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88
88화
88.
하룻밤 술값으로 수천만 원을 쓰는 현준이었지만 그렇게 사치스럽지는 않았다.
물론 일반인 기준으로 본다면 한 벌에 수백만 원짜리 옷을 걸치고 수억 원짜리 손목시계를 차며 값비싼 외제차를 타고 다니니 꽤나 사치스러워 보이긴 했다.
하지만 일상에서는 그다지 사치스러운 현준은 아니었다.
그런데 잠시 사치를 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현준은 백화점으로 갔다.
호성 그룹의 막내아들인 현준이었으니 백화점에서는 VVIP실로 따로 안내를 했고 현준은 그곳에 앉아 쇼핑을 했다.
“그거 괜찮네. 아! 그건 좀 별로 같으니까 다음.”
전문 모델이 착용한 정장을 선택하며 옷과 구두 그리고 시계를 쇼핑했다.
수십 벌의 옷들과 구두들은 현준의 집 옷장에 걸리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전에 있던 옷들은…….
“유행 지난 거니까 전부 버려요!”
“전부 말입니까?”
“그럼 창고에 쌓아 놔요? 전부 버려요. 뭐 가지고 가고 싶으면 가져가든지.”
집 안에 있던 옷과 구두들은 전부 버렸다.
제법 쓸 만한 것들도 전부 처리해 버리는 현준이었다.
하나같이 명품들이었지만 그렇게 CIA의 도청장치와 위치 추적 장치를 처리해 버렸다.
종종 옷장의 옷들을 갈아줘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현준은 새로 산 옷을 입고서는 자신의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서는 시원하게 드라이브를 가는 듯이 달렸다.
“어! 나다. 운동 잘하고 있냐? 다음 달에 경기라고 했지? 그래. 열심히 하고.”
운전을 하며 시답지 않은 대화를 나누는 현준은 적당한 위치에서 가로수에 차를 박아 버렸다.
“아이! 씨! 아이고! 머리야!”
그리 심하게 박은 것은 아니었지만 현준은 차에서 나오며 중얼거렸다.
“하! 이거 폐차해야겠네! 오늘 일진이 왜 이리 안 좋아!”
그렇게 차도 처리해 버렸다.
사실 방지혁은 현준을 보호하려고 위치 추적 장치를 단 것이었지만 현준은 자신을 감시하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니 미리 처리를 해 버린 것이다.
차를 처리해 버리고 난 뒤에 현준은 정수를 찾았다.
이지스를 찾은 날 정수의 전화를 받았지만 며칠 지나고 난 뒤에야 찾아가는 것이다.
“형! 저 왔어요!”
“어! 현준이 왔냐? 잠시만 기다려. 금방 끝나니까!”
정수는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임원들과 회의 중이었다.
옛날 같았으면 자신에게 그다지 희망이 없다고 생각해서는 놀고먹는 인생을 살았겠지만 지금의 정수는 달랐다.
열심히 하면 아중 그룹의 회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인지 술집에도 잘 가지 않은 채로 매일 같이 일에 매달려 있었다.
다만 김자성보다는 능력이 다소 떨어지다 보니 하는 일은 시원찮았다.
김자성이 형이고 김정수가 둘째여서 아중 그룹의 후계자가 되지 못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그렇게 현준은 꽤나 열정적인 김정수를 보며 김정수에게는 좋은 의미로의 변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결국에는 마지막이 좋진 않을 것이었다.
“많이 바쁜가 보네.”
“바쁘긴. 갑자기 일이 몰린 거지. 월말이잖아.”
“에이! 월말이야. 직원들이 바쁘지 사장이 바쁜가.”
“야! 사장도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쁜 법이야.”
“이지스에서 돈은 받았어?”
“어. 비자금 통장에 들어왔더라.”
“생각보다 장사가 잘 되는 것 같더라고.”
이지스는 오픈을 했다.
실버스틱과의 분쟁이 있기는 했지만 장사 자체는 꽤나 잘 되는 듯했다.
그렇게 현준과 함께 김정수도 이지스에 돈을 댄 이였기에 수익이 입금되었다.
다만 김정수는 꽤나 난처했다.
본래라면 그 돈이나 받으면서 잘 먹고 잘살 계획이었는데 자신의 형의 아중 이노베이션이 엉망이 되면서 자신에게 진짜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대형 유흥업소에 투자를 한 것이 드러난다면 김무연의 분노를 받을 수 있었다.
물론 김정수도 개인적인 돈으로 한 투자였지만 아무래도 유흥업소는 어떻게든 털면 먼지가 날 수밖에 없었다.
아중 그룹의 회장이 되고 난 뒤에도 이런 문제로 자신의 발목이 잡힐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클럽 이지스의 지분을 처리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고작 이지스의 이익금 얼마 보려고 아중 그룹을 놓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적당한 때에 김정수는 현준에게 이지스의 지분을 팔아버릴까도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김정수를 엮을 수단인 이지스였으니 현준이 김정수의 지분을 살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내가 무슨 돈이 있어서 형의 지분을 매입하겠어. 뭐 딴 놈한테 판다면 간섭이야 못하겠지만 그것도 마냥 불안할 텐데.’
현준은 정수가 무슨 생각인지 너무나도 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큰형 괜찮을까 모르겠네. 그 미친 새끼들 상도의가 없어. 상도의가!”
현준은 정수 앞에서 이지 플랜을 욕했다.
물론 그 결정을 내린 것은 자신이었지만 정수나 자성 모두 꿈에도 모를 터였다.
“그러게 말이다. 이노베이션 문제로 아중 그룹 전체가 흔들리게 생겼다.”
정수도 대놓고서는 기뻐할 수는 없었기에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아중 건설도 엮인 문제였다.
아중 이노베이션의 공장 건설을 아중 건설이 맡았으니 사장으로 승진한 정수도 관련이 없을 수는 없었다.
제2공장까지 거의 완성이 되어 있고 제3공장도 준비 중이었다.
일단 제3공장 건설은 중단되었다지만 그럼에도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 있었다.
“그럼 자성이 형은 어떻게 된대요?”
“듣기로는 일단 물러날 것 같던데.”
“아! 그래요? 그럼 다른 계열사로 옮기나?”
“잠시 쉴 거 같더라.”
“흐음! 그럼 형이 회장 되는 거네.”
현준의 거침 없는 말에 정수는 화들짝 놀랐다.
물론 현준의 그 말이 그렇게 듣고 싶었던 정수였다.
자신의 비서나 사람도 있다지만 그들을 완전히 믿을 수는 없던 정수였다.
아버지인 김무연이 붙여준 사람일 수도 있었기에 괜히 허튼소리를 했다가 김무연의 분노를 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준은 그것에서 자유로웠다.
현준이 무슨 말을 하든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물론 현준도 서대영 회장으로부터 한소리를 듣게 될 터였다.
하지만 현준의 본래 성격이 그런 것이기에 다들 그러려니 할 터였다.
“야! 다른 사람들 들어. 그리고 무슨 그런 소리를 하냐.”
“왜? 자성이 형 그 정도 터진 거면 감당 안 되고. 형은 지금 건설 짱짱하게 잘 나가고. 그럼 끝난 거지.”
“뭐가 끝나!”
현준에게 화를 내면서도 입가에 웃음기가 사라지지 않는 정수였다.
“형! 나중에 잘 되면 나 잊어버리면 안 돼.”
“내가 널 왜 잊냐! 뭘 잊어! 그리고 아직은 김칫국이야! 김칫국! 아직은 말이지.”
“아직은 김칫국이면 이럴 때 콱하고 건더기를 건져 먹어야지! 기회 아니야! 기회! 아버지한테 확실하게 어필을 해야지.”
“건더기? 무슨 건더기?”
정수가 지금의 자리에까지 오는 데 현준의 도움이 크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터였다.
확실히 김무연의 눈에 확고하게 들 기회였다.
“그래! 건더기! 보자! 뭐가 있을까?”
현준은 정수의 능력을 확실하게 돋보이게 할 수 있을 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을 하는 듯했다.
“이형동 뒷골목 거리라고 알아?”
“이형동?”
“어! 거기 뒤쪽에 도시 재생 사업 구역으로 지정될 것 같거든.”
“그건 어디서 들었냐?”
“그러니까 술 마시러 오라고 했잖아. 계집애들이 정보는 기가 막히게 물어 오잖아.”
역사는 낮에 이루어지지만 밤에 만들어지는 법이었다.
현준이 어디에서 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까지의 성과를 보건대 이번에도 확실할 것이었다.
“확실하지?”
“나 못 믿어? 나 서현준이야! 서현준!”
현준은 자신을 의심하는 정수에 짜증을 내며 자신의 이름을 외쳤다.
그렇게 큰 소리로 고함을 치는 현준에 정수는 남이 들을까 겁이 나서는 현준의 입을 자신의 손으로 막았다.
“야! 현준아! 조용히! 조용히!”
“에이! 퉷! 왜 더러운 손으로 입을 막아! 하기 싫으면 말어! 나는 우리 친형한테 가야겠다!”
현준은 호성 건설의 사장인 친형 서영수에게 가야겠다고 말을 하며 몸을 일으켰다.
“야! 현준아! 우리 사이에! 왜 그러냐! 일단 앉아! 앉아! 앉으라니까.”
현준은 못 이기는 척 푹신한 소파에 앉았다.
“조금 더 이야기해 봐라.”
“에이! 진짜! 손님이 왔는데 뭔 대접이 이러냐?”
“아! 뭐 마실래? 커피? 아니면 차?”
“식혜나 한 잔 줘 봐.”
“식혜 없는데.”
“에이! 그냥 가야겠다! 자성이 형은 지금 뭐하나?”
대놓고 자성에게 붙겠다는 듯한 현준에 정수는 쩔쩔매며 현준을 다시 붙잡았다.
“야! 가서 식혜 좀 사 와라!”
비서에게 식혜를 사 오라고 시킨 정수는 도시 재생 사업 구역 앞에 상업 구역이 재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정보를 줬다.
나머지는 머리 좋은 건설사 임직원들이 알아서 돈을 복사해 낼 것이었다.
“그런데 건더기치고는 너무 작지 않냐?”
“건더기를 이것저것 주워 먹다 보면 우리 회장님께서! 아! 이 새끼 제법 잘 주워 먹는구나! 하고서는 받아 주는 거지!”
“하긴 어디 사업이 로또 당첨도 아니고!”
“요즘 로또가 어디 로또인가! 미국 슈퍼볼은 돼야지. 아무튼 나 다음 달에 경기 있는데. 거기 스폰서 해줘.”
“종합격투기?”
“아! 그래! 그 정도 정보 줬으면 스폰서 해줘.”
“알았다.”
공짜는 없는 법이었다.
현준도 사업을 하는 입장이었으니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것이 당연했다.
그리고 그래야 정수도 현준에 대한 일말의 의심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럼 저는 갈게요. 아중 그룹 김정수 회장님.”
“야! 남들한테는 그런 말 하지 마라.”
“예! 회장니임! 알겠습니다아!”
그렇게 정수로부터 종합격투기 스폰서를 따낸 현준은 나중에 술 한잔하자는 약속을 하고서는 정수의 사장실을 나섰다.
이제는 정수의 욕망과 야망을 막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현준이 나가고 난 뒤에 정수는 자신의 귓가에 어른거리는 회장님이라는 단어에 미소를 지었다.
* * *
현준이 아중 그룹을 들쑤시고 있을 때 세영은 다시 영국으로 떠나는 여객기를 타기 위해 공항에 나왔다.
좀 더 한국에 머물다가 돌아가는 세영이었다.
“들어가 봐.”
“그래. 조심히 잘 지내.”
세영은 힐끔 자신을 마중하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별것 없는 남자였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끌리는 남자였다.
스스로 남자 보는 눈이 있다고는 자부하지 못했지만 사람 보는 눈은 있다고 생각하는 세영이었다.
그런 사람 보는 눈을 가진 자신에게 오진호는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훗날 아름다운 나비가 될 것 같아 보였다.
현준이 이미 완성되어 있는 나비라면 오진호는 고치 속에서 나비가 될 때를 기다리고 있는 남자였다.
처음에는 그냥 가지고 놀다가 버릴 생각이었지만 오진호가 계속 마음에 끌렸다.
현준이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에 오기도 생기는 세영이었지만 한편으로 마음 편히 사랑받고 싶기도 했다.
오진호라면 왠지 사랑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세영은 오진호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나 갈게.”
“어? 어! 그래.”
오진호는 세영의 돌발 행동에 깜짝 놀랐지만 하늘거리는 치마를 흔들며 공항의 게이트로 사라지는 세영의 뒷모습을 꽤나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사랑스러운 그녀였다.
물론 세영이 한국에 머무는 동안 그녀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 줘야 했던 오진호였다.
연민.
세영이 가진 연민을 오진호는 안타까워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지만 그 때문에 생기는 어둠은 오진호로 하여금 안타까워하게 만들었고 세영을 지켜주고 싶게 만들었다.
현준이 보았다면 답답해할 것이었지만 자기 팔자를 자신이 꼬아대고 있는 오진호였다.
오진호에게 있어서 악역은 세영이 아닌 현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