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Tycoon Wizard RAW novel - Chapter 123
123화. 달에서 가져오는 방법. (4)
쿠구구구-.
지축을 울리는 진동에 사람들의 표정에 긴장이 흘렀다.
손에 쥔 칼과 방패의 손잡이의 손잡이에 미끄러짐을 방지하고 강하게 움켜쥘 수 있기 위해 감아둔 가죽이 식은땀으로 젖어들기 시작할 무렵.
땅을 울리던 것들의 정체가 지평선 너머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미, 미친···.”
“우리더러··· 저런 걸 상대하라고?”
대부분이 땅을 일구던 농부, 가구점 공방에서 일하던 목수, 시장에서 물건을 팔던 상인이었던 이들로 구성된 군인들의 목소리가 떨리는 건 너무 당연했다.
제대로 맞지도 않는 크기의 군복을 입은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거의 동시에 뒤로 한 걸음을 내디뎠다.
기괴하게 생겼다는 말이 너무나도 잘 어울릴 법한 몬스터들의 생김새는 이 신입 군인들에게 공포심을 불어넣기에 너무나 충분했고, 그들이 내뿜는 날숨에는 피비린내로 가득해 보였다.
후욱- 후욱-.
무언가에 미친 듯, 붉게 충혈되어 있는 노란색의 눈동자는 그야말로 광기에 휩싸인 짐승의 그것.
온 몸을 강철로 만들어진 듯한 근육으로 감싼 몬스터들은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제발 서둘러 주게.”
요새의 망루에 올라선 사령관은 몬스터들이 달려오고 있는 머나먼 지평선 너머를 향해 조용하게 읊조렸다.
“이제 슬슬 도착할 때가 되었을 겁니다.”
“당신은 그들이 정말 성공할 거라 믿습니까?”
“물론입니다.”
사지로 뛰어들겠다고 스스로 자원한 10명의 어린 기사들의 실력은 분명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
이제야 겨우 마나를 다루기 시작한 초임 기사들.
처음에는 다들 무모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그 장비들···.’
어리긴 하지만 그들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분명 안타까운 죽음이 될 거라 반대하던 이들이었지만, 이상한 무늬가 새겨진 장비를 입은 그들의 능력은 가히 산을 무너뜨리고 바다를 가를 정도가 되어 있었다.
“···저도 믿고 싶습니다. 아니, 이제는 믿을 수 밖에 없죠.”
어둠 속에 몸을 숨겨주는 망토, 엄청난 힘을 낼 수 있도록 해주는 건틀릿.
살이 터지고, 뼈가 부러지는 게 당연한 공격을 아무렇지도 않게 방어해주던 갑옷에 이제 겨우 마나를 다루기 시작한 이들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의 속도를 내게 만들던 부츠까지.
그 모든 것들을 장비한 이들의 능력은 설령 소드 마스터와 맞붙어도 승부를 감히 장담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에 그건 대체 뭐였습니까?”
“마지막? 아, 비행기 말입니까?”
“비행기라··· 마법사가 아닌 인간이 하늘을 날 수 있게 되다니. 대체 그런 걸 어떻게 만든 겁니까?”
왕국의 북부 방어선의 사령관이 된 지도 벌써 10년.
인간을 공격하는 몬스터의 침공을 막아낸 것도 수십 번이고, 국경을 넘어오는 적들의 도발에 맞서 싸운 적도 여러 번.
그렇게 전쟁터에서 보낸 세월이 벌써 수십 년이지만, 그는 단 한번도 상상해 보지 못했다.
그간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은 딱 두 부류 뿐이었다.
날개가 달린 날짐승이거나, 마법을 이용해 공중으로 몸을 띄울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가진 고위 마법사.
하지만 눈 앞에 이 젊은 마법사는 사람을 태울 수 있는 무언가를 하늘로 날려보냈다.
이름도 생소한 ‘비행기’라는 것을 만들어서 말이다.
“···정말 도착할 때가 되었겠군요. 그들이 늦지 않기를.”
그리고 성공하기를.
‘성공할 수··· 있겠지.’
그들이 보여주었던 힘이라면 아마도 성공할 거다.
10명의 소드 마스터라면 몬스터의 우두머리가 아니라, 드래곤도 우습게 사냥할 수 있다.
비록 소드 마스터들이 가진 경험과 임기응변 능력은 부족하겠지만, 그런 단점을 가볍게 무시할 정도의 능력이 생겨났으니까.
“사, 사령관님···.”
지평선에서 먼지를 일으키며 다가오는 몬스터 무리는 북부 방어 요새에 있는 병력으로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아득히 넘어선 상태다.
본격적으로 공격이 시작되면 과연 한 시간이나 겨우 버틸 수 있을까?
오랜 시간 훈련을 받은 정규 병사라도 몬스터를 실제로 마주하면 몸이 굳어버리는 게 보통이다.
하물며 농기구 따위를 잡던 일반인들이 단시간 훈련을 받았다고 한들,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사치다.
“그런 표정할 것 없다.”
“하지만···.”
부관은 사령관의 단호한 표정에서 뭔가 다른 방도가 마련되어 있다는 건 짐작했지만, 그게 무엇이든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옆에 있던 남자는 희미하게 웃었다.
“제가 지시했던 작업은 모두 끝났습니까?”
“땅에 묻으라고 했던 금속판이라면 전부 알려주신 곳에 묻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금속 쪼가리 따위를 묻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고···.”
부관은 사령관 옆의 남자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온 지도 모르게 갑자기 등장해서는 마치 자신이 요새의 사령관이라도 된 듯 이리저리 지시를 하는 모습도.
“곧 있으면 자연히 알게 될 겁니다.”
특히 저 근거도 없는 자신감 가득한 모습이.
쿠구구구···.
진동이 점차 가까워지는 걸 느끼면서 부관은 진지한 자세로 사령관에게 경례를 하고,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어쩌면 오늘이 자신의 짧은 인생에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른다 생각하며.
‘아니, 여기가 무너지면 오늘이 마지막인 것은 나 뿐이 아니겠지.’
더 남쪽에 위치한 왕국들이야 모르겠지만, 적어도 자신이 속한 왕국은 몬스터들에게 유린당할 게 분명했다.
자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을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그는 여기서 죽을 수 없었다.
자연스레 검 손잡이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쿠우우웅-.
그 순간, 멀리서 폭음과 함께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뭐, 뭐지?’
마법.
비록 이런 변방에 마법사가 상주하지는 않지만, 간혹 지원을 왔던 고위급 마법사들의 손에서 펼쳐지던 그 기적같던 순간은 기억한다.
일순간에 수십, 수백의 생명체를 휩쓸어버리던 가공할 위력의 마법이었다.
‘하지만 아직 마법이 닿기에도 너무 먼 거리인데?’
왕국의 존망이 걸린 일이기에 이미 상당한 수의 마법사들이 와 있었지만, 본격적인 전투도 벌어지기 전부터 힘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거리가 멀어질 수록 필요한 마나는 많아지니 아직은 기다려야 할 때.
겁을 잔뜩 먹은 어떤 초보 마법사가 실수로 펼쳤다고 생각하기에는 위력이 너무 엄청났다.
이 먼 거리에서도 생생하게 느껴질 정도의 진동과 폭음.
흙먼지가 바람에 흩어지며 드러난 폭음지에는 얼핏 보더라도 수십이 넘는 몬스터가 피곤죽이 되어 있었다.
“조금 더 기다렸어야···!”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를 향해 자기도 모르게 비난을 하려는 순간.
콰과과과-.
콰아앙! 콰앙!
폭발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부관의 머릿속을 스치는 것들이 있었다.
‘저기는···.’
그 의미모를 금속판들을 묻었던 장소.
부관의 고개는 저도 모르게 요새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망루로 향했다.
정확하게는 그 망루에서 희미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젊은 남자에게.
***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으면서, 세상에는 이름만 들어도 어지간한 사람들은 아는 몬스터가 몇 있다.
오크, 고블린, 트롤 등등.
대부분이 유럽의 신화나 소설에서 등장하지만, 영화 등을 통해서 이제는 몬스터의 대명사처럼 되어 버린 녀석들.
“조금 뻔하게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처음에 접근하기에는 단순한 편이 좋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익숙하기도 하고요.”
안택진 대표는 조심스러운 태도로 디자인을 보여줬지만, 솔직히 조금 놀랐다.
정말로 살아있는 듯한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너무 과하지 않을 정도의 디자인까지.
“대단하네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잘 만드신 것 같아요.”
“그렇습니까? 후우, 다행이네요.”
그 말에 안도의 한 숨을 쉬는 안택진 대표와 넥스 게임사 직원들.
이건 뭔가 잘못되었다.
“저, 안택진 대표님. 저는 그저 투자자일 뿐입니다. 절 너무 의식하실 필요는 없어요.”
“임선우 대표님을 단순한 투자자라고 할 수는 없죠. 지분을 가장 많이 가지고 계신 대주주이신데요.”
IDC 몇 곳과 SKD SW100의 계약을 진행하면서 안택진 대표가 열심히 모아둔 지분의 상당 부분을 넘겨받았다.
덕분에 회사 대표인 안택진 대표보다 오히려 더 많은 지분을 소유한 대주주가 되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회사 운영에 관여할 생각은 전혀 없다.
이건 어디까지나 투자.
“이미 말씀 드렸지만 회사 운영에 관해서는 전적으로 대표님이 결정하시면 됩니다.”
아무리 대규모의 투자를 받게 되긴 했지만, 얼마 전까지 자신의 소유라고 생각했던 회사가 자신의 손을 떠나게 되면 그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거다.
지분을 팔기 전까지 의결권도 안택진 대표에게 전적으로 일임한다는 조항까지 계약서에 추가한 이유가 그거다.
“알고 있습니다. 저도 넥스 게임이 여전히 제 회사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다행···.”
“하지만, 앞으로 넥스 게임사의 수익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분은 임선우 대표님이시니까요. 이 정도의 보고는 당연한 일입니다. 다른 대주주 분들 역시 진행 상황에 대해 이정도의 보고서는 전달됩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런 걸 원하는 건 아니었다.
난 그저 한 사람의 게이머로서 완전 몰입형 가상현실 게임이 한 시라도 더 빨리, 조금이라도 더 완벽한 형태로 출시가 되길 바랐던 것 뿐이니까.
“자꾸 이러시면 앞으로는 전혀 관여하지 않을 겁니다. 찾아오지도 않을 거구요.”
“그, 그런 뜻이 아니라···.”
“사실 오늘 온 건, 마법이나 몬스터 디자인에 제 나름대로 조언을 좀 드리고 싶어서인데··· 이러면 말도 못 꺼내겠네요.”
이러면 월권이 될 수도 있다.
나야 그냥 ‘조언’이라고 생각하고 한 일들이, 정작 실무자들에게는 ‘지시’가 되어 버릴 수도 있으니까.
“게임에 관심이 있으신 건 알고 있었지만, 조언을 해주실 정도인 줄은 몰랐네요···. 하지만 저희도 프로입니다. 대표님이 조언을 해주신다면 듣겠지만, 무조건적으로 따를 생각은 없습니다.”
아마추어가 함부로 끼어들 생각은 하지 말라는 간접적인 경고인가?
하지만 이렇게 나오니 오히려 다행이다.
“대단한 건 아닙니다. 그저 제가 겪은···. 아니, 제가 평소에 유치한 꿈을 많이 꾸는 편이라, 그런 것들을 정리했으니 그냥 재미 삼아서 한 번 봐주시면 충분합니다.”
“그러시다면야···.”
품에서 조용히 USB 하나를 꺼내어 내밀었다.
물론 파일을 만든 것은 아라였지만.
***
회의실의 스크린에 상당한 수의 페이지가 넘어갔다.
“마법이 저런 식으로 발동을?!”
“···와, 디자인이 너무 멋진데요? 이건 무슨 몬스터죠?”
화면을 보며 뭔가를 끄적이는 사람들도 있고,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꽤 긴 시간이 흐르면서도 회의실에는 불평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이게 내가 가져온 파일이기 때문인지, 정말로 괜찮다고 생각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설정에 오류는 없을 거라고 자신한다.
“···놀랍네요.”
한참을 넘어가던 화면이 끝나고, 안택진 대표가 어딘가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특히 마법에 대한 세부 설정이 놀랍습니다. 저도 자료를 준비하면서 상당한 양의 소설과 영화를 참고했지만, 저렇게 세세한 내용까지 나온 건 못 봤거든요.”
“마나석에 대한 해석도 흥미롭습니다. 어떻게 저런 식으로 볼 생각을 하셨는지···.”
“혹시 몬스터 디자인은 직접 하신 건가요? 디자인을 좀 사용해도 될까요?”
직원들의 질문이 날아들었고, 단 하나도 허투로 답하지 않았다.
몇 번의 질문이 끝나고, 안택진 대표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 정도라면 큰 틀에서 벗어나지도 않으면서, 배경 설정에 충분히 추가할 수 있겠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 전에 오류가 있을 법한 부분들에 보강이 가능할 수준입니다. 대체 언제부터 이런 걸···.”
“저도 어려서부터 판타지 게임을 좋아했거든요.”
좋아한다고 다들 이런 게 가능하지는 않겠지만.
“대표님. 이 정도면 몬스터 디자인에 걸리는 시간도 상당히 단축이 될 것 같은데요?”
“거기다 가상 세계의 시간을 빠르게 흘러가도록 하면 NPC들의 설정도 우리가 직접 개입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초반 설정만 제대로 잡아두면 완벽한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건 정말이지···.”
마지막은 SKD SW100이 설치가 되어야 가능할 정도긴 하지만, AMD에서 보내온 스카디와 파견한 직원은 이미 도착한 상태다.
스카디를 제외한 다른 부품들이야 이쪽에서도 충분히 조달이 가능하니, 이제는 그걸 설치할 수 있는 팀만 구성하면 된다.
문제는 한국에는 아직 제대로 된 슈퍼컴퓨터 설치 경험이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거지만, 뭐든 처음은 있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