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121
화
제1 데블 플레인은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았다.
플레인 게이트가 열리는 곳을 중심으로 초기에 건설된 도시 하나만 겨우 유지가 되고 있을 뿐이고, 나머지 지역은 행성의 원주민들에게 모두 빼앗긴 상태였다.
그나마 제1 데블 플레인의 도시가 버티고 있는 것은 전투 지원 스티커라고 부르는 그것 덕분이라고 할 정도로 상황이 나쁜 것이다.
사실 그곳의 원주민들이 원하기만 한다면 도시를 쓸어버리는 것도 어렵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이전부터 나오고 있었는데 그러자면 어쩔 수 없이 희생이 늘어날 것이기에 그냥 도시를 포위하고 헌터들이 스스로 알아서 물러가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아직도 전투 지원 스티커에 대한 주문은 엄청나게 많았지만 나는 제1 데블 플레인의 상황이 어느 정도 소강상태가 된 후로는 전투 지원 스티커의 수량을 줄였다.
급한 상황에 무리해서 만들어 냈던 거지만 스티커를 만드는데 적잖은 심력과 에테르가 소비되기 때문에 당분간은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었다. 그리고 얼마 후에 수련을 핑계로 제6 임시 거점으로 왔던 것이고 말이다.
“만약에 제1 데블 플레인의 플레인 게이트를 폐쇄한다면 우리에게 기회는 없을 수도 있어. 그러니 빠른 시간 안에 그곳에 듀풀렉 포인트를 설치해 놓아야 할 거야.”
세바스찬은 만약을 위해서 빠른 시간 안에 듀풀렉 포인트를 제1 데블 플레인에 설치하자고 틈만 나면 졸랐다.
그에 대해선 나도 어느 정도 동감을 하고 있었다. 이젠 제1 데블 플레인으로 가는 지원자들도 더는 받지 않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게이트 폐쇄가 될 확률이 있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었다.
“내가 텀덤이랑 같이 가서 설치를 하고 오지. 나 정도의 이름값이면 한 번 들어갔다 나오는 것은 무리가 없을 거야. 응? 어때?”
세바스찬의 요구는 집요한 면이 있었다. 이 사람은 한 번 꽂힌 일이 해결이 될 때까지는 다른 것을 살피지 못하는 묘한 성격을 지녔다.
고민 끝에 나는 새로운 듀풀렉을 만들었다. 화이트 코어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 주황색 몬스터의 코어를 이용한 일회용 듀풀렉이었다. 한 번 사용하면 자동적으로 파괴되도록 만들어서 입구를 열고나면 소멸이 되고 입구는 최대 10분만 유지가 되는 그런 형태의 듀풀렉이었다. 이름은 듀풀렉 샘플.
“이건 한 번만 작용을 합니다. 세바스찬님과 텀덤에게 각각 하나씩을 줄 겁니다. 제1 데블 플레인에서 만약의 사태가 벌어지면 사용을 하십시오. 명심할 것은 입구가 열린 다음에 그냥 두면 10분간 유지가 되지만 작동을 시키면서 그 유지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급한 상황에서는 몸을 피할 정도의 시간만 입구를 열고 뛰어들어야 합니다. 아니면 추격자들까지 데리고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음. 무슨 말인지 알겠군. 그러니까 안전히 확보된 곳에서 입구를 열란 소리군?”
“맞습니다. 입구가 열리면 제가 건너가서 상황을 보고 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듀풀렉 포인트를 설치할 것입니다.”
“그것 참, 다른 사람들이나 원주민들이 접근하지 않을 장소를 찾아야 할 텐데 그게 쉽지는 않을 것 같단 말이지.”
“일단 중요한 것은 튜풀렉 샘풀을 가지고 무사히 플레인 게이트를 넘어갈 수 있느냐 하는 것을 확인하는 일이고, 그 다음에는 제1 데블 플레인서 듀물렉이 작동을 하는가 확인을 하는 것이겠지요. 아직 세포니와 제3 데블 플레인 외의 곳에서 실험을 해 본 적이 없는 물건이라서요.” “잘 되겠지. 아무렴. 그래야지.”
세바스찬은 드디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었다는 생각 때문인지 넉넉한 웃음을 짓고 있다.
확실히 편집증 비슷한 증세가 있는 것 같다. 어휴, 이 사람을 도대체 어쩌면 좋을까 걱정이다.
“우웅. 남편. 텀덤이 괜찮을까?”
포포니가 내 품에서 나를 올려보며 걱정을 한다.
텀덤과 세바스찬이 플레인 게이트로 제1 데블 플레인으로 건너간 것이 어제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일단 제3 데블 플레인에서 플레인 게이트를 타고 나가면 게이트 허브에 도착을 한다. 거긴 나도 한 번 본 적이 있다. 모성에서 게이트를 타고 처음 도착한 곳이 게이트 허브였다 .
게이트 허브는 몇 곳의 장소로 통하는 게이트가 설치되어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원하는 행성으로 가기 위해서 게이트를 통과해야 하는데 그게 그 허브에 없으면 다른 허브로 이동해서 원하는 행성으로 가는 플레인 게이트를 찾아야 한다.
또 플레인 게이트가 언제나 열려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시간을 잘못 맞추게 되면 며칠씩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런 게이트 허브가 일반 식민 행성에 건설되어 있기 때문에 편의 시설은 잘 갖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뭐 일개미로 제3 데블 플레인으로 왔던 나는 그런 편의 시설이 있는지도 모르고 함께 출발한 일개미들과 게이트 허브의 광장 구석 바닥에 앉아 기다리다가 제3 데블 플레인으로 가는 게이트를 통과했었지만 말이다.
“소식이 오겠지. 걱정하지 마. 마눌.”
툴틱은 같은 행성 안이 아니면 직접적인 통신이 어렵다. 그래서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정리되서 전해지는 정보란에서 상황을 살피는 것이 제일 빨리 다른 행성의 소식을 알 수 있는 방법이다.
세바스찬과 텀덤도 제1 데블 플레인에 도착하면 그 정보란을 통해서 연락을 하고 언제 입구를 열 것인지도 간단한 암호로 알려주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아직은 며칠 더 거릴지도 몰라. 게이트 허브에서 다른 게이트로 한 번 넘어가야 하거든. 그 다음에 다시 제1 데블 플레인으로 가는 플레인 게이트가 열리기를 기다려야 하고 말이야.”
“우웅. 그건 알지만. 걱정이 되는 걸?”
“텀덤이 그 녀석, 방어만으론 세바스찬보다도 나을 것 같다잖아. 걱정하지 마. 거기다가 녀석 오러 호흡법도 익혀서 일반 행성에서도 그 실력이 줄어들거나 하진 않을 테니까 걱정 없어.”
포포니를 안아주면서 이리 말하지만 걱정이 없을 수야 있나. 그저 이 말로 포포니를 안심시키고 내 스스로에게도 최면을 거는 것 뿐이다.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말이다.
“웅웅. 그럴 거야. 나도 그렇게 믿어. 남편.”
포포니는 내 가슴에 더욱 바짝 붙어 안기며 고개를 끄덕인다.
텀덤 녀석을 그리 오래 보지 않았는데도 가족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하긴 처음부터 텀덤에게 호감이 큰 포포니였지.
별동대의 모든 인원이 세포니의 창고 안에 모였다. 이젠 창고라고 부르기 보다는 이곳 역시 허브라 부르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곳에서 모든 장소로의 이동이 가능하니 그런 말이 나오는 것도 이해는 간다.
세포티 허브. 아니며 듀풀렉 허브. 그것도 아니면 이알-게이트 허브. 뭐 이런 이름이 조만간 정해질 듯 하다.
별동대는 듀풀렉으로 만드는 게이트를 언제부턴가 이알-게이트라고 부른다. 어스 리턴 게이트. 고향으로 돌아가는 문이란 의미로 쓴단다. 아마도 이건 굴리야를 비롯한 사인방의 뜻이 아닐까 싶다. 뭐 어쨌거나 이알-게이트라는 이름도 나쁘진 않다. 내가 그래도 이알-게이트의 총괄 리더가 아닌가 말이다.
참, 게리가 몇 군데 거점 도시에 다시 분점들을 냈다고 하던데. 거기다가 이알-게이트에 소속된 인원의 수도 계속 늘어나고 있고 말이다. 하긴 그 구조가 계속 숫자가 늘어나게 만들어진 구조긴 하다. 그래도 연합과는 별 마찰이 없다고 하니 무리해서 일을 진행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그거면 된 거겠지.
“곧 입구가 열릴 시간입니다.”
알프레가 긴장된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운다.
텀덤과 세바스찬이 무사히 제1 데블 플레인에 도착을 했다는 연락을 받고, 또 언제 입구를 열겠다는 연락도 받았다. 그래서 시간에 맞춰서 별동대 전원이 창고에서 그것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츠츠츠츳 치칙.
정해진 장소에 입구가 만들어지기 시작하자 별동대 전원은 흥분된 얼굴로 입을 꼭 다물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미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위험해! 뒤로 물러나.”
나는 사람들을 뒤로 물리고 칼을 뽑아 들었다. 곁으로 포포니가 바짝 붙고, 알프레가 다가섰다.
“무슨 일입니까?”
알프레의 목소리가 딱딱하게 굳어 있다.
“입구가 열리는 것이 불안정해. 저렇게 오래 걸려서 열릴 입구가 아니야. 뭔가 문제가 있어.”
치치칙 치칙.
“아!”
“저런!”
안타까움의 탄성이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겨우 형태를 갖추던 입구가 결국 완성되지 못하고 흩어져 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