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11
화
그나저나 이걸 어쩌나?
이 하얀 코어 말이지.
다른 코어들. 그러니까 쥐를 잡아서 얻은 코어들은 검붉은 색이야.
원래 그래 질이 낮은 걸수록 피가 굳은 것 같은 그런 색이거든.
그런데 질이 좋아지면 점점 투명한 붉은 색으로 변했다가 그 다음에는 주황색이 되었다가 노란색이 되었다가 하는 거거든.
응? 그래 빛의 현상으로 나타나는 대표색의 순서와 같아. 몰라? 쯧쯔. 레인보우, 무지개가 그거잖아. 그러니까 빨주노초파남보 그거란 말이지.
제일 등급이 높은 것이 보라색.
이해가 가냐?
그런데 이건 하얀색.
뭔 말인지 알겠어? 이건 등급 외란 소리야.
즉 몬스터 잡아선 나오는 것이 아니란 소리지.
우린 정말로 부족 코어를 손에 넣은 거야. 비록 그게 큰 쥐의 것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아씨, 이래서 툴틱이 있어야 하는 건데.
왜냐고? 그거야 그게 통신기니까 그렇지. 그냥 통신만 되는 것이 아니라고 거긴 헌터들이 온갖 이야기를 다 하고 또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도 있단 말이지.
우리 일개미도 비슷한 것이 있지만 거기 있는 정보는 툴틱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에 비하면 그야말로 초라하기 짝이 없지.
하물며 툴틱 커뮤니티에는 유료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도 있다고 들었거든.
그럼 적어도 부족 코어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 텐데 말이지.
“일단 일러둘 말이 있어. 우리가 헌터, 그것도 능력자 헌터가 된 것은 당분간 숨겨야 한다. 이유는 알겠지? 일개미가 능력자 헌터가 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그 즉시 뭔가 조치가 있을 거야. 잘하면 침묵의 서약 정도에서 끝나는 거고 아니면 영원히 입을 다물게 될 수도 있어. 왜냐면 연합에선 헌터를 적당하게 관리하려고 드는데 우리 일개미들이 전부 능력자 헌터가 된다면 그건 정말 그들 입장에선 재앙이거든. 무슨 말인지 이해해?”
“물론이야. 사실 나도 일개미들이 나처럼 되는 건 별로 반갑지 않아. 어차피 경쟁만 늘어날 뿐이니까.”
렘리다. 역시 현실 인식이 제대로 된 놈이라니까.
“렘리 말이 맞아. 우린 그냥 지금의 헌터들 속으로 흡수가 되어야 하는 거야. 괜히 튀다가 어디서 시체가 되어 누울 수도 있어.”
게리다. 이 놈도 정신이 제대로 된 놈이다. 그런데 문제는 마토 저 놈이다.
“응? 왜? 그냥 입 다물고 있을 거야. 절대로 말 안한다고. 그리고 난 게리가 시키는 대로 할 테니까 걱정 안 해도 괜찮아.”
뭐 생각은 없어도 겨우 분위기 파악은 한 것 같다.
“그래서 계획이 있어. 일단 누구든 최대한 델론을 빌려야 해. 넷이 모두 빌릴 수 있으면 더 좋고. 어쨌거나 그래야 한다고. 그 돈으로 최소한의 에테르 무기를 장만하고 그걸 밑천으로 천천히 코어를 팔아서 돈을 버는 형식이 되어야 하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아?”
“이번에 나갔다 온 것은 완전히 잊고 새로 시작하는 걸로 하자는 말이지? 그것도 하급 에테르 무기 하나 들고?”
“렘지 말이 맞아. 그렇게 코어를 팔면 빚도 갚고 또 무기를 사는 거야. 그럼 언젠가는 제법 이름이 알려진 헌터 파티가 되겠지. 물론 일반 헌터로 소문이 나겠지만 말이야. 그 후에는 한 사람씩 능력자가 되는 거지. 시차를 두고 천천히. 무슨 말인지 알겠지?”
“하지만 하급 무기로 사냥이 될까?”
“우린 하급보다 못한 무기로도 사냥이 되잖아. 남들 볼 때는 오러를 쓰지 않고 사냥을 하지만 우리끼리 있을 때에는 사정이 다르지. 그래서 우리는 대충 다섯 마리 정도의 몬스터에서 코어 하나씩이 나오는 아주 운이 좋은 파티가 될 수도 있어. 그렇게 극단적이게는 아니지만 약간 코어가 잘 나오는 파티 정도는 되어도 상관 없겠지.”
거기다가 나는 마법진을 이용한 무기의 성능 개선도 생각을 하고 있다. 어차피 에테르 무기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몬스터 코어를 이용한 무기다. 그건 내가 알고 있는 마나석을 이용한 마법 무기와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뭐 다르긴 하겠지만 결과는 같으니 내가 에테르 무기를 만들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하급이라도 에테르 무기를 직접 보고나면 무슨 수가 생길 거다.
“어쨌거나 우리는 이번에 아주 횡재를 한 거다. 이건 없는 걸로 치더라도 쥐들에게서 얻은 코어만 87개나 된다. 잘 뒀다가 차근차근 처리를 하면 될 거야. 물론 근처에 다시 쥐들이 나타난 후에나 팔 수 있는 물건이다. 그 전까지는 내보이지 않을 거야.”
나는 꽤나 진지하게 파티원들을 단속했다.
사실 처음이란 것은 이토록 어렵고 힘든 일이다.
아는 것이 없으니 매사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거다.
“세이커 위아드 맞나요?”
젠장할 어째 이런 일이.
“네. 맞습니다.”
“일개미, 아니 헌터 보조 지원 인력으로 이곳에 온 것이 1년 6개월 전이군요?”
벌써 조사가 끝났어? 아닌가, 저 정도는 조사도 필요 없는 정보겠군.
“맞습니다.”
“그런데 언제 능력자가 되었죠?”
내가 거짓말을 한다고 다른 놈들까지 그러리란 보장은 없지. 어차피 들킬 것을 숨기려는 것은 바보 짓이다.
“저는 두 달 전이고, 렘리는 한 달 전, 마토는 보름, 게리는 얼마 전에 능력자가 되었습니다.”
“능력자가 되는 특별한 방법이 있죠? 그게 뭔가요?”
너 같으면 그걸 까발리겠냐?
“그것도 이야기를 해야 합니까? 그건 개인적인 재산입니다.”
“호호호. 미안해요. 궁금해서. 하지만 대답은 해야 해요. 그리고 당신의 대답은 절대 비밀을 약속해요.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을 거예요.”
약속은 무슨, 그게 될 것 같으냐? 내가 바보로 보이냐?
“아니겠죠. 당신 상급자들은 모두 알게 될 거 아닙니까. 또 그들이 그걸 어떻게 할지는 당신도 약속을 할 수 없는 거고 말입니다. 나는 알려줄 수가 없습니다.”
“당신뿐만이 아니라 셋이 더 있어요. 그들도 대답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나요?”
그 놈들이 떠들면 뭐 그걸 어쩌겠어? 그 놈들 계약서대로 하는 거지.
“이야기 하지 않기로 계약을 했거든요. 헌터 연합의 계약서는 무서우니까 그들도 대답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헌터 연합이에요. 그런데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헌터 연합의 보증으로 만든 계약을 헌터 연합이 힘을 깨려 든다면 그거야 말로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좋아요. 뭐 일단 어떤 것이건 일개미가, 아니 헌터 보조 지원 인력이 능력자가 되는 방법을 당신과 당신 동료들은 알고 있다는 이야기고 그것의 출처는 당신이란 말이군요.”
그래 그걸 지금 와서 어떻게 숨기겠냐? 맘대로 해라.
“그래서요?”
“당신은 지금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어요.”
“그렇겠지요. 연합에선 일개미가 아니 헌터 보조 지원 인력이 능력자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테니까요.”
“으음. 맞아요. 그래요.”
“하지만 그건 나나 동료들도 마찬가집니다. 우리가 굳이 넷만 뭉친 것은 그것이 파티의 최소 단위기 때문입니다. 그 이상으로 경쟁자를 만들 이유가 없다고 봤기 때문이죠. 설마 연합에서 겨우 네 명의 헌터가 늘어나는 것을 문제삼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그래도 앞으로 계속 늘겠죠?”
“솔직히 이야기하면 몇은 더 늘 수도 있겠죠.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수족들을 만드는데 최고의 패가 그거니까 말이죠.”
“흐응, 그렇단 말이죠?”
뭘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충 짐작은 간다.
일단은 크게 위험할 일은 없다고 여기겠지. 그게 사실이기도 하고. 하지만 나와 우리 동료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아직 결정을 보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저 여자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딱 봐도 능력자다. 그것도 제법 실력이 있는 능력자. 붙으면 무조건 진다. 이길 가능성 따위는 전혀 없다. 저 여자는 검으로 치면 거의 마스터에 근접한 여자다. 아니면 그 이상이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