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114
화
“첫 만나부터 유쾌하진 않았죠. 저와 포포니 그 때 함께 죽을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 기억을 심어 준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거 지금 정도 하는 것도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세바스찬 씨는 아닐지 몰라도 전 그래요. 포포니 내 아내의 죽음을 떠올린 순간이었으니까요. 일종의 트라우마 같은 거라고 생각하세요. 세바스찬 씨가 나쁜 사람이 아닐 거란 생각을 하는 것과 알고 지내는 것은 어떨지 몰라도 아주 친해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어요. 뭐 그래도 적대하진 않잖아요?”
“후하핫, 적대하진 않는다? 그 말이로군. 그런데 세이커 만약에 세이커가 나보다 강자가 된 후에도 그럴까? 적대하지 않을까 말이야.”
“모르죠. 지금 생각에는 꼭 한 번은 밟아 주겠다고 벼르고 있으니까요. 뭐 그렇다고 죽이겠다고 벼르는 건 아니에요. 내가 세바스찬 씨를 이기게 되면 마음속의 응어리가 없어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것 뿐이죠.”
“그렇군. 그래. 알았어. 무슨 소린지 알겠어. 그 때의 기억이 그렇게 깊은 상처로 남았을 거라곤 생각을 하지 못했군. 그럼 역시 세이커가 실력으로 나를 넘어선 후에나 우리 사이의 관계가 발전을 할 수 있다는 말인데, 그건 좀 어렵겠지? 아무리 봐도 내가 좀 많이 잘 난 사람이어서 세이커가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 같으니 말이야.”
아무튼 이 인간은 잠시 진지해졌다 싶었더니 또 딴소리를 한다. 나참, 근데 그게 또 너무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 그게 문제다. 딱 봐도 그림이고 화보인 사람이니 저렇게 잘난 척을 하고 있어도 그게 또 그렇게 멋질 수가 없는 거다.
그러니까 내가 당신을 좋아할 수가 없는 거야. 당신은 그저 공공의 적으로 남아 버려!!
“그래서 텀덤이 방패하고 무기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음. 양보해 주지. 가서 잡아. 대신에 우리들 몇 명이 참관을 하도록 하지. 만약을 대비한 것도 있고, 셋이서 넬팔자이언트를 어떻게 잡는가 구경하고 싶기도 하고 말이지. 어때?”
“뭐 그렇게 하죠.”
설마 세바스찬 일행이 사냥 중이나 끝나고 우리 일행의 뒤통수를 치지는 않겠지.
그럴 이유도 없고 말이야.
네팔 자이언트는 제6 임시 거점에서 산을 세 개 정도 넘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세바스찬의 말로는 네팔자이언트의 젠 위치가 일정한 조건을 가지고 있는 자리라고 한다.
산에 동굴이 있는 지형이어야 하고, 주변에 보라색 등급의 다른 몬스터가 없어야 하며 주변에 특이 몬스터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특이 몬스터?”
내가 그게 뭐냐는 표정으로 혼잣말을 하는데 답은 텀덤에게서 나왔다.
“노란색 등급의 동물형 몬스터 중에서 카우카우라고 부르는 몬스터가 있습니다. 소처럼 생겼고 뿔도 소뿔을 달고 있는데 다리는 코끼리 다리처럼 굵죠. 그게 네팔자이언트의 주식입니다. 그걸 먹고 살죠. 그게 있어야 합니다.”
“응? 그런 거야? 근데 보통 몬스터들은 뭐 먹고 그러는 거 잘 안 하잖아?”
“네. 형님. 그런데 이렇게 전진기지 다음에 나오는 지역으로 들어서면 먹이 활동도 활발해집니다. 이전과는 조금 달라지죠. 특히 여기 몬스터들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점점 강해진다는 관찰 보고가 있습니다.”
“응? 점점 강해져? 그건 뭔 소리야?”
“서로 먹고 먹히는 속에서 에너지를 흡수해서 강해진다는 겁니다. 우리들 그러니까 제1 데블 플레인에선 그렇게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화이트 말고 실버와 골드 등급의 코어가 있다고도 합니다.”
“그건 또 뭐야? 실버와 골드?”
나는 처음 듣는 소리에 이번에는 세바스찬과 알프레를 봤지만 그들도 모른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저도 본 적은 없는데, 이런 전진기지 안쪽으로 가면 굉장히 강한 몬스터가 등장하는데 그 몬스터를 잡으면 실버 코어를 준다네요. 그리고 그 위엔 골드가 있을 거라고 했죠. 실버는 제1 데블 플레인에서 확인을 했던 거고, 골드는 있을 거라고 하는 거였어요. 그 쪽 원주민들이 하는 이야기에서 얻은 정보라더군요.”
이건 뭐 데블 플레인도 가면 갈수록 감춰진 것이 많다는 걸 느끼게 한다.
하긴 아직도 전체 면적에 비하면 그저 언저리나 돌면서 미적거리고 있는 상황이니까 그 안쪽의 비밀이야 모르는 것이 당연하겠다 싶기도 하다.
그나저나 제1 데블 플레인에서도 겨우 그 정도 밖에 진척이 되지 않았단 말이지? 그거 참, 마구마구 도전 의욕이 샘솟는군.
텀덤을 믿고 네팔자이언트의 몸빵을 시킬 것인가? 아니면 포포니에게 그 일을 맡길 것인가? 잠깐 고민을 했지만 워낙 자신감을 보이는 텀덤의 고집 때문에 텀덤에게 일단 맞겨 보기로 했다.
방패도 없고, 도끼도 없는 놈이 몸에 걸친 갑옷만 믿고 나선 것인데, 알고보니 그 갑옷도 네팔자이언트의 광물에서 뽑은 금속으로 만든 거란다. 그래서 어느 정도 방어를 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거였다.
“포포니, 텀덤, 코어는 기대하지 말자. 그냥 몬스터 패턴을 깰 거야. 그렇게 알고 시간을 끌어. 텀덤이 방어를 잘 하면 굳이 포포니가 끼어 들 필요는 없어. 대신 몬스터 패턴을 박살 낸 후부터는 포포니가 끝장을 내야 해. 물론 그 때는 나도 함께 공격을 할 거야.”
“웅. 남편. 걱정하지 마. 이젠 남편 있으면 우리 둘이서도 잡을 수 있을 거야. 나 실력 많이 늘었어.”
“형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1 데블 플레인에 있던 놈과 같은 수준이라면 충분히 잡아 둘 수 있습니다.”
그래 네가 그렇게 고집을 피우지 않았으면 우린 저기 구경하고 있는 세바스찬과 알프레의 손을 빌려서 좀 쉽게 사냥을 할 수도 있었을 거다. 뭐, 대가를 더 크게 줘야 했겠지만 말이지.
응? 세바스찬에게 무슨 대가를 주기로 했냐고? 그건 이 사냥 끝나고 이야기 하자.
봐라, 벌써 텀덤이 네팔 자이언트랑 붙었잖아.
역시 저 텀덤의 묘한 에테르는 딱 봐도 특이해. 갈색? 혹은 황토색 같은 빛이 텀덤의 몸을 감싸고 있어. 그게 녀석의 방어 에테르야. 저걸 공격 받는 부위에 집중을 시켜서 공격을 몸이나 방패 같은 걸로 받아 들이는 거지.
그래 받아들이는 거야. 받아 치면 좋은데 텀덤의 저 능력은 치는 것은 거의 효과가 없어. 액션으로 즉 행동은 치는 행동인데 몬스터에겐 그냥 방어로 먹히는 거지. 그래서 텀덤의 공격이 안습이란 말이 나오는 거야. 쳐도 쳐도 그냥 방어하고 있는 효과가 생기거든.
쿠어어엉!
그래 전에도 너 그런 소리 많이 질렀었어. 그런데 그 놈들 전부 누웠거든?
나는 디버프를 네팔자이언트에게 걸기 시작한다. 네팔자이언트의 온 몸을 두르고 디버프 조합의 에테르를 감싼 다음 그 에테르를 네팔자이언트의 몸 안으로 침투르 시키는 거다. 네팔자이언트의 생체 에너지가 즉각적인 방어에 나서지만 내 디버프는 곧바로 성질이 바뀐다. 방금 직선적이고 공격적인 성질에서 부드럽고 끈적끈적한 기운이 된다. 그렇게 슬며시 생체 에너지의 방어벽을 넘는 거다.
물론 네팔자이언트의 생체 에너지가 또 내 디버프의 성질에 맞춰서 방어를 시작하지만 그 때는 다시 디버프의 성질이 바뀐다. 확실히 연습한 보람이 있다. 누구 도움도 없이 혼자서 보라색 등급의 몬스터에게 디버프를 성공시킨 것이다.
“우와! 확실히 약해지고 있습니다. 형님.”
“남편, 나도 공격할래. 응?”
“그래. 하고 싶은 대로 해. 포포니.”
나는 포포니의 공격 의사를 허락했다.
어차피 이제 네팔자이언트의 몸에서 조금씩 모이는 에테르를 몬스터 패턴으로 이끌어 놓으면 자연스럽게 폭발이 일어날 것이다. 그럼 그걸로 네팔자이언트의 등급은 파란색 등급으로 급격히 추락. 사냥은 끝이 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