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8
8화
8.
현준은 한국대의 외교 행정학과에 진학했다.
처음에는 경영 쪽으로 갈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호성 그룹을 물려받을 것도 아니었고 경영 쪽이라면 실무 부분에서 자신이 교수님들보다 아는 것도 많았기에 별 도움도 안 된다고 판단했다.
더욱이 인맥을 위해 한국대의 외교 행정학과에 진학한 현준이었다.
딱히 공무원이 될 생각은 없었지만 한국대의 외교 행정학과에 진학하는 동기들 중에 외무고시나 행정고시 등을 통해 고위 관료가 될 이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물론 복수를 이루기까지 동기 인맥들을 활용하게 될지는 현준도 알 수는 없었다.
그들을 활용하기 전에 복수를 이룰 수 있을지도 몰랐던 것이다.
“때마침 2017년이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비트코인을 채굴하고 사들였다.
개당 몇백 원 정도 할 때부터 모은 비트코인이 2018년 정확하게는 2017년 말부터 폭등을 하기 시작한다.
현준은 비트코인이 2,000만 원까지 오르는 순간 비트코인을 매각하고 다시 저점이 되는 시점에 매입해 다시 고점이 될 2021년에 매각을 할 계획을 세웠다.
두 차례의 매입과 매각이 끝난다면 현준의 복수를 위한 자금 마련은 끝날 터였다.
“딱 대학 졸업과 군대 전역이 되고 난 뒤가 되겠네.”
비트코인만 믿고 있지는 않았다.
자신의 개입으로 미래가 달라져 비트코인이 예정과 달리 폭등을 하지 않을 수도 있었기에 현준은 어느 정도 자금 확보를 할 수 있는 투자처에 투자를 했다.
매번 하던 일이 그런 것이었기에 어렵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제는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현준아! 미팅할래?”
“됐다.”
“왜에? 아! 김세영하고 결혼할 사이라고 했었지?”
같은 학과는 아니었지만 김세영도 한국대의 하위 학과에 진학했다.
‘본래라면 연국대에 진학을 할 텐데. 왜 무리해서 한국대에 진학한 거지? 역시 내 개입으로 미래가 약간 변한 건가?’
현준은 자신이 한국대에 온 것과 같이 세영도 미래가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생에서의 현준은 세영과 같이 연국대의 경영학부에 진학했었다.
그렇게 세영과 현준이 만나게 되고 처음에는 세영을 쳐다도 보지 못하다가 졸업 즈음해서 연인 관계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현준은 전생에서의 본래의 자신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궁금해졌다.
‘지금 연국대에 가면 나 자신이 있는 걸까?’
왜 자신이 현준의 몸에서 환생을 하게 되었는지는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차피 상관은 없겠지.’
세영이 한국대로 왔으니 전생에서의 자신의 몸은 세영과 만날 일은 없을 것이었다.
평범한 집안의 평범남이었으니 그냥 평범하게 살아갈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호기심을 억누르고 현준은 단체 미팅을 가자는 과 동기의 말에 대답했다.
“그래. 가자.”
“뭐? 괜찮겠어?”
“뭘 괜찮아. 내가 유부남도 아닌데.”
세영과 결혼을 할 사이임에도 소개팅을 하러 가겠다는 현준에 택수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재벌 3세였다.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대기업의 재벌 3세였으니 일반인들은 가까이하기 어려운 감이 있었다.
하지만 현준은 딱히 재벌 같은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차를 몰고 다니기는 하지만 값비싼 외제 차도 아닌 국산 SUV 차량을 끌고 다녔다.
옷이나 신발 그리고 시계도 그리 비싸 보이는 것은 없었다.
그냥 여느 대학생들과 크게 다를 바 없었고 허세를 떨거나 거만하지도 않았다.
재벌도 사람에 따라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이 현준이었다.
그렇게 공부보다는 인맥을 만들려던 현준이었기에 나름 학과 내에서는 인기가 있었다.
그렇다고 딱히 연애를 할 생각은 없었기에 소개팅이나 미팅 같은 것을 할 생각은 없었지만 세영과의 결혼 때문에 미팅을 못 가느냐는 친구의 말에 미팅에 참여하겠다는 말을 했다.
미팅을 한다고 해도 그냥 자리나 지키기나 할 생각이었다.
당연히 연애는 할 생각이 없었다.
* * *
대학 생활의 로망 중에 하나라는 단체 미팅을 나가게 되었다.
아직 대학교 1학년들이었기에 나름 화장을 하고 옷도 챙겨 입는 등 꽤나 꾸미고 나왔지만 현준의 눈에는 예쁘다기보다는 귀엽다는 생각만 들었다.
‘아직 고등학생티를 못 벗었네. 왜 이리 귀여울까.’
남자애들조차도 풋풋함에 절로 아빠 미소가 지어지는 현준이었다.
전생에서 세영과 연애도 하고 했지만 결혼은 김무연의 허락을 받지 못해 다소 늦게 했다.
일찍 했다면 최소 중학생은 될 법한 아이들이 있었을 터였다.
‘만일 일찍 결혼을 하게 되었다면 이러지 않았을까.’
잠시 상념에 젖어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 서로 자기소개합시다. 먼저 여성분들 먼저 하실게요.”
단체 미팅의 주최자가 사회까지 보며 가장 오른쪽에 앉아 있는 여학생에게 자기소개를 부탁했다.
“경제학부 이성현이라고 합니다. 만나게 되어서 반가워요.”
“영문과 홍자영이야. 반가워.”
“나도 영문과 최미희야.”
“나는 법학과 박지현이야.”
다들 과가 다른 것은 동아리를 통해 이루어진 단체 미팅이었기 때문이었다.
학교는 다들 한국대였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빤히 현준을 바라보고 있는 여학생이 남았다.
“저기 벌써 선택하신 거예요?”
“예?”
“현준이한테 관심 있으신 것 같은데 먼저 소개 부탁드릴게요.”
현준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여학생에 다들 웃음을 터트렸다.
“아. 죄송해요. 저는 민지영이라고 해요.”
민지영의 소개에 현준도 그 이름이 떠올랐다.
“세화고 민지영?”
“응? 아는 사이야? 현준아?”
“아. 나 세화고 나왔거든.”
“오! 뭐야? 그런데 왜 못 알아봐.”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현준의 말에 다들 어이없어했다.
하지만 학생 수가 많은 경우에는 반이 다르고 관심이 없으면 모를 수도 있었기에 다들 그런가 보다 했다.
“맞아. 오랜만이네. 현준아.”
“그래. 오랜만인가? 아무튼 반갑네. 같은 학교 친구를 보게 되어서.”
화장을 해서인지 현준의 기억에 담아두지 않아서인지 민지영을 알아보지 못한 현준이었다.
물론 알아본다고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 여전히 현준은 무덤덤했다.
남자들도 자신의 소개를 하고 서로 짝을 맞추기로 했지만 다들 현준과 민지영을 짝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
물론 현준이 호성 그룹의 재벌 3세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여학생들의 표정과 눈빛이 달라지기는 했다.
“내가 재벌이기는 하지만 위에 형님들이 둘이나 있고 나는 막내여서 회사 이어받는 것도 아니야. 그다지 실속도 없어.”
“아! 그래서 외교 행정학과 들어온 거야? 공무원 하려고?”
“야! 외교 행정학과 들어왔다고 다 공무원 하는 건 아니다. 그거 민감한 언행이야.”
“그래? 그럼 너는 뭐 할 건데.”
“당연히 행시지!”
외교 행정학과에 들어왔다고 공무원을 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당당하게 공무원이 꿈이라는 현준의 친구인 택수였다.
다들 어이가 없었지만 웃음을 터트리며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대한민국에서 최고 명문이라는 한국대였으니 다들 머리 하나만큼은 뛰어났다.
정신없이 논다고 해도 졸업할 때쯤에는 무언가 하나씩은 다 이루고 있을 한국대생들이었다.
물론 현준은 공무원 할 생각이 없었지만 괜스레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생각이 없었기에 부정을 하진 않았다.
아직은 상대방의 재산이나 권력보다는 외모나 성격이 더 끌리는 나이였다.
“그런데 지영이라고 했지. 무슨 과야?”
“아. 나도 법학과.”
“오! 법학과면 미래의 판검사님이신가? 세화고가 명문이기는 하지만 니들 성적 엇비슷하지 않았냐?”
택수의 말에 현준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 세화고 때 한 번도 전교 1등 해 본 적 없어. 지영이가 항상 1등 했었거든. 너 의대 안 갔었냐?”
현준은 민지영의 점수라면 충분히 의대를 갔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한국대 의대에 가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어도 웬만한 의대는 충분히 갈 수 있는 성적이었던 것이다.
한국대도 대단한 것이지만 한국에서 의대는 다른 의미로 더 대단한 곳이었다.
“나 의사 별로 안 좋아해서.”
“아. 그래.”
“뭐야. 그럼 전교 1등이 민지영이고 2등이 현준이 너였어? 그런데 왜 너는 지영이 못 알아봐.”
같은 학교에서 전교 1등과 2등이라면 서로 모를 리가 없었다.
현준은 꽤나 난감한 질문에 관심이 없어서라는 말은 하지 못하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다.
“너무 예뻐져서 못 알아봤네.”
“뭐?”
“까아악! 뭐야! 그런 거였어?”
“너희 둘은 그냥 짝해라! 짝해!”
지영이 너무 예뻐져서 못 알아봤다는 현준의 말에 다들 간드러지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현준의 말에 민지영의 얼굴도 붉어졌다.
꽤나 포커페이스인 그녀도 현준의 말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그렇게 현준과 민지영은 짝이 되었다.
“자! 그럼 이제 짝도 지어졌고 각자 찢어집시다!”
커플이 될지 안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다들 데이트를 위해 찢어지기로 했다.
현준은 민지영과 함께 카페를 나왔다.
대충 시간이나 보내다가 보낼 생각이었다.
“학교생활은 재미있어?”
“그저 그래. 너는?”
“나도 비슷하지.”
별다른 의미 없는 대화에 현준도 민지영에 대해서 궁금한 것도 없었으니 대화가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다.
“내가 마음에 안 들어?”
민지영의 질문에 현준은 자신이 너무 티가 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건 아닌데 단체 미팅 사람 없다고 머릿수 맞춰 달라고 부탁을 해서 말이야. 사실 아직 연애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현준은 솔직하게 이야기하기로 했다.
굳이 끌려갈 생각도 없었고 민지영에게도 실례일 터였기에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헤어질 생각이었다.
“세영이 때문에?”
“뭐?”
“세영이하고 결혼할 거라고 하던데. 그 때문에 그런 거야?”
현준은 소문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러다가 아차 하는 순간 결혼식장이겠네.’
기가 찼지만 현준은 굳이 민지영에게 변명을 할 필요도 없었기에 별다른 대꾸 없이 넘어가려는 순간 참으로 운명의 고약함을 느껴야만 했다.
세영이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걸어 내려오고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잠시만.”
세영을 본 현준은 민지영의 손을 잡았다.
세영도 현준과 민지영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서는 입술을 깨물었다.
같은 학교였지만 학기 초라 워낙에 바빠서 현준과 마주칠 일이 없었다.
그런데 현준이 다른 여자도 아니고 민지영과 함께 있는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민지영도 세영을 보게 되었고 말없이 현준과 손을 잡고 세영을 지나쳐 갔다.
세영과 멀어지고 난 뒤에 현준은 민지영에게 사과를 했다.
“미안.”
“나 배고픈데 밥 사줄래?”
“…….”
현준은 민지영의 요구에 그녀를 이용한 것이 미안해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도 민지영은 현준이 난감해할 질문은 하지 않았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민지영은 현준에게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내 도움 필요하면 연락해. 도와줄게.”
뭘 도와주겠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준은 민지영이 오해를 하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자신과 민지영이 함께 있는 모습에서 표정이 일그러진 세영의 모습을 떠올린 현준은 민지영의 스마트폰을 받아들었다.
‘유치하긴 하지만 약혼자가 될 남자가 다른 여자하고 같이 있는 모습이 신경 꽤나 쓰이겠지.’
현준은 소소한 복수이기는 했지만 복수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