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Tycoon Wizard RAW novel - Chapter 117
117화. 한다면 하는 여자 (3)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 저는 지금 경기도에 위치한 일성전자의 핵융합 연구소에 나와있습니다. 제 뒤로 보이는 거대한 형태의 기계가 바로 최근에 화제의 중심에 놓인 핵융합로 입니다.] [이 곳에는 저명한 물리학자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이들이 대거 참석해서···. 아, 지금 대한민국의 최진우 대통령께서 입장하고 계십니다!] [UN의 사무총장을 비롯해 다양한 국가에서 귀빈들이 참석한 자리지만, 그 중심에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자리했습니다. 그 바로 옆자리에는 일성그룹의 이수용 회장의 모습도 보이네요. 현재 이곳의 핵융합로는 가동을 중단한 상태인데요.]한국의 방송 3사는 물론이고, 종편 케이블 방송에서도 모두 참석한 상황이라 TV의 어느 채널을 틀어도 홈쇼핑이나 재방송을 제외하면 대부분 비슷한 화면이 나오고 있었다.
주말의 오후, 아마도 지금 이 순간 만큼은 2002년의 한일 월드컵 당시와 비슷한 수준의 시청률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오빠, 그런데 저거 진짜 작동되는 거 맞아? 인터넷에서는 실패할 거라고 하는 사람들이 더 많던데.”
수능이 정말 코앞으로 다가온 설이까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TV앞에 앉아 있었으니까.
“나야 모르지. 그래도 이렇게 대대적으로 홍보를 했는데, 실패하진 않을 것 같은데?”
“그런가? 근데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앞으로 20년은 지나야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했었는데, 너무 갑자기 성공했다고 하니까··· 솔직히 믿기가 어렵긴 하네. 솔직히 1억도가 말이 1억이지, 그 온도를 어떻게 유지하냐고. 안 그래?”
“응? 뭐야, 설이 너도 핵융합 기술에 관심이 있었어?”
많은 사람들이 핵융합 기술이라는 걸 들어보긴 했을 테지만, 정확히 그게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 지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뭐야, 나 명색이 전자공학과 지망생이거든? 차세대 에너지의 핵심 기술인 핵융합 정도야 당연히 알고 있어야지.”
“전자공학이랑 핵융합이 무슨···.”
“이 오빠가 지금 무슨 소리하는 거야.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전력 공급이 가능해지면 반도체 설계도 당연히 그 수준에 맞춰서 발전할 수 밖에 없잖아. 저게 정말 가동하는데 성공하면 이제 전력 소비는 염두에 둘 필요가 없어지는데, 왜 상관이 없어.”
호오.
새삼스러운 눈길로 동생을 바라보니 이 녀석, 은근히 얼굴이 달아오른다.
자기가 말하고도 뭔가 부끄러웠던 모양이지?
“합격이나 하고 말해라.”
“흥! 걱정하지 마셔!”
쯧. 자신감을 가지는 건 좋지만, 너무 자만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는데.
아직 가동 시연을 하기로 한 시간까지는 상당히 남아있었지만, 그런 것들은 신경쓰지 않는 듯 보였다.
[이곳 스튜디오에는 한국 전력 공사의 미래전략 기획 본부장님께서 자리해 주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네, 반갑습니다.]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지금 이 상황을 지켜보고 계실 많은 국민분들께 간단하게 핵융합로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뉴스의 화면이 두 사람을 한 화면에 담았다.
정장을 입고 참석한 남자는 살짝 긴장한 듯 보였지만, 그게 방송에 출연한 탓인지는 모르겠다.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핵융합 기술이란 인공태양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지구에서 얻어지는 모든 에너지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태양은 내부에 엄청나게 높은 압력과 고열로 인해, 아주 작은 원자핵을 끊임없이 융합하고 있는데, 이것들 지구에서 재현하는 기술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말씀만 들어도 굉장한 기술력이 필요하다는 게 느껴질 정도인데요. 이게 정말 완성되면 앞으로 어떤 것들을 기대해 볼 수 있을까요?]아직은 성공도 하기 전, 너무 갑작스러운 질문이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미래전략 기획 본부장이라는 이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사전에 대본이 준비된 탓도 있겠지만, 대한민국의 전력 공급을 책임지는 회사에서 대표로 이런 자리에 나올 정도라면 미리 언질을 받았을 거다.
‘이미 성공했다는 걸 알고 있겠지. ···어쩌면 직접 봤을 수도 있으려나.’
자신감으로 가득한 얼굴.
그는 실패라는 단어는 염두에도 두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저는 관련 기술의 전문가가 아니지만, 이것 하나는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게 뭡니까?] [앞으로 인류의 삶이 완전히 달라지게 될 거라는 겁니다. 지금까지는 그저 상상 속에나 가능했던 모든 것들이 실현 가능한 시기가 될 거고, 적어도 에너지가 부족해서 걱정하는 날은 사라지게 될 거라는 겁니다. 화석 연료의 사용이 극도로 낮아지면서 자연환경도 점차 회복되겠죠.] [그래서 핵융합 기술이 친환경이라고 불리는 거군요.] [그 뿐이 아닙니다. 바닷물 속에서 추출할 수 있는 중수소 단 1g만으로도 석탄 8톤을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무한에 가까운 원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바닷물 1리터에서 나오는 양은 고작 0.03g에 불과하지만, 지구에 있는 바닷물의 양을 생각한다면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중수소를 얻는 방법은 증발이나 전기 포화 방식을 비롯한 몇 가지가 있지만, 지금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반투과막을 이용해 순수한 물을 얻는 역삼투 방식이다.
“근데 리튬도 바다에서 얻을 수 있는 거잖아. 그치?”
“그렇긴 한데, 그건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라 그냥 광물을 캐는 게 대부분이지.”
“그래도 어차피 중수소를 얻으려면 바닷물을 이용해야 하는데, 양이 적더라도 그때 리튬을 같이 추출하면 괜찮지 않을까?”
리튬은 바닷물에 리터당 겨우 0.17mg정도만 함유되어 있어서 바닷물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방식은 이미 사장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설이의 말처럼 어차피 중수소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리튬을 얻을 수 있게 된다면 나쁜 생각은 아닐 것 같다.
“흐음. 그러네. 나쁘지 않은 생각이네.”
“그치? 와, 나 좀 천재인듯.”
핵융합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리튬과 중수소가 상호작용을 하면서 중상자를 방출하게 되면 추가적인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중수소와 리튬을 한 번에 추출할 수 있다면 결과적으로는 핵융합 과정에 도움이 된다는 말.
물론 이건 아마 핵융합에 대해 약간의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런 생각을 현실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지, 그것이 중요한 거지.
하지만 굳이 지금 이런 말을 해서 동생 기를 죽일 필요는 없다.
지금은 이 녀석에게 꽤 중요한 시기니까.
“이제 다음 주지?”
“응.”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앞으로의 인생을 결정짓게 한다는 말이 어울리는 수능 시험.
요즘이야 공부가 아니더라도 성공할 수 있는 다양한 길이 있지만,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수능 성적으로 인생의 난이도가 달라진다는 말이 맞았으니까.
12년 간에 걸친 길고 긴 교육 과정의 마지막 검증이니 긴장을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한 일인데, 설이의 반응은 담담했다.
“걱정은 안돼?”
“내가 지금까지 해온 것들이 있는데 걱정을 왜 해.”
“···너무 자만하는 거 아냐?”
“이건 자만이 아니라, 자신감이라고 하는 거거든?”
원래도 하고 싶은 말은 다 하고 사는 녀석이었지만, 근래 들어서는 뭔가 자신만의 기준이 세워진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스스로의 가치관이 뚜렷하면 흔들림 없는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되긴 하지만, 그만큼 다른 사람들과 부딪힐 가능성도 많아지는 법이다.
아직은 세상에 대해 잘 모를 나이인데, 조금 걱정이 되기는 한다.
***
겨울이 다가오면서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다는 느낌이 들긴 했는데, 오늘은 유난히 추운 날이었다.
[수능 시험이 있는 오늘, 기온이 많이 떨어져서 영하의 날씨에 땅이 꽁꽁 얼어붙었습니다.]기상 캐스터의 말처럼 오늘이 바로 수능이 있는 날.
회사 직원들에게도 모두 휴가를 내줬다.
예전에야 학생들이 혹여라도 교통 체증에 시험장에 지각하는 일이 없도록 회사원들도 대부분 오후에 출근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그런 배려도 사라져 버린 지 오래다.
내가 딱히 설이 녀석을 걱정하는 건 아니지만, 어쩐지 오늘은 나도 일에 집중하기 힘들 것 같고, 무엇보다 공장 직원들 대다수가 중장년층이다 보니, 수험생의 부모들이 꽤 있었다.
언제든 방심하면 자칫 위험한 사고가 날 수도 있는 곳이 공장이라 차라리 쉬는 게 낫겠다 싶어서 내린 결정이었다.
“펜이랑 신분증 잘 챙겼지? 다시 한 번 확인해 봐.”
“벌써 세 번이나 확인했어. 샤프랑 지우개도 넣었고, 컴싸는 5개나 챙겼다고.”
오늘은 아침부터 집안의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평소에는 과묵한 아빠도 어딘가 모르게 안절부절한 모습이고, 엄마는 이것저것 챙긴다고 분주해 보이긴 하는데, 오히려 엄마 때문에 더 정신이 없어 보인다.
“아무튼, 실력대로만 보고 와. 이런 날은 운빨에 기대는 거 아니다.”
“걱정마셔. 내가 꼭 한국대 전자공학과 들어가 줄 테니까! 딱 기다리고 있으라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목소리가 살짝 떨린다.
하기사 이 녀석도 사람인데 이런 날 떨리지 않을 리가 없지.
나는 미리 준비했던 작은 상자 하나를 내밀었다.
“자, 이건 내가 주는 선물.”
“이게 뭐야? 사이즈가 딱 목걸이 케이스인데?”
“맞아. 목걸이.”
“···으잉? 오빠가 나한테 목걸이를 왜 줘? 갖다 클라리아 언니한테나 줘!”
“열어 보기나 해.”
설이는 입을 삐죽이면서도 조심스레 상자를 열어보더니,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얇은 은색의 금속으로 된 체인 목걸이에 끝에 달린 동그란 모양의 펜던트는 그리 흔하게 볼 수 있는 디자인이 아니었다.
나도 사람인지라, 팔이 안으로 굽는 건 어쩔 수 없다.
순수 미스릴로 제작된 이 목걸이에는 몇 가지 기능을 집어 넣었다.
정신을 맑게 해주고,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클리어 마인드 마법에.
전신에 마나를 은은하게 순환시켜 피로를 회복시켜주고, 완벽할 정도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수준까지의 독은 곧장 해독할 수 있는 안티 포이즌 마법까지.
딱히 대단한 능력의 마법들은 아니지만, 일상 생활을 하는 중에도 꽤 도움이 되는 마법들이 들어가 있다.
“되게 특이한 모양의 구슬이네? 근데, 이거 혹시 오빠가 직접 만든 거야?”
“그래. 그러니까 늘 착용하고 다녀.”
살짝 민망하긴 한데, 오늘은 중요한 날인 만큼 동생이 제 실력을 발휘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준비한 거다.
“···고마워. 잘 하고 다닐게.”
조금 어색하다.
동생이랑 사이가 나쁜 편은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뭔가를 선물한 적은 없어서.
“그래도 설이 생각해 주는 건 오빠 뿐이네. 그치?”
“아, 몰라. 아무튼 나 갔다 올게!”
“밑에서 천 실장님이 차에서 기다리고 계실 거야. 그 차 타고 가.”
“알았어.”
부끄럽다는 듯 도망친 동생이 나가고, 나는 거실의 소파에 가서 앉았다.
“아빠도 설이한테 시험 잘 보고 오라고 한 마디는 해주지 그랬어요.”
“녀석이 어련히 알아서 잘 할까. 그 동안 열심히 노력한 만큼 보답을 받겠지.”
“뭐··· 그렇긴 하죠.”
천위안에게 늘 보고를 받고 있었으니까, 설이가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는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
체력이라면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을 천위안이 설이의 일정을 함께 하는 걸 버거워할 정도였으니까.
[다음 소식입니다. 일성전자에서 핵융합로에서 생산되는 전력의 50%를 한국 전력에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소식에 시민들의 반응이 굉장히 뜨겁습니다.]“50%만으로도 서울 전체의 전력량은 감당할 수 있다던데, 정말 큰 결심을 한 모양이다.”
“그렇죠. 돈으로 따지면 엄청난 금액이니까요.”
“덕분에 지금 어나더에서 만들고 있는 배터리도 전력 낭비라고 하던 말도 전부 사라진 모양이던데.”
결국엔 전기로 충전해야 하는 배터리라, 전력 낭비가 심해진다고 비난하던 말이 언제 그랬냐는 듯 쏙 들어가 버렸다.
핵융합 에너지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게 가능해지면 전기 에너지의 휴대성이라는 장점만 더욱 부각될 수 있게 된 탓이다.
“타이밍이 좋았어요.”
“···너는 정말 몰랐던 거고?”
아빠의 의심스러운 눈길에 살짝 찔리긴 했지만, 지금은 시치미를 떼는 수 밖에.
“제가 이수용 회장이랑 제법 친하긴 하지만, 저런 것까지 공유해줄 정도는 아니에요. 저런 정보가 있었으면 저도 일성전자 주식이라도 미리 좀 사둘 걸 그랬죠.”
“그래? 하긴 정말 엄청난 기술이라고 하니··· 그래서 정부에서는 앞으로 전기세를 얼마나 낮춰준다고 하더냐?”
“일단 내년부터 절반 이하 수준으로 낮추기로···. 아.”
우리 아빠가 낚시를 참 좋아하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