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132
화
타샤님의 소란스러운 집구경이 끝나고 포포니의 화려한 만찬도 끝이 났다.
그리고 드디어 우리는 거실 소파에 앉아서 차분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니까 얼음 들판에 가지고요?”
“그래. 혼자 가기엔 너무 멀고 심심하잖니. 그래서 지나가는 길에 네게 연락을 한 거란다. 함께 가면 좋겠다 싶었지.”
“우웅. 얼음 들판에 가긴 해야 하는데 그럼 이 기회에 타샤님하고 함께 갈까? 웅? 남편 그렇게 할까?”
“얼음 들판에는 왜 가야 하는데?”
“거기서 얻어야 할 코어가 하나 있어 남편. 뭐 아이가 딸이면 필요한 거고 아들이면 소용이 없는 건데, 그래도 준비를 해 둬서 나쁠 것은 없잖아. 원래는 아이가 태어난 후에 준비하는 건데 뭐 미리 준비를 해 두는 것도 괜찮지 않아?”
“가. 가자. 무조건 가는 거야. 딸, 딸일 거야. 나하고 포포니 사이에서 태어나는 첫 아이는 무조건 딸일 거야. 그러니까 그게 꼭 필요할 거야.”
“나, 남편, 그렇게 흥분하지 마. 그리고 아들일지 딸일지는 아무도 몰라. 응?”
“아니야. 무조건 딸인 거야. 아들 녀석은 둘째나 셋째 정도가 좋아. 무조건 첫 아이는 딸이었으면 좋겠어.”
난 과거에도 아들만 있었다고. 아들도 나쁘지 않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포포니 닮은 딸이었으면 좋겠어. 그래 딸이 최고야.
“아이 참. 그만하라니까. 남편.”
“응? 어. 알았어. 음. 난 괜찮아. 그래도 포포니 닮은 딸은 정말 대단할 것 같지 않아? 텀덤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
“물론입니다. 첫 조카는 여자아이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래 니가 그러니까 사랑을 받는 거다. 하하하핫. 그래야지.
“어휴. 그런데 타샤님은 얼음 들판에 왜 가는데요?”
“호호홋, 그거야 필요한 것을 구하기 위해서 가는 거지. 뭐 대부분 필요한 것은 연합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있으면 그건 직접 구하러 가야 하니까 말이지. 그건 참 좋아진 것 같아. 예전에 비해서 실험에 필요한 재료들을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거 말이야.”
“에스폴의 연구를 연합에서 알고 있어요? 그래서 재료도 도움 받고 그러는 건가요?”
포포니가 타샤의 말에 놀랐다는 듯이 되물었다.
“응? 아니. 뭐 일부만 알렸지. 모든 것을 알려줄 수는 없잖아. 그래서 몇 가지 알려주고 그 중에 간혹 한 가지씩 내어주고 필요한 재료들을 얻는 거지. 사실 그런 면에선 우리가 훨씬 이득이라고 생각해. 뭐 연합에선 우리가 만든 물건을 훨씬 가치있게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말이야. 그러니 양쪽 모두 만족하고 있는 거야.”
“에스폴이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 있습니까?”
나는 둘 사이의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전에 봤잖아. 그거야. 몬스터 물품. 그게 우리 에스폴이 만드는 거야.”
“네? 그건 모스터가 주는 물품이 아닙니까?”
“호호홋, 그건 아니지. 몬스터 물품을 그대로 쓰는 것과 우리가 손을 대는 것은 차이가 있어. 같은 몬스터 물품도 우리들의 손을 거치면 더 나은 물건이 되는 거야. 우리 에스폴은 그걸 연구하지. 재미가 있는 일이니까.”
역시 전에 포포니에게 입혀 줬던 그 방어구가 특별하다 싶었더니 에스폴이 그런 물건을 만드는가 보다.
“그래서요? 타샤, 얼음 들판에 뭘 가지러 가는 건데요?”
“음. 거기에 내가 아는 던전이 하나 있어. 아주 위험한 곳이지. 거기에서 천이 나와. 몬스터 물품으로 천이 나오는데 그 천이 아주 차갑고 서늘하지. 그리고 아주 질겨. 이번에 새로운 옷을 하나 만들려는데 그게 필요해서 가지러 가는 거야.”
“웅. 그렇구나. 그럼 우리 남편 거도 만들어 줘요? 함께 가는데?”
“아, 그건 어려울 것 같구나. 그 천을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말이다. 호호홋.”
“에? 그렇게 딱 잘라서 거절인 거예요? 타샤 너무해요.”
“음. 대신에 던전을 소개해 주잖니. 거긴 참 특별한 곳이란다. 그 까흐제 같은 놈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곳이지.”
“네? 그랜드 마스터들 말인가요? 그들이 관심이 있어요?”
포포니도 놀란 모양이다. 물론 나도 깜짝 놀랐다.
“그래. 그렇단다. 그들은 그런 던전에 관심이 많지. 독특한 에테르가 흐르는 곳에 집착이 강하지. 뭐 다들 강자가 되면 그렇게 되는 모양이지만 우리 에스폴들은 거기엔 별로 관심이 없으니까 말이지. 다만 그런 곳에서 새로운 재료들이 나오기 때문에 흥미가 있을 뿐이야.”
“거기도 다른 데블 플레인의 에테르와 비슷한 에테르가 있는 곳이란 소리겠군요. 그런데 그랜드 마스터들이 거길 알면서도 건들지 못하는 이유는 역시 원주민들 때문인가요?”
“아, 뭐 그들도 가끔 들러서 볼 일을 보고 갈 걸? 우리는 그거 가지고 뭐라고 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그 놈들은 자기 거라고 주장하는 던전들이 있지만 우리는 그런 거 없잖아. 그래서 누구나 와서 사냥도 하고 머물다 가기도 하고 그러는 거지.”
떱. 듣고 보니 헌터 출신들만 욕심을 부려서 던전을 독차지하기 위해 아둥바둥하는 모양이다. 그것 참 얼굴이 화끈거리네. 하긴 누구보다 강자가 되고 싶은 거야 당연한 거지. 그 수단을 다른 경쟁자와 나누고 싶지 않은 것도 이해가 가는 일이고. 당장 나라도 그 놈들에게 듀풀렉을 쓰게 할 생각은 없으니까 말이지.
얼음 들판은 남쪽에 있다. 그것도 아주 멀리 있다.
타샤님의 말씀으로는 그 곳까지 몇 달은 걸리는 먼 거리라고 하신다. 너무 멀어서 자주 가지 못하는 곳이라고 한 번 가면 될 수 있으면 많은 재료를 구해 와야 한다고 벼르고 있으시다.
그 먼 길을 당연히 우리는 걸어서 가야한다. 길이 제대로 없어서 바이클 같은 것도 타지 못한다. 주구장창 걸어야 한다는 소리다.
그것도 곳곳에 몬스터가 돌아다니는 미개척지를 헤치고 나가야 한다.
뭐 그래도 걱정은 없었다. 보라색 등급의 몬스터라도 나와 포포니, 텀덤이라면 두 마리 정도는 어떻게 해결이 될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 거기에 타샤님이 도와주시면 뭐 그다지 큰 위험은 없을 거다. 타샤님의 몬스터 약화는 내가 거는 디버프에 중첩되면 훨씬 강력한 위력이 나오니까 보라색 등급이라도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전에 남색 등급의 몬스터를 잡기 위해서 타샤님께 도움을 청했던 것을 생각하면 나나 포포니도 엄청나게 성장을 한 거다.
주위에 워낙 괴물 같은 이들이 많아서 자꾸 치이고 사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일개미 세이커 위아드가 이렇게 강해진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이제 겨우 4년이 되었을 뿐인데 나는 제3 데블 플레인에서 그랜드 마스터를 빼고는 무서운 사람이 별로 없는 존재가 되지 않았는가 말이다. 아, 물론 행성의 원주민들은 빼고 하는 말이다.
이곳 원주민들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그랜드 마스터들 보다도 강한 이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니 헌터 연합에서도 데블 플레인의 원주민들과 절대적인 우호 관계라는 말을 쓰면서 대립을 피하고 있는 거겠지.
그나저나 제1 데블 플레인이 아직도 도시 하나를 지키며 버티고 있는 것은 참 용한 일이다. 타샤님이 그러는데 그것도 여러 데블 플레인의 그랜드 마스터들이 알게 모르게 지원을 해서 그런 거란다. 제1 데블 플레인에서 몬스터를 사냥하거나 혹은 자원을 채취하거나 하지 못하더라도 상징적인 의미로라도 플레인 게이트는 유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는 거다.
뭐 딱 봐도 알 일이다. 그곳에서 에테르 수련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자는 수작이겠지. 완전히 닫혀 버리면 그 기회가 사라지게 되고, 언제 다시 플레인 게이트를 열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니 도시 하나라도 끝까지 지켜서 자신들의 수련장을 유지하겠다는 수작이 분명할 거다.
그러고 보면 그런 면에서는 다른 데블 플레인의 그랜드 마스터들 역시 비슷한 방법으로 그 힘을 얻은 이들이었던 모양이다. 다른 데블 플레인의 에테르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 들여서 경지를 높인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제1 데블 플레인이 사라지는 것을 그렇게나 경계하는 것이겠지. 뭐 이미 제1 데블 플레인의 에테르를 다시 받아들일 필요가 없는 이들이라면 또 이야기가 다르겠지. 오히려 방해를 할까? 제1 데블 플레인의 플레인 게이트를 닫자고 하지 않을까? 자신들은 더 이상 제1 데블 플레인의 에테르가 필요 없다고 말이다.
정말 그런 사정이 있는지 어떤지는 나도 모르는 일이니 자꾸 생각을 해 봐야 머리만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