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122
화
“무슨 일일까요?”
굴리야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묻는다.
“우웅. 텀덤이랑 세바스찬씨랑 어쩌면 좋아. 으응?”
포포니도 곁에서 웅얼거리며 걱정이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정확한 증거도 없어. 그냥 입구가 열지지 않은 것일 수도 있어. 행성간의 거리가 너무 멀다거나 혹은 코어의 용량이 부족하다거나… 어쩌면….”
나는 말을 하다가 떠오른 것이 있어서 잠깐 생각을 정리해야 했다.
“어쩌면이라니요?”
알프레가 평소답지 않은 모습으로 급히 묻는다. 이 알프레도 세바스찬의 문제에 있어서는 뭔가 집착이 보이는 사람이다.
“어쩌면 이곳에 에테르와 그곳에 에테르가 서로 충돌을 하고 있을지도… 그래서 제대로 입구가 열리지 않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군요.”
“네? 어떻게 그런 일이 생길 수가 있습니까?”
알프레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묻는다.
“듀풀렉 샘플을 작동시키는 코어가 이곳 몬스터의 코어인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 코어들은 이곳 제3 데블 플레인의 에테르에 최적화된 코어니까요.”
“하지만 그걸로 이곳으로 오는 통로는 아무 이상 없이 열리지 않았….”
말을 하던 알프레가 뭔가 깨달은 모양인지 입을 다문다.
“거긴 제1 데블 플레인이군요. 그건 생각을 못했습니다. 그럼 어떻게 될까요?”
“한 번 더 시도를 해 보고 실패하면 돌아오겠죠. 그럼 다시 방법을 생각해 봐야죠. 그곳의 코어를 구해서 그걸로 듀풀렉 샘플을 만들어서 보내는 수가 제일 좋은 방법이 될 테지요.”
나는 알프레의 질문에 그렇게 대답을 했고, 알프레는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생각해 보니까 세바스찬이나 텀덤에게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 듀풀렉 샘플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모양이다.
우리가 모두 긴장해서 기다리는 사이에 드디어 다시 한 번 저쪽에서 시도가 있었다.
“문이 열리면 모두 한꺼번에 넘어 갑니다. 신속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만약 잘못해서 중간에 통로가 닫히면 곤란하니 말입니다.”
나는 별동대에게 그렇게 말했다. 아직은 이들을 믿고 모든 것을 맡겨둘 수는 없다.
그래서 모두를 끌고 이동하려는 것이다.
츠츠츳 치치칭.
“열였다. 들어가! 들어갓!”
알프레가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별동대가 우르르 달려 들어간다. 나도 포포니와 함께 입구를 통해서 제1 데블 플레인으로 넘어갔다.
치칙 치칙!
그런데 우리가 넘어간 순간 곧바로 입구가 닫혀버렸다.
“오호? 역시 부부라서 딱 붙어서 넘어오네? 하나씩 떼어 놓았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지.”
세바스찬의 목소리를 듣기 전부터 나와 포포니는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건 포위된 상황이다.
앞쪽에는 세바스찬이 있고, 좌우로는 먼저 들어갔던 별동대가 칼을 뽑아서 나와 포포니를 겨누고 있다.
“이건 무슨 일이지?”
“뭐 머리 좋은 네가 잘 알겠지. 배신이잖아. 배신. 너는 딱 걸린 거고 말이야.”
그래 그런 거 같다. 딱 봐도 배신을 당한 것 같기는 한데 이유가 뭘까? 어째서?
“난 말이야. 참 착한 사람이라서 그렇게 궁금한 표정을 지으면 설명을 해 주고 싶어. 알프레가 여기 있었으면 그냥 빨리 죽이고 말자고 했을 텐데 말이야. 하지만 나는 마음이 넓은 사람이니까 설명을 해 줄게.”
세바스찬은 거들먹 거리며 입을 놀린다.
“나는 다른 건 필요가 없어. 그냥 네가 가지고 있는 그거. 듀풀렉 세이커 그거하고 거기 제수씨가 가지고 있는 듀풀렉 포포니가 필요할 뿐이지. 그 두 개가 유일하게 자유롭게 세포니라는 그 행성을 오갈 수 있는 것이더군. 그걸 알아내는데 시간이 좀 걸렸어. 그게 있으면 그 궁극의 에테르를 내 것으로 할 수 있게 되는 거지. 그리고 그걸 가지고 돌아다니면 굳이 듀풀렉 샘플 같은 건 필요 없는 거야. 여기 제1 데블 플레인에서 세포니? 뭐 거기로 왔다 갔다 하면서 에테르를 흡수 융합하고, 여기 볼 일을 마치고 나면 제2 데블 플레인으로 가면 되잖아. 굳이 뭐 하러 듀풀렉 포인트 따위를 만드냐고. 그건 세이커 니가 나를 믿지 않았다는 말이지? 그러니까 우리도 너를 배신하는데 아무 거리낌이 없는 거야. 믿지 않는 놈을 배신하는데 뭔 문제가 되겠어? 안 그래?”
그래 틀린 말은 아니지. 아닌데 참 기분은 더럽네. 이게 내가 믿어주지 않아서 생긴 배신일까? 아니면 세바스찬과 이 별동대 놈들은 원래 배신을 할 놈들이었던 걸까? 내가 보기엔 그랬을 것 같다. 이것들은 처음부터 배신의 싹을 품고 있었던 놈들인 거다.
“텀덤은 죽었나?”
“히야, 그 놈? 그거 눈치가 아주 빠르더군. 여기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내가 듀풀렉 샘플을 관리하겠다고 했더니 냉큼 주곤는 나를 안심시키곤 그냥 날았어. 그것도 플레인 게이트를 타고 말이야. 그러니 그 놈을 잡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놈이 너한테 소식을 전하게 시간을 줄 수도 없었지. 그래서 그냥 이렇게 일을 벌인 거야. 그나저나 아쉽네. 그 놈을 마저 처리를 해야 하는데 말이지.”
“뭘 믿고 이러는 거지?”
“응?”
세바스찬은 내 갑작스런 질문에 의미를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나와 포포니 어떻게 잡을 생각이지? 우린 지금이라도 입구를 열고 들어갈 수가 있는데? 그럼 넌 어떻게 쫓아 올 생각이지? 플레인 게이트를 열고?”
“걱정하지마. 그걸 일은 없어. 왜냐고? 네가 문을 여는 순간 알프레의 칼이 거길 통해서 나올 테니까 말이야.”
이 놈은 확실히 바보가 맞다. 창고로 통하는 입구가 각각 고정되어 있으니 그걸 당연하게 여긴다. 사실 입구는 의지에 따라서 장소를 바꿀 수도 있는 것이다. 이전에는 여러 입구가 열리니 혼동을 주지 않기 위해서 고정시켜 뒀지만 내가 직접 사용하는 듀풀렉 세이커나 듀풀렉 포포니는 언제든 의지로 문의 위치를 바꿀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천장에 만들어서 떨어져 내리게 할 수도 있다. 그걸 저 놈은 모르는 거다. 그래서 입구를 막았다고 생각하니 저리 기고만장한 거지.
“알프레는 일부러 남은 건가?”
“어차피 남을 생각이었어. 그리고 듀풀렉 샘플이 문제가 좀 있기도 했지. 코어가 이곳 에테르와 충돌을 좀 했거든. 그래서 처음 입구는 그냥 실패하고 만 거지. 그 다음에는 나도 신경을 좀 썼어. 내 에테르로 샘플을 감싸서 충톨을 억제했거든. 그랬더니 멋지게 성공을 한 거야. 그리고 겨우 십초 조금 넘게 열었는데 너하고 제수씨가 함께 넘어와 버린 거지. 만약 제수씨가 저 쪽에 남아 있었으면 알프레가 잘 설득했을 텐데 말이야. 내가 돌아갈 때까지만 잘 설득하고 있었으면 뭐 그 뒤는 깔끔하게 처리가 되는 거지. 겸사겸사 굴리야와 그 패거리까지 함께 말이야.”
“같은 일당 아니었나?”
“뭔 소리를 우린 칼잡이들이야. 검사들이지. 정신 능력자는 우리와 갈 길이 달라. 굴리야 그것이 나한테 뻑가서 매달리니 뭐 쓸 만하다 싶어서 데리고 다닌 거지. 밤 기술도 괜찮은 편이라서 곁에 두면 여러모로 쓸모가 있거든, 흐흐.”
듣고 있자니 세바스찬 저 놈의 본성이 조금씩 드러나는 것 같다. 그것 참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은 이유가 있었어. 근데 그걸 지금까지 잘도 감춰두고 있었단 말이지?
“알프레가 보물이야. 그 녀석 감이 너무 좋거든. 그 때 청문회 때에 알프레가 그랬거든. 널 살려주면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으니까 서로 친하게 지내야 한다고 말이야. 그거 별로 마음에 안 드는 거였지만 그 놈 말을 들어서 손해를 보는 일은 없었거든? 그래서 참았지. 그랬더니 너하고 저년 둘이서 아주 승승장구 하더구만? 놀랐지. 더구나 세포니 행성이라니? 개인용 플레인 게이트라니? 이건 정말 상상도 못한 일이지. 정말 놀랐다고.”
“던전에서 살려준 보답을 이걸로 하는 건가?”
“뭐 사실 좀 미안해야 하는데… 근데 하나도 안 미안한 거 있지? 딱 잘 속여 넘겼다고 자랑을 하고 싶어. 하하하. 이렇게 성공적이라니. 얼마나 즐거운지 넌 모를 거야. 쿠하하하.”
저런 미친 새끼. 확실히 제정신이 아닌 놈이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