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101
화
“남편? 남펴어언! 우아앙. 이게 무슨 일이야. 남펴언!”
“진정해 포포니 별 일 아니야.”
“별 일 아닌데 집이 온통 흙바닥이야? 도대체 뭘 한 거야? 남편, 응?”
“아, 그게 새로 창고를 만들었는데 그게 묘하게 되어 버렸어. 이게 어딘지 모르지만 아마 땅 속 같아. 거기에 창고가 생겼는데 그 안에 흙하고 돌이 가득 들어 있는 거지. 그래서 그걸 꺼낸다고 생각을 한 건데 그냥 쏟아져 나와 버렸네? 하하하하. 이게 원래 안에 들어 있는 물건을 머릿속에서 떠올려서 꺼내는 방법으로 쓰는 건데 창고 안에 가득한 흙과 돌을 보니까 꺼내야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런데 쏟아지고 나니까 양이 너무 많은 거 있지?”
“그래서 어디 다친 데는 없는 거야? 응? 남편 괜찮은 거야?”
“그래. 걱정하지 마. 마눌. 나 괜찮아. 그나저나 이거 재미있어. 아주 재미가 있어.”
“웅? 뭐가 그렇게 재미있어? 이 흙들 말이야?”
“그래. 이거. 이거 연구소에 보내서 확인을 해 봐야겠어. 여기 들어 있는 성분들이 뭔지 말이야. 어쩌면 나는 지금 전혀 새로운 형태의 플레인 게이트를 만들어 낸 건지도 몰라. 비용도 저렴한 그런 플레인 게이트 말이야.”
“응? 그건 무슨 소리야? 응?”
“창고 안에 들어갈 수가 있다는 거지. 내가 알던 공간과 다른 것 같아. 저긴 공간과 공간 사이가 아니라 실존하는 공간일 가능성이 높아. 이 흙들 분석 끝나면 알겠지만 창고가 연결된 곳은 어떤 행성일 가능서이 높은 거지. 아니면 여기 데블 플레인일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일단 창고는 성공이야. 음 여기 흙 나온 거 보이지? 이 부피 정도를 넣을 수 있는 창고가 생겼어. 아니다. 이건 이전 공간과 다르니까 확인을 다시 해 봐야 하나? 중력이나 환경이 이곳 현실과 비슷하다면 이전처럼 그렇게 물건을 수납하긴 어려울까? 그 때는 그냥 넣으면 알아서 공간이 팽창해서 물건을 담고 있다가 원할 때에 꺼내고 그랬는데? 이건 진짜 창고처럼 넣고 빼야 하는 건가? 연구를 해봐야겠네?
“웅, 몰라. 모르겠어. 그래도 남편, 이거 청소 해야 해. 지하실에서부터 여기까지 흙이 밀려 나온 거잖아. 그럼 아래에 있던 거는 모두 흙에 묻혔다는 소리네? 어떻게? 남편 연구하던 거 거기 다 있는데?”
이제 조금 평소 포포니로 돌아오는 건가? 내 걱정을 시작하네?
“괜찮아. 짜잔, 이거 두 개는 건져 왔어. 듀풀렉 세이커, 듀풀렉 포포니. 어때 멋지지?”
“응? 벨트야? 예쁘네.”
“자, 이건 그냥 허리띠가 아니라고. 이제 직접 경험을 해보자. 이게 듀풀렉이고 창고로 사용하는 거야. 그러니까 여기 약간만 에테르를 주입하면 머릿속에 공간이 떠오르지? 그걸 여기 앞으로 끌어 들인다고 생각을 해봐.”
“으응? 끌어 온다는 생각?”
우웅.
“우아앗. 뭐야? 이거.”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커다란 직사각형의 회색 면에 포포니가 깜짝 놀란다.
“이게 기본적인 모양이지만 포포니가 원하는 모양으로 바꿀 수도 있어. 그건 연습을 더 하면 되는 거니까 나중에 하고, 자 지금 보이는 이게 창고의 입구야. 그 안에 물건을 넣는 거지. 일단 이걸 넣어 보자.”
나는 응접실 탁자를 들어서 입구에 던져 넣었다. 입구는 두께가 없는 회색 면이다. 거기에 던져진 물건은 뒤로 떨어지지 않고 사라진다.
“우아아. 어딨어? 어디 간 거야?”
“아까처럼 듀풀렉 포포니에 손을 얹고 다시 정신을 집중해 봐. 그럼 뭐가 보여?”
“우아. 저기 있네? 우리 탁자. 그런데 망가진 것 같다. 남편!! 살짝 넣어야지. 부서졌잖아.”
투둑!
포포니가 칭얼거리는 소리와 함께 회색 면에서 탁자가 툭 튀어 나와서 입구 앞에 놓인다. 포포니가 그것을 꺼내겠다는 생각을 한 거다.
“우웅. 이런 거구나? 그런데 생각으로 꺼내는 건 되는데 넣는 건 안 되는 거야?”
“어, 그건 안 되는데? 직접 넣어야 해.”
“그럼 먼저 들어간 것들 때문에 넣기 어렵겠다. 뭐 그래도 공간이 넓으니까 그냥 멀리 던질 수 있는 건 던져 넣으면 되고 나머진 힘으로 밀어 넣으면 되지 뭐. 아, 들어가서 정리하는 건?”
“안 돼! 포포니.”
나는 급히 포포니를 말렸다. 아직 어떤 공간인지도 모르는 상태다. 그런데 거길 포포니가 들어가게 할 수는 없다.
사실 지금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미지의 공간을 열어 놓고 거기서 쏟아져 나온 흙과 함께 있는 거니까 말이다. 뭐가 그 흙과 돌 속에 들어 있을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라 그냥 두고 보는 중인 거다.
지금 안달한다고 달라질 것이 있겠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까 그냥 할 일을 할 뿐인 거지.
또 본능이 위험하단 경고를 하지 않는다는 것도 한 가지 위안이랄까? 위화감이 없으니 그저 그러려니 하는 거다.
물론 모성에서 이런 짓을 했다가 들켰다면 나는 지금 감옥에 끌려갔을지도 모른다. 뭐 들켰을 때의 일이지만.
하긴 여기 데블 플레인에서도 들키면 곤란하긴 하겠지?
그러니 최대한 감출 것은 감추고 알아낼 것은 알아내고 해야지. 뭐 별 수 있겠어?
일은 저질러 놓은 거고, 없던 일로 만들 수도 없는데 말이지.
듀풀렉 포포니와 듀풀렉 세이커는 아주 좋은 장난감이 되었다.
포포니는 이런 저런 물건들을 넣고 빼는 일에 열중이고 때론 일부러 밖으로 나가서는 집 안에 있는 물건을 창고에 넣어 달라고 부탁을 하기도 한다. 부엌에서 무슨 팬을 넣어 달라거나 하는 그런 거다.
그러면서 정작 밖에서 듀풀렉의 공간을 열어서 물건을 넣거나 꺼내거나 하지도 않는다. 아직 사람들이 눈에 보여선 안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인데 그래도 듀풀렉 포포니를 통해서 원하는 물건이 들어와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하는 거다.
거기다가 집에서도 방 하나를 사이에 두고 뭘 넣어 달라 빼 달라 주문이 많기도 하다.
그러는 동안에 나는 지하실까지 깨끗하게 정리를 하고 거기서 나온 흙을 집의 후원에 새로운 정원을 만드는데 썼다. 밖으로 내다 버릴 수는 없으니 어쩌겠는가. 그냥 그렇게라도 쌓아 둬야지.
허틀러는 내가 보낸 흙과 돌을 신속하게 연합 연구실로 보냈다.
내가 아주 특별하게 얻은 흙과 돌이라고 했기 때문에 어쩌면 허틀러는 그것들이 몬스터 물품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전혀 알려지지 않은 몬스터 물품이라고 생각해서 흥분을 한 것 같다.
뭐 나는 그렇다거나 아니라거나 하는 말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냥 특별하게 얻은 것은 분명하다고 했을 뿐이다.
그가 어떤 오해를 했건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다.
그 덕분에 원하던 결과를 빨리 받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히 만족한 일이니 말이다.
– 토양에 포함된 대기의 성분은 인체에 유해하지 않으며 모성이나 많은 식민행성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생활에 지장을 줄 어떤 성분도 발견되지 않았음. 그러므로 이 토양이 있는 곳에선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됨
– 토양에 포함된 성분들의 분석 결과 대부분이 제3 데블 플레인이나 기타 데블 플레인과 동일하나 이것은 기타 식민행성이나 모성과도 일치하는 부분임
– 토양에서 발견된 희귀 물질들은 식민행성 일부에서 발견이 되는 것이지만 모든 성분이 동일한 곳은 세 곳이 있으며 이 토양은 그 식민 행성의 것과 비교 분석을 의뢰한 상태로 정밀 검사를 해 봐야 세 곳 중에 어느 곳의 것과 동일한지 알 수 있을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