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Tycoon Wizard RAW novel - Chapter 97
97화. 공룡을 사냥하는 방법 (2)
“당신들! 지금 이 상황을 보고도 일시적인 사태라는 말이 나와?! 클라우드 서버에 과부하가 걸리고, 백업 서버에 옮겨둔 자료까지 몽땅 엉망이 됐는데?! ”
“하지만 대표님, 백업 서버에 접속한 로그 기록 자체가 없습니다.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도 전혀 없고요.”
“로그 기록은 삭제하면 그만이고! 지금 그걸-.”
똑똑-.
분위기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인텔 코리아 대표실의 문이 열리고,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의 비서가 들어왔다.
“대, 대표님. ST통신에서 온 전화인데요.”
“거기서는 또 갑자기 왜?!”
“그게··· 우리 쪽 클라우드 서버 때문에 일대 지역에 통신망에 과부하가 걸린다고···.”
“김 비서! 여기 지금 정신없는 거 몰라서 그래? 결론만 말해. 결론만!”
안소영 대표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비서는 거의 울상이 된 얼굴한 채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다, 당분간 저희 쪽 서버로 연결되는 회선을 줄이겠다고···.”
“뭐? 이것들이 미쳤나! 당장 전화 연결해. ···뭘 멍하니 있어! 당장 가서 어떤 놈들이 장난 치는 건지 무조건 알아오란 말야!”
출근하기가 무섭게 날아들기 시작한 손해 배상 청구에, 계약 해지 통보.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서 대체 얼마의 손실을 본 건지 가늠도 되지 않는 상황인데, 주변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하나가 보이질 않는다.
‘이런 일이 한꺼번에 일어난다는 건 절대로 우연이 아냐.’
확신할 수 있다.
이건 지금 누군가 작정하고 인텔을 공격하는 중이라는 걸.
그런데 그게 누군지 도무지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삐리릭-.
반 협박, 반 사정을 해서 ST 통신과 겨우 이야기를 마무리하자 기다렸다는 듯 다시 울리는 전화벨.
이번에는 비서를 통해서 온 전화가 아니라, 자신이 스마트폰이 울리는 거였다.
[국세청 법인세과장 전형도]‘이 돈벌레가 왜 하필 지금···.’
느낌이 좋지 않지만, 지금 이 전화를 피해선 안될 것 같아 조심스럽게 화면에 뜬 초록색 동그라미를 손가락으로 눌렀다.
목소리도 조금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전 과장님. 갑자기 어쩐···.”
“내일 전면 세무조사가 나갈겁니다. 준비하세요.”
뚜- 뚜-.
“뭐? 갑자기 그게 무슨··· 여보세요? 여보세요! 야이···!”
아아아악!
손에 쥔 스마트폰을 던져버린 그녀는 결국 괴성을 질렀다.
‘···이건 정말 말도 안돼. 국세청 조사과까지 움직이게 만들 수 있다고?’
도무지 가늠이 되질 않는다.
믿을 수 없는 해킹 능력으로 회사를 완전 마비 시키고, 그 사이에 중요한 자료는 모두 파기됐다.
여기까지만 봐도 피해 규모가 이미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아득히 벗어났는데, 이제는 국세청까지 목을 죄어오기 시작했다.
인텔이 어떤 회사인데.
인텔 코리아의 규모는 작을 지 몰라도, 미국 본사를 생각하면 한국 정부에서는 절대 이렇게 나올 수가 없다.
한국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컴퓨터에 인텔의 CPU가 장착되어 있고, 아시아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세워진 지부인 만큼 정부와도 긴밀하게 협조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걸 이렇게 한 순간에 뒤집는다고?’
손바닥을 뒤집는 것도 이것보단 더 고민해볼 것 같은데.
덩치가 큰 기업일수록 털면 먼지는 무조건 나오게 된다.
다른 곳도 아니고, 국세청 본청 소속의 조사과는 철두철미하기로 유명한 곳.
이대로 가만히 손 놓고 조사를 받았다가는 자신의 자리를 보존하는 건 물론이고, 인텔 코리아 자체가 한국에서 철수를 해야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김 비서. 회계팀이랑 감사팀, 총무과 직원까지 한 명도 빠짐없이 회의실로 소집해. 지금 당장!”
“네, 네! 알겠습니다.”
비서가 대답을 하고 10분도 채 되지 않아 회의실에 모두가 모였다는 통보를 받고 회의실로 향했다.
그리고 회계사의 황당한 보고를 가장 처음 듣게 됐다.
“백업 서버에 보관한 자료까지 모두 삭제된 상태라, 사실상 지금 할 수 있는 거라곤 영수증 처리 정도 밖에···.”
“장난쳐? 그럼 당장 내일 세무조사가 나온다는데, 가만히 손가락 빨면서 구경이나 하라고? 아무리 서버가 털렸어도, 정작 우리가 아무 자료도 없다는 게 말이 돼?!”
“저··· 대표님. 아무래도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회계사를 잡아먹을 듯 바라보던 안소영이 고개를 돌리자, 감사팀장이 난처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을 보고, 지금 이 사태가 자신의 손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번지고 있다는 걸 직감했다.
그러자 되려 목소리가 가라앉으면서 차분해졌다.
“지금 이것보다 더 큰 문제가 또 있는 겁니까?”
“대표님도 기억하시겠지만, 올해 초에··· 스카디 설계도 문제로 중국 측과 만남이 있었습니다.”
“물론 기억해요. 당시 제가 강력하게 반대해서 취소했던··· 잠깐만요. 지금 그 이야기가 왜···.”
“그 당시의 오간 서류가 서버에 저장되어 있었습니다. 만약 이걸 누군가 빼돌려서 공개한다면 산업 스파이 혐의를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안소영이 한 숨을 쉬면서 자리에 주저 앉듯 몸을 묻었다.
확실히 자기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이였다.
그래서 감사팀장이라는 중요한 자리에 앉힌 거였는데, 그 모든 게 착각이었던 거다.
“···죄송합니다. 당시에 본사의 DCG 센터장의 지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다 나가요.”
“대표님. 그럼 세무조사 대책은···.”
“우리한테 아무 자료도 없으면 차라리 잘된 걸 수도 있지 않아요? 조사를 할 자료가 있어야 하지.”
국세청에서 무슨 근거를 가지고 세무조사를 하려고 하는 지는 알 수 없지만, 내부에서 찾아낸 것도 아니고, 외부에서 제보한 자료 만으로는 증거가 되지 못한다.
누가 그걸 조작했을 줄 알고?
그래서 국세청이나 검찰에서도 조사 대상의 회사가 정해지면 기습적으로 회사의 컴퓨터나 장부를 압수하는 절차를 가장 먼저 하는 거다.
증거를 없애지 못하도록.
‘해킹을 당해서 모든 자료가 날아간 게 오히려 잘된 일이네.’
어느 정도 문책은 있겠지만.
오히려 이 정도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후원금 장부만 따로 옮겨놔요.”
말이 좋아 후원금이지.
결국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에게 주는 뇌물이다.
어쨌든 지금까지 이런 뇌물이라도 먹여놨으니까 그나마 하루 전에 알게 된 거고.
“네, 그럼 대표님 오피스텔 금고에 가져다 두겠습니다.”
까득.
기껏 모였다가 별다른 소득도 없이 문을 나서는 이들을 보며 안소영은 이를 악물었다.
‘대체 누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지?’
대한민국에서 이 정도의 힘을 가진 사람은 많다.
하지만 그 중에서 인텔을 이렇게 적대시할 곳은 얼마 없다.
“SW가··· 아니, 이제는 어나더 테크의 임선우 대표인가?”
처음 만남부터 그리 좋은 출발은 아니었다.
물론 그 뒤에도 종종 부딪히기는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설혹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이렇게 갑자기 움직인 이유를 그녀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잠깐, 설마 그 미친 계획을 진짜로 실행했던 건 아니겠지?’
얼마 전, 다시 한 번 중국과 손을 잡자는 의견이 나온 적이 있었다.
당시에도 안소영은 반대했지만, 스카디의 설계도를 빼오자는 일도 자신의 의견을 묵살하고 진행했으면···.
어나더 테크의 임선우 대표가 이렇게까지 인텔을 향해 적의를 드러내는 게 십분 이해가 된다.
아니, 오히려 그쪽을 동정하고 싶을 정도다.
“···이 인간들이 진짜!”
안소영 대표는 서둘러 본사에 전화를 걸었다.
만약 그게 정말이라면 이 사태의 모든 책임을 질 사람은 따로 있으니까.
***
“인텔은 지금 안에서는 서버 문제, 밖으로는 세무 조사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는 모양입니다. 세무 조사가 시작되면 바로 국정원에서 국제 산업 스파이 행위에 대한 조사도 진행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차장님.”
“제가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 혹시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국정원의 노상우 차장이 뭘 묻고 싶은지는 이미 알고 있다.
인텔의 내부 자료.
그 중에서도 철저한 보안 시스템 속에 보호받고 있었을 사내 극비 자료의 출처겠지.
“어차피 예상하고 계시잖습니까.”
“그럼 정말로 제가 예상하고 있는 게 맞다는 소리겠군요. 그럼 그 자료가 전부 다 사실이라는···. 만약 이 모든 일이 사실로 밝혀지면 아무리 중국 정부라도 모르쇠로 일관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글쎄다.
한국이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과 함께 짧은 시간에 빠른 발전을 하긴 했지만, 운이 없다고 해야 할까.
단군 할아버지가 자리를 잘못 잡으신 건가.
예로부터 일본, 중국, 러시아까지.
한 시대를 대표하는 강국들이 꼭 한 곳은 주변에 있는 탓에 언제나 긴장을 늦출 수가 없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특히 국가 전체가 이기적인 것으로 유명한 중국에게는 늘 양보 아닌 양보를 강요받는다.
한국이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건,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너무 무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우선은 중국이 아니라, 인텔이 목적이니까요.”
중국도 괘씸하기야 인텔과 다를 바가 없지만, 아무리 내가 막무가내로 나간다고 해도 중국을 상대로 일을 벌이기에는 무리다.
뭐, 아라를 이용해서 중국이 보유한 핵미사일이라도 빼앗아서 중국에 터트려 버릴 게 아니라면 말이지만.
당연히 그럴 생각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
‘그걸 터트리면 우리나라도 망하지.’
“그래도 그렇게 쉽게 철수 결정을 내리진 않을 겁니다. 아시겠지만, 인텔에서도 한국 지부는 일종의 전진 기지인 곳이라··· 어떻게든 수습하려고 할 겁니다.”
“수습 절대 못합니다. 그걸 늦게 깨달을 수록 손해는 더 커지게 될 거구요.”
“이런 걸 국가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이 할 말은 아니지만, 인텔은 오랜 시간 한국 정치인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아마 곧 있으면 지금 상황을 마무리하려고 나서는 정치인들이 분명 나올 겁니다.”
이른바 정경유착이라는 건데, 당연히 예상한 부분이다.
인텔의 서버에서 빼온 자료를 국정원에 전부 넘겨준 게 아니다.
그쪽에서 먼저 링에 올라와 준다면 오히려 감사할 지경이다.
“나서라고 하세요. 이 참에 썩은 뿌리를 한 번에 도려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임선우 대표님의 능력이 대단한 건 알지만, 정치인들을 우습게 보시면 곤욕을 치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정치인은 생각의 기준 자체가 우리 같은 일반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른 동물이에요.”
“충고는 감사하지만 저는 괜찮습니다.”
미안하지만 나도 일반 사람은 아니다.
어떤 면에서 본다면 인간이 아닌 괴물로 생각할 될 수도 있는 능력을 지녔으니까.
처음 생각했던 계획은 크게 두 가지였다.
우선 내부에서 문제를 만들어서 정신없게 만들고, 외부에서 두드리는 것.
그리고 그렇게 정신없이 약해졌을 때, 마지막으로 크게 한 방을 날리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일이 너무 잘 풀렸다고 해야 하나?
솔직히 국정원에서 이 정도까지 도움을 주리라는 건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적극적이지?’
그동안 정을 쌓았어도 나보다는 인텔과 더 깊었을 텐데, 이쪽에서 넌지시 내밀어본 제안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잡았다.
인텔에서는 한국 정부에도 뭔가 밉보일 짓을 한 건가?
그래서 물었는데, 뜻밖의 대답을 들었다.
“일종의 본보기죠.”
“···네?”
“중국이 최근에 점점 더 안하무인으로 나오고 있어서 국민정서가 별로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우리 정부도 앞으로는 조금 더 강경하게 대응을 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었는데···.”
“마침 사건이 터진거군요.”
“네. 요즘은 컴퓨터 관련 기술을 독점하는 기업을 보유하는 게 곧 힘이니까요. 솔직히 한국에서 어나더 테크 같이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이게 바로 중국에서 스카디를 어떻게든 손에 넣으려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가에서 보유한 슈퍼컴퓨터의 성능이 곧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니까.
문제는 그걸 손에 넣는 방법이 너무 잘못됐다는 거고.
“하지만 저는 이 문제를 공론화하진 않을 겁니다.”
안하무인, 막무가내.
중국이라는 나라를 가장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단어다.
아무리 대비를 한다고 하지만 일개 개인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에, 인구수로는 여전히 1, 2위를 다투는 나라와 정면으로 싸울 수는 없다.
우리 가족까지야 모르겠지만, 주변사람들 전부를 지킬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렇지 않아도 그 문제로 임선우 대표님을 만나고 싶어하는 분이 계십니다.”
“저를요?”
국정원의 3차장.
대북 공작과 과학, 산업에 관련된 방첩 임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가진 권력은 어지간한 장관급을 넘어선다.
그런 사람이 이렇게 긴장하면서 이야기를 꺼낼 정도라면, 지금 내 머리에는 한 사람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갈 때 선물이라도 하나 들고 가야겠네요.”
“충분한 보답을 받으실 겁니다.”
예상보다는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나도 궁금하긴 했었다.
어떤 사람일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