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112
화
저 놈이 드는 무기는 무기가 아니라 방어구다. 그걸로 막고 후려치고 막고 그러는 거지 뭐 공격을 해서 상처를 주고 이러는 건 할 생각도 능력도 없는 놈이다.
제 입으로 말하긴 부끄러워서 설렁설렁 넘어가려는 걸 꼬치꼬치 물었더니 그랬다.
자기는 방어 전문이라고. 몬스터를 자신에게 집중시키는 것과 방어에는 특화되어 있는데 공격은 정말 안 된단다.
저 놈이 저 실력에 잡을 수 있는 몬스터가 파란색 초급도 겨우겨우 잡는단다.
초록색은 뭐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몇 마리 몰아 놓고 두드리다 보면 잡기는 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파란색은 상처를 제대로 주지 못해서 아주 오래 걸린다는 거다. 즉 저 놈 데미지는 전혀 안 나오는 방어 전문이란 소리다.
“이번에 내가 화이트 코어 좋은 거 하나 얻으면 너한테도 공격 무기를 만들어 주마.”
나는 그렇게 약속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저 놈이 몬스터 공격하는 거 보고 있으면 안구에 습기가 어린다.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몸이길래 에테르를 받아 들여서 내 놓을 때에는 그게 전부 방어 특화가 되냔 말이지. 무기에도 방어 능력의 기운이 어리니 뭐 공격이 제대로 될 턱이 있나? 겨우 둔기로 패는 정도의 타격만 주는 거다.
응? 그래 그것도 공격은 된다. 효과가 많이 떨어져서 그렇지. 그래서 그걸로 몬스터를 패서 죽이는 거다. 그게 저 텀덤의 사냥 방법이지. 그러면서 피가 튀고 긴장감이 넘치는 사냥을 운운하는 것을 보면 참, 뭐랄까 그래 안쓰럽다.
그러니 게리에게 만들어 줬던 것과 같은 공격지원무기를 만들어 줄 생각까지 하는 거지.
뭐 게리는 초록색 등급의 화이트 코어로 만들어 줬는데, 저 텀덤 놈은 나하고 같이 다녀야 하니까 적어도 파란색 등급의 화이트 코어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남색 등급 몬스터에게 피해를 줄 공격력이 나오지.
하아, 그건 또 어디서 구하나. 하나는 모자라고 둘은 구해야 할 텐데? 아, 듀풀렉도 만들어 줘야하지? 미치겠네. 할 일도 많고.
참, 새로운 듀풀렉 좌표도 언젠가 실험을 해봐야 하는데 말이지.
이게 겁이 나서 제대로 실험을 할 수가 없는 거야.
잘못해서 우주공간이 열리거나 혹은 마그마 속이 열리거나 그러면 그거 난감하지 않을까?
그래 일단은 괜찮아. 그 속에 있는 걸 꺼내겠다는 생각만 하지 않으면 말이지. 아마 그럴 거야.
창고를 개방하지 않으면 안에 있는 물건이 밖으로 쏟아지는 일은 없으니까. 입구만 불러내는 것은 안전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물론 이건 실험을 해 보기 전까진 확신을 못하지만, 일단 지금 있는 창고 벽에 기대 놓은 물건도 임구가 벽에 생겨도 넘어지지 않거든? 그건 입구를 열어야 넘어지고 쓰러지더라고. 그래서 공간을 여는 것까진 괜찮을 것 같아. 그리고 그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확인을 해 본 뒤에 입구를 개방할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면 될 것 같아.
이번 일이 끝나면 듀풀렉을 여러 개 만들어서 실험을 해볼 생각이야.
응? 화이트 코어? 개뿔 시험하는데 그걸 쓰나? 그냥 창고가 한 번 열릴 정도면 되니까 초록색 등급 정도의 코어면 족하지. 그래서 괜찮은 곳이 나오면 그 좌표를 기록해 두는 거야. 그렇게 여러 좌표를 늘려가는 거지. 어때? 좋지? 멋진 계획이야. 뭐 아직 포포니에게도 말은 안 하고 있지만 말이야.
그나저나 오랜만에 가는 길이라 그런가 제6 임시 거점이 멀긴 머네. 왜 아직도 거기까지 전차가 다니질 않는 걸까? 아무래도 손님이 적다는 것도 있지만 몬스터들이 강해서 전차로도 피해가 자꾸 생겨서 그런 거겠지?
아무튼 제5 임시 거점의 [테이블에 모여 여관]도 재미있지만 제6 임시 거점의 [네팔자이언트네 집 여관]도 웃기는 작명이라니까. 이제 곧 네팔자이언트네 집을 볼 수 있게 되는 건가?
그 여관 주인도 마침 거기 있다던데 잘 지내고 있나 몰라.
“여, 동생. 오랜만이야? 전에 제1 데블 플레인 사태 때에 함께 가자고 연락을 했는데 연락이 안 되다고 하더군. 도대체 어딜 갔기에 연합에서 조차도 찾질 못한 거야?”
“그 기능도 이번에 지웠습니다. 내가 무슨 죄를 진 것도 아니고 감시 받는 것 같아서 영 기분이 좋지 않았죠.”
“하긴 노친네들도 그거 때문에 걸렸다면서 한바탕 했다더군. 뭐 그게 사실 모성에서부터 시행하고 있는 거라서 이해를 해야지. 그리고 알아서 지웠으면 그것도 괜찮기는 한데, 나중에 게이트 넘어갈 때에는 꼭 되살려서 가야 할 거야. 그거 불법이라서 걸리면 피곤하거든.”
이 사람이 하는 짓은 믿음이 안 가도 제법 고급 정보들을 알고 있단 말이지.
“그런데 누구야?”
세바스찬이 텀덤을 턱짓으로 가리킨다.
“동생입니다.”
“뭐 동생? 누가? 니가?”
“제 동생이란 말입니다. 세바스찬씨가 억지로 듣고 싶은 그 형이란 소리를 나한테 자연스럽게 하는 동생이지요.”
“우와. 이게 뭔 일이야? 내게 또 다른 동생이 생긴 거야? 우하하하하. 반갑다. 동생아 난 세바스찬 형이야. 형아라고 해 봐. 응?”
그게 통할 것 같냐?
“제게 형님은 세이커 형님 밖에 없습니다. 저는 세바스찬 씨를 처음 뵙습니다. 그러니 제가 세바스찬 씨에게 형님이라 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거 봐라. 될 짓을 해야지. 나이스 텀덤. 잘 했어.
“아, 잠깐 잠깐. 어이 알프레, 뭐 생각나는 거 없어? 뭔가 간질 거려.”
세바스찬이 갑자기 부관을 자처하는 알프레를 불러서 물어본다.
“자이로라 행성인의 영혼 결맹입니다. 단장님.”
역시 알프레가 세바스찬 보다는 인텔리야.
“아, 그래. 그거… 뭣 영혼 결맹? 이런 젠장 어째서 내가 아닌 세이커에게 그런 축복이 내린 거야? 응, 알프레 내가 뭐가 부족하지? 응? 이건 너무해! 알프레 준비해라. 우리 이번에 자로이라 행성으로 휴가를 가자. 거긴 모성도 아니니까 얼마든지 오갈 수 있어. 텔론만 있으면 될 일이지.”
설마 진짜로 가려는 거냐?
세바스찬 너 그러다가 거기서 자로이라 여성에게 찍이면 끝장이다. 거긴 거부권도 없어. 그냥 그대로 낚여서 살아야 하는 거야.
알프레가 뭐라고 세바스찬에게 귀엣말을 하는데 그게 방금 내가 한 말과 비슷한 거였나보다. 세바스찬이 얼굴이 하얗게 질리면서 비틀비틀 멀어진다. 역시 세바스찬에겐 그나마 알프레가 특효약인가?
“실력은 있는 것 같지만 사람은 이상하네요. 형님.”
“너도 그렇게 생각하냐? 나도 그렇다.”
“남펴언. 우리 이제 어디로 가?”
포포니가 옆에서 팔짱을 끼며 묻는다.
어디긴 일단 여관에 방을 잡고, 아닌가? 그냥 나가서 사냥을 떠나면 되나? 굳이 여관 잡을 필요도 없잖아. 그냥 기지에 가서 쉬어도 되고. 아니다. 여긴 사람들 이목이 집중되서 그러다간 곤란한 일을 당할 수도 있다. 특히 저 세바스찬하고 알프레는 요주의 인물이다.
왜 나에게 그토록 집요하게 구는지 모르지만 일단은 한동안 나를 주시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포포니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저 세바스찬도 그 영혼의 눈인가 하는 것과 비슷한 걸 가지고 있어? 왜 나에게 저렇게 관심을 보이지?”
“웅? 아닌데? 그보다는 알프레가 조금 밝은 눈을 가지긴 했지만 그래도 텀덤인나 나처럼 그런 건 아냐. 그냥 그럴 걸? 저 사람은 제법 대단한 사람이 될 것 같다. 뭐 이정도 느낌? 그럴 거야.”
이번에도 알프레냐? 그 놈이 세바스찬 부관을 자처하는 것도 어쩌면 여기 텀덤처럼 될 성 부른 나무 곁에 붙어서 함께 크자는 뭐 그런 건지도 모르겠네? 그래서 나도 어찌 엮어 보려고 세바스찬을 충동질 하고 있는지도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