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Tycoon Wizard RAW novel - Chapter 60
60화. 압력 강화 (3)
한동안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잭슨 회장을 위해 잠시 기다려줬다.
지금은 양자 컴퓨터가 완성됐다는 말만 듣고 정신없이 좋아하고 있지만, 이제부터 할 이야기는 잭슨 회장에게 그리 달갑지 않은 이야기가 될 테니까.
지금은 충분히 좋아하게 둬야겠지.
“난 처음부터 임 대표라면 해낼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설마 이렇게 빨리 완성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아무튼 임선우 대표, 당신은 진짜 천재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봐온 그 누구보다 더 뛰어난 천재!”
평소라면 아니라고 얼른 손사래를 쳤을 테지만, 이번 만큼은 잠자코 그 칭찬을 받아들였다.
겸손한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양자 컴퓨터를 혼자서 완성한 사람이 너무 겸양을 떨면 그것도 재수없으니까.
‘그래도 명색이 입체 마법진의 창시자인데, 이 정도 칭찬은 받아도 되겠지.’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아무에게도 알릴 수 없는 업적이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칭찬을 해주니 보상받는 기분이다.
“양자 컴퓨터, 양자 컴퓨터라니··· 대체 비결이 뭡니까? 혹시 다른 사람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오류가 있었던 겁니까?”
“아마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주에 존재하는 4가지 힘은 원자핵의 양성자와 중성자 사이에서 작용하는 강력과 약력.
그리고 전자기력과 중력이다.
양자 컴퓨터란 어쩌면 핵력의 일부분인 강력과 약력을 제외한 그 어떤 영향력도 받지 않는 상태에 도달해야만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초전도체는 외부의 자기장을 완전히 차단하는 내부에 자기장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다.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초극저온의 환경이 필요한 거고.
“아마 의심은 하겠지만···.”
‘중력을 없애야 할지도 모른다는 건 생각하겠지만, 실험을 해 볼 방법이 없겠지.’
지구상에서 과학 기술만 이용해 중력을 완전히 없애는 게 과연 가능할까?
비행기를 타고 자유 낙하 방식을 이용해서 잠깐의 무중력 상태를 체험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과학 기술을 이용해서 무중력 상태를 만드는 건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만약 양자 컴퓨터를 완성했다고 발표한 이후에 과학자들이 구동 조건에 무중력 상태가 포함된다는 걸 알아낸다면 과연 뭐라고 설명을 해야 될까.
양자 컴퓨터를 만들긴 했지만, 결국 아무에게도 줄 수 있는 물건이 돼버렸다.
“잭슨 회장님, 우선 죄송하다는 말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만들어 달라고 의뢰를 한 것도 잭슨 회장이고, 양자 컴퓨터를 지원해 준 것도 잭슨 회장이다.
본체를 넘겨줄 수는 없지만 물건이 완성되었다는 사실을 알 자격은 충분한 사람.
“···역시,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네. 하지만 회장님이 이걸 악용할 거라고 생각하는 게 아닙니다. 그저 이 기술은 지금 세상에 나가기엔 너무 이른 것 같을 뿐입니다.”
내 말에서 작은 희망을 보기라도 했던 걸까.
잭슨 회장의 눈이 살짝 떨렸다.
“지금 그 말은 혹시···.”
“네. 컴퓨터의 본체는 이곳에서 내보내지 않을 생각이지만, 사용 권한은 드려야죠. 제한 적이긴 하겠지만요.”
“···저, 정말입니까?”
양자 컴퓨터로 뭘 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마법진을 사용하는 것보다 더 마법같은 일을 할 수도 있게 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둬서는 안된다.
적어도 권력을 가진 몇몇 사람의 손에 그런 힘이 주어지게 된다면 어떻게 될 지는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 전에, 저랑 약속을 좀 해주셔야 겠습니다.”
한두 가지가 아니라.
꽤 많은 약속이 될 것 같다.
***
[SW 공업사 대표가 초등학교 건물을 허물고 호화 저택을 건축할 계획이라는 게 사실인가요?]소문이 나지 않을 거란 기대는 하지도 않았다.
다만 생각보다 너무 일찍, 뉴스 아래로 흘러나오는 자막과 앵커가 하는 말이 조금 악의적으로 느껴진다는 게 문제였다.
[네, 최근 미국의 AMD사, 엔비디아사와 함께 슈퍼 컴퓨터에 들어가는 부품을 제조하면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SW 공업사의 임선우 대표가 최근 영등포 소재의 한 학교 건물을 매입했다는 소식입니다. 학교는 얼마 전까지 어린 초등학생들이 수업을 받던 곳이었지만, 이제 며칠 뒤부터 본격적인 철거 작업이 시작될 예정입니다.]“와, 씨. 저기 벌써 폐교한 곳이잖아! 말을 왜 저렇게 해?!”
“···그러게. 저렇게 말하니까 꼭 우리가 아이들 쫓아내는 것처럼 들린다.”
함께 식사를 하던 중이었는데, 아빠한테 영업이사인 호석 삼촌의 전화가 걸려왔다.
통화로 무슨 말이 오갔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빠가 다급하게 티비를 켠 뒤에 저런 내용이 나오는 걸 보니 내용이야 짐작이 간다.
[보통 학교 건물을 개인이 사서 그 자리에 주택을 짓는 경우가 흔한가요?]앵커는 자연스럽게 질문을 이었고, 직접 취재를 한 듯한 기자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화면을 똑바로 마주 보면서 답을 하기 시작했다.
마치 누군가를 향해 보란듯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은 채로 말이다.
[아뇨. 외국이라면 종종 이런 사례가 있지만, 한국에서는 정말 극히 이례적인 상황입니다. 한국의 국토 면적이 크기 않다는 건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특히 서울은 세계적으로 늘 순위권에 들만큼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로도 유명합니다. 서민이라면 서울에 내 땅 한 평을 가지기가 어렵다는 말이 무색하게도, 임 대표가 구입한 학교 부지는 무려 8천여 평에 달합니다. 이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선다면 무려 8채, 가구수로 따진다면 적어도 300백 가구 이상을 공급할 수···.]“아니, 이런 거야 말로 진짜 악마의 편집 아냐? 왜 중요한 건 쏙 빼놓고!”
“됐어. 어차피 처음부터 어느 정도 욕 먹을 각오는 했던 일이야.”
“으으··· 열 받아! 기자면 기자답게 제대로 된 진실을 보도할 생각은 안 하고, 자기들 입맛대로 저런 말을 해도 되는 거냐고!”
지금 TNV 채널에서 나온 기자의 이름은 조미진.
바로 오늘 오전에 심 비서를 통해 연락이 왔었던 기자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몰랐는데?’
제안을 단칼에 거절하긴 했지만, 그래도 적어도 기사 내용은 사실을 기반으로 이야기할 줄 알았다.
물론 저것도 사실이 아닌 것은 아니지만, 교묘하게 중요한 말은 빼놓고, 정작 하지 말아도 되는 이야기는 과장되게 하고 있다.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어느 정도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이 보더라도 화가 날 법한 말들.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이더라도 개인이 도심 한 가운데 대저택을 짓는다는 것은 서민들에게 박탈감을 주는 행동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조미진이었습니다.]“오빠, 지금 저 사람 당장 고소해 버려!”
“···뭘로?”
“사실적시 명예훼손!”
“나참, 그런 건 또 어디서 배워 와서는···. 그리고 그런 걸로 기자를 고소하면 되겠냐?”
악의적으로 쓴 기사는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기자를 상대로 고소를 한다?
물론 처벌을 하자고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재벌을 떠올리라고 한다면 단연 첫 번째로 꼽히는 이수용 회장의 힘까지도 굳이 필요하지 않다.
돈이야 있으니 대형 로펌을 고용해서 법적 공방을 이어가면 분명 저런 타락한 기자 한 명 정도는 처리할 수 있다.
독하게 마음먹으면 한국 언론계에 다시는 발도 들이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겠지.
‘굳이 내가 저런 사람이랑?’
직접 나서서 명예훼손이니 고소니 할 필요도 없다.
‘아라야.’
– 네, 마스터. 방송 송출을 당장 중단할까요?
···이제 그런 것도 되는 거야?
양자 컴퓨터를 연결한 덕분인가, 이제 단순히 온라인에만 국한되지 않는구나.
그래도 그런 짓은 하지 말자.
‘내가 무슨 테러 단체 수장이야? 앞으로도 그런 짓은 절대 하지 마.’
전파 하이재킹이라니, 앞으로도 할 일은 절대 없다.
‘그런 건 됐고, 우리도 입소문 좀 내자.’
– 네. 마스터.
기자가 자기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서 언론 플레이를 쓴다?
이쪽은 이제 양자 컴퓨터까지 연결된 아라가 있다.
아직 정확하게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 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인터넷에서 동시에 글을 작성하는 것 정도는 충분하다.
‘아,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너무 많이 쓰지는 마. 사람들이 내용을 정확하게 알 정도면 충분하니까.’
– 네, 마스터.
아라의 시원한 대답을 들으며, 나는 잠을 청했다.
내일 아침이면 지금 기사를 보며 신나게 욕을 하던 사람들도 제대로 된 사실을 파악할 수 있겠지.
사람들 역시 제대로 된 사실을 알 권리가 있다.
그리고 슈렌의 선출시까지 발표하면 호감도도 조금이나마 오르지 않을까 하는 게 내 판단이었다.
굳이 드잡이질을 할 필요도 없지.
***
흐아아~암!
‘이번에 입체 마법진을 만든다고 너무 머리를 혹사했나?’
그래도 간만에 푹 자고, 아침에 일어났더니 몸이 상당히 개운해졌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잠에 할애하긴 했지만, 그래도 한 번씩 이렇게 늘어지게 휴식을 취하는 건 도움이 된다.
우웅- 우웅-.
일어나는 걸 기다렸다는 듯이 울리는 휴대폰.
발신 표시 화면에는 잭슨 회장의 얼굴이 떠 올라 있었다.
···스마트폰에 이런 사진을 등록한 기억은 없는데?
“네, 이 시간에 어쩐 일이세요.”
“대체 뭘 어떻게 한 겁니까?”
“···네?”
“지금 인터넷 좀 보세요. 완전히 난리가 났습니다!”
목적어도 없는 말이었지만, 이럴 때 가장 빠르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곳은 역시 커뮤니티다.
마리아 회장이 아니라 잭슨 회장이 다급하게 전화를 했다는 건 필시 슈렌에 관련된 내용일 테니, 사람들이 늘 그래픽 카드 이야기를 나누는 게시판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역시나.
[슈렌 한국에서만 먼저 출시한다는데 진짜냐?] [리소스 제공하고 받은 포인트 환전 가능] [임선우가 허문다는 초등학교, 이미 옛날에 폐교한 학교라는데;] [아이슬란드랑 스웨덴에서 난리났다는 슈렌 상황]게시판에 보이는 대부분이 슈렌의 이야기거나, 저택에 대한 내용이었다.
슈렌의 선출시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도 궁금하긴 했지만, 우선은 폐교한 학교라는 사실에 대한 반응을 살폈다.
– 저 학교 우리 동네에 있어서 잘 아는데 3년 전에 폐교한 학교임.
└ 완전 방치됐었던 건물이라 팔린 게 다행이지.
└ 양아치들 맨날 숨어들어서 담배피고 싸움질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 진작 없앴어야 하는 곳이었네.
└ 역시 요즘은 중립 기어 박고 지켜봐야 안다니까.
– 내 모교인데 ㅜ.ㅜ 폐교라니!
– 난 또 애들 다 쫓아내는 줄 알았더니··· 역시 한국 기래기 클라스.
└ ㄹㅇ, 나도 멀쩡한 학교 사서 자기 집 짓는다고 없앤다는 줄 알았어.
└ 여기 SW 공업사 바로 앞이야.
– 슈렌 한국 선출시하는데 애들 쫓아내도 이해할 수 있다.
└ 미친놈 ㅋㅋㅋㅋ
└ 이해해 줘야지.
– 근데 이 글은 어디서 올라왔길래 순식간에 이렇게 다 퍼진 거야.
└ 알바들이 단체로 퍼다 날랐나 본데? 그러면 쌉가능이지.
└ 사람이 할 수 있는 속도냐, 이게???
중간중간 여전히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사람도 있긴 했지만,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이제 각 방송사에 추가 자료만 보내주면, TNV에서도 저 기자를 그냥 두고만 보지는 않게 될 거다.
조금 잔인한 처벌이 될 수도 있겠지만 자업자득이니.
‘이건 이 정도면 되겠는데?’
저택이 아직 완공되려면 멀었으니 사실 이제 시작이다.
어제 기사를 보지 못했던 사람들에게도 소식이 전해지기 시작할 테고, 나중에는 전국의 모든 사람들이 ‘우리 집’에 대해 알게 될 거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 사실을 왜곡한 내용을 접하게 될 일은 없을 거다.
제대로 된 사실을 확인하고도 욕을 한다면, 그건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
앞으로는 시기하는 사람도 나올 테고, 위협을 하려고 하는 사람도 생기게 될 테고.
‘세상 모든 사람이 날 좋아하길 바랄 수는 없으니까.’
집에 대한 문제는 이 정도면 당분간은 문제가 될 정도의 잡음은 당분간 나오지 않을 것 같다.
뭐, 이제는 그런 잡음이 생겨도 크게 신경쓸 필요가 없을 수준이겠지.
그렇게 마음을 비우고, 슈렌의 상황을 살폈다.
‘대체 아이슬란드랑 스웨덴에서 왜 난리가 났다는 거야?’
슈렌이 한국에서 선출시를 하기로 결정된 건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인터넷 보급률과 속도다.
그 밖에도 PC방의 존재나 게임을 즐기는 인구가 많다는 사실이 있지만, 그런 것들 역시 기본적으로 보급률과 속도에 영향을 주고 있으니까.
[인터넷 보급률 공식 1위인 아이슬란드랑 스웨덴 애들이 난리났다고 함. 대체 누구인지는 몰라도 한국에 선출시 한다는 내용을 48개 언어로 번역해서 하루 만에 전 세계 주요 커뮤니티랑 언론사에 전부 다 뿌려버림]48개 언어로 번역했다는 것도 놀라운데, 대체··· 글을 얼마나 남긴 거야.
아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