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81
81화
81.
당황해하는 은주처럼 철호 또한 현준을 의아한 듯이 바라보았다.
“누구냐?”
“우리 과 신입생.”
“이제는 신입생까지 건드냐?”
자신은 민지영과 어떻게든 잘해 보려고 아등바등하고 있는데 현준은 가만히 있어도 이 여자 저 여자 다 꼬이는 것 같아서 부러운 철호였다.
물론 현준에게는 원치 않은 상황이었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여간 부러운 것이 아니었다.
“선배님이세요?”
“커피 주려는 거지? 잘 마실게.”
현준은 은주가 양손에 든 커피 중에 하나를 당연한 듯이 빼앗아서는 마셨다.
처음부터 현준에게 줄 생각으로 가지고 온 것이기에 은주도 별말은 안 했지만 현준과 함께 있는 철호에게 남은 커피를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는 눈치였다.
“얘는 안 줘도 돼.”
“야! 내 입은 입 아니냐?”
“어차피 감량해야 하잖아. 그리고 카페인 몸에 안 좋다.”
틀린 말도 아니었기에 투덜대며 철호는 괜찮다며 은주에게 그냥 마시라고 했다.
그러다가 문득 은주를 언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 혹시 우리 언제 본 적 있지 않아?”
철호가 은주에게 말하자 현준은 한심한 듯이 철호를 바라보며 말을 했다.
“작업 멘트가 너무 식상하지 않냐?”
“야! 작업은 무슨! 내가 너처럼 카사노바인 줄 아냐! 나는 일편단심 해바라기라고! 해바라기!”
“해바라기 같은 소리 하고 있네. 해바라기여서 꽃을 몽둥이로 휘둘러 대었구만.”
“뭔 소리야!”
꽤나 친한 사이처럼 투덕대는 현준과 철호의 모습에 은주는 멍하니 둘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특히나 감정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현준이 철호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이제야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약간 남에게는 차갑지만 내 사람한테는 따듯한?’
은주는 현준에게서 새로운 모습을 보았다는 생각을 하다가 철호를 바라보았다.
자신과 언제 만난 적이 있냐고 묻는 철호에 그런 적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혹시 박율석 의원님 손자세요?”
“응? 우리 할아버지를 어떻게?”
국회의원의 손자인 철호였다.
현준은 은주와 철호가 구면이라는 것에 세상이 지나치게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원문 원내대표님의 따님이시다.”
“응? 원내대표? 국회의원?”
“그래.”
“아! 그래! 맞다! 전에 한 번 본 것 같아. 그때는 좀 어렸는데!”
“안녕하세요. 장은주라고 해요. 선배님.”
“아! 만나서 반가워요.”
은주와 철호는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현준은 자신의 휴식이 더 이상은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몸을 일으켰다.
“응? 어디 가?”
“집에 간다.”
“수업은?”
달라붙으려는 철호를 피해 학교의 주차장으로 향하던 현준은 자신의 차에 타려는 순간 자신의 차 옆에서 짙게 선팅이 되어 있는 검은색의 외제차의 차 문이 열리는 것을 보았다.
열린 보조석의 문 안으로 운전석에 앉아 있는 운전자를 본 현준은 보조석으로 앉았다.
차 문이 닫히고 검은 외제차는 출발을 했다.
* * *
한국대의 교정 밖으로 나간 검은 외제차는 이내 도로로 접어들었다.
그제야 현준은 입을 열었다.
“저를 이렇게 만나려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문 대표님.”
운전을 하는 이는 제네스코 코리아의 문채원 대표였다.
자신이 군대에 있는 사이 공민지가 문채원과 만났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만난 상황이 우연인지 아니면 의도적인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문채원은 공민지를 마치 처음 보는 듯 대했다고 들었다.
만일 문채원이 문채영 본인이라면 자신의 딸 앞에서 무서울 정도로 냉정한 것이었고 문채영 본인이 아니라면 무슨 의도인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개인적으로 만나보고 싶었어요. 서 대표님.”
“개인적이라. 저에게 반하기시에는 나이가 조금 안 많지 않을까요? 물론 나이에 비해 매력적이신 것은 부정할 수는 없기는 하군요.”
“훗! 나이에 비해 노련하시네요. 서 대표님은. 아버지를 닮으신 걸까요?”
현준의 말에도 그다지 흔들리지는 않는 문채원이었다.
“그렇게 닮지는 않은 듯합니다만 원하시는 것이 뭔가요?”
“공민지의 정체 알고 계시지요?”
“예. 저의 배다른 누나 되겠네요.”
현준이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에 문채원은 입술 끝이 파르르 떨렸다.
“그리고 제 정체에 대해서도 알고 계신가요?”
“이모신가요?”
현준의 말에 문채원은 한숨을 내쉬었다.
“공민지의 일에 대해서 손을 떼 주셨으면 좋겠어요.”
“당황스럽군요. 제가 왜 그래야 하지요?”
“위험하니까요.”
“아! 그 루나틱이라는 것 말하는 겁니까?”
끼이익!
현준의 입에서 루나틱이라는 말이 나오자 문채원은 브레이크를 밟았다.
문채원은 매우 당황스러워하며 현준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안 거지?”
“이거 당황스럽군요. 루나틱이라는 곳이 뭐 하는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딸을 찾지 않을 정도로 위험한 곳인가요?”
“찾지 않은 것이 아니야. 찾을 수 없는 것이지.”
“아! 그래서 딸이 유흥업소에 팔려가도 가만히 지켜만 보셨다.”
현준은 자신을 노려보는 문채원에 비웃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아버지께서 모르고 계실 거라 생각했습니까? 뭐 아버지께서 잘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그쪽도 딱히 잘하는 것 같진 않군요. 그리고 루나틱 뒤로 뭐가 더 붙는 것 같긴 합니다만 알면 위험하다고 했나요? 뭐 그래 봤자 범죄 집단 같은데. 적당히 설치라고 하세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원하시는 것이 호성 그룹에 대한 복수인가요? 자신의 동생에 대한 복수? 뭐 상관은 하지 않겠습니다. 무슨 원한이 있으신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알고 싶지도 않으니까요. 저만 건들지 않는다면 복수를 하든 말든 상관은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을 원한다면 저도 가만있지 않을 것이니 서로 지킬 선은 지킵시다.”
현준은 미소를 지은 채로 문채원을 바라보고서는 보조석 문을 열었다.
“잠깐! 도로 한복판이야!”
도로 한복판에서 문을 열고 내린 현준이었다.
도로에 차들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고 자칫하면 차에 치일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현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마치 차에 치여 죽어도 상관없다는 듯이 유유히 8차선 도로를 지나 도보에 도착했다.
차에 치일 뻔하기도 했지만 유유히 걸어가는 현준에 문채원은 질린다는 표정으로 현준의 등을 바라보았다.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위험해.”
문채원은 현준에게 경고를 하고 있었지만 현준에게 들리지는 못했다.
문채원과 만난 현준은 투덜거렸다.
“괜히 엮였어. 내 복수하고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인데.”
자기 외적인 문제에 시간과 공력을 빼앗기는 것에 짜증스러운 상황이었다.
이제 복수는 곧 이루어질 것이었다.
아중 이노베이션이 무너지고 자성과 정수가 본격적으로 후계자 싸움을 시작할 것이었다.
아울러 아중 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에 대한 공매도 세력이 현준의 지시만 기다리고 있었다.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라면 세세하게 조정을 해야 했지만 오직 아중 그룹의 붕괴만을 원하는 현준이었기에 자신의 돈도 불에 태워 버릴 작정이었다.
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지만 아중 그룹의 재벌가에서 돈만 일부 남은 부잣집으로 굴러떨어진다면 김무연 회장의 일가는 견디지 못할 것이었다.
본래부터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이 돈을 잃은 것과 부자였던 이가 돈을 잃은 것의 충격의 차이는 부자였던 이가 돈을 잃었을 때가 더 컸다.
높은 산일수록 계곡은 깊은 법이었고 그 깊고 깊은 계곡 아래가 가장 어두운 법이었다.
현준은 길을 걷다가 호성 그룹의 본사 건물 앞인 것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로비에 있던 직원들이 평범한 대학생 옷차림의 현준을 처음에는 의아한 듯이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내 현준을 알아본 몇 사람이 황급히 현준에게 다가왔다.
“도련님. 어쩌신 일로?”
“나 신경 쓰지 말아요.”
먹고 살자고 회사에 직책도 없는 오너의 가족들에게까지 굽신거리는 모습이 현준에게는 그다지 유쾌해 보이진 않았다.
물론 현실은 현실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했다.
현준은 회장실로 직행했다.
회장실 앞 비서실에서 현준을 알아보고서는 인사를 해 왔다.
“도련님.”
“아버지 계세요?”
“예! 계십니다. 잠시만…….”
현준은 잠시 기다려 달라는 비서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서는 회장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뭔가 보고를 받고 있는 듯했지만 서대영 회장은 자신의 막내아들인 것에 보고자에게 손을 내저었다.
다른 이라면 불같이 화를 냈겠지만 현준은 언제나 자신의 귀여운 아기였다.
“웬일이냐?”
“아버지한테 화 좀 내려고요.”
“응? 나한테?”
“예.”
자신에게 화를 내러 왔다는 현준에 서대영은 의아한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잠시 후에 다시 보고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해. 아들놈이 뭐 열 받는 일이 있었나 보네. 시원한 거 가지고 와. 아! 식혜 좋아했지? 식혜 좀 가져와.”
“예! 회장님!”
자신의 자리에서 고급스러운 소파로 옮겨 앉은 서대영은 꿍한 표정의 현준을 보며 무슨 일인가 궁금해졌다.
현준이 화가 날 만한 상황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은 것이다.
이내 비서가 차가운 식혜와 간단한 다과를 놓고서는 회장실을 나갔다.
부자간의 개인적인 대화인 듯했기에 회장실에 붙어 있는 비서실에서도 조금 떨어졌다.
당연히 아무도 회장실로 갈 수 없도록 통제가 되었다.
“그래. 말해 봐라. 애비한테 뭔 화를 내고 싶은 거냐?”
“화를 내려는 건 아니에요. 아버지 잘못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으니까요.”
“응?”
“공민지.”
“…….”
현준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름에 서대영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니 공씨가 아닌 서 씨겠네요.”
“현준아!”
현준의 말에 서대영의 입에서 거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남에게는 들키고 싶지 않았던 것이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문채원. 문채영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구요.”
“너…… 언제부터.”
문채영까지 알고 있는 현준에 너무나도 놀라는 서대영이었다.
“설마 그 여자가 너에게 다 말을 한 거냐?”
“공민지에 대해서 손을 떼라고 하더군요. 그 여자가 뭘 원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뻔한 것이겠지요. 아버지에 대한 복수. 식상하게도 말입니다. 처음부터 알았던 것은 아니에요. 저도 공민지와는 우연히 알게 되었고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겠다는 약속을 하는 바람에 상황이 이렇게 되어 버린 거니까요. 다만 문채원과 문채영 두 여자의 뒤에 뭔가 있기는 한 것 같은데. 조심하셔야 할 것 같아서요.”
“…….”
서대영은 젊은 시절의 잘못이 이렇게 되돌아오는 것에 두 눈을 질금 감았다.
가족들은 알지 않았으면 했다.
“민지는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니?”
“아버지가 아버지라는 것은 아직 모릅니다.”
“문채원이 자신의 엄마라고 생각하고 있겠구나.”
“예. 쌍둥이가 아니라면 이해 안 될 정도로 닮았으니까요.”
“그래. 쌍둥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닮긴 닮았지.”
서대영은 동의를 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서는 과거의 일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할 때 현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버지의 결정에 따르겠습니다. 공민지에 대한 것도 문채원에 대한 것도. 제가 나설 일은 아닌 듯하니까요. 원하신다면 제시카를 통해 문채원을 한국에서 내보낼 수 있도록 해 드릴게요.”
현준은 서대영과 문채영 그리고 공민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관여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