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119
화
시간이 되었고, 우리는 제3 데블 플레인의 오두막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
그런데 이 인간이 예상치 못한 행동으로 나를 당황케 한다. 누구? 누구겠나? 당연히 세바스찬 이 인간이다.
“나, 여기서 있을래. 당분간 여기 머물면 안 될까? 다른 방으론 안 갈 테니까 좀 봐주라. 응? 여기 에테르 아주 마음에 든다. 이거 내 에테르와 섞이면 정말 엄청날 거야. 응? 좀 도와 주라.”
이게 세바스찬이 나가지 않겠다고 뻗대며 한 말이다.
“웃기는 소리 하지도 마세요. 플레인 게이트 타고 다른 식민 행성에 가도 이런 에테르는 쉽게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굳이 여길 고집할 이유가 없죠.”
“야야, 그게 어디 그렇게 되냐? 헌터는 플레인 게이트 넘어가면 온갖 감시를 받게 된다고. 제대로 수련을 하기 어렵지. 하지만 여긴 누구도 방해할 사람이 없잖아. 거기다가 플레인 게이트를 오가는 것 보다 쉽고 빠르지. 플레인 게이트를 한 번 넘어가서 오래 머물면서 에테르를 서로 섞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너도 아는 것처럼 안 되는 일이잖아. 조금씩 조금씩 해야 하지. 그러니까 여기하고 제3 데블 플레인하고 왔다갔다 해야 한단 말이지. 포포니 제수씨도, 텀덤도 그건 알고 있을 걸?”
그러면서 내가 아니라 우리 포포니와 텀덤이를 본다.
뭐 그게 맞는 말이다. 그냥 이곳에서 에테르를 받아들여 이전의 것과 동화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다. 다시 데블 플레인으로 넘어가서 이전의 에테르를 일께워 주고 다시 이리 건너와서 이곳의 에테르와 섞어야 한다. 그걸 반복해서 어느 정도 성과가 있으면 또 그만큼 서로 섞이는 에테르의 양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지금 세바스찬 저 인간은 그걸 한 눈에 파악을 해 내고 고집을 피우기 시작한 거다.
“안됩니다. 그러니 어서 나갈 준비 하세요.”
나는 딱 잘라 거절을 했다.
그리고 세바스찬을 끌고 가려 했다.
“자, 잠까. 이알, 이알-게이트 별동대 어떠냐? 응? 나하고 알프레드하고 기사단, 밖에 있는 녀석들까지 그리고 여기 굴리야하고 세 명의 정신 능력자까지 묶어서 이알-게이트의 별동대가 되어 주마. 응?”
“저기 단장님!”
“왜? 우리 할 일도 딱히 없잖아. 우리 목표라고 해 봐야 좀 더 강해지는 거 아니었어? 그런데 여길 이용할 수 있으면 그 목표가 얼마나 가까워지겠냐? 아니 어차피 그거야 끝이 없는 거니까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더 높이 올라갈 수 있게 되는 거지. 그게 눈에 딱 보이는데 그걸 어떻게 무시해? 응? 알프레 난 그거 못한다고.”
하아, 이젠 사정이냐? 그런데 알프레 넌 그러면 안 된다. 응? 어째 설득을 당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럼 곤란하다고.
“찬성이에요. 저도 이알-게이트에 소속되고 싶어요. 그럼 언젠가 모성으로 갈 길이 생길지도 모르죠. 전 이알-게이트에 공을 세워서 언젠가 총괄 리더인 세이커 님께 포상을 받을 거예요. 모성으로 가는 게이트를 열어 주시는 포상이요.”
휴우, 굴리야가 나섰다. 처음부터 모성으로 돌아가는 것이 집착을 보이던 여자다. 그런데 그걸 얻기 위해서 충성을 다하겠단 소리다. 그런데 그건 또 믿을 수가 있다. 어차피 이게 들통이 나면 모성이건 연합이건 절대로 굴리야에게 그런 기회를 주지는 않을 거다. 이 비밀을 그쪽에 넘기고 그 대가로 모성으로 가는 표를 획득할 확률보다는 내가 언젠가 그것을 해 주길 기대하는 것이 더 확률이 높을 거다.
모성 귀환 금지는 그야말로 절대적인 법이다. 이건 어떤 경우에도 어길 수 없는 것으로 굳어 있다. 사실 헌터들의 난동에 따른 결과라 하지만 너무 강력한 법이 만들어졌다고 할 정도고, 그건 어떤 권력자도 어길 생각을 하지 않는 법이다.
그러니 굴리야가 우리의 비밀을 가지고 누구와 거래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구나 듀풀렉에 대한 것을 얼마나 알겠는가? 앞으로도 그 비밀을 굴리야나 다른 사람이 알게 될 확률은 거의 없다. 그건 나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아마 내가 죽을 때까지 누구에게 듀풀렉을 만드는 방법을 일러줄 일은 없을 것이다.
“으음. 저희도 이알-게이트 소속이 되겠습니다.”
정신 능력자 셋이 굴리야의 뒤에 섰다.
“응, 나도 그런다니까? 내가 먼저잖아.”
세바스찬이 팔까지 하나 들어 올리면서 자신이 먼저라고 소리를 지른다.
알프레가 그 옆에서 절래절래 고개를 흔든다. 하지만 저건 세바스찬을 막겠다는 뜻은 없어 보인다. 그냥 포기하고 수긍하는 의사표시다.
“하아. 어쩌다 일이 이렇게….”
“남편, 어차피 여길 알게 된 사람들이잖아. 그걸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뭐. 그냥 이알-게이트 별동대로 받아들여. 솔직히 남편 이알-게이트 리더지만 하는 일도 없잖아. 별동대 만들어도 할 일은 없을 거잖아. 별동대 데리고 할 일이 있기나 해?”
허억. 포포니. 마눌이 내 가슴에 대못을 박는다. 그렇기는 하지. 지금은 별로 할 일이 없기야 하지. 그리고 나중에는 어차피 세력이 필요하게 될 텐데, 세바스찬과 그 일당을 받아들이면 그것도 나쁘진 않지.
어차피 지금 되돌릴 방법도 없지 않은가 말이다. 다 죽일 수도 없는 일인데 어쩌겠나.
결국 다시 둘러앉아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비밀의 절대적인 유지입니다. 사람이 많아지면 사실 그게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 이렇게 말을 시작했다.
“알아. 솔직히 던전에서 네가 우리들 다 버리고 갈 수도 있었어. 그거 모르는 사람 여기 없다. 그리고 그 던전의 위기는 나와 우리가 자초한 거지 너희 잘못은 없지. 우리 입장에서 넌 이미 생명의 은인이다. 그걸 잊으면 그건 인간이 아니지.”
세바스찬이 내 말을 그렇게 받아준다.
“은인 대접은 단 한 가지만 받으면 됩니다. 여러분이 알게 된 비밀을 다른 이에게 전해서 저를 난처하게 만들지 않는 것 말입니다. 그것만 지켜주시면 더는 바라는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곳을 수련장으로 이용하게 해 달라는 요구에서 또 문제가 생긴 겁니다. 사실 여기 열세 분에게 그건 이미 경험한 일의 연장이니 제가 양보하면 가능한 일입니다. 더 숨기고 감출 것도 없으니까요. 물론 이용 시간이나 간격은 정확하게 정해 놓아야 합니다. 그게 틀어지게 되면 그야말로 엉망이 되겠지요. 사실 그렇게 되면 저는 열쇄들을 모두 폐기할 생각도 있습니다. 그 때에 여러분이 데블 플레인에 있을지 아니면 여기에 있을지는 운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우와, 무서운 놈. 우릴 여기에 유배시킬 수도 있단 거잖아? 그거 무섭다 야.”
세바스찬이 화들짝 놀라는 척을 하며 과장되게 놀란 몸짓을 한다.
“아, 알았다. 미안하다. 그렇다고 그렇게 노려보냐? 뭐 그런 걱정은 하지 말라고 하는 말이다. 우리 별동대가 얼마나 단결이 잘 되는데 그치? 알프레 응?”
“맞습니다. 대장님.”
“왜 대장이야?”
“기사단이 별동대가 되었으니 이제 별동대장 아닙니까.”
“아, 그렇구나.”
쯧, 서로 만담이나 하고 있을 때냐? 지금이?
“그런데 오두막에 있는 다른 분들이 또 걱정입니다. 그 분들도 함께 해야 할 텐데 남아 있는 분들의 수가 스물 가량 되지 않습니까? 그 분들도 비밀을 지켜주실 거라고 믿을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여기 계신 분들이야 생명의 은인이란 이유라도 있다지만 그 분들은….”
“걱정하지 마라. 그 중에서 내가 믿지 못할 사람은 없다. 그건 알프레 역시 마찬가지지. 그건 나를 믿어라.”
세바스찬이 저리 자신을 하니 믿고 싶기는 하다.
“만약 일이 틀어지면 내가 나서서 배신자를 죽인다. 그 사람이 어디에 있건 간에 내 손에 죽게 될 거다. 약속하지.”
세바스찬이 쐐기를 박는다. 저렇게 말을 하는데 더 길게 이야기를 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더 나은 대책이 생기는것도 아닌데 말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 분들까지 더해서 별동대로 생각을 하죠. 그리고 별동대는 세바스찬 님께서 맡아 주시고, 여러분들이 이곳으로 올 수 있도록 듀풀렉 포인트를 설치해 드리겠습니다. 그 듀풀렉 포인트는 고정되어 있고, 일정 시간마다 한 번씩 이곳으로 통하는 출입구가 만들어 집니다. 그러니 여길 와야 할 때는 시간을 기다렸다가 들어오면 되는 겁니다. 물론 나갈 때에도 그렇습니다. 다만 여기서 나가는 통로는 각각 다른 위치에서 몇 개가 생기는데 듀룰렉 포인트가 만드는 입구는 언제나 같은 위치에 생기기 그 입구만 사용을 하시기 바랍니다. 나머지는 제 집으로 통하는 것과 이 행성의 지표로 통하는 것, 그리고 부정기적으로 열리는 통로 몇 개가 있습니다. 괜히 입구 열렸다고 멋대로 기웃거리다가 서로 좋지 않은 얼굴로 마주서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하아, 이런저런 조심해야 할 것들을 가르칠 일이 까마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