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Tycoon Wizard RAW novel - Chapter 120
120화. 달에서 가져오는 방법. (1)
“근사한 집이네. 그리 크진 않아도 두 사람이 지내기엔 꽤 좋아 보여.”
밖에서 만나자고 했는데, 굳이 여길 오겠다고 고집을 부리더니.
날 보면서 음흉한 웃음을 짓는 걸 봐서는 그냥 놀리고 싶어서 온 게 아닌가 싶은데.
“안녕하세요. 처음 뵙네요. 클라리아라고 합니다.”
“아론 머스크입니다. 이렇게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사하신지는 얼마 안됐다고 기사에서 본 것 같은데, 집을 굉장히 잘 꾸며놓으셨네요. 역시 예술하시는 분이라 그런가, 감각이 남다른 것 같습니다.”
“어머··· 감사합니다. 사실 정말 신경을 많이 쓰긴 했거든요. 뭐,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손님이 와서 그런가, 짧은 시간이었는데도 어느새 화장도 하고, 옷차림도 신경을 쓴 티가 난다.
이것 봐, 나도 보는 눈이 없는 건 아니니까 그렇게 보지 말아줬으면 좋겠네.
“이 친구는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건지, 대체 어떻게 매번 그렇게 엄청난 것들을 만들어 내는 건지. 예술적인 감각은 꽝이지만, 그래도 대단하다는 말이 너무 잘 어울리는 친구이긴 하죠.”
“다행히 제가 남자 보는 눈도 좀 있는 편이라서요.”
이건 칭찬을 하는 건지, 가지고 노는 건지.
“아론, 그만 하고 좀 앉아요. 우린 할 얘기가 있잖아요.”
“그럴까? 사실 나도 기대가 된단 말이지. 대체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을 꾸미는 건가 말이야.”
“누가 들으면 범죄자들 모임인 줄 알겠어요.”
둘이 거실에 자리를 하고 앉자, 클라리아는 미리 준비했던 음료과 과자를 내왔다.
이렇게 있으니까 정말 신혼부부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조금 묘하긴 하네.
“두 분 이야기 편하게 하세요. 전 선우 씨 동생들이랑 시내에 좀 다녀올게요.”
“그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이거 제가 와서 괜히 불편하시게 했나 봅니다.”
“어머, 아니에요. 원래 예정되어 있었던 일정이었거든요.”
눈치 빠른 클라리아가 동생과 친구들까지 다 데리고 집을 나서주자, 아론도 조금 편해진 듯 보였다.
그러게 그냥 밖에서 만나자니까.
“와우, 실제로 보니 정말 엄청난 미인이네. 이제보니 친구··· 정말 다 가졌구나.”
“다 가지긴 뭘요. 그런 아론이야 말로, 매번 여자 연예인이나 모델이랑 스캔들 관련 기사가···.”
“어험. 그래, 하고 싶은 일이라는 게 대체 뭔데? 친구도 이제 가진 돈이 적지 않을 텐데, 무슨 일을 하려고?”
사실 따지고 보면 별로 대단한 건 아니다.
지금 유럽 연합국과 미국, 중국 등을 비롯한 이터(ITER) 가입국들은 그야말로 닭 쫓던 개가 된 신세이지만, 그렇다고 이터 건설이 중단된 건 아니다.
어쨌든 일성전자에서 핵융합 기술을 무상으로 공유할 리도 없으니,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연구를 계속 이어가야 할 생각인지도 모르고.
그게 아니더라도 이제와 건설을 중단하기에는 그간 투자한 금액이 너무 아깝기도 하지.
“우선 궁금한 게 있는데, 핵융합 기술에 대해서 미국 정부는 반응이 어때요?”
“정부에서? 글쎄, 아직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거나 뭔가 준비를 한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한 것 같은데.”
“한국을 압박할 의향은 있어 보여요?”
정확히는 일성전자를 말하는 거지만, 아론은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아무래도 워낙 민감한 사안이니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해서 대답을 망설이는 게 아닐까.
대답을 하기 쉽게 만들어 주는 게 낫겠다.
“별 다른 뜻은 없어요. 그냥 아론의 생각이 궁금할 뿐이니까요.”
잭슨이나 마리아의 재력도 상당하긴 하지만, 두 사람은 회사에서 임명된 CEO다.
성과를 올리면 상당한 금액을 지급받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봐야 결국 월급이라는 틀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하지만 아론 머스크는 재력이라는 것만 놓고 본다면 전 세계 수십 억의 사람들 중에서 단연 독보적이라 할 정도로 돈이 많은 사람이다.
당연히 정부와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없을 수가 없다.
“···사실 일성전자에서 발표가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DOE에서 연락이 오긴 했었어.”
“DOE?”
“미국 에너지부야. 에너지 개발이나 원자력 관련 사업을 주도하는 곳이지. 핵에너지 연구도 DOE가 주관한다고 보면 돼. 그리고 무엇보다··· 핵무기를 관리하는 곳이고.”
이런 젠장.
이 놈의 정부들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할 것 없구나.
‘핵’이라는 글자만 보면 생각이 자연스럽게 무기로 연결이 되는 건가?
“···그 놈의 빌어먹을 핵무기 타령. 설마, 아론에게 핵융합 미사일을 만들어 달라고 했어요?”
“아니. 그건 애초에 핵융합 기술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니까.”
“그럼 대체 왜···.”
“왜긴 왜 겠어. 일성전자의 이수용 회장과 내가 연관이 있다는 걸 알고 연락이 온 거지.”
···하긴.
마음만 먹으면 세상에서 알아내지 못할 정보가 없다는 곳이 미국 CIA(미국 중앙정보국)인데, 아론이 이수용 회장과 최근에 가까워졌다는 걸 모를 리가···.
‘잠깐, 그럼 나에 대해서도?’
“그럼 아론과 저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응? 그야 당연하지. 거기에 잭슨이나 마리아 회장까지 포함해서 우리만의 모임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봐야겠지.”
생각해보면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조합이긴 하다.
슈렌과 연관된 엔비디아의 잭슨 회장, 스카디와 연관된 AMD의 마리아 회장.
아론과는 뉴럴링크를 비롯해 최근에 발표된 테라까지 연결이 된다.
잭슨과 아론이야 이미 그 전부터 자율 주행 시스템을 통해서 상당한 친분이 있었던 상태이고.
네 사람이 사교적인 모임을 가지고 있다는 건 오히려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우리 넷이야 그럴 수 있지만 이수용 회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가장 마지막에 합류한 멤버이고, 지금까지 이렇다할 접점은 없었다.
굳이 하나를 꼽자면 내가 살고 있는 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회사의 주인이라는 것 정도일까?
‘설마 한국 정부에서 핵융합 기술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에 내가 관여했다는 말을 하진 않았을 테고.’
아무리 동맹국이라고 하더라도 그런 것까지 말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라고 믿는다.
만약 청와대에서 그런 대화가 오갔다면 아라가 경고를 해줬을 거고.
“일성전자는 이미 세계적인 기업이야. 당연히 미국 정부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겠지. 아마 사내에서 기밀에 해당하는 정보에도 접근이 가능한 핵심 인물로 두 명 이상은 미국 정부와 연결이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좋아.”
“그냥 일반 기업일 뿐인데, 그렇게까지 합니까?”
방산 업체처럼 무기를 비롯한 군사용 물품을 만드는 회사라면 이해를 하겠다.
하지만 일성전자가 거대하기는 해도 그저 전자제품을 만드는 곳일 뿐인데, 그런 기업의 기밀 정보를 알아낸다고 대체 무슨 이득이 있다고?
“창피한 말이지만, 미국은 전 세계 기업들의 기밀 정보를 빼내서 어떤 식으로든 이용해. 기업의 비리를 알아내서 협박을 하기도 하고, 기술력 자체를 도용하기도 하지. 특히 자신들에게 유용한 기술이라고 판단되면 수단 따위는 가리지 않아.”
“그게 무슨··· 그건 그냥 깡패, 아니. 양아치나 다를 게 없잖아요.”
세계의 경찰이라 자칭하는 국가가 해서는 안되는 짓이다.
아니, 그 어떤 누구라도 다른 사람의 권리를 빼앗는 것은 안되는 일이다.
“조심한다고 방비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주변을 살펴봐.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 어나더 테크에도 스파이는 있을 거야.”
“아뇨. 우리 회사는 없어요.”
“직원들을 그렇게까지 믿을 수 있다니, 어떤 면에서는 부럽군.”
무턱대고 그냥 믿는 건 아니지만.
“설마, 테슬라에도 있는 겁니까?”
“모르긴 몰라도 없지는 않겠지. ···짐작이 가는 사람도 몇 있고.”
“그럼 테라를 개발한 곳이 어나더 테크라는 것도 알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군요.”
아론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테라를 개발한 곳은 테슬라로 발표되긴 했지만, 테슬라의 임원급 직원이라면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 정도는 눈치챘을 거다.
차세대 배터리를 연구하는 곳은 많고, 심지어 지금도 연구가 지속되는 곳이야 셀 수 없이 많지만, 테슬라는 그 중에서도 배터리 연구 개발에 투자하는 금액이 상상을 초월하는 곳이다.
수십 배 이상의 효율을 낼 수 있는 기술에 대해 작은 실마리라도 잡았으면 조용히 넘어갔을 리가 없었겠지.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기라도 하듯이 나타난 테라에 대해 연구원들 역시 어리둥절했을 텐데, 명색이 테슬라의 임원이라면 이상한 것을 모르는 것도 잘못이다.
“하지만 확신은 없을 거야. 정말 중요한 것들은 파일로 저장해두지 않거든.”
“아뇨. 그 정도로는 안심할 수 없겠어요. 아무래도 저랑 관련된 분들은 보안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겠네요.”
현대는 정보 전쟁이라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그건 그저 국가 간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설마하니 국가의 정보 기관에서 기업들을 이렇게까지 지켜보고 있을 거란 생각을 하지는 못했었는데.
이 정도면 그냥 국가의 기업사찰이라고 봐도 무방할 수준이 아닌가.
‘미국이니까 가능한 거겠지···.’
만약 한국 정부가 일성전자 같은 대기업을 대상으로 이런 짓을 벌였다가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렇다면 미국 기업들은 힘이 없어서 당하는 걸까?
아니. 미국 정부가 기업들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힘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세계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군사력.
그런 군사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비옥하다는 말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기이하다고 할 정도로 비옥하고 넓은 영토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결정타가 되는 것이 바로 석유.
즉, 에너지다.
“생각보다 빨리 일을 진행할 필요가 있겠어요.”
“그러니까, 대체 뭘 하려는 건데?”
“전 세계에 풍족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범세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겁니다.”
“한국이 아니라··· 전 세계에?”
“네. 그렇다고 무상으로 나눠주겠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다만, 에너지에 여유가 생기기 시작하면 많은 것들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은 마련되겠죠.”
단순히 미국을 견제하려는 게 아니다.
처음부터 아론을 만나기 위해서 미국으로 온 이유가 그에게 자금을 융통할 생각이었던 거고, 그 이유가 바로 이터다.
“아무리 핵융합 기술을 가졌다고 해도, 그 정도 에너지를 보급하려면 핵융합로 몇 개로 해결될 문제가 아냐. 아마 수백, 수천 개는 지어야 할 거라고. 건설 기간만 따지더라도 수십 년은 걸릴 테고···. 잠깐, 설마 나한테 돈을 빌리려는 이유가 그거야?”
한 대를 건설하는데만 수천 억이 필요한 게 바로 핵융합로다.
크기나 목표 공급 전력량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는 것 하나는 명확하다.
수십 개의 국가가 모여서 만들기 시작한 이터(ITER)에 지분을 가지고 있는 나라들 역시 몇 년에 걸쳐 부품을 제작하는 게 그런 이유다.
한국도 이제 세계적으로 상당한 경제력과 과학 기술력을 갖췄으니 가입할 수 있었던 것이지.
어지간한 국가는 가입 권유조차 받지 못한 게 현실일 정도로 막대한 금액이 필요한 일.
“그렇긴 한데, 그렇다고 제가 전 세계에 핵융합 발전소를 짓겠다는 건 아니에요.”
“그렇지? 아휴, 난 또···.”
“그리고 아무리 아론이라도, 그 많은 행융합로를 건설할 정도는 안되지 않아요?”
몇 개 정도라면 또 모를까.
수백 개가 넘는 핵융합로를 건설하겠다는 건, 아무리 세계 제일의 부자라도 감히 시도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경제력이 뒷받침 되는 국가에서도 몇 년에 걸쳐 예산을 책정해야 하는 수준인데.
하지만 그게 하나라면 어떨까.
프랑스에서 건설중인,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크기의 핵융합로.
비록 아직 완성이 되지는 않았지만,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른 핵융합로가 심지어 완성 이후에도 애물단지가 될 예정이라면 어떨까?
연구 목적으로 건설된 것이긴 하지만, 나라면 조금만 손을 보는 것으로 가동시킬 수 있다.
이제 문제는 과연 가격이 얼마나 나갈 것이냐 하는 것.
멍-.
내 설명을 듣고 난 뒤의 아론은 단 한 글자로 설명이 가능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눈을 뜬채로 기절을 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굳어 있던 아론은 눈을 몇 번이나 크게 깜박이더니,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듯한 얼굴이 되어서 물었다.
“그러니까··· 그 ‘이터’를 구매하겠다고?”
“네.”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에서 건설 중인 ‘이터’?”
“맞다니까요.”
“35개 국가가 15년이 넘도록 총 250억 달러가 넘게 투입해서 아직도 건설 중인 5층 높이의 그 ‘이터’를 구매하겠다고?”
이렇게 풀어서 들으니 내가 너무 가볍게 생각한 건가 싶은 생각도 들고.
‘한국 돈으로 거의 30조가 넘게 들어간 거였어?’
뭐, 내 예상보다 조금 비싸긴 하지만.
“그 돈을 다 주고 살 필요는 없죠. 저쪽에서도 그렇게 달라고 하진 않을 테고.”
“···어째서?”
그야.
“애초에 이터를 건설한 목적이 의미를 잃어버렸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