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Tycoon Wizard RAW novel - Chapter 119
119화. 한다면 하는 여자 (5)
“회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청와대를 나오면서 이수용 회장에게 물었다.
대통령의 제안은 솔직히 조금 이해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지금까지 봐온 최진우 대통령은 그리 과격한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물론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그렇듯, 겉과 속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북한에게 핵미사일을 날릴 정도로 극단적인 사람은 아니라고 판단했으니까.
“뭔가 이상하긴 합니다. 혹시 우리가 모르는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닐까요?”
“음, 그럴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겠네요. 다른 곳도 아니고, 북한이니까···.”
중국이 아무리 안하무인이라고 하지만, 북한 정도는 아니다.
그쪽은 안하무인이 아니라, 아예 외교라는 행위 자체를 자기들 입맛에 맞지 않으면 그냥 배째라는 식으로 나오는 곳이다.
아마도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어쩌면 아프리카의 극빈국보다도 더 살기가 힘든 나라.
가끔 동포라는 이름으로 손을 벌리곤 하지만, 그럴 때도 비굴한 모습은 절대 보이지 않는다.
되려 내놓지 않으면 미사일을 쏘겠다는 협박이나 하지.
“그런데, 정말 만드는 게 가능한 겁니까? 방사능 오염이 없는 핵폭탄이라는 게.”
“가능은 합니다. 기술력만 있으면야 오히려 원자 폭탄보다 훨씬 더 간단하게 만드는 것도 가능해요.”
원자 폭탄을 만드는 것도 사실 지금 과학 기술이라면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그게 어려운 이유는 우라늄의 동위원소인 우라늄-235와, 마찬가지로 플루토늄의 동위원소인 플루토늄-239을 구하는 게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사실 마음만 먹는다면야 입자 가속기나 핵발전소에서도 얻을 수 있는 것들이지만, UN 안전보장 이사회의 상임 이사국에서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다.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중국, 영국, 프랑스.
지구에서 공식적으로 핵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곳은 이 다섯 개 국가 뿐이다.
안전보장 이사회의 상임 이사국을 주축으로 1970년에 NPT(핵비확산조약)을 체결하고 다른 국가들이 핵을 더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사실상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무력을 소유한 건 대한민국. 아니··· 임선우 대표님이란 말이군요. 다른 핵미사일을 모두 무력화 시킬 수도 있고, 동시에 가장 강력한 핵미사일을 만들 수도 있는 유일한 인물이니까요.”
“···그렇네요. 그런 식으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지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해서 할 생각은 없다.
지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전잰 중이긴 하지만, 핵미사일을 사용하진 않았고, 앞으로도 사용하진 않을 거다.
만약 러시아가 정말로 핵미사일을 쓴다면 그때는 전 세계가 하나가 되어서 러시아를 가만히 두지 않을 거라는 걸 누구보다 그들이 잘 알고 있으니까.
“생각해 보면 참 아이러니 합니다. 대한민국은 북한과 휴전 상태인 분단 국가이고, 상대는 핵을 보유하고 있는데, 정작 그들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는 핵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제한 당해야 한다니. 그것도 핵을 보유한 국가들에 의해서 말이죠.”
“회장님도 힘이 있어야만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임선우 대표님은 젊어서 모르시겠지만, 제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한 달에 한 번씩, 전 국민이 비상시에 대피하는 훈련을 하곤 했었습니다. 뉴스에서는 툭하면 북한에서 넘어온 간첩 이야기가 보도됐고, 북한에서 조금만 이상한 움직임을 보여도 나라 경제가 휘청거렸었죠.”
고작 20살 정도의 나이 차이이지만, 그 20년이란 세월이 가져온 변화는 실로 엄청나다.
이건 단순히 오래 살았다는 문제가 아니라, 그 시절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으로서, 당시의 대한민국을 지켜온 사람들의 희생을 함부로 폄하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이제 북한은 이미 이빨 빠진 호랑이가 아닌가요? 정말로 전쟁이 벌어지면 북한은 절대 한국의 군사력을 감당하지 못할 겁니다.”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문다고 하죠. 만약 북한이 미친 척하고 보유한 모든 핵을 활성화하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설마 그렇게까지.”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은 50개 전후로 예상된다.
그 모든 핵이 한 번에 폭발한다면··· 그 결과는 가히 상상이 되질 않는다.
북한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거야 자기들이 자초한 일이라 그렇다 하더라도, 아마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 중국과 러시아 지역의 일부도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될 게 자명하다.
“글쎄요. 굶어 죽으나, 맞아 죽으나. 아니면 자살하거나. 저들이 정말 막장으로 치달으면 어떤 행동을 할 지는 장담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그건 우리가 핵을 보유한다고 해결되진 않을 것 같은데요. 오히려 저들을 자극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지 않습니까.”
대한민국이 핵을 보유하겠다고 선언한다?
UN 안정보장 이사회에서 그걸 두고 볼 리도 없고, 다양한 방식으로 제제가 들어오겠지만.
제일 불안한 건 북한이 아닐까?
그나마 핵을 보유했다는 이유 하나로 그간 그들을 달래주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들을 지원해 왔는가.
이제 더 이상 그런 강짜를 부릴 수 없게 된다면 정말 발등에 불이 떨어진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타초경사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만든다고 해서 굳이 공식적으로 발표를 할 필요는 없겠죠. 하지만 우리가 핵을 보유한다면 더 이상 북한에게 겁을 낼 필요도 없어지지 않겠습니까? 사람은 지갑이 든든하면 자신감이 생기듯, 나라는 힘이 있어야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법이니까요.”
“힘을 가지는 건 핵이 아니더라도 방법은 있습니다.”
당장 보유하기는 어렵지만, 이미 준비는 시작됐다.
핵미사일처럼 모든 걸 파괴하지 않더라도 상대가 함부로 대하지 못할 정도의 힘을 가지는 방법은 생각보다 꽤 많다.
***
창 밖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잠시 후.
도, 도망쳐!
꺄아아악-!
마치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공포에 잠식당한 듯한 비명이 온 도시를 가득 채워나갔다.
‘···올 게 왔군.’
콰아앙-!
곧이어 운석이라도 떨어진 게 아닌 가 싶은 듯한 거대한 굉음이 지축을 뒤흔들었다.
그리고 그런 흔들림이 채 가시기도 전, 누군가 다급하게 방으로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들었으냐?! 바, 방금 하늘에서···!”
“알고 있습니다. 제가 미리 손을 써둔 겁니다.”
“그럼 넌 저, 정말로 전쟁이 날 거라는 걸 예상했다는 거냐? 그래서 저 거대한 실드를 도시 전체에 미리 쳐두었고?”
“네, 이미 대륙 북부에 있는 왕국들은 더 이상 갈 곳이 없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국경을 열어주지 않으니 저들 입장에서는 전쟁이라도 일으키는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없겠죠.”
벌써 대륙 북부에 있는 세 곳의 왕국 중에 두 곳이 몬스터에게 초토화가 됐다.
이곳은 비교적 대륙의 남단에 위치했으니 아직 사람들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몬스터에게 쫓겨 내려오는 이들을 받아 주기는커녕, 국경을 틀어막고 있으니 다른 방법이 있을까.
‘저들 입장에서는 전쟁이라도 하는 수 밖에.’
이미 몇 달 전부터 몬스터 웨이브의 위험성에 대해 누차 경고하고, 국경을 열어 사람들을 받아 들여야 한다고 수 없이 강조했다.
지금이야 말로 인간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시기인데, 자신들만 살겠다고 국경을 봉쇄하다니.
이건 그야말로 하책 중에서도 최하책이다.
“아무리 그래도, 다짜고짜 미티어를 날리다니! 저들이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방금 건 경고의 의미였을 겁니다. 제대로 마음 먹고 대규모로 마법을 시전했으면 실드가 버티지 못했을 겁니다.”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했다. 미티어를 막아낼 수 있는 실드라니, 저게 바로 네가 배운 마법진이라는 것이냐?”
“저건 일회성이었습니다. 지금이라도 왕실에서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다음 번에 날아올 미티어는 결국 이 도시를 잿더미로 만들고 말겁니다.”
내 경고에 스승님은 잠시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이내 걸음을 돌렸다.
가는 곳은 국왕이 있는 왕성.
나 역시 그 뒤를 따랐다.
결국 가까스로 국왕을 설득해서 난민 아닌 난민을 받아들이고 나서야, 제대로 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간 같은 인간으로서 얼마나 끔찍한 짓을 저질렀는지도.
상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다급했고, 위험했다.
“그럼··· 지금 수십 만이 넘는 몬스터가 몰려오고 있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이건 왕국 단위로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이 절대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대륙 회의를 소집해서 최대한 많은 병력을 북부로 보내야 합니다.”
오랫동안 잘 훈련 받은 병사가 셋이 모이면 오크 전사 한 마리를 상대할 수 있다.
그럼 수십 만에 달하는 몬스터 대부분이 오크만으로 이뤄져 있다고 하더라도 100만 이상의 병력이 있어야 상대가 가능하다는 말.
하물며 100만이나 되는 병력이라면 그 대다수는 농기구나 손에 쥐던 이들로 절반 이상은 채워야 가능한 수준이다.
“전쟁을 끝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두머리를 제거하는 겁니다.”
절망에 빠진 듯한 사람들이 가느다란 희망을 품고, 나를 향했다.
“···하지만 저 병력을 어떻게 뚫고?”
“소수 정예로 가야죠. 어차피 일반 병사는 의미가 없습니다. 은밀하게 접근해서, 목표만 제거한다면 자아를 잃은 몬스터들은 알아서 흩어지게 될 겁니다.”
일종의 암살 작전이다.
문제는 저 대병력을 뚫고, 그곳까지 도달할 수 있는 실력자는 대륙 전체를 통틀어서도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아마도 각 왕국에서는 그들을 절대로 내어주지 않을 거라는 것.
“하지만 그 정도의 능력을 가진 기사들이 쉽게 움직일 수 있을 리가···.”
“소드 마스터까지는 필요없습니다. 익스퍼트 급 기사로 10명이면 됩니다.”
“···익스퍼트 급 기사 10명? 그건 그냥 가서 개 죽음을 당하라는 말 아닙니까?!”
마법을 쓰는 것은 마법사.
검을 쓰는 것은 기사.
마법진을 쓰는 나는 반푼이 마법사라고 불려야 했다.
하지만, 정작 대륙을 구한 것은 바로 그 반푼이 마법사의 능력 덕이었다.
***
뭔가 이상한 기분으로 잠에서 깨어나 침대에 걸터 앉았다.
‘···저쪽에 있을 때의 꿈을 꾼 건 처음이네.’
최근에 워낙 전쟁이니, 미사일이니 하는 이야기 때문에 신경을 써서 그런가.
좋지 못한 기억이 꿈에 나와 버렸다.
“으음···. 왜 벌써 일어났어?”
“아직 시차 적응이 안 돼서 그런가 봐. 자기는 조금 더 자.”
아직 비몽사몽한 리아를 반 강제로 눕히다시피하고, 거실로 나왔다.
벽면 하나를 채운 커다란 통창에서 새벽의 햇살이 살짝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하려는 시간.
나는 따듯한 커피 한 잔을 내려서 쇼파에 앉아 TV를 켰다.
[테슬라에서는 새로운 모델 출시를 앞두고 차세대 배터리 테라의 운영 방침을 공개하는 한 편···.]삑-.
뻔한 내용이라 채널을 돌렸다.
[···는 새벽에 입국한 뒤, 가수 클라리아의 저택이 있는 비벌리 힐스로 향했으며···.]삑-.
내가 보기에는 조금 민망한 내용이라서 그냥 TV를 끄고 창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상한 꿈을 꿔서 그런지, 기분이 묘하다.
“오빠도 벌써 일어났어?”
“···넌 호텔 잡아준다니까 굳이 여길 따라오냐.”
“왜? 내가 있으면 뭐 어때서 그래? 클라리아 언니한테는 이미 허락 받았거든? 집주인 허락 받았는데, 왜 오빠가 난리야. 흥!”
“넌 정말이지···.”
참으로 사랑스러운 동생이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지.
부모님은 여기 오시는 건 불편하시다고 호텔에 가셨으니까.
아마 두 분도 함께 온다고 했으면 나도 여기로는 오지 않았겠지만.
“친구들은?”
“아직 세상 모르고 자. 쟤들은 비행기에서 안 자더라고.”
“그런데 정말 셋 다 한국대에 합격할 수는 있는 거야?”
“성적으로 보면 충분히. 우리가 또 한다면 하는 여자들이라 이거야. 오빠, 전에 한 약속 꼭 지켜.”
“오냐. 너도 오기 전에 한 약속 지켜라. 어디 나갈 거면 꼭 경호원 대동하기로 한 거.”
“쓸데없는 걱정은. 근데, 오빠. 이번에는 진짜 일 안 할 거지?”
“그래. 나도 이번에는 정말 쉬고 싶어서 온 거야. ···딱 하나만 해결하고.”
우우웅-.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론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그렇지 않아도 내가 할 생각이었는데, 참 양반은 못 되는 사람이다.
난 그래도 아직 너무 이른 새벽이라 참고 있었는데.
“아론.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이른 시간부터 전화하는 건···.”
“친구. 들었나? 일본에서 결국 한국을 국제 재판소에 소송한 모양이야.”
“아, 그거요? 그야 당연히 알고 있죠.”
며칠 전에 최진우 대통령에게서 이미 연락을 받았다.
아마도 일본이 소송을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이 정도면 그냥 대통령 자문이 아닌가 싶긴 한데.
“그래서 말인데요. 아론, 부탁이 하나 있어요.”
“친구가 나한테 부탁? 이거 살짝 긴장이 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해줘야지.”
국왕이나 왕자 같은 사람들을 제외하고, 알려진 재산으로 세상에서 가장 돈이 많은 남자, 아론 머스크.
일본이 소송을 거는 이유는 22억 달러를 내고 한국에게 구매한 이터(ITER)의 지분 때문이다.
핵융합로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 그저 연구를 목적으로 짓는 것에 막대한 돈을 투자했는데, 이제는 거의 쓸모가 없어져 버린 이터(ITER)는 지금 거의 골칫거리로 전락해 버렸다.
거기다 일성전자에서 핵융합 기술 성공을 발표하기 고작 며칠 전에 22억 달러를 추가로 날린 셈이니 일본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억울했을까.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서 떠올린 게 하나 있는데, 이게 돈이 좀 많이 필요하다.
“그럼 혹시 돈 좀 빌려주실 수 있어요?”
나도 돈은 많지만, 그보다 훨씬.
훨씬 더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