 체육관에 와서 막 운동을 시작했거나 자신의 회사에 들어온 이들에게는 문신하지 말라고 강요하는 현준이었다.
꼰대든 아니든 문신을 꽤나 싫어하는 현준이었기에 아직 몸에 문신을 하지 않은 강구역에게 문신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그렇게 몇몇 선수들에게 인사를 받고 덩치 크고 험악하게 생긴 강구역이 형님! 형님! 하자 사우나에 있던 한 남자가 현준을 보고서는 물었다.
“야! 니 깡패가?”
“…….”
현준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남자에 피식 웃으며 대답을 했다.
“조직 사람이라고 묻는 거면 그럴 수도 있겠네.”
재벌도 조직이라고 한다면 조직일 수 있을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