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Tycoon Wizard RAW novel - Chapter 62
62화. 압력 강화 (5)
“중국이라니. 그게 정말입니까?”
“못 믿으시면 어쩔 수 없구요.”
아라가 찾은 해킹범의 정체는 중국 정부였다.
과기정통부는 명색이 인터넷과 IT 강국이라는 한국의 정보통신 부처다.
어차피 어중이떠중이가 해킹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니, 위치를 알아낸 것만으로도 사실 범인은 특정된 셈이지만,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다.
이유야 뻔하다.
“상대가 중국이라면 이건 꽤 골치 아픈 문제가 될 수도···.”
“왜요? 무서워서요?”
“···무서운 게 아니라, 더러워서 입니다. 다른 나라는 그래도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부끄러움이라도 알고, 사과라도 하는 법인데. 중국은 그런 게 없어요. 그냥 배째라는 식으로 나오거든요. ···근데 하필이면.”
하필이 아니다.
국가가 나서서 다른 나라를 해킹한다는 건 엄청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만에 하나 들켰다간 국제 사회에서 나라의 이미지가 곤두박질 치는 건 당연하고, 어마어마한 배상을 하는 수가 있으니까.
‘중국은 국가 이미지 따위엔 관심 없지.’
이미 진흙밭에서 뒹굴고 있는데, 흙탕물 좀 튀긴다고 신경쓸 필요는 없으니까.
전 세계에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수많은 나라들이 즐비하지만, 이런 짓을 할 나라는 딱 둘이다.
중국, 아니면 북한.
그러니 하필이 아니라, 처음부터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다.
‘이 사람들도 알고 있었겠지.’
“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떻습니까?”
“어떻게 말입니까?”
“좋은 방법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사실 방법이야 여러가지가 있다.
슈렌이나 프론티어급의 성능이 아니면 암호 해독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렇다고 미국 국방부가 미치지 않고서야 중국에게 도움을 줄리 없으니 프론티어는 제외.
그럼 이제 남은 건 슈렌인데, 슈렌은 아라가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다.
‘그 말을 못해주는 게 아쉽네.’
그럼 다른 방법을 쓸 수 밖에.
“간단해요. 슈렌의 리소스 공유 프로그램을 이용해도, 불법이나 위험한 일에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통제를 하는 거죠. 어쩌면 이미 그렇게 진행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 그런 간단한 방법이!”
“이수용 회장이 여길 찾아가라고 했던 게 바로 이거 였군요!”
이런 조치는 어쩌면 당연히 해야 하는 거였다.
이걸 가지고 뭐라고 한다? 그건 자신이 범죄를 계획하고 있었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되는 거지.
물론 이런 중요한 사안을 혼자서 결정할 수는 없지만, 내가 아는 잭슨이나 마리아 회장이라면 분명 흔쾌히 수락할 거다.
‘아니면 또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되는 거고.’
세상에 안되는 일이 어딨어.
***
리소스 공유 프로그램은 잭슨 회장이 슈렌의 이야기를 꺼낼 때까지 마리아 회장도 모르고 있었던 일이다.
그래서 잭슨 회장에게만 전화를 걸었다.
“물론 그런 조치는 이미 모두 해뒀습니다. 아무리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쓸 수 있게 해준다고는 하지만, 그런 일에 쓰이도록 놔두면 정부에서도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어요. 예전보다 느슨해지긴 했지만 미국에서 슈퍼컴퓨터 등록법을 만든 이유도 그런 것에서 나온 겁니다.”
슈퍼컴퓨터 등록법이라니, 한국에는 그런 법이 없었던 것 같은데.
그보다 그런 사용 제한이 있었다면 왜 나만 모르고 있었던 거야.
“이런, 죄송합니다. 실리콘 밸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이라, 미처 임 대표에게 알려줄 생각을 못했군요. 지금 바로 내용 정리해서 보내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리소스 공유 프로그램에 몇 가지 추가하고 싶은 사항이 있는데, 가능할까요?”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검토해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도 확인해보고 다시 연락 드릴게요.”
“엇! 임 대표님, 잠시만요.”
간단하게 업무 관련 이야기만 주고 받은 뒤, 전화를 끊으려고 했는데.
잭슨 회장이 얼른 손을 들어 막았다.
“네. 더 하실 말씀이라도?”
“재촉하는 건 아니지만, 양자 컴퓨터는 언제부터 사용이 가능할 수 있을지···.”
“그게 아직 세부적인 사항을 조율하지 못해서요.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겠어요? 최대한 서둘러 볼게요.”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혹시나 내 마음이 변하진 않았는지 걱정이라도 됐던 건지.
잭슨 회장은 그 말을 듣고서 조금 안심이 된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사실 이렇게 오래 시간을 끌 생각은 없었지만, 이번 일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생각에 변화가 생겼다.
‘역시 기능적인 제한은 반드시 필요하겠어.’
잭슨 회장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사람도 막상 눈 앞에 원하는 게 보이면 욕심이라는 감정이 저도 모르게 올라오게 마련인 법.
지금 아라와 연결한 양자 컴퓨터의 큐비트는 사실 그리 많은 수준은 아니다.
컴퓨터가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이야 내가 만들 수 있지만, 정작 그 안에 들어가 있는 부품은 IBM에서 제작한 것이니까.
덕분에 아직 성능 자체가 슈퍼컴퓨터에 비해 월등하게 뛰어나기 보다는, 특정 분야에서 그 진가가 드러난다.
예를 들면 양자 통신이나, 암호 해독같은 것들.
‘아라야. 양자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사회적으로 혼란이 생길 것 같은 일들을 모두 정리해 봐.’
– 알겠습니다. 마스터.
인터넷에서 검색만 해봐도 양자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일은 다양하다.
그 중에서는 은행이나 국가 보안 시설의 해킹같이 일반인이 아니라, 그 누구도 사용하게 두면 안되는 기능도 존재한다.
우우웅-.
복잡한 문제는 잠시 뒤로 미루고, 밀린 결제 서류에 서명을 하고 있는데 휴대폰에 진동이 왔다.
[일성 이수용 회장]‘드디어 연락을 주셨네.’
딱히 기다렸던 것은 아니지만 오늘 중으로 전화가 올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나를 곤란한 상황에 빠뜨린 것은 맞으니 양심이 있다면 전화를 해주는 게 당연한 일 이니까.
“네, 임선우 입니다.”
“하하.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하셨다죠?”
“그 정도는 아닙니다. 그리고 슈렌만 막는다고 해서 끝이 아니에요. 잘 아시잖아요.”
스카디가 나오고, 미국 국방부에서 12엑사플롭스에 달하는 프론티어를 주문하면서 그 위상이 많이 깍이긴 했지만, 중국에는 나름 엑사플롭스 급의 연산 능력을 자랑하는 ‘천룡4’가 있다.
암호 해독이라는 게 단순히 연산 속도만 가지고 따질 수 있는 분야는 아니지만, 천룡4를 이용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해독이 가능할 수 있다.
“그래도 방법이 있으신 거 아닙니까? 들어보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까지 하고 돌려보내셨다고 하던데요.”
“뭐, 방법이 없진 않죠.”
사실 양자 컴퓨터의 성능을 잭슨 회장에게까지 제한해야 한다고 생각한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거기서 시작됐다.
기존 아라의 성능으로도 누가 해킹을 했는지를 찾아내는 건 가능했을 지도 모른다.
물론 역추적으로 하려면 시간이 조금 걸렸을 수는 있겠지만.
– 암호 해독을 위해 컴퓨터에 연결되는 순간, 파일을 변형할 수 있습니다.
그 말을 듣고서 잠시 멍해졌었다.
이런 식이라면 마음먹기에 따라서 세상의 컴퓨터란 컴퓨터는 죄다 통제할 수도 있다는 소리인데, 소름이 돋지 않는 게 이상한 것 아닌가.
“오! 역시···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그런데, 그 방법이라는 것 좀 알려주실 수 없겠습니까? 저도 과기부 실장들을 보내고 나서 한참을 고민해 봤는데 막상 이렇다할 방법은 도무지 떠오르질 않아서요.”
“당연한 겁니다. 회장님은 과학자과 아니시잖아요.”
이수용 회장이 똑똑한 건 분명하지만 MBA를 졸업한 경영인일 뿐이지, 컴퓨터를 다루는 공학자는 아니니까.
기본적인 지식은 있겠지만, 전문가 수준의 지식이 필요한 사람들도 시원하게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일까지 넘보는 건 자만이고, 자기 과신이다.
“제가 알기로는 임선우 대표님도 컴퓨터 전문가는 아니시지 않습니까.”
“에이, 그래도 저는 공대 출신인데요.”
이수용 회장은 한국대를 졸업하긴 했지만, 분명 문과 출신이다.
방법은 말해주지 않겠다는 말보단 그래도 이게 낫겠지.
“···그렇군요. 사실 오늘 전화드린 이유는 오전에 있었던 일을 사과드리고 싶었기도 하지만, 지난 번에 말씀드린 일에 혹시 진척이 있는지 궁금해서요.”
“성격이 너무 급하신 거 아닙니까? 이게 그렇게 뚝딱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건 회장님도 잘 아시면서.”
“그렇죠? 하하,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 임선우 대표님이라면 그리 오래 걸리실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들지 뭡니까.”
전에 했던 이야기라는 건 인공태양이다.
그리고 조금 전 찾아왔었던 정부 사람들이 해킹 당해서 걱정하던 것 역시 핵융합로 연구에 관한 자료였지.
결국 같은 말이다.
“묻고 싶은게 있는데, 혹시 정부랑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 인 겁니까?”
“아, 그건 절대 아닙니다. 그렇게 중요한 일이었다면 제가 미리 말씀드리지 않았을 리가 없죠. 인공태양에 관해서 정부와 일성의 관계는 말하자면 일종의 선의의 경쟁자라고 할까요?”
선의의 경쟁자라, 말은 그럴 듯하지만 왠지 쉽사리 납득이 되진 않는다.
정확하게 그게 무슨 관계인지도 모르겠고.
내 그런 반응을 알아챘는지, 이수용 회장은 얼른 말을 덧붙였다.
“학교를 다니다 보면 간혹 그런 아이들이 있지 않습니까. 전교에서 1, 2등을 다투지만 친한 사이. 서로 모르는 걸 묻기도 하고, 종종 공부도 함께 하는 그런 아이들이요.”
“뭐··· 그렇죠.”
청춘 만화라면 모를까, 현실에서 그런 사이를 본 적이 없다.
이수용 회장은 학교를 다닐 때 그랬었나?
“굳이 설명을 하자면 그런 관계입니다. 사실 누가 만들어도 좋으니 다른 나라보다는 한 발 앞서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긴 하죠.”
“그 말을 들으니 조금은 알겠네요. 어쨌든 한국에서 완성이 되면 서로에게 분명 이익이 될 테니까요.”
일성에서 만들면 한국 정부도 좋은 일이고, 한국 정부에서 먼저 성공을 한다면 일성에게도 좋은 일이 될 수 있을 거라 이거지.
아닌 말로 전기사용료만 낮아져도 얼마나 커다란 혜택인가.
핵융합로에서 원료로 사용하는 수소는 1g으로 석유 8톤과 비슷한 효율을 낸다고 들었다.
“핵융합로를 상용화 시킬 수만 있다면 얻을 수 있는 건 단순히 전기만이 아닙니다.”
“그렇겠죠.”
물론 대규모의 전력 공급이 가장 중요하지만, 친환경 에너지에 안정성을 갖추고, 핵분열과는 달리 폐기물도 나오지 않는다.
지금 바로 옆 나라에서는 사고가 난 원자로에서 흘러나온 폐기물을 처리하지 못해서 바다에 버릴 거라고 공표하는 바람에 전 세계인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기후 변화가 심해서 각종 자연재해가 일어나고 있으니 핵융합로는 그야말로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빠르게 완성해야 하는 급선무인 셈이다.
‘조금 서두를 필요가 있긴 하겠어.’
이수용 회장을 만나 핵융합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딱히 급한 일이란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차분히 생각을 해보니 정말 급한 문제다.
완성을 하는데도 시간이 걸릴 일인데다, 이게 어디 우리나라 한 곳에만 설치를 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사실 지금 정체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하나 있긴 합니다.”
“···저, 정말입니까?”
잭슨 회장도 그렇지만, 이수용 회장도 그렇다.
무슨 말만 하면 이렇게 늘 재차 확인을 하려고 들까.
믿기 힘든 말이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내가 없는 말을 지어내서 할 리도 없는데 말이지.
“네. 생각보다 간단해요.”
“하, 하하··· 간단한 문제라니. 수십 년째 연구중인 사람들이 들으면 뒷목잡고 쓰러집니다.”
“아뇨. 그 사람들도 이미 다 알고 있는 문제예요.”
“지금 그 말은 그걸 해결할 수 없었다는 뜻이겠네요?”
정확하다.
너무 뻔한 문제이고, 알면서도 해결하지 못했다는 건 결국 해결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태양의 엄청난 질량에서 나오는 압력과 온도 속에서 수소 원자가 융합 과정을 거치면서 헬륨 원자로 변환되며 방출되는 열과 광 에너지가 바로 태양이 수십 억 년 동안 뜨겁게 타오를 수 있는 이유다.
지구에는 그 압력을 재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원자를 불안정한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1억도라는 온도를 유지하는 게 관건이었다.
그래서 지금 핵융합로를 연구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하나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1억도의 플라즈마를 유지하는 방법]하지만 내가 생각할 때는 이게 핵심이 아니다.
저 문제를 해결해도 물론 인공태양이라 불리는 핵융합이 가능한 환경이 되겠지만, 다른 방법도 있다.
물론 이걸 생각하는 사람은 나 뿐이겠지.
지구상에서 태양 중심부의 압력을 재현할 수 있다는 말을 하면 미친놈 취급을 받을 테니.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되는데요.”
“천재들은 그 말을 쉽게 하곤 하죠. 그게 정말 어려운 건데 말이죠.”
쑥쓰럽지만, 여기서는 이 말을 반박할 수가 없다.
정말 ‘천재’가 아니라면 이 해결책을 내놓는 게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니까.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할 정도의 ‘천재적 발상’이라고 받아들여 지는 편이 차라리 낫다.
그렇다면 ‘세기의 천재’가 되어주는 수 밖에.
“그 찾으신 방법이라는 게 뭡니까?”
여기서는 최대한 별 것 아니라는 말투로.
“간단해요. 압력을 강화하면 됩니다.”
태양 중심부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근접할 수준까지.
그럼 필요한 온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낮아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