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130
화
이번에 발견된 던전도 그런 의미에서 그랜드 마스터란 작자들이 차지하고 접근 금지를 시킨 것이겠지.
“그럼 그랜드 마스터들이 그 던전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는 말입니까? 거긴 세바스찬씨와 알프레 씨가 발견한 곳인데요? 그들에게 권리가 있는 것 아닙니까?”
“크흠. 확인은 하지 못했지만 알프레와 나머지 사람들은 던전 안에서 전멸을 한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 까흐제 님께서도 그 던전의 중앙 홀 이후로는 진입이 어렵다고 하시더군요. 그 던전을 클리어하려면 적어도 그랜드 마스터 넷은 있어야 안심할 수 있을 정도의 곳이랍니다. 더구나 입구가 사라지는 특성 때문에 알프레 씨와 다른 분들이 들어왔다면 모두 죽었을 거랍니다. 저의 연합에서도 그렇게 판단을 하고 사건을 종료하기로 했습니다.”
“네? 그게 무슨? 세바스찬 씨의 죽음과 알프레 씨의 실종에 무슨 연관이 있을 수도 있다고 텀덤을 잡아 두고 그랬잖습니까. 그런데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넘어간다는 건가요?”
나는 뭔가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분위기가 이상해서 따지듯 물었다.
“그랜드 마스터 까흐제 님께서 세바스찬 씨의 죽음에 대해서 관심을 두지 않겠다고 하시니 딱히 연합에서 나서서 그 문제를 파헤치고 말고 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지요. 데블 플레인에서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고 죽어가는 이들을 모두 조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고, 제1 데블 플레인의 특성상 전쟁 지역에서의 죽음은 더더욱 깊이 조사를 할 이유가 없다는 결론입니다.”
“결국 까흐제 님의 입김이 없어졌으니 유야무야 됐다는 말이군요?”
“뭐, 하하. 까놓고 이야기하자면 그런 거지요. 그 분이 아니었으면 세바스찬 씨의 죽음도 뭐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을 이야기니까요. 거기다가 까흐제 님께서는 세바스찬 씨와 알프레 씨가 그 던전을 발견하고도 숨기려 했다는데에 꽤나 불쾌하게 생각을 하고 계시거든요. 뭐 그래도 세이커 씨에 대해서는 호의를 가지신 것 같습니다. 던전을 알려줘서 까흐제님께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겠죠.”
“뭐 저야 던전 위치를 알고 있었던 것 밖에 없는데요 뭐.”
“언제 까흐제 님께서 한 번 볼 수 있으면 봐야겠다고 하시더군요.”
아, 그건 전혀 반갑지 않은데? “뭐, 저야 영광이지만 저희도 수련을 해야 하고 바쁜 사람들이라서요. 조만간에 또 수련을 떠날 생각입니다. 거기다가 출산준비를 하러 가야 할 때도 가까워 오고 있으니 그 일도 있고 말이죠.”
“아, 그 코어 수집이라고 하는 그겁니까? 언뜻 들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하하하. 출산 준비로 몬스터를 잡으러 다닌다니 그것도 재미있는 관습인 것 같습니다.”
재미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 발달한 교육 체계라네 이 사람아.
“스티커 납품이 끝나면 떠날 생각이니 따로 연락이 닿지 않으면 그 때문에 떠날 걸로 생각을 하십시오. 사실 그 여행은 행선지나 몬스터를 밝히면 안 되는 거거든요. 일종의 가문의 비책이라 할 수 있는 거라서.”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그렇게 참고 하겠습니다.”
허틀러는 내 말을 의심없이 받아들인다. 뭐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다. 조만간 포포니와 텀덤과 함께 다시 출산 준비 여행을 갈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네가 세이커냐?”
우와, 신발끈, 온 놈에 소름이 돋네. 이건 뭐 그냥 한 방에 가겠군. 방어고 뭐고 없어. 저런 괴물이 그랜드 마스터였어? 그저 세바스찬보다 약간 강할 거라는 내 생각은 정말 멍청한 생각이었군. 저건 대적 불가의 괴물이야.
“네 그렇습니다. 까흐제 님이신 것 같군요.”
“저쪽은 타모얀 종족이로군. 아직 여물지 않았지만 제법 재능이 있어 보이는군. 그래 재능이 뛰어나. 벌써 저 정도의 경지에 이르다니 말이야.”
위험한가? 나는 까흐제의 시선이 포포니에게 머무는 것에서 불안감을 느꼈다. 뭔가 꺼림칙한 느낌이다.
나와 포포니는 여행 준비를 하기 위해서 쇼핑을 할 생각으로 집을 나서다가 대문 앞에서 까흐제를 만났다.
까흐제는 겉으로 보기에 40대 정도로 보였다. 얼굴의 선이 굵고 각이 선명해서 강인한 인상을 주는 사람이었다. 외모 따위로 나이를 짐작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세상이지만 나는 까흐제를 보는 순간 알았다. 엄청난 세월을 살아온 늙은 괴물이란 사실을 말이다.
그것은 내가 이미 전생을 살았던 경험 덕분에 알 수 있는 것이었다. 까흐제가 지니는 분위기는 늙은 뱀을 연상케 했다.
“제 아내인 포포니입니다.”
“그래. 그렇지.”
내 말에 까흐제의 시선이 다시 내게로 향한다. 포포니는 아무 말도 아무 움직임도 없다. 천적 앞에 서 있는 듯이 굳어 버린 것 같다. 그나마 까흐제의 시선이 내게로 돌아온 것에 나는 고마움을 느낀다. 포포니 괜찮을 거야.
“듣자니 세바스찬이 제1 데블 플레인으로 가기 전에 너를 만났다고?”
“그렇습니다.”
숨길 것이 없는 일이다. 그러니 순순히 답을 해 준다. 아니 결정적인 것이 아니라면 어떤 것도 숨기지 말아야한다.
“왜 간다고 하던가?”
와 그냥 단도직입이군. 콱하고 찔러 들어오네?
“제1 데블 플레인의 에테르를 흡수한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더 큰 힘을 지니게 될 거라고 말입니다. 그랜드 마스터 분들이 그런 방법을 쓴다고 이야기 해 줬습니다.”
“오호? 그 놈이 그런 사실을 떠벌렸다? 그것 참, 그래서 네게 무슨 말을 하더냐?”
“던전을 함께 공략하자고요. 들어갔다 오긴 했는데 혼자 공략을 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다면서 제1 데블 플레인에 다녀온 후에 함께 들어가자 하더군요.”
“뭣 때문에 네게 그런 부탁을 했을꼬? 설마 저 타모얀 때문인가?”
까흐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를 본다.
“제 디버프가 보라색 등급의 몬스터에게도 효과가 제법 있습니다. 네발자이언트를 저와 포포니 그리고 제 동생인 텀덤까지 해서 셋이서 공략이 가능할 정도입니다. 그 모습을 보고는 디버프 때문에 함께 가자고 한 것으로 압니다.”
“흐음. 그 놈이 참. 그런 잔재주로 일을 쉽게 하는 법을 배우지 말라 했건만 쯧쯔.”
까흐제는 뭔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혀를 찼다.
“너도 그런 잔재주 보다는 육체의 능력을 기르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저기 저 아이처럼 말이다. 에잉, 정신 능력은 무슨, 그건 결국 힘 앞에서 무너지게 되어 있는 것이지. 음? 그렇군. 내가 여기 온 이유를 아직 말하지 않았군. 세이커.”
“네. 까흐제 님.”
나는 정색을 하고 내 이름을 부르는 까흐제에게 공손하게 대답했다.
“네 놈 덕분에 새로운 던전을 내가 차지하게 되었다. 너에겐 별다른 의미가 없는 던전이겠지만 나에겐 큰 가치를 지니는 곳이다. 그러니 내가 너에게 빚을 진 셈이 된다. 그래서 네게 내 후계자의 자리를 주도록 하마. 너는 앞으로 나 까흐제의 비호를 받게 될 것이다.”
“네? 후계자요?”
“큼. 아무것도 모르니 간단하게 설명을 해 주마. 그랜드 마스터의 후계자란 말 그대로 그랜드 마스터의 대리인이다. 세상과 떨어져 살기 좋아하는 우리 그랜드 마스터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인 셈이지. 그러니 앞으로 나는 너에게 내 뜻을 전할 것이고 너는 내 뜻을 내가 원하는 이들에게 알리는 일을 하면 된다. 왜? 심부름꾼이라 생각되니 기분이 나쁘냐?”
나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기분 안 나쁘면 그게 인간이냐? 하지만 대놓고 기분나쁘다고 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클클. 자존심이 살아 있는 놈이구나. 그래 나도 그런 놈이 좋다. 그리고 단순한 심부름꾼이 아니다. 후계자는 연합의 모든 비밀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어차피 우리 그랜드 마스터의 일을 대리하려면 그런 비밀 따위는 의미가 없지. 우리 그랜드 마스터들의 사소한 일 하나하나가 바로 비밀이니까 말이지. 더구나 후계자는 연합의 어떤 간섭도 받지 않는다. 모르면 모르고 알면 알게 되는 것들이 많은데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느냔 모두 네 능력에 달린 거지. 어쨌거나 나 이외에는 누구도 너에게 간섭하는 이가 없을 것이다. 마음 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말이지. 그게 심부름의 대가다. 어떠냐? 이 정도면 네게도 좋은 일이 아니냐?”
좋기는 개뿔이다.
“까흐제 님. 좋은 말씀이지만 저는 우리 포포니와 함께 출산 여행도 다니고 또 수련도 다니고 하면서 할 일이 많습니다. 까흐제님의 명령을 기다라고 있을 처지가 아닙니다. 그러니 그 말씀은 거두어 주셨으면 합니다.”
“으음? 거절이란 말이냐?”
우왓, 피부가 벗겨지는 것 같다. 그냥 기분이 나빠진 것 밖에 없는 것 같은데 까흐제가 일으키는 기세에 내가 쪼그라 드는 것 같다.
“흥! 싫다는 놈을 내가 억지로 부릴 수야 없지. 제 복을 차는 놈은 그것으로 끝인 게야. 나는 네게 빚을 갚았다. 아이야. 맞느냐?”
준 것도 없으면서 빚을 갚기는 뭘 갚아? 그래도 다시 안 보는 방향으로 가려면 그랬다 쳐 주는 것이 좋겠지?
“맞습니다. 제가 까흐제님의 호의를 사양한 것이니 까흐제 님께서 제게 지신 빚은 없어진 것입니다.”
서로 좋게 좋게 끝내자. 늙은이.
“클클. 그래. 그렇지. 빚은 없는 거지. 그럼 볼 일은 끝이로군.”
까흐제는 그 말을 끝으로 등을 돌려 멀어져간다.
“안녕히 가십시오. 까흐제 님. 뵙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정말 영광이었다. 그리고 안녕히 빨리 빨리 가라. 응? 가버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