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Tycoon Wizard RAW novel - Chapter 121
121화. 달에서 가져오는 방법. (2)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
아론은 임선우 대표와 함께 나눈 이야기를 처음부터 다시 복기해봤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국제 사회에서 십여 년이 넘도록 공을 들인 이터를 과연 헐값에 넘길까?
당연히 제 정신이라면 그런 선택을 하지는 않을 거다.
그게 지금 미완공인 상태에다가, 설사 완공이 되더라도 어쩌면 골칫거리,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상당히 농후하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분명 자존심 때문이라도 팔지 않을 텐데.’
아니, 애초에 그런 걸 ‘산다’ 라는 게 가능하기는 한 건가?
이건 사고 팔고 할 수 있는 그런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역사 중에서 단 한 가지의 연구를 위해 이렇게 많은 국가가 모여서 힘을 모았던 적이 있었던가?
이터(ITER) 프로젝트는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프로젝트였다.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라 자부하는 수십, 수백 명의 과학자들이 모여, 수십 년이 넘도록 연구해오며 차곡차곡 쌓아왔던 성과.
그게 고작 단 한 사람에게 역전을 당해 버렸다.
일성전자의 발표가 있었던 순간.
전 세계에서 몰려와 시간 당 수백 기가 와트(GW/h) 의 전력을 생산해내는 핵융합로를 보면서 그들이 느꼈을 기분은 과연 어떤 종류였을까?
역사적인 순간에 자신이 서 있다는 사실보다는 허탈감이 더욱 진하게 느껴졌을 게 분명하다.
시기와 질투, 부러움과 존경심에 경이로움까지 더해진 온갖 감정이 한 데 뒤섞인.
자신조차도 이게 무슨 감정인지 복잡했을 그 순간에.
다른 나라에서 온 이들은 아마 또 다른 생각을 떠올리고 있었을 거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가장 큰 힘이 될 에너지.
저 핵융합 기술을 어떻게 자신들의 손에 넣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
[이터의 목적은 그런 핵융합 기술을 손에 넣기 위한 수단이었죠. 이터는 영어로는 국제(International) 원자열핵융합(Thermonuclear) 실험(Experimental ) 원자로(Reactor)의 앞글자를 딴 말이기도 하지만, 라틴어로는 길, 통로를 의미하죠. 그러니까 다른 의미로는 핵융합 기술의 완성으로 가는 길이라는 뜻을 가지고 지은 이름입니다.]하지만 이제 그 길이 필요없게 되어 버렸다.
핵융합 기술이 완성되었으니까.
그렇다고 한들, 과연 저들이 이터를 판매할 거라는 발상을 과연 누가 할 수 있을까.
[과정을 건너뛰게 만들어 주는 대신, 싼 값에 팔라고 하면··· 과연 거절할까요?]핵융합 기술을 공유한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한 대 정도 도와준다고 하면 될 겁니다. 물론 필요한 비용은 각자가 부담해야 하겠지만, 완공한다고 해도 언제 연구가 끝날 지, 아니면 정말 끝나기나 할 지도 장담할 수 없는 걸 붙잡고 있는 것 보다는 낫다고 판단하겠죠.]“···친구, 무서운 사람이었네.”
단순히 투입된 자금만 250억 달러가 넘는다.
거기다 그 긴 시간동안 들어간 물적, 인적 자원까지 생각한다면 그 가치가 과연 얼마나 나갈 지에 대해서는 가격 책정을 하는 시도조차도 할 수 없다.
그 엄청난 걸, 일개 개인이 집어 삼키려고 한다.
그것도 자기 돈은 한 푼도 들이지 않고, 그저 이 모든 상황을 주도하도록 만든 기술력 하나로.
심지어는 그 기술력조차 다른 이들은 실체에 접근하는 게 불가능한 채로 말이다.
‘이게 정말 고작 서른도 되지 않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생각인가?’
단순히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아니다.
사람에게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차 사라지는 감각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부담감이라는 녀석이다.
삶을 살아가면서 경험이라는 게 쌓이면, 처음에는 두렵고 부담스러웠던 일들이 점차 익숙해지고, 무감각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경험치가 적은 어린 나이에는 작은 일에도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물며 수백 억 달러라는, 가히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의 천문학전인 금액이 투입된 국제적 협력 프로젝트를 날로 꿀꺽 삼키려는 일을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정말 그 친구의 말대로 될까?’
만약에 정말로 전 세계 에너지의 공급 시스템을 정말 구축하게 되면, 그 때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까.
임선우라는 개인의 말 한 마디, 결정 하나에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어떤 생활을 영위할 지 판가름 된다.
그렇다고 무한에 가까운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을 도리가 있을까?
그 대신 폭발 위험이나 방사능 유출, 각종 폐기물 처리에 대한 걱정을 가득 안고서 핵분열 에너지를 사용한다?
아마 이 제안을 거부할 수 있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을 거다.
문제는 이터의 가격을 과연 어디까지 내릴 수 있는 지가 관건이 될 거라는 생각까지 이어졌다.
‘내가 지금 현금화가 가능한 금액이 얼마나 되지?’
구매 목표는 250억 달러가 투입된 이터.
아무리 가격을 낮출 계획이라고는 하지만 적어도 100억 달러 이상은 준비를 해둬야 협상 테이블에서 기죽지 않을 수 있을 거다.
아론은 회계팀장, 재무팀장과 전략 기획실장에게 연락해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
여자 넷에 남자 하나.
이동할 때마다 사람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질 정도로 몰리는 게 느껴진다.
“진짜, 한국이나 외국이나 이쁜 건 알아서.”
“···설이야, 저 사람들이 과연 널 쳐다보는 걸까?”
“당연하지 않겠어?”
대체 얘는 어디서 이런 자신감이 솟아나는 걸까?
내 동생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객관적으로 이 정도의 시선이 몰릴 정도의 미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과도한 자신감이다.
“설아, 우리는 아닌 것 같은데···.”
“그래. 클라리아 언니겠지. 진짜 같은 여자가 봐도 너무 예쁘네.”
그나마 단짝 친구인 미선이랑 정은이가 자기 객관화가 가능한 친구들이라는 게 다행이랄까.
전공 분야는 각기 다르지만, 모두 같은 한국대에 갈 예정이니 특별한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정말 평생 지기가 될 가능성이 높은 아이들.
그런 친구가 있으니 정말 다행이구나 싶었다.
“너희들이 고생이 많다.”
“고생은요. 그래도 설이 덕분에 미국도 벌써 두 번째 오는 건데, 저 정도는 애교로 봐줘야죠.”
“아니지. 그건 내 덕이지.”
“···그야 임설이 오빠 동생이니까 그런 거죠.”
뭐, 틀린 말은 아닌데.
저 말괄량이 동생의 덕이라고 생각하게 두고 싶지가 않아.
클라리아는 아주 잘 보이기로 마음을 먹은 건지, 설이와 유난히 친하게 지내려고 하는 게 눈에 보인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와, 너무 잘 어울린다.”
“그래요? 근데 너무 비싼 것 같기도 하고···. 오빠, 오빠가 보기엔 어때? 괜찮아 보여?”
명품 브랜드의 매장에서 실컷 쇼핑을 하고 있으면서 이제와 돈 걱정?
속이 너무 빤히 보여서 뭐라고 하지도 못하겠다.
밝은 하늘 색에 상체는 약간 타이트하면서 아래로는 길게 뻗은 드레스.
유명한 디자이너가 만든 옷이니 그 이름값은 톡톡히 하는 것 같지만, 저런 옷을 대체 어디서 입을 생각인 걸까?
“옷은 괜찮네.”
“···그건 무슨 의미로 하는 말이지?”
“너 학교 다니면서 그런 옷을 입고 가려고? 미리 말해두는데, 성적표에 F만 나와봐, 아주 그냥. 카드 압수해버릴 테니까.”
전국에서 내놓으라 하는 수재들이 몰려드는 한국대.
그 중에서도 정말 공부에 미친 인간들만 지원하는 곳이 바로 전자공학과다.
대학교 입학했으니 좀 놀아보겠다는 어설픈 마음 가짐으로는 가봐야 결국 다른 동기들의 들러리나 될 뿐이다.
극소수의 천재들만이 살아남아 이름을 남길 수 있는 분야에 지원한다는 건 그런 의미다.
이 녀석은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지만.
우웅-.
진동하는 스마트폰 액정에 뜬 이름을 보고 아차 싶었다.
“아···.”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던 전화는 맞긴 한데, 왜 하필 지금인지.
이번에는 정말 쉬고 싶어서, 휴가 삼아 온 미국인데 말이다.
그렇다고 피할 수 있는 전화는 아니다. 그러고 싶은 생각도 전혀 없고.
“네, 카밀라 회장님.”
“죄송해요. 제가 연락이 너무 늦었죠? 엊그제 미국에 왔다는 기사는 봤어요. 아, 혹시 제가 두 사람의 좋은 시간을 방해한 건 가요?”
아론도 그렇고, 카밀라도 그렇고.
미국 사람들이라 그런가? 한국에서는 자칫 민망한 분위기가 되어서 쉽게 꺼내지 못하는 말들을 서슴없이 한다.
“괜찮습니다. 지금은 밖에서 쇼핑 중이었어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그럼 여기는 언제 와볼 건가요?”
너무 당연하게 말을 하니 가지 않는다는 말은 차마 못하다.
어쨌든, 오래 기다려온 일이기도 해서 어떤 결과물이 탄생했을 지도 궁금하고.
하지만···.
“뭐야? 아, 표정 보니 알겠네. 또 일이지? 이그, 내가 그럴 줄 알았다. 클라리아 언니는 대체 저런 일 중독자가 뭐가 좋다고···. 언니, 지금이라도 다시 생각해 보는 건 어때요?”
“그러게. 정말 다시 생각해 봐야 할까 봐.”
물론 둘 다 농담으로 하는 소리겠지만, 그 말을 듣는 내 심장에 대한 걱정도 조금만 해주면 좋겠다.
“리아, 정말 미안해. 대신 이것만 해결하고 오면 한국에 갈 때까지는 절대 다른 짓 안 할게. 이번 한 번만··· 응?”
“···저녁에는 집에 올 거지?”
“그, 그야 당연하지!”
어제는 방해꾼(?)들이 있었지만, 오늘은 설이와 친구들이 캘리포니아 해변의 리조트로 간다.
그 말은 저녁이 되면 드디어 둘 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는 의미.
부모님은 LA타운이 편하시다고 해서 서이환 실장과 함께 효도 관광 코스를 즐기고 계시고, 동생들 무리는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이틀을 보내기로 했다.
천위안 실장도 티는 내지 않았지만, 은근히 그때를 기다리는 모양이고.
즉, 드디어 리아와 진실한 하룻밤을···.
“그럼··· 얼른 다녀와. 기다리고 있을게.”
***
카밀라가 알아봐준 소형 전세 비행기를 이용해 산호세까지 단숨에 날아왔다.
그리고 IBM의 본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연구실로 들어가니, 거짓말 조금 보태서 단층으로 지어진 작은 파출소 정도 크기의 거대한 상자가 놓여 있었다.
“이게 뭐죠?”
“네? 그야 당연히 양자 컴퓨터죠.”
“···뭐가 이렇게 커요?”
전에 것도 꽤 크기는 했지만, 그건 크기가 경차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크기를 채우는 건 대부분이 냉각 장치와 진공 챔버 유지 장치들이었고.
솔직히 진공 상태를 유지하는 장치들만 제외하면 그 커다란 냉각 장치는 사실상 쓸모가 없다.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마법구 하나면 해결되는 건데.’
양자 컴퓨터는 일반 컴퓨터와는 달리, 그래픽 처리 장치나 주변 부품이 필요한 게 아니다.
이걸로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는 게 목적이 아니니까.
그러니 결국 초전도체 칩셋 하나를 위해 이 거대한 장치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는 말.
“카밀라 회장님. 설마, 기간이 늦어졌던게···.”
“네. 큐빗이 늘어난 만큼 발열이 엄청 심해졌어요. 기존의 냉각 시스템만으로는 장시간 유지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보조 냉각 순환 장치를 추가로 3개나 설치했어요. 그래서 겨우 12시간 동안 유지가 가능하게는 만들수 있었죠.”
늦어지긴 했지만, 이유가 있었다는 말에도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대체 왜 그런 노력을 한 거지?
이미 IBM에서 문래동 공장의 지하에 설치해 주고 간 양자 컴퓨터가 멀쩡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카밀라도 알고 있다.
심지어 양자 컴퓨터의 루프의 회로 설계도 아라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니까.
“카밀라, 어차피 이 냉각 장치들로는 필요한 수준까지 냉각 시키는 게 불가능해요. 알고 있죠?”
그게 가능했으면 이미 IBM에서 양자 컴퓨터를 판매하고 있겠지.
지금처럼 연구 목적으로 만들어진 반쪽 짜리가 아니라, 당장이라도 사용이 가능한 걸로.
“물론 알고 있죠. 아마 스노우 대표님만의 특별한 기술이 추가되어야 문제 없이 작동이 가능하겠죠.”
“···그걸 알고 있는 분이 왜 이런···.”
쓸데없는 노력을 했냐는 말까지는 차마 하지 못했다.
아마 잭슨이나 마리아였다면 이런 문제에 막혔을 때 바로 나에게 연락을 했을 거다.
함께 한 시간이 꽤 길어져서 그런지, 내가 어떻게든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걸 아니까.
‘함께 작업한 게 처음이라서 그런가?’
하지만 그건 아니었다.
“다른 사람의 능력에 기대기만 해서는 발전이 없어요. 비록 아직은 우리 기술이 부족하지만, 이번 작업을 하면서 분명 예전보다는 조금 더 양자 상태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었으니 아주 성과가 없다고 할 수는 없죠. 아직은 등을 보며 쫓아가는 수준이지만, 이렇게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스노우 대표님의 기술에 도달할 날이 오지 않겠어요?”
잭슨이나 마리아와는 일처리 방식이 조금 다르지만, 역시 대단한 사람이다.
그런 그녀의 열정과 노력에 박수를 쳐주고 싶지만, 오늘은 아니다.
“일단··· 저 거대한 냉각 장치에서 좀 꺼내주실래요?”
비행기로 가져갈 생각이긴 하지만, 저 거대하고 무거운 무언가를 가져갈 생각은 없다.
“전 그냥··· 칩셋만 있으면 됩니다.”
“네, 네? 그, 그래도 일단 기본적인 냉각 시스템은 있어야 작동이 가능한···.”
“아뇨. 제가 사용할 건 완전히 다른 방식의 냉각 시스템이라서요.”
저 무식하게 커다란 액체 헬륨 냉각 시스템은 집 지하에 들어가지도 않을 것 같다.
분해를 해서 가져가자니 정작 필요도 없고, 또 심각한 수준의 전기를 필요로 할 텐데.
보여주기 식이라도 가져가기엔 너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