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Tycoon Wizard RAW novel - Chapter 122
122화. 달에서 가져오는 방법. (3)
타닥- 타닥-.
작은 주황빛의 불꽃이 어두운 밤 하늘로 날아오르면서 이내 사그라든다.
마른 나무 장작이 타는 소리.
맛있는 가든 바베큐에 와인과 맥주로 인해 살짝 달아오른 붉은 두 뺨.
그 위에 작은 홍조를 띈 리아의 부끄러운 표정까지.
너무나도 완벽한 밤이다.
“아하하하, 진짜라니까요? 오빠가 그때 군대 가기 전이었나? 아무튼, 짝사랑하던 여자한테 고백하고 차이더니 집에와서 완전 펑펑···. 진짜 혼자 보기가 얼마나 아까웠는데요.”
“여자친구 사귀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하던데, 그럼 그게 진짜였어요?”
“여자친구요? 제가 알기로는 여자 사람 친구도 없을 걸요?”
그래.
저 녀석들만 없었으면 정말 완벽한 하루의 마무리가 될 수 있었을 텐데.
“···너희, 리조트로 간다고 하지 않았어? 왜 아직도 여기 있는 건데.”
“응? 그야, 우리 이쁜 클라리아 언니를 지키기 위해서지. 오빠랑 단 둘이 놓고 갈 수는 없잖아?”
그 말에 난 어색하게 웃어 보였지만, 저게 진심일까?
그럴 리가 없지.
아마 따로 원하는 게 있는 거다.
그걸 주기 전까지는 아마 절대 나의 행복한 하룻밤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원하는 게 뭐야.”
클라리아가 음식과 맥주를 가지러 집 안으로 들어간 사이.
얼른 설이에게 다가가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흐흐흐-.
그제야 음흉한 본심을 드러내는 저 가증스러운 웃음 소리.
역시 원하는 게 있었던 거지.
“기억나? 미선이 다쳤을 때, 오빠가 와서 미선이랑 정은이가 한국대 들어가면 선물 주겠다고 하고, 용돈도 줬어. 그리고 나만 쏙 빼놨잖아.”
“너는 지금도 카드로 사고 싶은 거 다 사면서?”
이 녀석, 지금 자기가 한 달에 쓰는 카드값이 어지간한 직장인 한 달 월급 수준이라는 건 알고 있는 건가?
다른 부잣집 아이들에 비해 많이 쓰는 게 아니라는 건 알지만, 동생은 아직 고등학생이다.
대학교 입학 후에도 크게 달라지진 않을 테지만, 아직 경제적인 관념이 완전히 자리잡지 않은 나이에 너무 많은 돈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러니까 너도 입학 선물을 달라 이거지?”
“응!”
원래 줄 생각이었다.
당시에 용돈을 주지 않았던 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 뿐이고, 입학 선물은 이야기가 다르지.
하지만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건 용납할 수 없다.
“그래··· 아무래도 내가 잘못 생각했던 것 같다.”
“히힛, 그렇지?”
“그래. 너 카드 내놔.”
“···뭐?”
“카드, 반납 하라고. 그리고 앞으로는 엄마한테 용돈 받아서 써. 리조트도 네가 직접 예약 취소하고 그 수수료도 직접 해결해.”
이 녀석은 자기 오빠를 너무 모르네.
내가 반골 기질이 다분한 성격이라는 것도 모르고 있었나?
이런 협박이 부모님한테는 통할지 몰라도, 나는 아니다.
“자, 잠깐만! 갑자기 왜 이러는 건데.”
“내 동생이 싸가지없는 재벌집 딸내미가 되는 꼴은 못 보겠거든. 이게 어디서 되도 않는 협박질을.”
“···오빠. 내가 잘못한 것 같아, 아니! 내가 무조건 잘못했어. 응? 카드는 제발···.”
“이미 늦었어.”
설이야 내가 돈이 없을 때도 별반 다르지는 않았지만, 이건 아니다.
예전에 이욱기 실장의 조언을 듣고 어느 정도 느낀 바가 있었다.
돈으로 가족들을 통제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적어도 돈 때문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는 일은 없도록 하려고 했던 건데, 문득 이건 어딘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름지기 오빠라면 이 철없는 동생이 ‘돈’에 대해 올바른 개념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지.
“난 그냥, 그냥···.”
울먹거리는 동생을 보고 있으니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지금 동생을 다독였다가는 정말 돌이킬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네가 필요한 건 뭐든 해줄 거야. 옷이나 신발도 학생들 수준에서는 최고로 해줄 거고, 용돈도 다른 애들 못지 않게 줄 거야. 너한테 아르바이트까지 하면서 용돈을 벌라는 말은 하지 않아. 하지만 앞으로는 필요 이상으로 흥청망청 살 정도로 주진 않을 거야. 알았어?”
“···아니, 난 그냥···.”
무슨 심정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내가 모르는 게 아니다.
이 나이에 갑자기 오빠가 한국에서 손꼽히는 부자가 되었으니, 자랑하고도 싶겠지.
그래서 가족 여행에 굳이 친한 친구들도 데려 오고 응석을 부리고 싶었다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집에서도 이러면, 밖에 나가서는 점점 안하무인으로 구는 성격이 될 수도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돈이 중요하지만, 돈을 믿고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건 위험하다.
음주운전을 하고, 사람을 패고, 마약을 해도 돈이 많은 집 자식들은 처벌을 받지 않는 사회라는 건 알지만, 적어도 내 동생이 그런 쓰레기들과 비슷한 인간이 되도록 두고 볼 생각은 없다.
“네가 한 행동은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하는 거야.”
그게 설령 오빠에게 응석을 부린 것이라고 해도, 방법이 잘못되었다면 그걸 알게 해줘야지.
“자기야, 왜 그래?”
더 어색한 분위기가 되기 전에 리아가 돌아왔다.
시워한 맥주 캔을 받아 들고, 살짝 웃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이 녀석들 내일은 꼭 해변으로 갈 거라네.”
“갑자기 왜?”
“글쎄. 리조트 예약해 둔 게 아깝다는 걸 이제라도 깨달았나?”
줬다 뺐는 것만큼 치사한 게 없는 법이지만, 필요하다면 해야지.
이왕 교육 시킬 거, 그냥 학교 기숙사에 넣어 버릴까?
흠. 그거 나쁘지 않은 생각인데?
***
미국에서 돌아오고 일주일.
그간 집 지하에서 나가지를 않았다.
이건 누구에게 맡길 수 없는 일이라 직접 해결해야만 하는 일이었으니까.
치지직-.
위이이잉.
드륵- 드르륵···.
조용한 지하실에서 용접하고, 절단하고, 나사를 조이고.
온 몸이 기름과 땀 투성이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다.
내가 직접했다는 자부심도 살짝 들고.
“아라야, 유리관 내부 상태는 어때?”
– 진공 상태와 밀폐 상태가 완벽하게 유지 중입니다. 기온은 마법구가 작동한 뒤에 확인이 가능합니다.
“좋아. 마법구에 전력 공급 해.”
– 네, 마스터.
우우우우웅···.
문래동 공장의 지하에 있는 양자 컴퓨터는 IBM에서 설치한 그대로다.
하지만 굳이 액체 헬륨을 쓸 필요가 없어서 이번에는 아예 직접 제작을 했는데, 아라 덕분에 설계도며 필요한 부품을 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열 에너지 흡수와 냉기 전환, 역중력 마법을 조합한 마법구도 이번에는 조금 더 크게 만들었다.
– 루프 가동률 70%. 내부 기온 0.0K 유지합니다.
“···후우, 그럼 끝난 건가?”
– 감사합니다. 마스터.
“감사는 무슨.”
다 내가 필요해서 만든 건데.
– 미스릴 생산 효율이 1250% 상승 가능합니다. 바로 진행할까요?
“12배 이상이라고?”
와, 진작에 좀 만들 걸 그랬네.
“당연하지. 당장 실행해. 참, 여기 있는 동안 별 다른 일은 없었어?”
일주일간, 엄마와 아빠는 새 집 꾸미기에 들어가셨고, 설이는 면접 준비에 한창이었다.
설마 한국대에서 설이를 면접에서 탈락시킬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도 결국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구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 동생인데 설마 그런 바보짓을 할까.
내가 이제 돈 많은 부자가 되었다고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다.
전자공학과 출신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회사라면 몇 군데가 있지만, 엔비디아나 AMD, IBM같은 반도체 설계 회사들이야 말로 1등으로 꼽힌다.
인텔이야 최근에는 신제품 출시도 없고, 회사가 거의 망하기 일보 직전이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취업 준비생들에게는 꿈의 회사고.
그나마 한국이라면 일성전자의 반도체 부서 정도?
그 모든 곳들과 긴밀한 업무 협조 중인 곳이 어나더 테크인데, 그 회사 지분의 100%를 소유하고 있는 사장의 친동생을 면접에서 탈락시키는 건 말이 되질 않지.
– 특별한 일은 없었지만, 테슬라의 아론 머스크 회장이 몇 차례 연락을 해 왔습니다. 신규 모델의 예약자가 생각보다 많아서 테라와 전력 변환 장치의 공급량을 늘릴 수 있냐는 문의였습니다.
“다행히 그건 조만간 해결되겠네.”
테라 제작이 지지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미스릴의 수급이다.
아니, 미스릴 수급이 아니라면 다른 이유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지.
그런데 이제 기존의 12배 이상으로 생산량이 대폭 증가하면 적어도 지금보다 몇 배 이상의 생산이 가능해진다.
어쩌면 소형 테라의 제작을 조금 더 일찍 시작해도 괜찮을 것 같다.
“또 다른 건?”
– 오민혁 씨가 뉴스에 등장했습니다.
아, 드디어 시작했구나.
그간은 양 팔을 업그레이드 하면서 어쩔 수 없이 훈련이 필요했었다.
이전에도 근력을 조절하는 건 곧잘 했지만, 이제는 그 정도가 아니라 진짜 전문적인 훈련이 필요했었으니까.
“신분은 잘 숨기고 있지?”
– 전신을 가린 슈트가 있어서 아직 누구인지 특정할 정도의 정보는 노출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동선을 분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조금 더 움직임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게 일주일도 안됐는데, 벌써 동선을 분석하는 사람까지 생겼다고?
뭐, 만화나 영화에나 나오던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나타났으니 어느 정도 관심이 있을 거라 예상하긴 했지만, 너무 빠른 거 아닌가?
하여튼 이놈의 IT강국.
차마다 거의 필수적으로 달려있는 블랙박스며, 사각지대가 없을 정도로 거리에 달려있는 고화질의 CCTV들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긴 하다.
“앞으로 오민혁의 동선을 유추할 수 있을 정도의 영상은 백업해두고 바로 삭제 처리해.”
지울 땐 지우더라도 혹시나 다른 용도로 영상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 백업은 필요하다.
이제 업그레이드까지 된 아라에게 그런 일이야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일이지만, 요즘 그런 일을 함부로 했다가는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다.
예전에야 사람들이 그런 것에 별로 관심도 없고, 그냥 그러려니 넘기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다들 개인정보 도용이나 정보 해킹에 상당한 관심을 쏟는 경우가 많으니까.
괜히 그런 것에 민감한 사람의 자료를 삭제했다가는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여지가 있었지만, 이제는 괜찮다.
바로 얼마 전에 별다른 이슈도 없이 통과된 ‘특수 능력자 보호법’.
여당에서 은근슬쩍 발의했던 법안이 통과하기가 무섭게 등장한 오민혁을 보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점을 깨달은 국회의원도 있겠지만, 이미 늦었다.
국회의원 씩이나 되어서 통과시킨 법안을 무르자고 할 수는 없을 거다.
그거야 말로 자기들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다고 실토하는 꼴이 될 테니까.
– 경찰과 협조해서 범죄자 검거에도 도움을 주는 덕에 최진우 대통령의 지지율이 계속해서 상승 중입니다.
최진우 대통령이 나쁘지 않은 사람이라는 건 알지만, 그를 지지하는 국민들은 그가 핵융합 미사일을 만들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을까?
비교적 나이가 젊은 사람들이야 북한을 완전히 다른 나라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어려서부터 평화 통일에 세뇌 수준으로 들어오고, 주변에서 한 번이라도 이산 가족을 봤던 사람이라면 북한을 완전히 남으로 생각하기 힘들다.
‘사용하지는 않을 거라고 했지만, 그걸 믿을 수가 있어야지.’
정치인의 약속은 그저 약속을 했다는 것에만 의의를 두어야 한다.
선거 때마다 반드시 지킬 거라 철썩같이 약속했던 공약들을 제대로 지키는 국회의원이 있다면 천연기념물로 지정해야 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니까.
– 그리고 클라리아 양이 크리스마스에 한국을 방문한다는 기사가 있었고, 엔비디아의 잭슨 왕 회장이 슈렌2의 발매에 대해 언급하면서 기존 슈렌의 판매량이 감소하기 시작했습니다.
클라리아가 크리스마스에 오기로 한 건 지난 번에 약속했던 일정.
슈렌2는 정식 발매가 되려면 아직 몇 개월은 기다려야 할 텐데, 벌써 판매량이 감소했다.
하지만 정작 이제 연락이 올 때가 되어서 기다리는 곳의 언급이 없다.
“넥스 게임에서는?”
– 아직 연락이 없었습니다.
“···시간이 꽤 걸리나 보네.”
NPC로 등장하는 AI가 워낙 많으니 시간이 조금 걸릴 거라 생각하긴 했는데, 어려서부터 게임을 즐겼던 한 사람의 게이머로서 사실 이 소식이 제일 궁금하다.
하루라도 빨리 플레이를 해보고 싶달까?
‘진짜 이세계에서 살다 왔으면서···.’
피식-.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어이가 없긴 하지만, 진짜 목숨을 건 전쟁터에 나가는 것과.
게임으로 즐기는 것은 엄연히 다르지 않나.
“안되겠다. ···아라야, 안택진 대표한테 연락해 봐.”
아무래도 실제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도움을 조금 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