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136
화
얼음 들판은 말 그래도 설원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보이는 것은 눈 덮인 들판 밖에 없다.
하지만 이곳은 무척 위험한 곳이기도 하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생물이 살까 싶지만 몬스터들은 여기도 있다.
얼음 거북이라 불리는 거북 종류가 있고, 두더지, 여우, 개미, 곰 등의 동물형 몬스터들이 줄줄이 있다. 그것도 최소 초록색 등급에서 최고 보라색 등급까지.
거기다가 지형적인 조건은 아주 좋지 않다. 얼음과 눈으로 이루어진 대지는 곳곳에 함정이다. 그건 잘못 빠지면 헌터라고 해도 죽을 수도 있는 위험한 것들이다.
갈라진 틈 사이로 떨어지면 수 백 미터를 떨어지거나 혹은 그 이상을 떨어질 수도 있다. 거기에 어떤 곳은 갈라진 틈 밑에 물이 있는 경우도 있는데 그곳이 호수였는지 바다였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물이 짠 것을 보면 바다와 연결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누가 눈과 얼음 밑에 있는 지형을 자세하게 조사한 것도 아니어서 아직 그 정확한 진실은 알 길이 없다.
거기다가 그 눈과 얼음 밑에는 그에 알맞게 진화한 듯한 몬스터들이 있다.
사람 살기엔 정말 적합하지 못한 곳인데 몬스터들은 아주 잘 적응해서 살고 있다는 말이다.
그것이 얼음 거북과 그 외의 두더지, 여우, 개미 등의 동물형 몬스터다. 그 몬스터들은 지형과 기후에 어울리게 진화해서 얼음과 유사한 몸체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그 놈들이 가지고 있는 코어의 성질은 이 데블 플레인의 뜨겁고 푸석한 에테르에요. 그게 아주 웃기는 거죠. 어떻게 그런 놈에 정 반대 성질의 에테르를 품고 살 수 있는지 신기한 일이예요.”
마샤가 텀덤의 팔짱을 끼고 머리를 텀덤의 어깨에 기댄 상태로 설명을 한다.
그리고 내 곁에는 포포니가 비슷한 모습으로 붙어 있다.
굴리야는 이알-게이트 허브 기지에 머물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일까? 우리 두 부부의 애정행각을 혼자서 보고 있으라고 하면 너무 잔인한 일일 테니 말이다.
그나저나 굴리야도 짝을 찾아 줘야 하는 건가? 게리나 렘리 정도면 될까? 마토는 좀 안 어울릴 것 같고.
“조심!”
마샤가 소리를 질렀고, 텀덤은 움찔 놀라면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그런 텀덤의 발치가 무너지며 시커먼 아가리가 드러났다.
“바람에 몰아온 얼음과 눈이 이런 틈을 살짝 덮어서 만든 함정이죠.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잘못하면 영영 세상을 다시 볼 수 없게 될지도 몰라요. 참, 물속에도 몬스터가 있다는 거 알죠? 사람들은 모르는데 물에 사는 몬스터는 정말 음 뭐랄까 그래요 규격 외의 존재들이 많아요.”
“규격 외의 존재라니? 그건 무슨 소리야? 웅?”
포포니가 마샤에게 묻는다. 하지만 아직 적응이 되지 않는다. 마샤는 마샤니까 타샤와 다르게 대우를 해야 한다는 포포니의 말을 들었고, 또 마샤도 그렇게 이야기를 하지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거다.
그래서 이렇게 포포니가 마샤에게 막말을 할 때면 움찔 놀라게 된다. 뭐 그런데 정작 당하는 마샤는 그게 당연하단 표정이니 그것도 참 어색한 일이다.
“그냥 뭐 아주 강한 몬스터란 소리죠. 그래서 감히 상대를 해 볼 엄두가 나지 않는 몬스터요. 그런 것이 물 속에 살죠. 가끔 그런 소리 있잖아요. 강을 지나던 배가 사라진다거나 하는 소리요. 그래서 강 위로 지나는 것은 좋은 운을 기대해야 한다고 하죠.”
아, 전에 봤던 기억이 난다. 보통은 잘 나타나지 않지만 나타나면 아무 대책이 없다고 했던 강의 괴물에 대한 정보. 그걸 말하는 건가?
“아무튼 물, 그것도 바다와 연결된 곳에는 어디나 위험한 것이 있을 수 있다고 봐요. 그래서 여기도 그렇죠. 잘못 빠졌는데 거기가 물이라면 아주 위험할 수 있다는 거죠.”
“어쨌거나 우린 상관 없잖아. 우리에겐 마샤가 있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던전이란 곳은 아직 멀은 거야?”
“음, 던전은 저기 보이는 저 산의 계곡 안에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저기로 곧바로 갈 수가 없죠. 저기 보이는 저 쪽으로 가서 산기슭을 타고서 저쪽으로 가야 해요.”
마샤는 얼음 평원을 가로질러가는 빠른 길이 아니라 완전히 빙 돌아서 평원을 에둘러가는 경로를 이야기한다.
“왜 그렇게 하는 겁니, 아니 건데? 곧장 가는 것이 좋지 않나? 평원에 있는 위험들 때문인가?”
나는 좀 어색하지만 마샤의 뜻을 받아들여서 마샤를 텀덤의 부인이자 아랫사람으로 대우하려고 노력중이다. 원래 동생의 아내에게 존대를 해 주는 것이 옳은데 마샤는 자신도 일행의 한 사람으로 그냥 텀덤과 같은 위치에 있고 싶다고 그에 알맞은 대우를 해 달라고 했다. 그게 진정 바라는 거라고 부탁까지 하는데 어쩌겠는가.
“그것도 그거지만 얼음 들판을 지배하는 지배자들이 있어요. 인간형 몬스터고 얼음 들판 곳곳에서 나타나죠. 그 놈들을 피하기 위해서 돌아가는 거예요.”
“응? 몬스터?”
“보라색 등급의 몬스터로 인간형이고 창을 무기로 쓰죠. 끝에 세 갈래로 갈라진 창인데 그걸 다루는 솜씨가 아주 뛰어나죠. 거기다가 같은 창을 들고 있는 놈들 중에는 그 창에서 번개나 불덩이 같은 것을 뽑아서 공격을 하는 놈들도 있어요. 그건 굉장히 빠르게 강력하죠. 보통 넷 혹은 다섯 마리가 나와요. 그래서 충돌을 피해서 돌아가려는 거죠.”
“나하고 마샤, 그리고 굴리야가 범위 디버프를 쓰면 상대하는 것이 가능할 것 같은데?”
“위험을 피할 수 있으면 굳이 위험한 곳으로 들어가지 않는 것이 우리 에스폴 종족이죠. 그래서 지금까지 언제나 여기서부터 빙 돌아서 던전으로 갔었어요. 그리로 보라색 등급 다섯 마리는 아무래도 우리 전력으론 무리라고 생각이 되는데요?”
음. 그건 또 그렇지. 두 마리나 세 마리까진 어떻게 감당이 되겠지만 네 마리라면 위험하지. 다섯 마리는 뭐 볼 것도 없이 희생자가 생길 것 같다. 내가 요즘 너무 동행들의 실력을 과신하는 경향이 생긴 모양이다.
내 실력은 쥐뿔도 없으면서 텀덤과 포포니의 실력이 늘어나니 주제 파악을 못하는 거다. 이러다가 언제 한 번 크게 당할 때가 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미리부터 조심을 해야지. 아무렴.
“남편, 우린 마샤가 필요로 하는 재료를 구하기 위해서 온 거야. 그리고 특별한 던전이라는 것을 구경하기 위해서 온 거지. 모험을 하기 위해서 온 것은 아니잖아? 그러니까 그냥 마샤 따라서 가자.”
“맞습니다. 형님. 굳이 위험한 길을 찾아 갈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맞는 말이다. 포포니와 텀덤이 이렇게 말을 하는데 굳이 위험을 자초할 이유는 없다.
사실 둘이 모험을 하자고 해도 나가 피하자고 해야 할 입장이 아닌가.
나는 아직도 많이 모자란 상황이다. 여기 넷 중에서도 내가 제일 약할 것이다. 심지어 이제 칼질을 배우고 있는 마샤에 비해서도 경지가 낮다는 것을 얼마 전에 확인했다.
텀덤과 포포니, 마샤가 모두 마스터의 극을 넘어서 강기를 응축시켜 뽑아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거다. 솔직히 그 경지는 이전 제여넌으로 살 때에도 이루지 못했던 경지다.
마샤는 사실 칼은 익숙하지 않지만 정신 능력에서 이미 그 정도 경지에 있었고, 텀덤과 부부가 되면서 에스폴 특유의 변신으로 텀덤과 닮은 꼴이 되면서 육체파인 텀덤에 맞춰서 육체적 능력까지 급상승하는 행운을 얻은 거다.
부럽냐고? 응? 음. 그럼 안 부럽겠냐?
아니 어떻게 결혼을 해서 배우자가 생겼다고 정신 능력자가 순식간에 그 능력은 그대로 지니면서 육체 능력까지 남편과 비슷한 수준이 되어 버릴 수가 있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단 말이지. 그 정도면 정말 사기적인 종족이라고 해야지. 맞아. 완전 사기 종족이지.