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102
화
– 미생물 분야에서도 특이 생물은 발견되지 않았음.
– 특이 에너지 현상 없음.
– 제3 데블 플레인의 토양은 아닌 것이 확실함.
이것이 내가 헌터 연합의 연구실에서 받은 결과다.
거기엔 식민 행성 세 곳에 대한 간략한 소개도 되어 있었는데 모두 데블 플레인은 아닌 일반 식민 행성이었다. 다만 세 곳 모두 개발이 금지되어 있는 곳으로 이민이나 개척, 투자, 개발 등이 모두 허락되지 않는 곳이었다.
이런 곳은 보통 모성의 스페어 행성이라 부르는 곳에 해당한다.
오직 모성의 플레인 게이트로만 이동이 가능하고 중간 허브로는 연결되지 않는 곳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행성에 이미 모성의 권력자들이 자리 잡고 살고 있을 거라고 짐작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그런 행성이 십여 개가 넘는데 하필 듀풀렉의 토양이 그 행성들 중에서 세 곳과 일치한다는 소견이 나왔다.
이거 모성에서 알게 되면 시끄러워지는 것이 아닐까 했는데 몬스터 물품은 어떤 것이 나와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연구소 반응이라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하긴 코어에서 나온 놈들이 만들어 낸 물질에 대해선 아직까지 그 근원도 찾지 못하는 상황인데 뭐 그 흙이 어디에서 나왔냐고 따지면 길가다 잡은 하급 몬스터가 떨어뜨린 거라고 하면 될 일이다.
믿거나 말거나 지들이 어쩔 거야?
자 그럼 이제 어떻게 하나? 이거 재미가 깨를 볶게 생겼다.
듀풀렉 창고 공간을 열고 들어가면 거긴 새로운 행성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아닌가. 거기다가 사람들이 살기에 적합하단 판결도 나왔다.
일단 어디에서 듀풀렉을 열어도 그 창고는 그곳의 그 자리다. 우리가 흙을 빼낸 곳이란 말이지. 그건 듀풀렉 포포니에 입체공간마법진을 만들면서 지정한 임의의 공간좌표에 해당하는 곳이 거기란 소리다.
그래서 다시 같은 공간을 사용하는 듀풀렉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바로 곁으로 공간을 만드는 건 불가능이다. 공간좌표의 어느 한 부분이라도 바꾸게 되면 전혀 새로운 공간과 연결이 될 것이다.
그건 숫자라거나 하는 개념과는 다르다. 그건 공간에 대한 것이라 좌표라고 불러도 숫자거나 혹은 문자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바로 곁에 있는 위치를 내가 의도적으로 잡아 낼 수는 없다. 그건 여덟 고리나 아홉 고리의 경지에 올라야 가능할까?
사실 일곱 고리에서 공간을 불러 사용하는 것은 이미 그래왔던 경험이 쌓여 이룬 결과를 답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공간을 불러서 열 수 있더라 하는 축적된 경험을 흉내낸 것이다.
듀풀렉으로 공간을 이용하는 것도 그런 것이다. 그러니 제여넌은 공간과 공간 사이의 이공간을 불러낸 것과 달리 이곳에선 의외의 공간이 나오는 일이 벌어진 것이기도 하지.
내가 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면 이런 일이 벌어졌겠는가?
아, 그런 이야긴 하지 말자. 능력이 안 된다고 까발리는 내가 기분이 좋겠어? 그러니 그만하고 이제 재미가 깨를 볶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
내가 창고에 들어가면 거긴 흙으로 된 정육면체의 공간이야. 그럼 거기서 흙을 파내고 길을 만들면 어떻게 될 것 같아?
어때? 어때? 재미있지? 응?
마구마구 해 보고 싶지? 거기 뭐가 있을까 궁금하지? 어느 행성일까 그것도 궁금하고 말이야. 그렇지?
그러니 내가 재미가 깨를 볶는다고 하지.
예전 플레인 게이트가 어느 행성의 땅 속으로 열렸을 때도 그랬다잖아. 온갖 장비를 동원해서 지상으로 길을 뚫었다지?
자그마치 수직 5km 거리를 올라갔담서?
그래도 그거 별거 아니었어.
생각해봐. 행성 표면에서 그 정도 거리가 그렇게 깊은 거 같아? 행성의 반지름이 얼마나 되는데? 거기서 겨우 5Km면 거의 표면이라고 봐야지.
솔직히 나도 내 창고가 그 정도 깊이라면 한 번 파고 올라가 볼까를 고민하고 있어. 하고하고 또 하면 되지 않겠어?
다만 거기서 나오는 흙을 어디에 버리느냐가 문제지만 뭐 그거야 어떻게든 되겠지.
창고까지만 흙을 가지고 오면 그거 버리는 거야 생각만으로도 되는 거니까 어디 한적한 곳에 가서 버리면 될 일이지. 뭐.
이러니 내가 재미가 깨를 볶게 생겼다고 하는 거지.
그래서 일단은 새로운 안전장치부터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어.
뭔 짓을 하고 다녀도 일단 안전이 중요한 거 아니겠어?
내가 미친놈처럼 예전에 플레인 게이트를 열었던 과학자들이 했던 것과 같은 짓을 하기는 했지만 그건 사실 그 방법 말고 다른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어. 공간을 열어보지 않고 다르게 먼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었으면 그걸 썼겠지. 그게 없으니까 무식한 짓을 한 거야.
그래서 내가 그 옛 과학자들을 이해하게 되었다잖아.
아무튼 이젠 우리가 우리? 그야 나하고 포포니지. 부부 일심 동첸거 모르나?
우리가 창고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말이야. 우리가 그 안에 있는데 창고가 닫혀 버리면 어떻게 될 거 같아?
운이 좋아서 거기서 땅 위까지 파고 올라간다고 쳐도, 거기에 우리 모성에서 만든 게이트가 있다는 보장도 없지. 또 게이트가 있다고 해도, 그걸 나하고 포포니가 이용을 할 수가 있느냐는 문제도 남지?
다시 말하면 우리가 떠났던 장소로 되돌아오는 방법이 없을 수도 있다는 거야.
그거 곤란하지?
그래서 생각한 거야. 우리가 창고 안에 들어가 있어도 주기적으로 창고를 개방해주는 그런 장치를 만들어 놓자. 뭐 이런 결심을 한 거지.
전에 이야기 했지? 같은 좌표로 다른 듀풀렉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이야. 공간 좌표를 같은 걸로 해서 만들면 되는 거니까 어려울 것도 없어.
다만 화이트 코어를 얻어야 하는데, 그건 뭐 이참에 포포니와 함께 나가서 연합에서 관리하지 않는 지역을 한번 쓸어버리고 오면 될 일이지.
가까운 코무스 지역으로 가도 될 일이겠네. 뭐.
그까이꺼 별거 없었어. 아주 등급이 높은 화이트 코어도 필요가 없거든?
비상시에 한 번씩 시간 맞춰서 열어주면 되는 거니까 말이야.
그래서 노란색 부족 코어 하나를 털어 왔어.
그냥 산책 나간 김에 가지고 온 거나 마찬가지지.
코무스 지역은 아직도 시끄러워.
사람들이 들락거려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전에 코무스에서 벌인 일이 아직도 정리가 되지 않은 거야. 그 때에 상당히 많은 부족 코어가 작살이 났잖아. 그래서 얼마 후에 다시 몬스터들이 생성되기 시작했지. 그런데 말이야. 그게 무작위잖아. 그러니까 몬스터들이 서로 죽고 죽이고 하는 거야. 그러면서 또 부족 코어를 지닌 놈이 죽지고 하고 그러는 거지.
그럼 또 얼마 있다가 새로운 몬스터가 나타나고 기존에 있던 것들이랑 충돌을 하고 뭐 그래. 물론 시간이 흐르면 안정이 되겠지만 아직은 좀 복잡하고 그래서 혼란스러운 곳이 코무스 지역이지.
아, 아직도 거길 그렇게 부르는 건 그게 입에 붙었기 때문이야. 난 거기만 생각하면 허벌 그 놈이 떠오르는데 한동안 이곳 제5 거점 도시에서 어떻게든 자신이 벌인 일을 수습하고 이익을 낼 방법을 찾다고 결국 실패하고 떴다고 하더라고.
그 때문에 코무스와 계약을 했던 일개미들이 희생만 잔뜩 내고 빚은 빚대로 안고 제5 거점 도시에 버려지듯이 남겨졌지. 그걸 흡수하는데 또 한동안 힘들었다고 허틀러가 푸념을 늘어놓던 때가 있었어.
뭐 이알-게이트는 그 때에 몸집을 좀 부풀렸다고 했었지. 흠흠.
어쨌거나 우리의 안전을 보장해 줄 듀풀렉 세이브까지 만들어 설치를 하고 나니 드디어 창고로 들어갈 준비가 된 것 같아.
듀풀렉 세이브? 그건 한 쌍으로 만든 것이 아니고 그 하나만 만들어 놓은 거야. 노랜색 등급의 화이트 코어를 이용했기 때문에 창고를 개방하는 것에 한계가 있어. 당연히 에테르의 양이 부족하기 때문이지. 완전히 충전이 되어 있으면 두 번 정도 창고를 개방할 수 있는데 그게 다시 충전이 완전히 되려면 하루 정도 시간이 필요해. 그럼 이론적으로 하루 두 번은 창고를 열 수 있다는 말이지.
그래 그렇게 하도록 해 놓은 것이 듀풀렉 세이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