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Tycoon Wizard RAW novel - Chapter 21
21화. AMD (2)
희소 원소가 잘 정리된 표를 봤지만, 글로만 봐서는 알 수가 없다.
‘하나하나 테스트를 해봐야 하나?’
희토류 광물을 구매해서 이를 정제하기 위해서는 꽤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솔직히 말해서 이건 읽어 보는 것 만으로는 잘 모르겠다.
자세히 알아보고 싶어도 인터넷에서 찾아보는 것도 한계가 있고.
결국 희토류의 정제는 조금 미루기로 결정했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도 없으니 희소 금속 중에서 비교적 구하기 쉬운 것들을 구매하기로 했다.
니켈과 리튬, 코발트.
이른바 4차 산업이라 불리는 분야에서 가장 각광받는 금속들이다.
‘희토류보다 차라리 이런 금속이면 더 좋은데.’
희토류에 비해 구하기도 쉽고, 무엇보다 가격 면에서 비교할 수가 없다.
희토류는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9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그렇지만, 중국에서 무기화 선언으로 수출 제한을 걸면 그건 정말 골치 아파지니까.
그렇다고 니켈이나 코발트가 싼 것도 아니다.
니켈은 알루미늄에 비해 10배 이상이고, 코발트는 그보다 더 비싸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은과 비교했을 때는 오히려 가격이 더 싸다는 정도?
‘은보다 효율이 조금만 더 좋아도 대박인데.’
AI를 만들기로 결심했을 때부터 고민이던 게 바로 전력 공급이고.
마석이 없는 곳이니 그걸 해결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미스릴이라도 찾아보기로 결심한 게 바로 그 이유다.
그렇다고 여유를 가지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에는 마음이 조금 급하다.
처리해야 할 문제가 단순히 미스릴 대체 금속을 찾는 것만이 아니니 언제까지 이것만 붙잡고 고민할 수도 없고.
“역시, 최대한 빨리 인재부터 찾자.”
내 대신 금속에 관한 연구를 해줄 사람.
이건 단순히 학력이 좋은 사람을 찾는 것과는 조금 다른 문제다.
마법적 재능을 이곳에서는 찾을 수도, 바라지도 않지만, 적어도 금속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함과 동시에 육감이 발달한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 사람 한 명만 하늘에서 뚝 떨어졌으면 좋겠네.
***
양쪽 모두 변호사를 대동하고, 문서를 교환했다.
“투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업그레이드 된 방열핀이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
“아마 늦어도 다음 달이면 납품을 시작할 수 있을 겁니다.”
“문래동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할 준비가 됐나 보군요.”
권석영 대표와 만난 자리.
금액이 금액인 만큼, 투자 계약서의 작성은 필수였다.
이미 뉴스에서도 AMD의 한국 투자에 대한 소식이 알려진 것도 있고, 갑자기 그런 큰 돈이 들어왔는데 계약서조차 쓰지 않는다면 국세청에서 딴지를 걸 수도 있으니까.
[본 계약상 “A”이 “B”에게 투자하는 금액은 일금 천만 달러($10,000,000)으로 한다.] [제 2조의 투자금 원금은 다음 각 호의 방법으로 “A”에게 상환한다.] [상환 계획 없음]문서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부분이 바로 여기다.
“A”가 AMD, “B”가 임선우로 되어 있었다.
SW 공업사가 아닌, 임선우 개인에게 투자한다는 게 명확하게 명시되어 있는 셈이다.
어차피 크게 상관은 없지만, 혹여라도 나중에 법인 사업자로 전환할 경우 혼선이 생길 수도 있으니 미리 그 부분은 차단한 셈이다.
[“B”는 “A”에게 투자원금과 별도로 제조 및 생산되는 제품을 우선적으로 납품한다.]우선적이라는 말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100억이 넘는 돈을 투자하는 입장에서도 최소한의 조치는 취해야 하지 않았겠나.
거기다 호석 삼촌이 소개시켜준 변호사도 그에 대해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했고.
무엇보다 마지막에 적힌 마지막 한 줄이 마음에 쏙 든다.
[“A”는 “B”에게 납품 계약을 강요할 수 없으며, “A”는 투자원금이 지급된 이후 “B”의 사용처에 대해 관여할 수 없다.]“이렇게까지 해주시는 이유를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전 받은 만큼 갚아드리는 사람입니다.”
“추가로 필요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최선을 다해 지원하라는 본사의 지시가 있었으니까요.”
AMD의 CEO가 여자였지 아마?
이름이 마리아 수였나.
문득, 궁금해지긴 한다.
‘대체 어떤 사람일까?’
가끔 너튜브에서 신제품 발표를 하는 모습을 보긴 했는데,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보였다.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는 아니라 딱히 어떤 사람인지 신경쓰지 않았는데, 이제는 조금 궁금해진다.
이렇게까지 밀어주면 나도 보답을 해주고 싶어지는데.
그러기 위해서라도 일단 내 손발이 되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게 굳이 사람일 필요가 있나?’
생각해 보니 그렇네.
내 대신 연구를 계속 진행해 줄 수 있으면 되는 거지.
그게 굳이 사람일 필요는 없다.
“아, 뭐든 말씀하시라고 해서 그런데, 혹시 그런 거 하나 얻을 수 있나요?”
“네, 말씀하세요.”
“성능 좋은 컴퓨터 한 대요.”
“성능이 좋은 거라면 어느 정도를 말하시는 건지.”
“아주, 엄청나게 좋은 거요.”
“···아아.”
민망해서 내 입으로 슈퍼 컴퓨터 한 대 달라고는 못하겠네.
그것도 꽤 비쌀 텐데···.
그래도 권석영 대표는 찰떡같이 알아들은 것 같다.
뭐든 지원해 준다고 했으니 저쪽에서도 내 돈 주고 사라고 하지는 않겠지?
···받았으니까 이제 내 돈 맞잖아.
***
“갑자기요?”
권석영 대표가 (슈퍼) 컴퓨터 한 대만 달라는 내 소박한 부탁에도 그 자리에서 답을 해주지 못했다.
겨우 컴퓨터 한 대 지원해 주면서 본사에 보고까지 해야 하나 싶었는데, 다음 날 바로 전화가 왔다.
그리고 한 다는 말이.
“네, 마리아 수 대표님께서 미국에 한 번 방문을 해달라고 하십니다.”
“왜요?”
미국은커녕 일본이나 중국도 가본 적이 없는 나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비행기를 탔던 게 고등학교 수학여행으로 갔던 제주도가 끝이었는데.
갑자기 난데없이 미국으로 오라니.
“혹시 컴퓨터 한 대 달라고 해서 그런 건가요?”
생각보다 쪼잔하시네.
천만 달러는 잘만 투자하시더니, 컴퓨터 한 대가 얼마나 한다고.
“대표님이 그냥 컴퓨터를 달라고 하신 건 아니지 않았습니까?”
“뭐, 이왕이면 성능이 좋은 거면 좋겠다··· 이말이죠.”
“네, 바로 그 걸 위해서 미국을 한 번 가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한 번은 직접 만나보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음. 그 말은 맞네.
말이 투자지, 사실상 거의 거저 준 것이나 다름 없는데, 이렇게 입 싹 닦는 건 예의가 아니지.
예의범절을 중요시 하는 내가.
거기다 그냥 오라는 것도 아니고.
‘슈퍼 컴퓨터 줄 테니까, 얼굴이나 한 번 보자.’라고 하는 셈인데.
“알겠습니다. 그럼 일정 잡아서 알려주세요. 아, 되도록이면 다음 주는 지나서 갔으면 하네요. 지금은 우선 공장 가동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알겠습니다. 일정은 일주일 정도면 괜찮으실까요?”
왔다갔다 비행기에서 보내는 시간을 제하더라도 5일은 될 텐데.
인사를 4박 5일 동안 할 셈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이왕 미국에 갔는데, 관광이라도 하고 올까?’
명색이 첫 해외 여행(?) 인데, 아무것도 못 보고 오기엔 좀 그렇잖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으려고 했는데.
주변에서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라도 들렸던 건가.
“아, 대표님.”
“네?”
“업무용 차를 한 대 구매하시는 게 어떨까요? 이왕이면 운전 기사도 같이 구하시면 될 것 같은데요.”
“역시 그래야 할까요? 그래도 기사까지는 조금···.”
투자금 들어왔다고 대뜸 차부터 사는 게 조금 민망해서 고민 중이었는데, 먼저 말을 꺼내주니 조금 고맙다.
아침마다 지옥철이라 불리는 지하철을 타고 오는 게 고역인 것도 있지만, 그 시간이 아까웠으니까.
“간단하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대표님이 출퇴근에 허비되는 시간을 아낄 수 있다면 경제적으로 과연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을까요? 또, 이동 중인 차 안에서도 업무를 볼 수 있다면 업무용 차와 운전기사를 고용하는 비용보다 더 훨씬 더 이득이지 않겠습니까?”
맞는 말이긴 하다.
콩나물 시루 안에서 고생하는 그 순간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놓친다면?
그건 가히 돈으로 환산할 수도 없는 가치를 가지고 있으니까.
“대기업 회장들이 괜히 기사를 고용하는 게 아닙니다. 운전으로 인해 피곤과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기사를 고용하는 편이 훨씬 더 이득이 되기 때문이죠.”
“그렇군요. 생각해 보겠습니다.”
평범했던 내 삶이 조금 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과 가치관의 기준도 변하기 시작했다.
***
인사 과장을 비롯해 인사과 직원들을 채용했더니, 문래동 공장에 갑자기 사람들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사무 직원을 비롯해서, 기계를 가동할 현장 직원들의 면접이 줄줄이 잡혀 있어서 그런지, 기계들이 아직 본격적인 작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건물 안에는 묘한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
“말씀하신 서버 관리 보안 업무에 채용된 직원 명단입니다.”
“고마워요. 보안 실장은 아직 미정인 거죠?”
“네, 월요일에 면접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임원급 면접이라 대표님께서 참석해 주셨으면 합니다.”
“물론이죠. 심 비서한테 일정 전달해 주세요.”
“네.”
인사과장은 면접에서도 느꼈지만, 눈치가 빠르고, 일 처리가 확실했다.
무엇보다 내가 아직은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도 알아야 할 것이 있으면 티나지 않도록 조언을 하는 것도 마음에 든다.
사람들이 하나 둘 채워지기 시작하면서 기계도 드디어 가동을 시작했다.
다행히도 공장이 가동될 당시 창고에 쌓아두었던 자재들이 꽤 남아 있었고, 그 중에 알루미늄과 구리가 있었으니까.
지금까지 채용된 직원들의 대부분이 경력직이라 호흡을 맞추기 시작하니 기계가 가동되는 건 정말 금방이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방열핀을 찍어내기 전에, 영성 실업의 이욱기 과장에게 전화를 했다.
“결정하셨어요?”
이제는 확답을 들어야 한다.
거래를 끊는 건 영일 공업소의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나와의 관계니까.
관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아뇨. 이해합니다.”
고작 과장이 회사 이사진의 결정을 뒤집을 수 있을 거라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간 나름의 정이 있었고, 쿨링 마스터가 잘 나가고 있으니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회를 한 번 더 준 것인데.
“이욱기 과장님은 회사의 결정이 마음에 안 드시나 봅니다.”
“물론이죠. 사실 저희 대표님도 반대를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사 중에서 워낙 강경한 분이 몇 분 계셔서···.”
안 봐도 뻔하다.
안소영 대표가 매수를 했거나, 그쪽과 다른 모종의 거래를 했겠지.
아무리 인텔의 영향력이 크다고는 하지만 회사라는 건 결국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집단이다.
지금 영성 실업의 매출 일등 공신은 누가 뭐라고 해도 단연 쿨링 마스터이고, 덕분에 회사의 이름도 꽤 알려지고 있으니까.
미래를 생각해서 한 결정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쉽게 그 모든 걸 포기한다는 건 아무리 봐도 모양새가 이상한 일이다.
‘뭔가 아쉬운데···.’
어떤 면에서 보면 이욱기 과장은 방열핀의 가치를 처음으로 알아봐준 사람이기도 하지만, 대쪽같은 성격이나 솔직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던 사람이다.
그래서 이대로 끝내기엔 어딘가 아쉽다.
“과장님.”
“네.”
풀이 잔뜩 죽은 목소리가 돌아오고.
내 입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말이 튀어나왔다.
“혹시 이직할 계획 없으세요?”
***
“으아아아, 이제 방학도 일주일 밖에 안 남았어!”
고3 수험생도 학원은 쉬는 주말.
오랜만에 푹자고 나온 설이가 기지개를 켜며 앓는 소리를 했다.
“방학이었어도 어차피 아침부터 학원 가서 저녁까지 있었는데, 차이가 있어?”
“있지! 마음가짐의 차이가 있잖아! 개학하면 진짜 고3인데, 백수 오빠가 이 마음을 알겠어?”
마음가짐의 차이라면 그냥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거 아닌가.
그리고.
“야, 오빠 백수 아니거든?”
“아, 맞다. 무슨 공장 나간다고 했지? 그럼··· 공돌이라고 불러야 하나?”
“설아, 그럼 아빠도 공돌이야?”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던 아빠가 돌직구를 날려버렸다.
예전에는 과묵하기만 하시던 분이, 요즘은 어딘가 좀 변했다.
“아, 아빠는 사장님이고!”
“그럼 선우는 훨씬 큰 공업사의 대표인데?”
“아, 몰라! 오빠는 그냥 공돌이라고 부를 거야!”
저 녀석은 대체 언제 철 드나.
얼마 전에 용돈도 줬는데, 그새 약발이 떨어졌나?
“참. 엄마, 아빠. 저 다음 주에 출장 좀 다녀와야 할 것 같아요.”
오랜만에 네 식구가 모여서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미국 출장 이야기를 넌지시 꺼냈다.
이미 결정된 일이고, 인사 과장과 공장장이 협의해 직원들을 뽑기 시작하니 이제는 공장이 알아서 돌아가기 시작했다.
굳이 사장실에 앉아서 마법진만 쳐다보고 있는 내가 할 일은 거의 없는 셈이다.
지금은 오히려 본격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한 공장에서 만들 제품을 계약해 오는 게 필요하지.
“갑자기 출장이라니? 어디로 가는데.”
“샌타 클라라요.”
“···어디?”
원리 지명을 말했더니, 역시나 세 사람 모두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설이는 별 관심없다는 듯 밥 먹는데만 집중을 하고 있더니.
“아, 미국의 실리콘 밸리요. 거기 원래 이름이 샌타 클라라란 이름이래요.”
“···으우으으음!”
갑자기 미친 듯이 턱을 움직이고선, 아직 음식물이 남아있는데도 굳이 입을 열었다.
“오빠! 나, 나두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