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Tycoon Wizard RAW novel - Chapter 82
82화. 더 크게, 더 깊이. (6)
한 달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사이 데카 랩에서는 12명의 환자를 수술했고, 그들의 재활 장면은 온라인에 올라가자마자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
그리고 부자들에게 비싼 값에 판 의수와 의족은 무려 그 두 배인 24명의 상이 군인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찾아줬다.
[엔비디아, 슈렌 포인트 현금화 정책 발표]컴퓨터를 사용하면서 리소스를 제공한 이들에게 지급되는 포인트를 달러로 교환할 수 있도록 되면서, 슈렌의 판매량은 더욱 급증했다.
“대표님, 엔비디아에서 방열판 추가 주문 요청이 왔는데요. 영일 공업소에서 납품 받는 것으론 이제 부족해 졌습니다.”
“호석 삼촌이 기계를 더 늘린다고 하셨는데? 그쪽에서는 뭐라고 합니까?”
“지난 달에 이미 3대를 추가로 구입했고, 더 이상은 공장에 들여놓을 자리가 없다고 합니다. 지금도 이미 포화 상태라고 하네요.”
영일 공업소는 이미 기존의 거래처와 진행하던 모든 작업을 중단하고, SW 공업사가 발주하는 방열판과 금속 주조, 혹은 합금 제조만 하는 곳으로 변했다.
단일 거래처만 두는 건 상당히 위험하긴 하지만, 영일 공업소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수용 한계를 넘어섰다면 할 수 있는 일은 하나 뿐이지.
“어쩔 수 없네요. 다른 도급 업체를 찾아보죠.”
“그렇지 않아도 벌써 어떻게들 알았는지, 여러 회사에서 업무 관련 미팅 신청이 왔습니다.”
“명단이 있으면 제가 좀 볼까요?”
“네.”
공장장이 넘겨준 서류에는 상당한 수의 회사들이 나열되어 있었는데, 그 중에서는 꽤 익숙한 이름들도 꽤 눈에 띄었다.
그리고 대체 왜 이런 계약을 원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회사도 있었다.
“꽤 이름 있는 곳들이 제법 있네요. 공장장님 생각은 어떠세요? 이중에서 우리랑 함께 할 만한 곳이 있을 것 같나요?”
“저는 한영제강이 어떨까 합니다.”
“······.”
조금 놀랐다.
한영제강은 최성환 공장장이 이곳으로 오기 전에 사내 정치에서 밀려 쫓겨나듯 떠나온 회사다.
그것에 대한 원망이 있을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서 복수를 할 사람이었나?
‘아니···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이럴 사람은 아닌데.’
공과 사를 구분하는 건 기본이고, 이런 의견을 내는 것 자체가 자신에게 득이 될 것이 없다는 걸 모를 정도로 멍청한 사람이 아니다.
“한영제강을 생각하시는 이유가 뭐죠?”
“제가 있었던 곳이기 때문에 그곳의 시스템을 잘 알고 있는 게 첫 번째입니다. 일이 진행되는 방식은 물론이고 제작에 필요한 시간, 원가도 잘 알고 있으니 협상할 때 유리할 겁니다.”
“첫 번째라는 건 다른 이유도 있다는 거겠죠?”
회사라는 건 결국 이익을 내기 위한 집단.
첫 번째 이유 만으로도 한영제강을 선택할 이유로는 이미 충분하다.
하지만 두 번째 이유가 더 궁금해졌다.
“두 번째 이유는 한영제강이 가진 기술력 때문입니다.”
“구리 방열판을 만드는데 그렇게 뛰어난 기술력이 필요하진 않지 않습니까?”
막말로 장비만 있다면 간단한 조작을 통해서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게 구리판이다.
방열판이라는 말은 그럴듯하지만 그래봐야 결국 구리 합판을 적당한 크기로 자른 것 뿐.
특별한 ‘기술력’이 필요하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어렵다.
“지금 저희는 영일 공업소에서 보내온 구리판에 표면 처리 작업을 한 후에 작업을 진행합니다.”
거기까지 듣고 나자 바로 알아챘다.
“한영제강에는 표면 처리가 가능하겠군요.”
“네, 지금 미팅 요청을 한 업체 중에서 한영제강의 규모는 단연 최고입니다. 그만큼 다른 소규모 공업사나 철강소에 비해 다양한 장비가 있죠.”
“하지만 작업이 추가되면 그만큼 더 많은 비용이···. 아.”
이게 바로 첫 번째 이유를 먼저 말했던 이유였구나.
“알겠습니다. 그럼 업체 선정은 공장장님께서 맡아서 진행해 주세요.”
인간인 이상 개인적인 감정이 전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앞의 이유 두 가지만 생각해도 한영제강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건 오히려 그 감정 때문에 일을 그르치는 길이 된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했던 건 오히려 나였네.’
“감사합니다. 믿어주신만큼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공장장이 나가자, 이번에는 심 비서가 들어왔다.
“대표님, 조금 전에 넥스 게임에서 대표님을 만나고 싶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넥스 게임?”
넥스 게임은 한국 최대의 게임사다.
최근에는 한국을 넘어 외국으로 진출해 꽤 성공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는 곳.
나도, 설이도 예전에는 넥스에서 만들었던 게임에 상당히 빠져살았던 적이 있어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게임회사에서 무슨 볼 일이 있을까, 몇 가지 떠오르는 게 있기는 하다.
“혹시 슈퍼컴퓨터에 대한 이야기라면 AMD에 연락을 해 보라고 해.”
“컴퓨터가 아니라, 뉴럴링크의 기술 협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합니다.”
“뉴럴링크?”
게임 회사에서 뇌컴퓨터 연구 회사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하나밖에 생각이 나질 않는다.
VR 게임.
예전에 비해 VR 게임이 상당히 많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걸음마 수준.
머리에는 무거운 디스플레이 장비를 착용하고, 손에는 각종 인터페이스를 조작하기 위한 조절기를 잡고서야 하는.
아직은 사람들이 원하는 딥다이브 게임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히 미흡한 수준이다.
‘설마, 딥다이브 게임을 만들 생각인가?’
이건 단순히 뇌파를 인식한다고 해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뇌파를 읽어 움직임을 재현하는 기술은 이미 상당한 수준이 됐다.
그게 아니었다면 지금 데카 랩에서 이식하는 의수나 의족이 불가능했을 테니까.
문제는 이게 반대로도 작동을 해야 한다는 데서 온다.
사람의 머리에서 보내는 신호를 컴퓨터가 읽고 게임 상에서 캐릭터의 움직임을 재현하는 건 가능하지만, 그 화면을 사람에게 보낼 수가 없다.
이건 까닥 잘못해서 오류라도 나면 뇌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뇌사까지도 우려해야 하니까.
물론 방법이 아주 없진 않겠지만.
“이번 주에 시간이 되나?”
“아뇨. 내일은 일성전자 회장님과 점심 약속, 저녁에는 가속기 연구소장님과 약속이 있으시고, 모레 오전에는 개발팀과 인공 장기 관련 회의가 있습니다. 오후에는 미국 대사관의 초청으로···.”
“아, 그럼 다음 주는?”
“다음 주도 대부분 일정이 잡혀있습니다. 현재로서는 2주 뒤에나 시간을 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분신술이라도 쓰고 싶다.
“그럼 일정 없는 날로 약속 잡고, 저쪽에는 알아서 말 좀 잘해줘.”
“알겠습니다. 그리고 건축사무소에서도 현장에 한 번 와 주셨으면 한다고 전해왔습니다.”
“···거긴 주말에 가족들이랑 다녀올게.”
“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그리고 인사과장이 대표님 저택에 상주할 경호원과 가사도우미들의 후보 명단을 메일로 보냈다고 확인해 주셨으면 한다고 합니다.”
“···알았어.”
이미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아무래도 오늘도 집에 들어가긴 글러 먹은 듯 하다.
일이 끝난 뒤에라도 내려가지 않으면 정말 마나석은 구경도 못하고 먼지만 쌓여갈 것 같으니까.
***
– 마스터, 44번 파일 열까요?
“후우- 그래. ···아니, 잠시만.”
어느새 숫자가 꽤 많아진 44번 파일은 공간 압축 마법진이다.
인공태양을 만드는 가장 기본은 온도와 압력.
온도야 화염 마법과 강화 마법을 통해 비교적 해결하기가 쉬웠다.
문제는 지구의 2600억 배에 달하는 태양 중심부의 압력.
아이 주먹 크기의 마나석에는 강화 마법진을, 마나석은 다시 중력 강화 마법구로 감싼다.
그리고 다시 공간 압축 마법구와 새로 만든 자기장 생성 마법구를 이용해 압력을 최대한 끌어올린다.
결국에는 에너지를 이용해 물을 끓이고 터빈을 돌려 전력을 생성해야 하지만, 그렇게 번거로운 짓을 할 생각은 없으니 마지막으로 에너지 전환 마법진으로 토카막에서 생성되는 열에너지를 모두 전기로 변환하면 핵융합로가 완성되는 셈이다.
문제는 지금 상태로는 아무리 생각을 열심히 해봐도 결국 인류 과학 문명의 모든 기술을 집대성했다고 하는 토카막을 직접 만들 수가 없다.
비록 돈이 많다고는 하지만 전 세계 경제 대국이라는 상위 16개 국가에서도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제작하는 게 토카막이다.
그야말로 전대미문 수준의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한 걸 내가 혼자서 무슨 수로 만드냔 말이다.
물론 그 정도 규모까지 필요하지는 않겠지만, 개인이 만들겠다는 것 자체가 이미 어불성설이다.
그렇다면 도움을 받을 사람이 있긴 하지.
“아라야, 지금까지 인공태양 시뮬레이션한 정보에서 마법과 마법진은 제거하고, 모든 정보를 보고서 형식으로 만들어봐.”
– 시뮬레이션한 인공태양의 핵심 기술은 마나석과 마법구의 연계입니다. 그 두 가지를 제외하고 문서로 작성하면 공백이 많아질 수 있습니다.
“어려우니까 시키는 거야.”
쉬우면 내가 했지.
– 마스터, 마법의 공개가 어려운 게 이유라면 마법을 다른 기술로 위장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게 가능하겠어?”
– 존재는 밝혀졌지만, 아직 과학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기술. 양자 역학과 초전도체를 이용하면 됩니다.
양자 얽힘 현상을 이용해 초전도체를 제어한다?
하지만 양자를 그렇게 완벽하게 제어하려면 양자 컴퓨터라는 선제 조건이 필수다.
‘그럼 결국 이수용 회장에게는 양자 컴퓨터의 존재를 알려야 하나?’
제한적이긴 하지만 이미 엔비디아에서도 양자 컴퓨터를 반도체 설계를 하며 사용하고 있으니 비밀이 언제까지 지켜질 수는 없을 거다.
이미 너무 빠른 연산 능력에 엔비디아 내부에서도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말도 있었고.
애초에 컴퓨터를 만들고 설치해 준 곳은 IBM이다.
“그래. 그럼 그렇게 변형해서 보고서 작성해 놔. 나는··· 오늘은 좀 집에 들어가 봐야겠어.”
– 네, 마스터.
모두들 퇴근해 조용해진 회사 문을 나서자 서이환이 세단 옆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뭐야, 먼저 퇴근하라고 했잖아.”
“전 괜찮습니다.”
절대 복종 마법을 새겼는데, 복종을 안 하네.
‘이런 건 사람과 몬스터의 차이인가?’
“천 실장은?”
“아가씨 학원 앞에서 대기 중입니다.”
“그래··· 생활하는데 불편한 점은 없고?”
“네. 예전에 비하면 충분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에게는 회사 근처에 작은 아파트를 하나 씩 마련해 줬다.
감시를 위해서 둘이 함께 살게 할까 싶었지만, 아무리 복종 마법을 새겼더라도 기억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 천위안은 여전히 서이환을 증오했다.
아무리 임무였더라도 자기를 죽이려고 했던 사람인데, 좋은 마음이 생기는 게 되려 이상하지.
‘뭐, 차차 나아지겠지만.’
두 사람이야 자신들의 몸에 들어온 게 단순히 나노 머신 정도로 생각하겠지만.
복종 마법이 몸에 새겨진 이상, 나중에는 자신도 모르게 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게 될 테니까.
***
팔락-.
···팔락.
종이가 한 장 한 장 넘어갈수록 이수용 회장의 얼굴이 경악이 짙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앞에서 열심히 게의 속살을 젓가락으로 긁어냈다.
큼직한 게를 깔끔하게 손질해서 나오긴 했지만, 게장은 역시 손으로 잡고 뜯어야 제 맛.
젓가락 끝에서 갈색빛이 살짝 도는 탱글한 살이 딸려 나오자, 얼른 따끈한 흰 밥을 한 술 뜨고, 그 위에 얹었다.
그 위에는 잘게 썰린 쪽파 조금과 간장에 절여진 청양고추도 한 조각 올리고.
우물우물.
비린 향이나 텁텁함 하나 없이 녹듯이 씹히는 게살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햐- 이 집 간장 게장 정말 맛있네요. 맨날 스테이크만 드실 줄 알았는데, 이런 곳도 오시는 줄은 몰랐습니다.”
노포라는 말이 너무 잘 어울릴 듯한 곳.
경기도 근처에 시골집을 개조해 만든 식당에는 사람들이 가득하고, 입구에는 대기줄까지 길게 늘어선 집이었다.
다행히 미리 예약을 해두셨는지, 우리 둘은 기다림도 없이 가장 안쪽의 방에 앉을 수 있었지만.
“···이거 보면서도 믿기가 힘드네요. 그러니까, 양자 컴퓨터란 말이죠? 그 양자 컴퓨터를··· 직접 만든 겁니까?”
“아뇨. IBM에서 설치해줬죠. 제가 그걸 어떻게 만들어요.”
뭐, 거짓말은 아니니까.
“여기 이 시뮬레이션 대로라면··· 토카막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인공태양, 아니··· 핵융합로 가동이 가능하다는 말이군요.”
뭐, 인공태양이나 핵융합로나 결국엔 같은 말이지만.
이수용 회장의 말투가 조금 이상하다.
설레는 듯한 표정도.
“지금 당장 가동이 가능하다기 보다는···. 가동할 준비를 할 수 있다는 편이 맞겠네요. 보셨다시피 저도 준비해야 할 것들이 상당해서요.”
아, 이것도 같은 말이구나.
“···하하. 이번엔 제 차례네요. 이걸 이렇게 빨리 보여드리게 될 줄은 몰랐지만.”
“네?”
이수용 회장이 테블릿 PC를 꺼내들고, 몇 번의 터치 후에 나에게 테블릿 PC를 넘겨줬다.
그리고, 씨익 웃더니 내장이 그득하게 들어찬 간장 게장의 뚜껑을 먼저 집어들었다.
저건 마지막에 먹어야 꿀맛인데.
“임 대표님이 그거 보시는 동안 이번에는 제가 이 녀석 좀 뜯고 있겠습니다.”
[핵융합로 건설 진행 상황 보고]테블릿 PC에 떠오른 보고서의 첫 화면에 적힌 제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