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10
화
“짧고 간결하게 휘둘러. 그리고 호흡을 해. 자꾸 오러가 끊어지니까 칼을 맞은 것들도 살아서 다시 덤비고 그러잖아. 호흡을 길게 하면서 칼을 짧게 휘두르고 부드럽게 휘둘러. 힘들이지 말고. 마토, 너는 방패로 막고 창으로 찔러. 창은 휘두르는 것보다 찌르는 거야. 간결하게 찔러.”
나는 최대한 파티원들의 사기를 올리기 위해서 애를 쓴다. 렘리도 마토도 게리도 모두 사력을 다하고 있다.
그럴 밖에 딴 도리가 없다. 멈추면 죽는다. 그것도 쥐에게 갉아 먹혀 죽을 거다.
그 꼴이 되기 싫으면 움직여야 한다.
“리더. 저기. 저 놈이 이상해.”
게리가 소리를 지르며 칼 끝으로 한 쪽을 가리킨다.
거기 놈이 있다.
덩치가 두 배는 크고 색이 하얀 쥐.
보는 것만으로 저 놈은 일반 쥐가 아니란 것을 느끼게 한다.
“셋이 여기서 버텨. 내가 저 놈을 죽일 때까지. 할 수 있지?”
“못하면 죽는데 해야지. 그걸 뭘 물어? 빨리 가기가 해.”
렘리가 소리를 지른다.
넷이 셋으로 줄면 그만큼 힘이 들 거다. 그럼에도 내가 빠져야 한다. 가서 저 놈을 죽여야 뭔가 해결이 되어도 된다.
나는 앞으로 달려드는 쥐들을 짧은 칼질로 처리하면서 대장 쥐를 향해서 달렸다.
뭔 놈의 쥐새끼가 도망도 안 가고 나를 기다린다.
웃기는 놈이다.
마치 왕처럼 주변에 덩치가 큰 쥐를 열 마리나 거느리고 있다.
놈의 새빨간 눈이 마치 나를 비웃는 것 같다.
“타핫!”
쥐새끼랑 무슨 대화가 있을까? 애초에 가능하지도 않다. 그냥 처 죽이는 것이 내 일이다.
츠릿.
찌이익 찌익.
역시나 대장에게 가는 길을 부하들이 막아 선다. 거기다가 이 놈들은 일반 쥐들보다 강하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그거야 내 칼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 것을 보고 아는 거다.
몬스터도 능력에 따라서 칼질의 정도가 다르다. 강한 놈에겐 그만큼 칼도 잘 안 박힌다. 지금도 충분히 다리를 잘라 낼 정도의 칼질인데 상처만 깊을 뿐 잘라 내진 못했다.
“하압!”
그래도 할 일은 해야한다. 멈추면 죽는다. 내가 아니라 내 파티원들이.
사방에서 쥐들이 달려든다. 상체로 뛰어 드는 놈이 있고 하체로 달려드는 놈도 있다.
나는 이리저리 움직이며 그것들을 피하거나 칼질로 막아야 한다.
열 마리의 쥐들이 끝도 없이 차륜전을 펼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내 칼질이 영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니다. 상처를 입은 놈은 느려지고 느려진 놈은 몇 합을 견디지 못하고 죽는다. 그렇게 차근차근 수를 줄여 나가는 거다.
그러면서 하얀 쥐새끼를 노린다.
놈은 여전히 한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
녀석의 몬스터 패턴은 배에서 가슴까지 가득하다.
무슨 쥐새끼가 두 발로 서서 앞발을 가슴에 모으고 있단 말인가.
“죽어랏!”
다섯 마리의 부하 쥐새끼를 죽이고 나니 여유가 생겼다. 그 여유를 이용해서 곧바로 대장 쥐새끼에게 칼질을 먹였다.
조금 거리가 있었지만 오러를 풀어 넣은 다리의 힘은 어느 정도 거리는 순식간에 줄여 줄 수 있다.
카라라라랑!
이건 무슨 개소리?
칼로 쥐를 베었는데 쇳소리가 나?
키이이이익 찌이익!
어쭈 화가 났단 말이지? 이크 저 쪽에 몰려 있던 다른 쥐들까지 나를 보네?
그렇더라고 할 일은 해야지. 너 정말로 칼이 안 들어가는 건지 한 번 보자.
나는 더욱 많은 오러를 칼에 밀어 넣고 다시 대장 쥐를 찌른다.
카앙!
하지만 이번에도 내 칼은 놈의 가죽을 뚫지 못하고 밀려난다.
찌이익 찌익.
뭐냐? 이건 소리만 질러?
사방에서 극성스럽게 쥐들이 달려든다.
그런 중에 대장이라는 놈이 슬금슬금 나와 거리를 벌린다.
도망을 가? 니가? 여기서?
열이 오르게 한다. 기껏 나한테는 부하들을 몰아넣고 너는 도망을 가겠다는 거냐? 아니면 거리를 벌려 놓고 구경을 하겠다는 거냐?
아, 이거 정말 열이 팍팍 오르는 거지.
내가 너한테 한 칼은 꼭 먹이고 말겠다. 보아하니 너 도망가고 나면 다른 쥐새끼도 그럴 것 같은데 그 전에 한 칼은 놔야 하지 않겠냐?
튼튼한 가죽 어디 끝까지 믿어 봐라.
나는 미친듯이 칼질을 하면서 대장 쥐와의 거리를 가늠한다.
조금만 여유가 있으면 될 것 같은데.
“리더!!”
콰광! 카강!
마토다. 녀석이 언덕을 내려와서 나를 돕는다. 거기에 렘리와 게리도 도착을 했다.
그래 기회가 생긴 거다.
나는 몇 마리의 쥐가 내게 달려드는 것을 무시하고 대장 쥐를 향해서 도약을 했다. 두 다리에 가득 힘을 주고 몸을 날리면서 동시에 오러 그릇에 있는 오러를 몽땅 끌어 올려서 칼 끝으로 모았다.
칼끝이 희미하게 빛난다. 검기다.
비록 어거지로 만든 것지만 이게 바로 검기란 거다. 익스퍼터가 되야 쓸 수 있는 바로 그거.
죽어라 쥐새끼야!
콰드득!
그래! 바로 이거거든.
나는 쾌재를 올렸다.
내 칼은 놈의 목을 뚫고 뒤통수로 나와있다.
“크하하하. 새끼가 어디서 까불어.”
나는 칼에 꽂힌 그대로 대장 쥐를 들어 올렸다. 그와 동시에 쥐들이 행동을 멈추고 비틀거리며 쓰러진다.
뭐냐?
“어? 리더 이것들 죽는데? 죽어!”
렘리가 놀라서 소리를 지른다.
뭐지?
나는 칼 끝에 매달린 쥐새끼를 다시 본다.
그 가슴에서 하얀 코어가 떨어져 나온다.
뭐냐 이 하얀 코어는?
설마 이게 부족 코어인 거냐? 그래서 다른 쥐들까지 모두 죽은 거야?
아마 내 생각이 맞을 것 같다.
이런 젠장 이거 위험하지 않을까?
“야, 빨리 코어들 찾아서 챙겨. 곧바로 도시로 간다. 날이 밝기 전에 들어가야 해. 기숙사로 들어가서 처박혀야 한다고. 아니면 아주 귀찮아 지거나 혹은 위험해진다. 서둘러.”
“응? 무슨 일인데?”
마토가 뭐라고 하지만 그걸 게리가 끌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게 뭔 일이래? 부족 코어라니? 이럼 안 되는 거지.
여기 쥐들 다 없어진 걸 알게 되면 난리가 날 텐데? 이 부족 코어를 누가 가지고 있는지 찾고 그럴 테지?
그럼 이걸 내가 잡았다는 걸 알게 될 텐데? 너무 빠르단 말이지.
힘이 생겼을 때에는 보물이 이익이 되지만 힘이 없을 때에는 애물단지가 되지.
애물단지 말이지.
거점 도시는 몇 개의 출입문이 있다. 하지만 문을 지키고 서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출입 기록도 남지 않는다.
사실 몬스터의 침입을 사전에 알기 위한 감지 체계는 아주 잘 만들어져 있어서 도시 근처에 최하급이라도 몬스터가 나타나면 바로 퇴치가 이루어진다.
툴틱이라고 이야기 했지? 그 왜 있잖아. 통신기라고 했던 거. 그거.
바로 그거 때문에 헌터들이 아주 진저리를 치지.
몬스터가 도시 근처에 나타나면 거기서 가까운 곳에 있는 헌터에게 신호가 가는 거야.
일종의 퇴치 명령이지.
근데 그걸 무시하면 곤란한 일이 벌어지는 거야. 응? 벌금도 나오고 뭐 그러는 모양이야.
근데 술 퍼먹고 자고 있었다던가 하면 정말 억울하잖아.
그래도 뭔가 그대로 유지가 되고 있는 제도야. 보완책 같은 거는 만들어 주지도 않아.
웃기지.
사실 그런 꼴을 당하는 것이 거의 하급 헌터들까지나 그런 거니까 뭐 힘있는 놈들은 제도 개선을 할 생각이 없는 거지.
응? 왜 하급 헌터들이냐고?
그럼 도시까지 오는 몬스터가 그런 것들 말고 더 있을 것 같아?
설마 무슨 길 잃은 상급 몬스터가 습격이라도 할 것 같아서 문제야?
그런 일은 없었어. 그러니 동원되는 헌터들이라고 해야 하급이나 최하급 정도의 헌터들 뿐이라고.
아, 어쨌건 그런 이유로 도시에 사는 일개미건 헌터건 도시 밖으로 나가건 들어오건 관심들이 없어.
그래서 우리도 자유롭게 나왔다가 들어가는 거고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