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116
화
해골이 지닌 죽음의 기운은 확실히 내 디버프 기반의 에테르의 움직임을 막는데 이전의 네팔자이언트나 다른 몬스터들이 지니고 있던 생체 에너지에 비해서 효과적인 것 같다. 하지만 내 디버프 기반의 에테르는 세포니 행성에서의 수련으로 이전과 달리 끈끈하고 질긴 성질을 지니게 되었다. 이 제3 데블 플레인의 에테르만을 사용할 때에 비해서 훨씬 효과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가능해진 상태라는 말이다. 덕분에 어렵기는 하지만 해골의 방어를 피하거나 돌파하면서 몬스터 패턴의 핵 가까이로 접근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정도에서 에테르를 멈추고 압축시켜서 해골의 기운과 부딪혀서 충돌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해골의 기운은 내가 뭉친 에테르와 충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약간씩 갉아 먹으며 그 위력을 깎아 내고 있다. 충돌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폭발을 시켜야 할 것 같다.
“텀덤, 에테르를 억지로 폭발 시켜야 되겠다. 그럼 아는 것처럼 디버프가 풀린다. 대비해라!”
“쿠압! 네. 알겠습니다. 형님.”
“알았어. 남편!”
둘의 대답을 들은 나는 최대한 에테르를 뭉친 상태에서 폭발을 시켰다. 그와 동시에 디버프가 풀렸다. 그리고 나는 일순 머리가 지끈하는 고통을 느꼈다.
해골의 머릿속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해골은 애초에 성대가 없는 듯이 소리를 지르거나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입을 벌리고 무저갱 같은 구멍을 드러내니 들리지는 않으면서도 섬뜩한 느낌이 온 몸을 휘감고 지나간다.
나는 다시 디버프를 시전했다. 그래도 해골의 몬스터 패턴이 많이 망가진 모양인지 어렵지 않게 디버프가 해골을 잠식했다.
“좋았어!”
알프레가 소리를 지른다. 이전보다 확실히 칼이 잘 박히는 것을 확인한 모양이다.
콰과과광! 콰광!
후방에 있던 정신 능력자들의 에테르 공격이 천정 쪽에서 만들어져 해골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린다.
앞쪽을 텀덤과 포포니 알프레 같은 근접전사들이 막고 있으니 공격 루트를 그렇게 정한 모양이다.
“타앗!”
알프레가 기합과 함께 검을 휘두르는데 그 칼날에 새파란 기운이 자글자글하다. 저것은 포포니가 이전에 보여주었던 그 물방울 형태의 에너지 결집의 다른 형태가 분명하다. 가까이에서 필살기를 쓸 여유가 없는 포포니를 대신해서 알프레가 필살기를 쓴 것이다.
역시 그 사이에 알프레도 성장을 했던 모양이다. 예전에는 그런 능력이 없었는데 말이다.
터덩! 텅! 차르르륵.
해골의 머리가 몸에서 떨어져 튕겨 나가고 해골의 몸은 뼈의 숫자만큼으로 분해가 되면서 그 자리에 쌓였다.
그렇게 한 마리가 해결된 것이다.
파캉! 파캉!
세바스찬이 맡고 있던 해골 쪽에선 연신 에테르 방패가 나타났다가 깨어지고를 반복하고 있다. 그것은 후방에 있던 정신 능력자들이 에테르 방패를 사용해서 세바스찬에게 쏟아지는 해골의 공격을 조금이라도 상쇄시키려는 시도 때문이다.
“텀덤. 괜찮으면 세바스찬과 교대! 포포니도 세바스찬을 돕고.”
나는 급히 텀덤과 포포니에게 소리를 지르곤 곧바로 해골에게 디버프를 시전했다. 이미 굴리야의 디버프에 시달리고 있던 해골은 내 디버프의 침입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했다.
하지만 확실히 굴리야의 디버프는 해골을 제대로 잠식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몬스터 패턴의 외부만 흩어 놓고 있을 뿐이었다. 하긴 그나마도 하지 않았으면 세바스찬이 지금까지 버티지도 못했을 것이다.
쾅쾅쾅!
텀덤의 방패가 해골을 무섭게 두드린다. 저건 보기엔 공격으로 보이지만 저것도 방어다. 해골은 실제로 충격이나 상처를 많이 받지 않는다. 대신에 텀덤의 저 행동은 몬스터의 관심을 자신에게로 향하게 하는 아주 특별한 효과가 있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세바스찬과 드잡이를 벌이고 있던 해골이 텀덤의 방패에 십여 번 두드려 맞고는 드디어 고개를 텀덤에게로 돌렸다.
그 즉시 세바스찬은 몇 걸음 뒤로 빠지고 그 자리를 포포니와 알프레가 메웠다.
“이젠 기사단의 칼도 박힐 겁니다. 서둘러서 처리하고 쉽시다.”
나는 내 디버프가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이 해골의 몬스터 패턴을 잠식한 것을 느끼고 소리를 질렀고, 지금까지 꾸어논 보릿자루처럼 검을 들고 서 있기만 하던 세바스찬의 기사들이 우르르 달려가서 해골을 둘러싸고 공격을 시작했다.
저들이 저렇게 보여도 마스터 중급 이상, 상급에 도달한 이들인데 여기선 해골에게 디버프가 중첩되고 나서야 칼질을 해 볼 수 있을 정도다.
데블 플레인 이란 곳의 수준을 능히 짐작하게 한다. 여기선 마스터도 아차하며 썰려나간다.
디버프 중첩의 위력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오래지 않아서 세바스찬이 가세하고 포포니가 빠진 상태로 두 번째 해골도 바닥에 뼈무더기로 쌓였다.
“이것들은 뭐지? 네팔자이언트는 따로 광석을 주잖아. 그리고 다른 보라색 등급도 뭔가 몬스터 물품을 남기는 걸로 아는데 이것들은 없는 거야?”
세바스찬이 투덜거렸다.
하지만 곧 굴리야가 해골들이 남긴 것이 있음을 상기시켜 줬다.
“뼈들이 남았어요. 이것들은 죽자마자 허물어져서 따로 칼질을 해서 오러를 주입하거나 할 수가 없었는데도 아직 남아 있죠. 저게 몬스터 물품이라면 물품이겠네요.”
굴리야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두 무더기의 뼈와 두 개의 해골로 모였다.
“히야, 이거 봐. 해골이 인간 것이 아니야. 이빨은 톱니도 겹겹인데? 이건 그 상어라는 물고기 하고 같은 거지? 해골도 두상의 크기가 좀 크고 뒤로 돌출되어 있는 것이 인간의 것은 아니지. 그런데 뼈들은 거의 인간 것과 같은 것 같은데?”
세바스찬이 해골 하나를 놓고 그 아래로 뼈들을 배열하면서 몬스터의 원형을 만들어 보려고 하지만 입체인 몬스터를 땅바닥에 늘어 놓는 것으로 재구성하는 것은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에이, 뭔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거 가지고 가긴 해야겠지?”
세바스찬이 나를 보며 묻는다.
“이번 공략의 리더는 세바스찬님입니다. 그건 제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죠.”
나는 세바스찬의 시선을 외면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거 텀덤 동생의 가방이 크니까 거기에 좀 보관을 하자는 거지. 사실 다른 사람들이 들고 가려면 부담이 크니까 말이야. 텀덤 동생에게 미안하긴 하지만 지금으로선 그게 최선일 것 같아.”
“그럼 텀덤을 봐야죠. 절 보지 마시고. 텀덤 괜찮겠냐?”
“여유 공간 있으니까 괜찮습니다.”
텀덤은 대수롭지 않은 듯이 말했다.
그렇겠지. 나와 포포니, 그리고 텀덤의 가방은 공간 확장 배낭이다. 꽤나 많은 물건을 넣어 놓은 상태지만 빈 공간도 많이 남아 있다. 특히 텀덤이 빈 공간이 많다. 우리 포포니는 언제나 그랬던 거처럼 음식 재료들로 가득 채웠고, 나는 무슨 강박증에 걸린 것처럼 이런저런 만약을 위한 대비를 한다고 언제나 가방엔 여유가 별로 없다.
어쨌거나 텀덤이 뼈무더기와 해골을 가방에 챙긴 후에 세바스찬과 포포니, 그리고 알프레와 굴리야가 다시 모였다.
“더 들어갈 겁니까?”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공략을 진행할 생각이냐? 두 마리도 겨우 상대했는데? 너무 위험하지 않으냐? 이런 의미를 담은 질문이었다.
“그래, 확실히 알겠다. 여긴 우리로는 무리야. 두 마리도 간신히 잡았어. 물러나는 것이 좋겠다.”
세바스찬은 그래도 이런 때에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람이다. 그건 참 다행이지.
“그럼 나가죠.”
“단장님 잘 생각하셨습니다. 실력을 더 쌓은 다음에 다시 도전을 하죠. 그 때에는 던전 코어도 한 번 노려보는 겁니다. 하하핫.”
알프레가 조금 과장된 웃음으로 세바스찬의 기운을 북돋워 주려 했지만 웃음소리가 공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