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91
91화
91.
꼼꼼하게 빠진 것 없는지 확인을 하는 오진호였다.
장부와 다른 것이 있으면 표시를 해 두고 추가 점검을 해야 했다.
군대에서도 익숙하게 했던 것이라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관리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놀고 있는 것 같아도 일을 전혀 안 하는 건 아닌 듯했다.
“수량은 다 맞고. 역시 짬밥은 무시 못 하는 건가. 응? 그런데 이건 또 뭐지?”
수량 파악을 끝낸 오진호는 창고 내부를 둘러보다가 장부에 존재하지 않는 화물이 들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간혹 창고에 관리 팀장이나 관리 직원들이 자신들의 개인 물건들을 몰래 짱박아 놓는 경우도 있었다.
규정상 그러면 안 된다고 이야기를 해도 소용이 없었으니 오진호도 그런 물건이라면 대충 넘어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번 화물은 부피가 컸다.
직원이 짱박아 넣을 물건 수준이 아니었다.
물품 확인을 위해 스캐너로 찍어보려고 해도 스캐너 바코드가 화물 외부에 붙어 있지 않았다.
“이거 뭐야?”
의아해하며 화물 내부를 봐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을 때 관리 직원 하나가 달려왔다.
“진호야!!”
“아! 예! 영철이 형!”
“그거 건들지 마라. 사장님 물건이다.”
“아! 사장님이요?”
“그래. 다 확인했냐?”
“예. 다 확인했습니다.”
“그럼 나와. 창고 문 닫아야 하니까?”
“오늘 입고나 출고 물품 없나 보네요.”
“그래. 내일까지는 없다.”
“알겠습니다.”
아직 아이언스틱의 사장인 임고석을 본 적은 없었지만 사장의 개인 물품이라고 하자 오진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창고에서 나오자 관리 직원은 문을 굳게 닫고서는 열쇠까지 채웠다.
“일은 할 만해?”
“예. 영철이 형. 다들 좋으신 분이시라 일하기 좋네요.”
“그런데 벌써 다 한 거야? 생각보다 빠르네.”
“아! 군대에서도 이런 일 했어요.”
“군수과였냐?”
“예.”
“고생했겠네.”
“고생은요. 아! 하하하! 고생하긴 했네요.”
웬만하면 고생했다는 말을 하지 않는 편인데 오진호는 몸을 부르르 떨면서 군대 때를 떠올렸다.
매달 탑차로 물건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걸 전부 관리하는데 치가 떨릴 지경이었다.
그렇게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이 도진 것인지 볼살을 파르르 떠는 오진호에 영철은 당황했다.
‘대체 어디서 근무를 한 거야?’
자신도 군대는 다녀왔지만 오진호와 같은 정도로 치를 떨지는 않았었다.
군대라는 곳이 워낙에 스펙트럼이 넓다 보니 상상도 못 할 경험을 할 때도 있는 법이었다.
그렇게 일 처리 확실한 오진호에 다들 오진호를 인정했다.
* * *
“학벌도 좋고 일도 잘하고. 키워도 될 것 같은데요. 사장님. 집안은 그냥 평범한데 돈 벌면서 학교 다니는 것이 만만한 것도 아니고.”
임고석은 장 부장으로부터 오진호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다들 과거 몸 쓰는 일을 하다 보니 머리 쓰는 이가 많지 않았다.
머리를 쓰는 이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오진호에 비한다면 실력이 형편없었다.
문제는 임고석이 오진호를 신경 쓸 만큼 여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보다 고영민이 그놈이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거야?”
“그게 짭새들이 냄새를 맡은 듯하답니다.”
“에이! 그러다가 우리까지 곤란해질 수 있어!”
“그건 알고 있습니다만. 최 회장님이 너무 무리하시는 것 같습니다.”
자신들은 일본과 중국의 화물을 받아 주고 옮겨주는 일을 했다.
유통은 다른 조직이 담당을 하고 있었고 지시는 실버 스틱의 최필석이 하고 있었다.
최필석이 몰리다 보니 무리해서 화물을 받은 것이다.
그렇게 화물을 유통시킬 고영민이라는 자가 최근 경찰에서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것에 처리를 못 하고 있었다.
그렇게 화물은 진작 창고에서 나가야 했지만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만에 하나 문제가 발생을 한다면 임고석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책임져야 했다.
문제는 오원구가 사라지면서 최필석의 조직원들의 숫자가 부족해진 것이다.
어중이떠중이들이야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지만 믿고 일을 진행시킬 인물들이 없었다.
오죽하면 임고석 본인을 데리고 가서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말이 있었다.
그렇게 아이언스틱 조직원들의 일부도 실버스틱으로 자리를 옮겼다.
“상황이 좋지 않으니까.”
“그런데 오원구를 처리한 조직이 대체 어디입니까? 국내 조직 중에는 없을 텐데요.”
장 부장은 오원구를 건들만한 조직이 국내에는 없다고 단언했다.
물론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서울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지방의 조직들이 몇 있었다.
하지만 이토록 깔끔하게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 외국계 조폭들이 연관되어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 외국계 조폭에 방지혁이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었다.
이미 방지혁의 이지스에 쳐들어갔다가 실패를 한 실버스틱이었다.
오원구나 김만춘이 없다지만 그래도 나름 산전수전 다 겪은 프로들을 보냈다.
그런데 그런 프로들이 제대로 힘도 못 쓰고 박살이 나서 쫓겨 온 것이다.
물론 예상보다 빨리 경찰들이 몰려들어서 물러서야 했지만 방지혁의 조직원들이 만만하진 않다는 것을 느껴야만 했다.
더욱이 오원구가 사라지면서 경찰들도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이거 뭔가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습니다. 김만춘 형님도 그렇고 오원구도 그렇고 누군가 개입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증거도 없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화물이나 확실히 지켜. 조만간 처리를 해야 하니까.”
“예.”
“참! 윤무덕이는 화물 들어온 거 모르지?”
“예. 연락을 하진 않았습니다.”
“윤무덕이가 서 대표한테 이야기를 할 것 같나?”
“서 대표가 굳이 알 이유가 없는 일이지 않습니까. 윤무덕이…….”
“그래. 됐어. 아직은 설계를 하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으니까. 무덕이도 이 세계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은 알 거야.”
“예.”
“흐음! 아까 오진호인가 하는 애 똘똘하다고 했지?”
“예. 꽤나 쓸 만합니다.”
“그럼 화물 운송 때 동행시켜.”
“예? 벌써 말입니까?”
“똘똘한 놈은 누가 채 가기 마련이야. 미리미리 엮어 놔야 하는 법이야.”
“예.”
장 부장은 너무 일찍 오진호를 엮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임고석의 결정을 뒤집을 힘이 자신에게는 없었기에 받아들여야 했다.
물론 화물을 옮기는 것에 동행한다고 해서 오진호가 화물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할 것이었다.
하지만 모른다고 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천천히 물들어 가다가 어느 순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었다.
* * *
며칠 뒤 오진호는 전화를 받았다.
“아! 장 부장님! 예. 오늘 저녁이요?”
저녁때 일 좀 도와줄 수 없냐는 연락이었다.
약속이 있었지만 사람이 없어서 그러는 것이라며 사정사정하는 장 부장에 오진호는 차마 거절을 할 수가 없었다.
“예. 알겠습니다. 어디로 가면 되나요? 아! 창고로요? 예. 알겠습니다. 저녁 10시까지 가도록 하겠습니다. 예! 그때 뵙겠습니다.”
일당으로 오십만 원을 준다는 장 부장이었다.
일당치고는 무척이나 센 것에 일이 꽤나 고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오십만 원이면 다음 달 생활비는 충분했기에 당연히 해야만 했다.
불법적인 일을 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었던 오진호였다.
다소 껄렁해 보이는 직원들이었지만 멀쩡한 기업에 잘 다니는 사람들이었다.
일이 고되다 보니 다들 성격이 저리된 것이라 생각했다.
오진호도 군대에서 다소 성격이 거칠어졌으니 그러려니 했다.
그렇게 저녁이 되자 오진호는 아이언스틱에서 준 회사 잠바를 걸치고서는 자신의 자취방을 나섰다.
갈 때는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가면 되었지만 일이 끝나고 나면 택시를 타야 할 듯했다.
“그런데 무슨 일을 도와 달라는 거지?”
관리 직원들의 도움으로 시간이 날 때 지게차나 1톤 트럭을 운전해 보기는 했지만 실제로 화물을 옮기는 일을 할 수는 없었다.
웬만한 화물들의 가격이 억 단위였으니 초보자는커녕 자격증도 없는 자신이 건드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게 창고에 도착하자 이미 나와 있는 직원들이 제법 많았다.
“어! 진호야! 왔냐?”
“어! 안녕하세요! 사람 없다면서요.”
사람이 없어서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한다며 오라고 연락이 왔는데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던 것이다.
오진호는 창고 문이 열려 있고 지게차가 화물 하나를 꺼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앞에 장 부장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오진호는 장 부장에게 다가가서는 꾸벅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부장님.”
“어! 왔냐. 저쪽 가서 일 좀 도와라.”
“아! 예.”
뭔 일을 도우라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잔뜩 굳은 표정의 장 부장의 모습에 쉽게 말을 걸기 어려웠다.
다른 관리 직원을 따라 화물이 트럭에 실리는 것을 구경만 해야 했다.
“저 화물 사장님 물건이네요.”
“응? 어. 그래. 사장님 물건이야.”
임고석 사장의 물건임을 알아보는 오진호였다.
오진호의 말에 다른 관리 직원이 당황해했지만 오진호에게는 아직 화물의 정체에 대해서 말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기에 대충 얼버무렸다.
그렇게 화물이 5톤 트럭 탑차에 실리고 문이 닫혔다.
“자! 다들 차에 타라!”
“진호 너는 뒤에 봉고차에 타!”
“예! 알겠습니다!”
봉고차에 타라는 말에 봉고차에 올라타자 몇몇 처음 보는 사람들도 같이 탔다.
“얘는 누구야?”
“오진호라고. 장 부장님이 아끼는 애야.”
“그래? 비리비리해 보이는데.”
“대가리가 좋아.”
“아! 머리 쓰는 스타일. 하긴 우리도 그런 애들 좀 있어야지.”
다른 창고의 직원인 듯했다.
물류 창고가 이곳저곳에 제법 있다는 말을 들었던 오진호였다.
그렇게 하나같이 인상 험악해 보이는 사람들과 봉고차에 탄 오진호는 불안함이 들었다.
‘뭔가 불법적인 일 같은데.’
지금 당장이라도 뛰쳐나가야 할 것 같았지만 이미 늦은 듯했다.
“출발!”
출발 소리와 함께 트럭과 승용차 한 대 그리고 봉고차 한 대가 출발했다.
“그런데 저기, 어디로?”
“충북 진천.”
“예? 거기까지 가요?”
“그래. 집에는 우리가 데려다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피곤하면 한숨 자라.”
한숨 자라는 말을 들었지만 잠이 올 리는 없었다.
그렇게 무거운 분위기 속에 아무런 말도 못 한 채로 서울을 빠져나가 충북 진천으로 향했다.
“너무 가까이 붙지 말고. 따라가.”
“예.”
그리고 그런 차량을 몰래 뒤따르는 차들이 있었다.
* * *
화물이 움직였다는 소식은 현준의 귀에도 들어갔다.
그리고 현준은 철호와 함께 있다가 임고석에게 연락을 했다.
“아! 고석이 형님! 예! 접니다. 서현준! 예! 철호하고 한잔하려고 하는데 고석이 형님이 생각이 나서요. 시간 되시면 가볍게 한잔하시죠. 철호 경기도 곧 있고 사업 이야기도 하나 할까 싶어서요. 아! 늦은 시간이라 좀 그럴까요? 아! 오신다구요? 예! 예! 여기가 어디냐 하면.”
임고석은 오늘 날이 좋지 않았지만 현준의 부름을 거부하기는 힘들었다.
더욱이 사업 이야기를 하자는 현준에 더욱 거부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임고석은 장 부장에게 화물은 무사히 인계하라는 당부를 내리고서는 현준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최필석과의 관계가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임고석도 자신의 뒷배를 봐 줄 연줄 하나쯤은 만들어 둬야 했다.
장 부장의 말처럼 뭔 일이 일어나고 있다면 재벌가 3세인 현준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었다.
물론 자신 때문에 현준이 위험해 질 수도 있었지만 그건 임고석이 걱정할 일이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임고석 자기 자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