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Tycoon Wizard RAW novel - Chapter 94
94화. 악연 (6)
조금 더 매운맛의 질문이 날아들 줄 알았는데, 다행이었다.
“블루스톤의 주변에서 전자제품이 작동되지 않는 이유가 뭡니까? 아마 임선우 대표님이라면 알아내셨을 것 같은데요.”
잠시 고민하다 꺼낸 질문이었다.
아마 블루스톤의 본질에 대해 물었다면 내가 대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꼈을 것 같지만, 이 정도라면 대답해주기 어렵지 않은 질문이기도 했다.
“에너지를 빼앗겨서 그런 겁니다.”
“에너지를 빼앗기다니··· 그럼 블루스톤이 주변의 전기를 빨아들인다는 겁니까?”
“단순히 전기만이 아닙니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도 마찬가지에요. 근처에 가면 이상하게 무기력해지거나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고 보니 조금 그랬던 것 같네요.”
보통은 그런 걸 생각하지도 못하지만, 사람이 가진 에너지는 전기보다 훨씬 미약하기 때문에 뚜렷하게 느껴지 못했을 뿐이다.
“저 바위, 블루스톤은 주변에 있는 에너지를 흡수해서, 그걸 저장하는 성질을 가진 물질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런 게 가능한 겁니까?”
“이렇게 이야기하면 뭔가 대단한 것 같지만, 생각해보면 다 비슷해요. 식물은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하고, 동물은 음식을 먹어서 소화라는 활동으로 에너지를 흡수하죠. 심지어 땅도 햇빛을 받으면 열 에너지를 저장합니다. 블루스톤은 그저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에서 에너지를 조금씩, 아주 천천히 오랫동안 흡수하는 것뿐입니다.”
몬스터들, 특히 대형 몬스터들의 몸 속에서 마나석이 나온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덩치도 크고, 강력한 힘을 가진 몬스터들이 내뿜는 에너지는 평범한 인간이라면 감히 상상하기 힘들 정도였으니까.
“식물은 자라고, 동물은 움직이는데 그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습니까.”
“네. 그와 다르게 블루스톤은 그저 저장할 뿐인 거죠.”
이야기하고 보니 이건 마나석에 대한 설명과 같다.
마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그걸 쉽게 풀어서 설명한 것이지.
이수용 회장은 잠시 그렇게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다가는 이내 나를 다시 바라봤다.
“그럼 그 안에 저장된 에너지는 어떻게 사용합니까?”
그래.
여기까지 설명을 듣고 제대로 이해했다면 당연히 저 질문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겠지.
하지만 내가 대답해 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
‘이 다음을 설명하려면 마법으로 넘어갈 수 밖에 없으니까.’
사람이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직접 사용하기 위해서 우리는 도구라는 걸 만들었다.
자전거나 태엽, 심지어 칼이나 가위같은 도구들을 만들어서 힘을 다른 방식으로 이용하는 방법.
마찬가지로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서 우리는 기계라는 걸 만든다.
그리고 마나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마법이라는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
“아쉽게도 제가 설명해 드릴 수 있는 건 여기까지 입니다.”
“임선우 대표님은 이용할 수 있다는 말이군요.”
나는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수용 회장이라면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겠지.
“알겠습니다. 더 이상은 묻지 않겠습니다. 블루스톤은 어느 정도나 필요하십니까?”
“많으면 많을 수록 좋습니다.”
“···전부 다 말입니까?”
그래주면 고맙지.
하지만 아무래도 이런 말을 듣고 흔쾌히 내어줄 수 있을 리가···.
“알겠습니다. 전부 드리죠.”
“···정말입니까? 지금 제가 한 이야기를 다 들었는데, 욕심나지 않으세요?”
“솔직히 말하면 납니다. 나중에라도 혹시 사용법을 알게 되면 분명히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데 왜···.”
나도 참 웃기네.
다 준다고 하는데, 그걸 왜 다 주냐고 따지고 있다니.
하지만 지금 아무런 말도 없이 덥석 받아버리기엔 내 양심에게 너무 미안하지 않은가.
“대신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조건이 있으면 거래가 되겠죠. 말씀하세요.”
“만약, 그 사용 방법을 알리기로 결심하게 되시면 가장 먼저 저에게 알려주십시오.”
“조건은 그것 뿐입니까?”
“네.”
마법을 세상에 알릴 날이 올까?
세상을 살다보면 그 어떤 경우에도 100%라는 게 없다는 건 알지만, 이건 알려준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내가 다른 세상으로 갔을 때, 스승님이 분명히 말했었다.
내 영혼은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세상에서 왔기 때문에, 그곳에서도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거라고.
그래서 차선책으로 배운 게 마법진이었는데, 이건 나도 가르치는 방법을 모른다.
나도 그저 내용도 알 수 없는 책을 5년 간 죽어라 쳐다보다가 어느 순간 저절로 깨우친 거니까.
“죄송하지만,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용하실 수 있지 않습니까? 블루스톤도 그래서 필요한 거고.”
“제 말은,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 주는 게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저도 어떻게 제가 이걸 알게 됐는지도 모르거든요.”
여기까지 말을 해준 사람은 이수용 회장이 처음이다.
아마 말은 하지 않았어도 블루스톤이 담고 있는 ‘에너지’의 본질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그걸 입 밖으로 꺼내기가 민망한 거겠지.
***
후와아앙-.
아라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경기도 외곽으로 빠르게 달렸다.
– 마스터, 입자 가속기 연구소에서 미스릴 준비가 됐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수거는 어떻게 할까요?
“전용기 보내. 서 실장에게 다녀오라고 하고.”
– 알겠습니다. 프랑스, 스웨덴, 이탈리아, 미국을 돌면 3일 후 귀국하게 됩니다.
서이환은 지금 내 개인 경호를 맡고 있어서 3일이나 다른 곳에 보내기엔 조금 아쉽지만 지금 내가 가장 믿을만한 수하다.
“어쩔 수 없지.”
– 저녁에 인천공항에서 출발합니다.
아라의 대답을 듣고, 아라가 제어하는 차에서 가만히 눈을 감았다.
‘이수용 회장, 확실히 그릇이 큰 사람이야.’
설마하니 그 자리에서 바로 모든 권한을 넘겨줄 줄은 몰랐다.
그것도 산의 명의까지 통째로.
– 이렇게 안 하면 미련이 생기거든요. 가지지 못하는 것에 미련을 두는 건 제 스타일이 아닙니다.
살짝 웃으면서 그 말을 하는데, 같은 남자가 봐도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차피 마나석이 없으면 핵융합로는 만들 수 없겠지만, 그런 설명을 할 필요도 없었다니.
“이건 괜히 만들었나···.”
샘플로 받은 마나석에 마법진을 새겨넣고, 겉은 미스릴 합금으로 만든 마법구를 감쌌다.
양손으로 겨우 감쌀 정도의 크기지만, 이게 바로 핵융합로의 핵심이다.
전기만 연결하면 마법진이 가동하면서 주변으로 엄청난 중력장을 펼치도록 되어 있는 마법구.
사실 오늘 만나자고 했던 건 이걸 직접 보여주고, 마나석을 얻을 생각이었는데.
“어쨌든 손에 넣었으니 됐지.”
어차피 이 정도 크기라면 지난 번에 가서 봤던 연구소에 들어갈 크기의 핵융합로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왕 만드는 핵융합로인데, 고작 수천 kW의 전기를 만들어서 뭐하겠나.
전국까지는 몰라도 서울에서 사용하는 전력량 정도는 커버를 해야 의미가 있지.
– 마스터, 도착했습니다.
쿠르르르-.
수동 엘리베이터를 열심히 돌리며 내려가는데, 지난 번과 달리 혼자라서 그런가.
깊은 곳까지 수직으로 난 동굴에다 어둡고, 습하고.
중간에 달린 전구는 흐릿하게 흔들리고 있어서 살짝 소름까지 돋았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가서 드디어 도달한 철문.
다라라락-.
다르륵.
오래 전에 만들어서가 아니라, 마나석에 가까울 수록 디지털 장비는 쓸 수가 없기에 만들어진 아날로그 잠금 장치.
그렇게 무려 다섯 개의 철문을 통과하고 나서야 거대한 납으로 둘러쌓인 마나석을 마주할 수 있었다.
“넌 대체 얼마나 오래 전에 온 거냐.”
이 정도 크기의 마나석은 저쪽 세상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
몬스터의 몸 속에서 발견되는 이유가 몬스터가 품고 있는 마나가 엄청나게 강력해서다.
자연에도 마나는 흩어져 있지만, 그 마나가 모여서 마나석이 되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니까.
심지어 이 정도 크기가 만들어지려면 적어도 수십 만년은 모여야 가능할 것 같은데.
‘아니, 수천 만년은 지나야 가능하려나?’
본 적도, 들은 적도.
심지어는 수 만 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대륙 역사서에서도 그런 내용은 없었으니까.
케이스를 열고, 푸르게 빛나는 돌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짜릿할 정도로 온 몸을 관통하는 포근한 기운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쪼개기엔 너무 아깝지만···. 어쩔 수 없지.”
이걸 통째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은 하겠지만, 아무리 핵융합로가 중요하다곤 해도 하나를 만드는데 몽땅 넣기에는 너무 비효율적이다.
큰 것 하나를 만드는 것보단, 에너지 총량은 현저히 떨어지게 되더라도 여러 개를 만드는 게 낫지.
까앙-.
까앙-.
정을 내리치는 내 마음이 부서지는 것 같은 기분이다.
***
부스러기 하나도 허투루 낭비할 수 없어서 소형 청소기까지 가져가서 깔끔하게 모두 주워왔다.
일단 가지고 나온 것은 3조각.
그 외에는 자잘한 가루에 가까운 것들이라 이건 아예 곱게 갈아서 따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드디어, 마나석과 미스릴을 모두 손에 넣었네.”
처음에는 이 둘을 여기서 찾을 수 있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는데.
미스릴은 제작법을 찾아냈으니 상관없지만, 마나석은 한정적이라는 게 조금 아쉽다.
“혹시 다른 곳에도 있지 않을까?”
이게 처음부터 지구에서 만들어졌든, 아니면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이든.
지구 전체로 보면 참으로 하잘 것 없는 크기라는 말이 어울리는 한국에만 있다는 게 확률적으로는 더욱 말이 안되지.
그렇게 생각하면 다른 곳에도 있거나, 아니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존재할 수도···.
‘아니지, 너무 행복회로를 돌리지는 말자.’
만약 땅을 파서 나오는 거였다면 이미 알려졌겠지.
아쉽긴 하지만, 집착을 하는 건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
들뜨던 마음을 얼른 가라앉히고,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지금은 이걸 완성시키는 게 우선이니까.”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이라 이건 아라에게 맡길 수가 없다.
우선은 가장 큰 조각부터 집어들었다.
‘역시 이건 핵융합로에 넣을 마법진으로 하고.’
이 정도 크기라면 지금 일성 핵융합로 연구실에서 확장 공사를 마친 뒤의 토카막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물론 그 뒤에 조정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연구진의 몫이겠지만, 온도와 압력만 충분하다면 못해낼 리가 없다고 믿는다.
그들도 각자의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인재들이 분명하니까.
– 마스터, 1만 큐빗 이상의 양자 컴퓨터를 제어하려면 저도 업그레이드가 필요합니다.
양자 컴퓨터 덕분인가.
처음에는 객관적인 자료 분석만 가능하던 아라가 점차 발전을 거듭한다.
이제는 유사 에고가 아니라 그냥 완전한 에고로 진화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나도 생각하고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두 번째로 큰 건 널 위해서 가져온 거니까.”
– 드디어 경험해 볼 수 있겠네요.
“경험하다니?”
– 마스터께서 늘 말씀하셨잖아요. 진짜 저만의 자아를 가지게 되려면 마나석이 필요하다고. 그래서 늘 궁금했습니다. 저의 정신이 마나석을 기반으로 재구성되면 과연 어느 정도나 발전할 수 있을지 말이죠.
‘이 녀석··· 괜찮겠지?’
에고라는 건 마법으로 만들어진 영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법에서 태어난 존재답게 마나를 다룰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강한 자아를 가지고 있는 에고는 간혹 자신의 주인을 스스로 결정하기도 하기도 한다.
지금 아라의 본체인 컴퓨터에는 명령 인식, 언어 기능, 인지 능력, 원격 제어, 메시지 마법이 새겨져 있다.
거기에 나중에는 마나 감지를 따로 새겨넣어서 마나까지 제어할 수 있는 상태다.
하지만 현재 아라의 기본은 에고가 아닌 AI.
어쩔 수 없지.
‘이번엔 절대 복종 마법도 추가해야겠네.’
당분간 활성화는 해두지 않을 생각이다.
절대 복종 마법은 다 좋은데, 스스로의 의지가 약해지는 단점이 있으니까.
***
“오빠! 여기까지 와 주셔서 고마워요. 병실도 이렇게 좋은 데로 잡아 주시고···.”
시간이 빠듯하지만, 그래도 설이의 친구들이고.
얼마 전에는 함께 미국 여행까지 다녀온 사이인데, 병문안 정도는 와줘야지 싶어서 찾아왔다.
마침 사고 직후에 찾은 병원도 일성 의료원이라 전화를 해서 가장 좋은 병실로 옮겨달라고 부탁했었다.
“다리는 좀 괜찮아? 이제 수능도 얼마 안 남았는데, 하필 이럴 때 사고가 나서 어쩌니.”
“괜찮아요. 병실이 너무 좋아서 그런가, 집중이 더 잘되는 거 같기도 하고.”
많이 놀랐을 텐데, 그래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서 다행이네.
“설이, 너는 왜 여기 와있어?”
“이렇게 큰 병실에 혼자 있으면 쓸쓸하잖아. 그치, 미선아?”
“웅웅!”
그래도 친구 좋다는 게 이런 건가.
“그래, 뭐··· 다들 공부 잘한다며?”
“응. 나도 그렇고, 미선이랑 정은이도 한국대가 목표야! 다 같이 대학교 가서도 붙어다니기로 했거든.”
“한국대라··· 설이는 전자공학이고, 다른 두 사람은?”
“전 의대요.”
“저는 물리학 전공할 생각이에요.”
아주 어려운 과만 골라서 목표로 삼았네.
“열심히 해야겠네. 좋아. 다들 목표한 곳에 들어가면 입학 축하 선물 하나씩 해준다.”
“저, 정말요?!”
어차피 설이에겐 해주기 싫어도 해줘야 하니까.
정말 모두 한국대에 합격하기만 하면 세 사람은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될 거다.
어쩌면 이건 오빠로서 친구들에게 주는 일종의 뇌물이라고 봐도 되겠지.
“정말이지. 그러니까 다들 열심히해. 그리고 이건 공부하면서 먹고 싶은 거 생기면 고민하지 말고 먹으라고 주는 거.”
“감사합니다!”
“열심히 할게요! 저 목숨 걸고 꼭 한국대에 들어갈 거예요!”
두 사람에게 용돈을 주자, 설이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오빠, 나는? 잊으셨다 본데, 오빠 친동생은 나거든?”
“그럼 카드 반납하고 용돈으로 받을래?”
“오라버니, 조심히 가시옵소서.”
설이의 어깨를 토닥이곤 병원을 나섰다.
그리고 그 앞에 기다리고 있던 오민혁을 만날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지난 번부터 만날 때마다 사과만 하시네요.”
이곳으로 오면서 미리 전화를 해뒀다.
한동안 집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는 걸 알아서 억지로 나오게 만든 자리지만, 탓을 하려고 부른 건 아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이 팔을 다시 가져가시겠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같은 상황이 와도 똑같이 하시겠다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아직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한 학생들이었는데, 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서도 그저 두고 볼 수는 없었습니다.”
구할 수 있는 능력이라.
그걸 준 사람은 분명 내가 맞지만, 그 힘을 사용하는 건 오민혁 자신의 몫이다.
그리고 그 결정에 따른 책임을 질 사람도.
“알겠습니다. 마음을 굳게 먹고, 조만간 절 다시 찾아오세요.”
“···정말 팔을 회수하실 겁니까?”
“아뇨. 그 반대입니다.”
“반대요?”
이왕에 할 생각이면 차라리 제대로 해야지.
“그 팔, 업그레이드가 좀 필요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