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113
화
그럼 저 놈이 더 대단한 놈이네? 우와, 새삼스러워 보여. 우와아아아.
“남편, 또 그래? 이상한 표정!! 물러낫!”
뭐냐? 이젠 내 몸에 빙의된 귀신이라도 쫓는 거냐? 그건 또 어느 드라마에서 본 거냐? 에휴 포포니가 점점 변하고 있어.
“여긴 전진기지군요.”
텀덤은 제6 임시 거점을 그렇게 표현했다.
제1 데블 플레인에서 그렇게 부르는 곳과 같은 위치라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단계적으로 몬스터들이 배열되어 있었다. 사실 그게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빨간색부터 시작해서 점점 등급이 높은 몬스터가 나온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서부터는 그 모든 등급의 몬스터들이 어울려서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곳이 시작되는 거다.
그래서 빨간색 등급의 몬스터를 잡다가 그걸 잡아먹기 위해서 나온 초록색 등급 몬스터를 만날 수도 있고, 때론 그 구역의 지배자인 보라색 등급을 재수 없게 만나게 될 수도 있다.
그런 지역으로 들어가는 초입에 세운 기지를 전진기지라 불렀다고 텀덤은 설명을 덧붙였다.
“그럼 제1 데블 플레인에서도 전진기지 안쪽으로는 더 나가지 못한 거야?”
“아닙니다. 형님. 더 안쪽에 사냥꾼 초소 같은 것을 만들어서 머물기도 했습니다. 소규모 파티가 세운 곳도 있고, 규모가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다만 그런 곳은 때로 완전히 쓸려 버리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고정적이라고 하긴 어려웠습니다.”
확실히 이쪽보다는 더 많이 진출했던 것은 분명하다. 우리 제3 데블 플레인은 아직도 이곳에서 미적거리고 있는데 저쪽은 벌써 안쪽으로 들어가 어느 정도 개척을 했었다는 소리니까 말이다.
뭐 그래봐야 지금은 완전히 밀려서 도시 하나 지키면서 근근이 버티고 있는 실정이지만 말이지.
“다른 보라색 등급은 안 되는 거냐? 꼭 그 네팔자이언트만 되냐?”
나는 텀덤에게 다시 확인했다.
“제가 알기로 그 광석을 주는 것은 그 몬스터 밖에 없었어요. 사실 보라색 등급의 몬스터가 어떤 몬스터 물품을 남기는지는 다들 숨기려고 들었거든요. 그래서 잘 알려져 있지 않아요. 그래서 저도 아는 것이 별로 없죠. 잡아 본 것은 다시 도전을 하기 편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위험 부담이 커지니까 대부분 보라색 등급의 공략에 성공하면 그 몬스터를 찾아서 다시 공략하는 것으로 사냥 일정을 정하거든요. 사실은 제가 속해 있던 파티도 그렇게 해서 세 가지의 보라색 등급 몬스터를 잡았는데 네팔자이언트라고 부르는 그걸 제일 선호했죠. 그리고 여긴 제가 아는 다른 보라색 몬스터는 보이지 않아요. 툴틱에 없더라고요.”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데블 플레인은 현재까지 아홉 곳이 열려 있다. 그리고 그 각각의 행성은 서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도 알 수 없는 먼 거리를 두고 있다. 그러면서 공통점이 있고 또 다른 점이 있다. 이상한 시스템, 즉 코어의 존재와 그로부터 생겨나는 몬스터라는 시스템은 확실히 거의 같다. 하지만 행성마다 살고 있는 원주민이 다르고 또 몬스터의 종류도 같은 것이 있는가 하면 그 행성 고유 몬스터도 있다. 이런 점은 확실히 다르다.
텀덤이 잡았던 보라색 등급이 세 가지 종류인데 여기선 하나만 확인이 되었다면 나머지 둘은 아직 발견이 되지 않았거나 혹은 이 행성에는 없다는 말이 될 수도 있다.
사실 나는 이곳 데블 플레인은 일종의 특수한 우주에 속한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뭐 그건 학자들도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있는데 생명이 태어나고 자라고 죽는 현상이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달리 다른 형식도 있다는 거다. 즉, 코어에서 태어나 죽어서 다시 코어로 돌아가는 그러한 생로병사의 흐름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그런 연구가 있다.
물론 데블 플레인에도 우리가 익히 아는 생로병사의 시스템이 있기는 하지만 그 외에 코어로 이루어지는 시스템이 적용되는 부분도 함께 있는 그런 곳이 아닌가 하는 거다.
그 시스템이 적용되는 우주의 한 영역에 플레인 게이트를 열어서 우리 헌터들이 들어오게 된 거라는 학설인 거다. 뭐 이것은 우주마다 서로 다른 시스템이 작동한다는 거대한 이론이 바탕이 되어야 주장할 수 있는 것이라 아직은 별로 호응을 얻지 못하는 학설이지만 막상 실제로 경험하고 사는 우리들은 이게 제일 진실에 가까운 이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물론 이런 것은 어느 하나도 확인되지 않은 이론에 불과하다. 더구나 학자들 사이에서도 소수자의 연구 발표가 있었던 내용에 지나지 않는다.
하긴 여기서 몬스터나 잡고 있는 내가 그런 것을 따질 이유가 어딨겠나.
“그럼 그걸 찾아야 한다는 건데, 그 네팔자이언트 말이야. 툴틱에는 그 후로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으니까 결국 미개척지 안쪽에 있다는 말이겠지?”
“남편, 전에 잡혔던 곳은 어디였어? 그랜드 마스터들이 잡았다고 했었잖아.”
“그게 위치가 없어. 잡았다는 기록만 있고 어딘지는 나와 있지도 않지.”
“세바스찬 씨에게 물어보면 알까? 그랜드 마스터들이랑 친하잖아.”
“솔직히 말하면 물어보고 싶은 생각이 없어. 자꾸 엮이게 되는 것도 싫고 말이야.”
“우웅, 그렇구나. 그럼 하는 수 없지 뭐. 알프레에게 물어보자. 남편.”
그래 그 쪽이 조금 나을까? 뭐 내가 보기엔 어느 놈이나 마땅치 않지만 그래도 택해야 한다면 알프레가 나을지도 모르지. 그나마 조금은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을 보이니까. 아니 보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니까.
“음 그거 두 달이 지나야 겨우 한 번씩 나오는 놈인데? 그거 잡게 해 주면 뭘 줄 건데?”
이 인간이 왜 이 자리에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 놈이 지금은 칼자루를 쥐고 있으니 참을 때까진 참아보자.
사실 이곳에 굴리야씨가 없어서 이상하다 했더니 세바스찬이 그 네팔자이언트를 남몰래 사냥하고 있었던 거다. 그 쪽에 텀덤 말로 표현하면 사냥 초소를 세워 두고 네팔자이언트가 출현하면 곧바로 사냥을 하는 거였다. 그러다가 네팔 자이어트가 어디 다른 곳에 젠이 되면 또 그걸 찾아서 잡고 하는 거다.
그런데 세바스찬 등이 여기에 있는 이유는 다른 곳에서 죽은 네팔자이언트가 이곳 임시 거점에서 젠이 되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 그런 거란다.
“굴리야씨가 많이 발전을 한 모양이네요? 보라색 등급 몬스터를 혼자 디버프를 걸 정도라니 대단하군요.”
나는 순수하게 감탄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치졸한 남자의 질투도 끓고 있었다. 사실 남 잘 되는 거 보면서 마냥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 나도 그래. 축하할 일인 건 분명하지만 질투도 생기지. 그걸 어쩌라고?
“그 몬스터 패턴에 에테르를 모아서 폭발시키는 것은 결국 남색 등급에서 포기를 했어. 남색 등급도 사실 그냥 디버프 쓰는 것이 더 효과적이란 소릴 들었지. 그러다가 차라리 특화 디버프를 만들겠다고 꿍꿍 거리더니 결국 네팔자이언트에 맞춤 디버프를 만들어 낸 거야. 솔직히 그 외의 몬스터에겐 쓰지 못하는 거지. 아니 약간은 쓸모가 있나? 그래도 아직 많이 모자라. 네팔 그거에만 특화된 거야.”
세바스찬이 툴툴 거리며 말을 하는데 어쩐지 조금 느낌이 다르다. 걱정하는 것 같기도 하고 화를 내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이건 내가 조금 아는데 그 사람을 좋아할 경우에 나올 수 있는 걱정과 노여움의 복합 감정이다.
세바스찬 결국 굴리야와 엮여 있었던 건가? 그렇게 된 건가?
흐음. 옆을 보니 포포니도 뭔가 야릇한 표정으로 세바스찬을 보고 있다. 거기 알프레는 먼 산 보는 척 하지 말지?
“그렇군요. 그럼 뭘 원해요? 우린 네팔이를 잡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텀덤이 방패하고 도끼하고 만들어 주는 것이 목표라서 혹시 그 광석 남거나 한 거 있으면 사고 싶어요. 대가는 세바스찬 씨가 이야기를 해 보세요. 제가 들어 드릴 수 있는 거면 생각을 해 보죠. 뭐 쓸데 없는 장난으로 형이라고 부르라거나 하는 소리는 말고요. 장난하고 싶은 생각 없어요.”
“이상하게 세이커는 나를 별로 좋아 하지 않는 것 같아. 내가 그렇게 나쁜 사람으로 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